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55)화 (55/123)
  • 제55화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해.’

    그런 의문을 숨긴 채 우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그럼 오늘은 저기서 식사하자.”

    “응, 오라버니.”

    우리가 가게를 고르는 기준은 언제나 같다.

    사람이 많을 것. 소문을 들을 수 있을 것.

    그리고 무엇보다 수상해 보이지 않을 것.

    그러니 적당한 가격의 서민 식당을 제일 많이 찾게 된다.

    “손님한테 들었는데, 여기가 손님도 많고 음식도 맛있다고 해요.”

    “그러게, 어서 들어가자.”

    지금은 라이언이 옆에 있으니까 경호 인력들은 따로 따라붙지 않았다.

    아마 손님으로 위장해서 몇몇이 더 들어오긴 할 테지만.

    우리는 근처 식당에서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토마토 스튜 세 그릇 주세요.”

    “나는 곱빼기로 부탁해.”

    잘 먹는 오라버니가 좀 신기하긴 하다.

    나나 라이언은 목적이 있으니 그렇다 쳐도, 왕궁에서 귀하게 자란 거치고 오라버니는 서민 생활이 너무나 즐거워 보인다.

    “오라버니는 토마토 스튜 좋아해요?”

    “좋아하지. 이 가게 것은 특히 맛있고.”

    솔직히 왕궁에서 맨날 눈치만 볼 때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밝다.

    대체 뭐가 오라버니를 이렇게 만든 걸까.

    “빵집 아가씨, 밥 먹으러 왔어?”

    그때 빵집 단골손님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 그래도 지난번에 추천해 주신 게 생각이 나서 일부러 왔죠.”

    “추천한 보람이 있네. 어이, 거기 주인장! 여기 귀여운 아가씨 거엔 치즈 한 장 올려 줘. 내 이름으로 달아 놓고!”

    주방에서는 웃기고 있네!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에 가게에서 뵈어요!”

    완벽한 빵 가게 직원이 되어 버린 내 모습을 두고 오라버니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스타는 굉장하구나?”

    “에이, 이 정도로 뭘요.”

    솔직히 나 자신도 이렇게까지 잘 해낼 줄은 미처 몰랐다.

    “대단한 것 같긴 해.”

    “그치. 나 대단하지?”

    “음식 나왔습니다.”

    정말로 내 그릇 위에만 치즈가 얹힌 걸 보며 나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래서, 일은 할 만한 거지?”

    “응. 이 정도면 이 생활도 충분히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반년 만에 일이 손에 붙어서 빵 포장 정도는 눈 감고도 할 수 있게 됐다.

    솔직히 말해 카이 선생님과 단둘이 수업할 때와 비교하면 수십 배는 더 재밌기도 하고.

    “빵도 맛있고, 동료들하고도 사이가 좋아졌고.”

    겸사겸사 [판단력] 수치도 올리고. 이런 생활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내가 이렇게 차근차근 쌓아 올린 행복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게 슈덴이었으니까.

    ‘아스타처럼 행복한 사람은 내 마음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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