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36)화 (36/123)
  • 제36화

    “네?”

    “세상에 공짜는 없지. 이번 시험 리포트의 점수를 잘 받으면 고민해 보마.”

    “하지만 폐하!”

    점수가 유독 짠 카이에게 좋은 점수를 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인데.

    굳이 조건을 다는 폐하는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 * *

    “오늘은 독소조항(毒素條項)에 대해서 배워 볼 겁니다.”

    어린아이라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업은 어느샌가 진도를 쭉쭉 나가 여기까지 왔다.

    그래도 다행히 나는 상식 있는 어른이었기에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 계십니까?”

    “네, 저요!”

    바로 손을 들었지만 카이는 내가 아닌 라이언 쪽을 가리켰다.

    “일반적으로 작성자의 의도에 교묘하게 반하는 문구를 일컫는 말입니다.”

    “예를 들자면?”

    “아스타로테가 저와 이틀에 한 번씩은 데이트를 해 주겠다고 했지만, 거기에 수업 시간을 포함한다는 조항이 들어간다면 사실상 제게는 실익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라이언!”

    “……틀리지는 않았습니다만, 다음부터는 좀 더 일반적인 예시를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명심하지요.”

    “그럼 다음 내용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나의 불만은 뒤로한 채 진도는 쭉쭉 나갔다.

    역대 불공정했던 국가 간 조약을 포함해 리디아 2세 때 바로잡았던 최종본까지.

    “그리고 지난번에 제출하셨던 리포트를 돌려드리겠습니다.”

    “또 점수를 확 깎아 버린 건 아니죠?”

    초조해하는 내 반응 같은 건 눈썹만 으쓱하고서, 카이는 무표정하게 서류를 돌려줬다.

    “오타가 두 군데 있더군요.”

    세세한 것 하나 빠트리지 않는 저 깐깐한 성격을 대체 어쩌면 좋을지.

    투덜대며 나는 굳이 봉투에 넣어서 돌려준 리포트의 점수를 확인했다.

    “어?”

    “왜 그래?”

    언제나 백 점 만점인 라이언의 답지를 한 번 흘겨보고서 나는 내 점수를 확인했다.

    “98점이야.”

    이 정도면 폐하에게 가져가도 손색이 없는 점수다.

    “폐하께서 아스타로테 님의 성적에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뭐, 뭐라고 하셨어요?”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서 나는 숨을 꼴깍 삼켰다.

    “……이번에는 운이 좋으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너무해!”

    “상을 받겠다고 내기를 하신 분이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만.”

    지난번에 폐하와 한 약속이 걸린 일이다. 과연 폐하는 뭐라고 한 걸까.

    “그래서요, 주신대요?”

    “운이 좋은 줄 알라고 하시더군요.”

    “아싸!”

    [(완료)서브 퀘스트 ― 국무회의 법안 발의]

    보상 – [지능] 10 상승

    [지능] 40(▲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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