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13)화 (13/123)
  • 제13화

    “안녕하세요, 몽펠리에 후작.”

    시녀 차림을 한 나를 알아보고서 그는 한껏 미소를 머금고 다가왔다.

    “여기서 뭘 하시는 겁니까?”

    딱히 의미가 있을 것 같지만 나는 태연히 거짓말을 했다.

    “술래잡기하러 왔어요.”

    행여나 방 안에서 보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나는 발끝을 들어 슬그머니 열린 창문을 닫았다.

    이것만으로도 내 목적을 다 들켜 버린 것 같긴 하지만.

    “제 아들 녀석에게 이야기는 다 들었습니다.”

    “그래요?”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게 티가 많이 났던 건지, 몽펠리에 후작은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추리를 벌이기 시작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게 아닌가 했습니다만.”

    뜨끔. 나는 애써 태연한 척 호호 웃으며 숨을 꼴깍 삼켰다.

    ‘눈치는 진짜 드럽게 빠르다니까.’

    내게 호의적인 플로리아 언니 정도라면 모를까. 호감도가 마이너스인 상대의 상태창은 열어 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적의를 드러낼 수도 없고.

    이럴 때는 역시 햇볕 정책이다.

    “속이려고 해도 어쩔 수 없네요. 전 후작을 만나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거였으니까요.”

    내 임기응변에 놀란 걸까. 라이언을 숨겨 놓은 수풀 뒤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흠, 흠.”

    가만히 있으라고 헛기침으로 신호를 보내고서 나는 최대한 입꼬리에 힘을 주고 방긋 웃었다.

    “저를 말입니까?”

    “세드릭이 이미 다 전했을 텐데요?”

    그렇게까지 한 후에야 몽펠리에 역시도 본색을 드러냈다.

    “왕위를 노리시는 거라면, 그라나다보다는 제 아들을 택하는 편이 나으실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거야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상당수의 귀족을 포섭한 몽펠리에를 끌어들이게 된다면 내 왕위 즉위는 몹시 수월할 거다.

    하지만 내가 바보도 아니고, 두 번 속아 줄 이유는 없다.

    “물론! 저희 아버지이신 할슈타인 공만 허락하신다면요.”

    “호오.”

    바로 그때 눈앞에 새빨간 경고 문구가 줄이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몽펠리에가 기회를 포착해 액티브 스킬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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