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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40)화 (40/123)

제40화

“어디에도 안 계셔요.”

언니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나는 서둘러 언니가 죽었던 날을 떠올렸다.

“온실로 가자.”

언니의 사체가 발견된 곳은 분명 그때 그 온실이었다.

“온실?”

“서둘러야 해!”

예상대로 반투명한 온실의 유리 너머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

“나는 다 포기할 수 있어요. 당신을 사랑하니까.”

애원 섞인 목소리가 번져 나왔다. 발걸음을 애써 멈추고 조금 더 다가가자, 카이의 대답이 들렸다.

“……참으로 순진한 공주님이십니다.”

저 인간이! 조소를 담은 말에 뛰쳐나가려는데 라이언이 내 손을 잡았다.

‘왜!’

‘조금만 더 들어 봐.’

라이언이 말리는 사이 카이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런 당신을, 제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카이.”

“저는 당신에게 짐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문틈으로 가난이 오면 사랑이 창문 밖으로 달아난다고 했다.

세상 가장 귀한 여인을 행복하게 해 주기에 그는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다.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를 뽑아, 비좁은 새장에 가두는 건 사람이 할 짓이 못 됩니다.”

구구절절 늘어놓는 카이의 변명에 플로리아 언니가 폭발했다.

“……나는 당신처럼 어려운 말 같은 건 몰라요.”

문과 최고봉인 그의 지식을 예체능인 언니가 따라갈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내가 뭘 물어봐도 비웃지 않은 사람은 당신뿐인걸.”

한없이 진지한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사이, 갑자기 라이언이 신호를 보냈다.

“아스타, 플로리아 님을 모시고 온실 밖으로 달려.”

그리고는 내 손에 단검을 쥐여 주었다.

“갑자기 왜?”

“어서!”

순간 오싹한 기운에 나는 서둘러 온실 안으로 뛰어들었다.

“언니!”

“아스타?”

“두 사람 다 날 따라와요.”

외부인은 알 수 없지만 온실 뒤에는 힘으로 밀면 열리는 후문이 있다.

내가 들어왔던 그 문으로 두 사람을 데려가자 아니나 다를까, 입구 쪽에서 암살자들이 튀어나왔다.

“어서 가!”

라이언이 후방을 지키고 나는 언니의 손을 잡고 미친 듯이 달렸다.

“아스타로테 님. 이건 대체!”

“무슨 일이 있어도 언니를 지켜야 해요.”

“하, 하지만 나는…….”

“여기서 언니가 죽으면 남은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걸음이 느린 언니가 넘어지려고 하자 카이가 언니의 손을 잡았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유리처럼 연약한 팔로 언니를 번쩍 안아 올려 병사들이 보이는 곳으로 달리며 외치기 시작했다.

“암살자가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다급해 보이는 카이의 모습은 나도 처음 봤다.

“아스타로테 님!”

곧이어 내 위험을 감지한 디오니스 경이 서둘러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검을 주세요!”

이럴 때 써먹기 위해 배운 검술이다.

디오니스 경이 던져 준 검을 받아 들고서 나는 온실을 향해 달렸다.

혼자 상대하고 있을 라이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

역시나.

“위를 조심해!”

온실 근처에 도착하자 위쪽에 뭉쳐 있는 검은 무리가 보였다.

곧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온실의 유리가 깨지고 검은 그림자들이 들이닥쳤다.

파편이 튀지 않게 디오니스 경이 나를 감쌌다. 그사이 라이언은 가볍게 피하고서 암살자의 등을 밟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세상에.”

저 애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다.

그는 단검을 주워 암살자에게 날리고서 빈틈이 생긴 사이 장검으로 적을 가볍게 제압했다.

그렇게 앞에 있는 세 명의 암살자를 처단하고서 라이언은 검을 털었다.

“알려 줘서 고마워.”

“벼, 별말씀을.”

“후퇴하라!”

병사들이 달려오는 걸 본 암살자들이 도망치려고 하지만 라이언이 한발 빨랐다.

디오니스 경과 나, 그리고 라이언까지.

[(new)히든 퀘스트 ― 암살자 제거]

누구도 죽지 않고 눈앞의 암살자를 모두 제거하시오.

제한 시간 :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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