소설리스트

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73)화 (73/123)
  • 제73화

    “뭐라고?”

    “어흠,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시종의 재촉에 나는 더 물어보지 못하고 폐하를 알현하러 갔다.

    괜히 또 예법에 대해서 트집이 잡히면 안 된다. 나는 등을 곧게 펴고 정확한 걸음으로 폐하 앞에 서서는 가볍게 드레스 끝을 들고 무릎을 살짝 숙였다.

    “아스타로테 할슈타인이 폐하를 뵙사옵니다.”

    “네 활약은 잘 들었단다.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지.”

    젠장. 이야기는 벌써 퍼질 대로 퍼진 모양이다.

    뭐라고 혼이 나기 전 폐하는 내가 아닌 곁에 선 라이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라나다에서 전갈이 왔더군. 공작의 임종에 가까워진 모양이더구나.”

    “이미 의식을 잃으신 지 3년이 넘었습니다. 회생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연명하는 것이 오히려 자식 된 도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임종을 지키지 않을 셈이더냐?”

    “하필이면 이 시기에 돌아가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려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싱글벙글한 몽펠리에 후작의 태도만 봐도 폐하가 왜 라이언의 영지 복귀 이야기를 꺼낸 건지는 나조차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라이언이 없는 사이, 최대한 다양한 귀족들과 접점을 만드는 것.

    어차피 그라나다는 충성심이 강한 가문이니 굳이 약혼이 아니라도 어떤 형태로든 왕실을 도와줄 것이다.

    그 사실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다름 아닌 폐하다.

    “작위를 물려받는 절차만 해도 몇 달은 걸릴 테니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주변을 수습하도록 해.”

    “명심하겠나이다.”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해. 비행 허가를 내줄 터이니 와이번을 타고 돌아가도 좋아.”

    왕실에 충성하는 그라나다에게 있어 왕명은 절대적이다. 폐하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라이언은 깍듯이 머리를 숙였다.

    “존명.”

    하고 싶은 말을 미리 나눠 두길 잘했다. 라이언은 폐하 앞에서 손톱만큼의 서운함도 내비치지 않은 채 유유히 알현실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폐하와 단둘이 됐다.

    * * *

    왕궁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상반되는 성격을 뽑자면 역시나 폐하와 왕비님을 들 수 있다.

    폐하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기분파라 열 번 사고를 쳐도 한 번의 행동으로 기분이 좋아지면 모든 게 메꿔지는 점이 있다.

    바꿔 말하면 열 번 잘해도 한 번 망하면 다 소용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게는 너무나 우호적이기 때문에 호감도가 떨어질 가능성은 그래도 비교적 낮다.

    하지만 왕비님은 다르다. 일명 규율의 화신.

    손톱만큼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고 자기 기준도 높은 왕비님은 그야말로 레이디의 정석.

    단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국내 시중인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높다.

    누구에게도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 완벽주의와 엄격한 왕비님의 교육 방침 덕분에 언니도 오빠도 궁중예법만큼은 상당히 높은 수치에 차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친자식일 때의 얘기고. 나는 어디까지나 조카다 보니 지금껏 내 교육 문제에 대해서 왕비님이 따로 입을 뗀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왕비가 상당히 화가 났던데, 대체 무슨 사고를 친 게냐?”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다가 넘어져서 그대로 기절했어요.”

    “풉.”

    대놓고 비웃는 폐하 앞에서 나는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그만 좀 놀리세요. 안 그래도 속상해 죽을 것 같은데.”

    “진짜 속상해야 할 사람은 왕비인 것을. 네가 깨어나지 못한다는 소식에 어젯밤에는 잠도 못 자고 계속 뒤척이기만 하는데. 보는 내가 다 안쓰럽더구나.”

    “왕비님께서요?”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널 사람들 앞에 내보낸 것을 단단히 후회하고 있는 모양이야.”

    말만 들어도 오싹한 말씀에 지금이라도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 역력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이미 내 손으로 내 무덤을 파 버렸는걸.

    “이번 기회에 너를 제대로 된 레이디로 가르칠 거라고 하더구나.”

    “레이디라니. 저는 폐하의 후계자가 되는 거 아니었나요?”

    [(new)메인 퀘스트 ― 왕의 자격 Ⅳ]

    달성 조건 : [왕의 시험] 서브 퀘스트 전체 클리어

    [예술] 75 이상

    [궁중예법] 80 이상

    [화술] 90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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