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68)화 (68/123)
  • 제68화

    여기에 온 지도 햇수로 4년, 절대로 짧은 시기는 아니라지만 그사이에 나는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겪어 버렸다.

    “힘들진 않았니?”

    “딱히 힘들진 않았어요. 라이언이 늘 도와줬으니까.”

    “……그라나다 소공작이라.”

    라이언 얘기가 나오자마자 아빠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아빠는 도저히 그 애를 좋아할 수 없는 것 같다.

    “아빠는 대체 라이언이 왜 싫은 거예요?”

    “내게서 널 빼앗아 갈 테니까.”

    “에이, 왜 그런 생각을…….”

    “비단 그것뿐만은 아니란다.”

    아빠가 반대하는 이유는 비단 라이언이 미워서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야 너희 둘이 그냥 귀엽게 사귀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으니 다들 노골적으로 반대하지 않았지. 하지만 정식 후계자는 달라.”

    “그렇다면…….”

    “국무회의에 정식으로 안건이 올라간다면 그때는 조정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거야.”

    “몽펠리에 후작 같은 사람 말이죠?”

    “몽펠리에라, 그렇겠지. 그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

    아빠는 아직 몽펠리에의 두려움을 모른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북부 일에서 몽펠리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긴 했다.

    “그쪽은 요즘 어때요?”

    “새로 시작한 섬유 사업이 크게 성공했지. 조정에서 북부 이야기로 시끄러운 사이 그쪽은 뒤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소문을 들었단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네가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왕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누구보다 그 사람을 네 편으로 삼아야 한단다.”

    “어떻게요?”

    “……네가 그자의 아들과 결혼하는 게 제일 빠른 일이겠지. 그라나다는 굳이 혼인하지 않아도 네게 충성할 테니 말이다.”

    그라나다는 언제나 왕실에 충성하는 가문이니까.

    바꿔 말하면 굳이 결혼 같은 수단을 쓰지 않더라도 그들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왕실에 충성을 다할 거라는 거다.

    돌이켜 보면 늘 그렇긴 했다.

    회귀 전 마지막 회차까지만 해도 라이언은 플로리아 언니의 약혼자였다.

    그러고는 언니가 죽고 난 이후로도 그때의 인연을 이유로 왕궁에 머물며 곤경에 빠진 나를 수도 없이 도와주곤 했다.

    어디 그뿐일까.

    매번 새로운 결혼 상대를 만날 때마다―슈덴은 아니었지만―그는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의 행복을 빌어 주곤 했다.

    “아빠가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알겠어요.”

    다분히 정치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빠의 마음도 이해는 갔다.

    “네가 고생하길 바라지 않는단다. 꽃길만 걷기를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해 줬으면 해.”

    “알아요. 다 알아요.”

    이런 말을 하기까지 아빠 역시 또 정말로 오랜 시간 고민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아빠를 꼭 껴안고 눈을 감았다.

    4년이라는 시간은 내게도 아빠에게도 많은 심정의 변화를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휘영청 뜬 달이 저 멀리 떠 있다.

    환하게 우리를 비춰 주는 저 달빛을 보며 나는 괜히 묻고 싶어졌다.

    엄마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니, 엄마라면 내가 어떤 선택을 하길 바랄까?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내게는 아무런 단서가 없다.

    엄마의 오래 친구였던 로제타 왕비님이라면 이런 내 궁금증에 대해 대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내일은 왕비궁에도 꼭 들러 봐야지.

    그렇게 각오를 하고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 * *

    “수고 많았구나.”

    장장 6개월을 끌고 난 후에야 나는 드디어 폐하를 뵈러 왔다.

    “서민 체험도 무사히 마치고 폐하께서 지시하신 사항도 모두 이루어 냈습니다.”

    야무진 내 대답에 폐하가 물었다.

    “그래, 이번 일로 무엇을 배웠느냐?”

    갑자기 주어진 주관식 질문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다행히도 나는 어제 아빠와 이야기를 나눴으니까, 나는 최대한 대수롭지 않게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인생은 마치 끝없는 궤도를 달리는 별 같아서, 마치 수많은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 미완성의 그림을 그려 가는 것 같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참으로 훌륭한 답이로구나.”

    여기가 게임 속이라서 다행이다. 이 노래 가사를 아무도 몰라서.

    흡족한 미소를 머금은 폐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완료)메인 퀘스트 ― 왕의 자격 Ⅲ]

    로드리고 국왕의 호감도 : 90(▲5)/100

    [체력] 75(▲10)/99

    [공격력] 80(▲5)/99

    [방어력] 70(▲20)/99

    [통찰력] 82(▲2)/99

    [논리학] 78(▲3)/99

    [화술] 73(▲3)/99

    [판단력] 78(▲3)/99

    [궁중예법] 15(▼12)/99

    [매력] 67(▲16)/9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