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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65)화 (65/123)

제65화

왕족도 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는다.

국왕이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는 건, 엄밀히 말해 죄가 아니니 아빠는 대공의 신분과 왕족의 신분은 모두 유지한 채 본인의 왕위 계승권만 잃었다.

바꿔 말하면 왕과 가장 가까운 혈족임에도 반란에 연루되지 않고 수도에 머무를 수 있는 것 역시도 계승권이 없는 덕분이니까.

엄밀히 말해 이건 벌이 아니었다.

하지만 빌헬름이 받은 건 왕적 박탈. 왕족으로서의 신분 자체를 빼앗고 평민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본인이 그토록 바라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데 어째 기뻐 보이지 않는다.

빌헬름은 아무 말 없이 그 종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고는 내게 물었다.

“다들 어떻게 됐어?”

“도망친 사병들은 모두 체포했어. 열쇠 공방은 폭파됐고.”

“아쉽네.”

오라버니의 스승이었던 레모스와 레반클로 부인은 방화 및 살인 교사 혐의가 적용되어 체포되었다. 그 아래의 노예들까지 줄줄이 끌려 나오며 저들의 범죄 행각이 모두 밝혀질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오라버니가 이 일에 연루된 이상, 책임은 져야 해.”

“조금은 서운하기도 해. 그냥 한 번, 없던 일로 넘어가 주시면 좋을 텐데.”

농담인 듯 뼈를 숨긴 오라버니의 자조적인 말에 울컥 화가 났다.

가게가 불탔고 사람이 죽었다.

빵집 사장님의 절규하던 모습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평생을 일궈 온 가게가 불탔고, 손에 익은 장비들은 불길 속에 모조리 녹아 버렸다.

하물며 순전히 날 견학시켜 준 죄밖에 없는 단골손님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럴 수는 없어.”

“아스타.”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건, 아스타도 알고 있잖아?”

굳게 닫힌 벽과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마을에서 나는 죄책감에 괴로워서 차마 고개조차 들 수 없었는데.

빌헬름은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무심하게 되물었다.

“잘 모르는 사람의 죽음까지 애도해야 할 책임은 없는데.”

“할 일은 마쳤으니 이만 갈게. 다음 조치는 폐하의 전령이 와서 알려 줄 거야.”

“아스타가 나서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이렇게 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무심결에 나온 빌헬름의 혼잣말이 내 발목을 잡았다.

순간 울컥해서 나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방금 뭐라고 했어?”

“……왜 화를 내고 그래.”

“어떻게, 이렇게 끝까지 자기 생각만!”

한없이 이기적인 빌헬름을 본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현생의 부모님 생각이 났다.

둘 다 자기 입장만 바라보고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같은 건 개의치 않았다.

덕분에 나는 응달에 핀 꽃처럼 숨도 쉬지 못하고 시들어 가야만 했다.

“나라고 좋아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오라버니는 모르겠어?”

“너는 이미 다 가졌잖아. 네게 그토록 상냥한 아버지도, 너만 바라보는 믿음직한 약혼자도. 그 까탈스러운 카이도 네게만은 다른 사람과 다르게 대하던걸.”

어디서부터 뭐라고 해야 할지 숨이 턱턱 막혔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알고 있다.

“오라버니는 또 이런 식으로 도망치는구나.”

자기가 저지른 잘못도 결국 남 탓으로 돌려 버리면 편하니까. 어떤 심정으로, 내가 어떤 위험을 안고 여기까지 온 줄도 모르면서.

쾅, 하고 문을 박차고 나는 왕자궁을 뛰어나왔다.

[(완료)서브 퀘스트 ― 열쇠의 시련 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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