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9)화 (9/123)

제9화

이 애는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을 준비한 걸까.

나는 숨을 꼴깍 삼키고서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진한 초콜릿을 입힌 에클레어와 밤을 얹은 몽블랑.

게다가 남부에서나 들어올 법한 꿀에 절인 대추야자까지.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복숭아 젤리도 준비해 뒀다.

“이걸 다 어떻게!”

“성의의 표시라고 받아들여 줬으면 해.”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 차 있다.

아무래도 팔불출 아버지께서는 사랑하는 외동딸이 좋아하는 게 나올 때마다 딸 얘기를 꺼냈던 모양이다.

“맛있어.”

복숭아 젤리를 한입 퍼먹는 순간 입 안에서 사르르 스며드는 단맛이 너무나 황홀하다.

탱글탱글한 식감과 부드럽게 스며드는 과육의 적절한 조화. 어떻게 이런 완벽한 촉감을 구현해 낼 수 있었을까!

대공 저의 요리사가 해 주는 복숭아 젤리도 맛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혼자였다면 남 눈치 안 보고 커다란 숟가락으로 정신없이 퍼먹었을 텐데.

그놈의 예법이라는 게 뭔지, 정확하게 세 입 맛보는 것으로 스푼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렇게 잘 만든 복숭아 젤리는 오랜만이건만, 안타까워하는 내 마음을 눈치챈 건지 라이언은 냉큼 선수를 쳤다.

“안 그래도 이번에 진상품으로 따로 준비해 왔어. 할슈타인 대공 저에도 내일쯤 도착할 거고.”

“정말? 진짜?”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버렸다.

그러자 그는 태연히 홍차를 한 모금 삼켰다.

“넌 나와 결혼할 사람이니까,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어.”

윽.

너무나 훅 들어오는 공격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남은 시간 : 8시간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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