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방 (327)화 (327/385)
  • 327화. 불운한 소달

    강왕세자는 소달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그냥 소씨 가문으로 잘 돌려보냈다. 소달의 부인은 남편이 다친 것을 보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나갈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왜 이렇게 다쳤어요? 부군, 부군, 버티셔야 합니다! 우리 두 모자를 버리고 가시면 안 돼요…….”

    소달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오늘 운이 아주 나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기다 이렇게 부인이 달라붙어 수선까지 피워대니 더 상황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두 모자를 버리면 안 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닥치시오!”

    소달이 크게 소리치는 바람에 상처에 자극이 갔다. 그는 갑자기 몰려오는 통증에 이를 악물고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빨리 죽어주지 않아서 불만인가 보오?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통곡하는 걸 보니?”

    소달의 부인이 갑자기 소리를 낮추고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아니, 아니에요! 부군…….”

    소달은 울화통이 터져 죽을 것 같아 숨을 깊이 들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부인에게 말했다.

    “빨리 태의나 의원을 안 부르고 뭐 하는 거요? 내 명함을 가지고 가서 엄 태의를 불러와요!”

    “예…….”

    * * *

    엄 태의가 금방 도착했다. 비녀가 꽤 깊게 박혀 있어 한참 공을 들여서야 겨우 빼낼 수 있었다. 

    소달이 한숨 돌리고 강왕세자에게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밖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금군의 군복을 입은 사람들은 기세등등하게 쳐들어왔다. 소씨 가문의 가복들이 그들을 막으려 할 때마다 그들은 서슴지 않고 칼을 뽑아 들었다. 

    소달이 금군의 통령으로 있는 몇 년 동안 소달은 사람들을 이끌고 마음대로 휘젓고 다녔었다. 소씨 가문의 하인들이 다른 사람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있었겠는가? 하인들은 갑자기 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이 소리는 후원까지 들렸다. 소달이 아직 무슨 일인지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소달의 방에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는 어리둥절해하다가 크게 화를 냈다. 

    “너희들은 어느 대대 소속이냐? 어찌 이리 법도도 모르고 우리 집 후원까지 난입한 게야!”

    앞장선 금군 도우(都虞)가 목에 힘을 주며 걸어 들어오더니 대충 인사를 하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소 장군. 저희도 명령을 받들어 일하러 온 겁니다.”

    소달은 이 도우(都虞)라는 자를 알고 있었다. 그는 소달을 적대하는 일파에 속한 사람으로 과거에 소달에게 여러 번 탄압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는 소달을 만나면 멀리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그의 모욕을 견뎌냈다. 

    ‘이놈이 감히 당당하게 찾아와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한다고?’

    소달이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 

    “누구의 명을 받들었단 말이냐? 내가 집에서 쉬고 있는데 누가 너한테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게야?”

    도우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소 장군, 폐하께서 장군의 직위를 강등하신 것을 잊으셨습니까? 장군께서는 지금 부통령이시고 그 위에 통령이 있습니다! 제가 받은 명령서에 통령의 인장이 찍혀 있으니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소달의 아들 소염이 전에 뱃놀이하다가 물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 일로 소달은 자기 아들과 다툼이 있었던 학생에게 벌을 주려고 했다가 결국 무고죄로 몰리게 되었다. 소달은 그 자리에서 장형을 받았고 직위도 통령에서 부통령으로 강등되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통령은 없었다. 소달도 그저 지나가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소달은 설마 이런 일이 생겨 누군가 자신을 찍어 누르게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었다. 

    “너…….”

    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손짓을 했다.

    “금군 부통령 소달은 충신을 박해하고 반대파를 배척하고 사람들을 고발하는 등 제멋대로 횡포를 부렸다. 이에 옥에 가두고 폐하의 처분을 기다린다. 잡아라!”

    그들은 소달이 다친 것은 아랑곳없이 그를 질질 끌어 침상에서 내려오게 했다. 

    소달의 부인이 깜짝 놀라 달려들려고 했다. 

    “부군!”

    금군은 즉시 칼집에서 칼을 뽑으며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부부의 얼굴에 서늘한 살기가 훅 올라왔다.

    소달의 부인은 이에 놀라서 우뚝 멈춰 섰다.

    소달이 숨을 헐떡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돌아가시오!”

    가문의 재산을 몰수당할 때 가문의 여인들이 규율을 잘 지키지 않는 집행관을 만나기라도 하면 모욕을 당할 수도 있었다. 

    ‘저 여자는 그런 것도 모르나?’

    소달은 이미 깨달았다. 이건 세자의 명령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이다.

    부인이 울면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부군…….”

    도우는 그녀를 힐끗 보고 소달의 곁으로 가 우뚝 서서 그를 흘겨보았다.

    “소 장군, 안심하십시오. 어쨌든 당신도 우리의 통령이었던 적이 있으니 당신 가족들을 불경하게 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뒤이어 몸을 숙이며 그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한다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소달이 부들부들 떨며 그와 눈을 마주쳤다.

    도우가 웃으며 손짓을 했다.

    “데려가라!”

    소달은 이렇게 끌려 나갔다.

    강왕세자의 뜻은 아주 명확했다. 그가 무언가를 누설하면 그의 아내와 자식의 운수가 사나울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소달은 슬픔을 금할 길이 없었다.

    자신은 오랜 시간 강왕부에 몸을 의탁하며 큰 공을 세웠다. 또 그들을 도와 나쁜 짓도 서슴지 않고 처리했다. 그런데 그들은 결국 이런 분명하지도 않은 일 하나 때문에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소달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처음부터 왜 내가 이런 주인을 따랐을까? 이렇게 냉혹하고 매정할 수가!’

    * * *

    황제가 소달이 하옥된 것을 알게 된 건 그 다음날이었다. 

    그는 눈앞에 있는 강왕세자를 바라보며 아주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형님, 아무 일도 없는데 소달을 왜 잡아들인 겁니까? 그가 무슨 짓을 했습니까?”

    강왕세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소달이 아주 많은 짓을 저질렀습니다. 전에 여(余) 어사가 그에게 제멋대로 날뛴다는 한마디를 했다고 여 어사에게 횡령죄를 뒤집어씌웠습니다. 또 뇌물을 받고 청탁을 해주거나 판결에 관여하기도 했으니 여러 죄명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폐하께서 대리사에 명하여 심문을 진행해 주십시오. 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황제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놈이 그런 짓들을 한 건 다 너 때문이 아니냐?’ 

    여 어사는 분명 강왕부를 탄핵한 이후에 안 좋은 일을 당했다. 하지만 황제 자신도 강왕부 출신인데다 어디 도망갈 수도 없었기 때문에 다시 언급하기는 곤란했었다.

    이번에는 왜 소달이 이 형님의 미움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달을 정리하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황제는 기꺼이 그렇게 해줄 생각이었다. 그는 일찌감치 소달이 강왕부의 말을 따르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이 기회를 빌려 금군 통솔자를 바꾸면 어쩌면 자신도 자기 사람을 키울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황제가 대답했다.

    “만약 정말 그런 일들을 저질렀다면, 법에 따라 처리해야겠지요.”

    강왕세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강왕세자는 이 사건을 누구에게 맡기든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대리사에 그의 사람이 있었고 소달의 입 또한 막아 두었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대강 해치우면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다.

    황제도 별생각 없이 상소문은 한쪽에 치워 두었다. 황제가 조금 있다가 대리사경을 불러야지 하고 생각하던 차에 루안이 상소를 들고 왔다. 

    루안이 공무를 마치고 물었다.

    “폐하, 설(薛) 상서(尚书)가 신에게 지시를 청했습니다. 금군 부통령 소달이 갑자기 투옥되었는데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요? 형부가 개입해야 합니까?”

    황제가 강왕세자의 상소문을 건네주었다.

    “보게, 소달을 탄핵한 사람이 있네.”

    루안은 한 번에 열 줄씩 빠르게 훑어본 뒤 다시 물었다. 

    “그럼 폐하의 뜻은 어떻습니까? 삼사회심(*三司会审: 중대한 안건에 대해 주관 형옥 기관과 감찰 기관, 사법 기관이 공동으로 심리하는 것)으로 진행할까요? 아니면 내심(*内审: 내부감사)으로 진행할까요?”

    삼사회심을 한다면 일을 크게 벌여 온 천하에 공표하는 형상이 된다. 내심을 한다면 조용히 일을 처리한 뒤 소달에게 죄명을 씌우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될 것이다.

    황제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그에게 되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루안이 말했다.

    “소달이 4년이나 금군을 지휘했으니, 이 소식이 전해지면 소란이 일까 걱정이 됩니다.”

    황제는 바로 강왕을 떠올렸다. 소달이 금군의 통령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바로 강왕의 뜻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일이 강왕의 귀에 들어간다면 소달을 처리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그럼 내심으로 하게.”

    루안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폐하께서는 어디서 주관하길 바라십니까? 형부(刑部)? 대리사(大理寺)? 아니면 내정(内廷)입니까?”

    황제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무 데나.”

    루안이 또 넌지시 일깨워주었다. 

    “폐하, 이건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비록 소달은 실각했지만, 그의 수하에 있던 부하들은 저희 쪽으로 끌어올 만합니다.”

    이에 황제가 깨닫고 말했다.

    “그럼 자네가 처리하게. 짐이 자네에게 특별 지시를 내리지.”

    * * *

    소달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지난날 자신이 감옥에 올 때는 사나운 금군들을 위풍당당하게 거느리고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두려워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이 감옥에 갇혀 썩은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감옥 안은 어둡고 습했고 상처는 은근히 쓰려왔다.

    비녀가 아주 깊게 꽂혀서 잘 치료하더라도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있어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터였다.

    아직 상처도 낫지 않았는데 또 이렇게 감옥에 갇혔으니 고질병이 될까 소달은 두려웠다. 

    ‘아니야, 내가 여기서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다.’

    조용한 감옥 안에서 그는 이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모호했다.

    ‘도대체 누가 나를 음해했단 말인가? 이렇게 시간을 쪼개서 꼬리에 꼬리를 물 듯 계획을 진행하다니. 나를 아주 손바닥 위에 놓고 가지고 놀았어. 강세안은? 그는 여기서 또 어떤 배역을 맡은 거지?’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소달은 오히려 두려움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었다.

    소달은 세자비와 왕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 일은 말이 되지 않았다. 세자가 파견한 사람이 와서 심문하면 어쨌든 한 번은 자신에게 변명할 기회를 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소달은 안심하고 자리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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