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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72)화 (72/123)
  • 제72화

    “뭐라고?”

    “말 그대로. 왕실에서 지내는 게 힘들면 내 아내가 되는 선택지도 있다는 걸 말해 주고 싶었어.”

    “……그건 싫어. 싸움에 져서 도망가는 거 같잖아.”

    “이제야 좀 아스타답네.”

    정색하는 내 반응을 본 후에야 라이언은 흐뭇하게 웃으며 잃어버린 내 자존감을 세워 주기 시작했다.

    “아스타는 분명 잘 해낼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럼. 물론이지. 지금까지도 잘해 왔으니까,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고 믿어.”

    나조차도 나를 믿지 못하건만 라이언은 이토록 쉽게 나를 믿는다고 말해 준다. 기운이 쪽 빠진 내 손을 꼭 잡고서 라이언은 다정하게 속삭였다.

    “네가 누구를 선택하든, 난 언제나 너의 행복만을 빌고 있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해.”

    “그게 무슨 말이야?”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게 말끝을 흐리는 게 영 심상치 않다.

    갑자기 세드릭이 나타난 것도 그렇고 유난히 자신 없어 보이는 라이언의 말투만 봐도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라이언, 나는…….”

    “아스타로테 님,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지 폐하의 전령이 왔다.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라이언은 침대에서 내려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어서 폐하를 뵈어야지.”

    “나중에 다시 얘기해.”

    단정하게 머리를 틀어 올리고 가능한 한 장식이 적은 드레스를 입었다.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성숙해 보이게 됐다.

    라이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중앙궁에 들어서던 도중, 입구에서 그만 몽펠리에 후작과 마주치고 말았다.

    “이런, 아스타로테 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평소 같으면 당신이 무슨 내 건강 걱정을 하겠냐고 쏘아붙였을 테지만 지금은 한 보 후퇴할 때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몽펠리에 후작. 안 그래도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화재 피해자들을 위해서 통 크게 성금을 내주셨다면서요.”

    “별말씀을요. 귀족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랍니다.”

    행여나 건방진 꼬맹이 스킬이 나도 모르게 나오면 곤란한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킬창을 살펴보는데 어째서인지 스킬창이 사라지고 없다.

    ‘어?’

    그리고 몽펠리에 후작은 본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냥한 미소를 머금고서 내게 호의 담긴 말을 건넸다.

    “아스타로테 님의 사정은 폐하께 익히 들었습니다. 앞으로 원하시는 바를 이루실 수 있도록 저 역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든든하네요. 감사합니다.”

    저 인간이 저런 소리를 할 리가 없는데. 마음에도 없는 가식적인 인사를 나누며 나는 곧장 스킬부터 사용했다.

    [액티브 스킬 : 간파하는 눈 L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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