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81화 (281/284)

제12권 6화

281

“늦었구나. 정기야.”

최명희의 지친 목소리를 들으며 이정기는 눈을 감았다.

-막앗!

-뚫려선 안 된다! 죽을힘을 다해 막아!

-버텨!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절규와 같은 목소리들.

“…….”

할머니의 말이 맞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결계 내부 전체의 모든 것이 이 순간 이정기에게 느껴지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헌터들.

‘이진석 헌터.’

이진석, 김윤태, 안태민, 권신우, 주안나….

‘윤하민, 그리고 어머니.’

수많은 이들이 지금까지 자신을 기다리며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가슴이 찡하고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느껴지는 기운 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노력했구나.’

그 성장을 하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이정기의 눈이 아래를 향했다.

“와, 왕이시여…!”

아폴론과 가디언들.

“정기야…!”

유시아.

“늦었잖아.”

최인해.

그들 또한 자신을 기다리며 모든 걸 걸고 싸우고 있었다.

꽈악.

이정기가 주먹을 꽉 쥐었다.

조금 늦은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했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아직 그 누구 하나 죽지 않았다는 것.

이정기가 천천히 앞을 바라봤다.

“…….”

“…….”

최명희, 사츠키, 최인해와 겨루고 있던 닉스와 에레보스.

그 둘이 함께 선 채 이정기를 보고 있었다.

“네가 가디언들의 새 왕이구나?”

닉스.

그리고 에레보스는 씨익 미소 짓고 있었다.

“저번에 당한 것은 어떻더냐? 오늘은 널 지켜줄 자도 없는 것 같은데.”

조롱하듯 미소짓는 에레보스.

마침내 왕이 나타났다.

그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 여행 속에 완전히 가다듬어 갈무리한 자신의 기운을.

그러니 이제는 보여줄 차례였다.

타닷.

공기가 타들어가는 소리.

화아아아아악-!

사방의 공기와 마력, 넥타, 그 모든 것이 밀려 나가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무, 무슨.”

“……!”

닉스와 에레보스가 알아차렸지만 늦었다.

파앗!

모습을 감춘 이정기.

그는 어느새 닉스와 에레보스의 앞에 서 있었다.

당황한 그들이 어둠과 밤을 불러일으켰지만 늦었다.

꽈아아악!

이정기는 각 손에 하나씩 그들의 얼굴을 붙잡고.

콰아아아앙!

그대로 벼락처럼 땅에 내리꽂았다.

“커억!”

“크흑!”

닉스와 에레보스의 입에서 신음과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격을 초월한 존재였다.

물리적인 타격으로는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으며, 권능을 통해서도 그들을 상처입히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그저 내다 꽂았을 뿐인데 그들은 피를 토하며 신음하고 있었다.

파지지지짓.

이정기의 온몸에 검붉은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이정기가 붙잡은 닉스와 에레보스의 얼굴을 쥔 손에 검붉은 전류들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르르르!

천둥이 치고.

콰아앙!

번개가 내리 떨어졌다.

* * *

“아아…!”

아폴론과 아테나는 마치 신음하듯 전투를 바라봤다.

콰아아앙! 쾅! 콰아앙!

저것이다.

저것이 바로 우리의 왕이다.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티탄의 왕이.

“감히-!”

“으아아아아-!”

마치 평범한 존재라도 된 듯 밀려나고 있었다.

“마침내… 진정한 힘을 되찾으셨어.”

아폴론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정기에게서 느껴지는 힘, 그건 올림포스의 진정한 힘이자 상징이었다.

우르르르르! 콰아앙!

내리떨어지는 벼락.

쥬피터의 권능이 저 주먹에 깃들어 이 지구에 강림하고 있었다.

이 결과는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티탄은 가디언을 이기지 못했다.’

과거로부터의 싸움에서도 같은 결과가 반복되었을 뿐이었다.

하나하나가 강력하지만 그 수가 적은 가디언.

가디언에 비해 모자라다고 하지만 그 수가 많은 티탄.

그것이 균형을 이루어 전쟁을 오랫동안 끌고 갔지만.

‘결국 끝은 가디언의 승리.’

이유는 간단했다.

콰아아아앙!

가장 큰 전력이자, 그 누구보다 중요한 존재.

“왕….”

가디언의 왕은 홀로 티탄의 왕들을 상대할 정도로 강력했으니까.

“인간이 쥬피터의 힘을 온전히 이었단 말이냐-!”

쥬피터의 벼락은 이지와 초월의 경계에 벗어난 절대의 힘.

“그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벼락과 함께 나타난 쥬피터는 언제나 상황을 정리해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정도까진 아니었어. 아폴론.”

아테나의 말에 아폴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어른이 아이를 다루듯 한다.

쥬피터가 매번 티탄의 싸움에서 뒤늦게 나타났던 이유는 티탄의 왕들과 다투며 입은 부상 때문이었다.

언제나 승리를 가져가는 것은 쥬피터였지만 그 차이가 압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콰아아앙!

이정기는 말 그대로 티탄의 왕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어느새 넝마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타들어 가고 있는 닉스.

콰직-!

에레보스의 가슴에는 회복되지 않은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얻으신 것이겠지.”

또 다른 왕의 힘.

가이아, 지구의 왕의 자격을.

“끝이 다가오네.”

예언 그대로다.

올림포스의 새로운 왕이 마지막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것.

하지만.

“아직 예언은 남았어.”

그보다 더 큰 예언이 남아있었다.

신이라 자부하지만 아테나도, 아폴론도 아니 모든 세계가 하나의 아래에 있다.

‘법칙.’

그 법칙은 절대적이며 깨부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그 법칙 중 가장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것이 있었다.

‘힘이 주어지는 이유는, 그에 상응하는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이 있기에 티탄이 있다.

쥬피터가 있기에 티탄의 왕들이 존재한다.

“균형….”

세계의 법칙은 저울.

그 저울은 언제나 팽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티탄의 왕들조차 압도하는 힘, 이정기가 그 힘을 얻은 이유가 있다.

마지막 예언이자 숨겨진 예언.

아테나와 아폴론이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리며 모든 것보다 우선시했던 이유가 된 예언.

‘혼돈.’

멸망의 혼돈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날.

‘세계는 결정지어질 것이다.’

존속이냐, 파멸이냐로.

그리고 지금.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지막을 앞둔 싸움이 끝이 나고 있었다.

* * *

파짓, 파지짓.

검붉은 전류에 휩싸인 닉스와 에레보스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들의 몰골은 그들의 얼굴보다 더 심했다.

파짓! 파지짓!

검붉은 전류가 그들을 옭아매어 갉아먹고 있었다.

어둠을 끌어낸다고 하나.

파짓!

그대로 전류의 먹이가 될 뿐이었다.

“이 힘….”

티탄의 왕들이기에 알 수 있었다.

“결국… 완성되었군.”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하던 힘이 완성되어 이정기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자신들의 왕 중 하나였던 프로메테우스를 가디언들에게 넘기며까지 처벌해야만 했던 이유.

‘불.’

프로메테우스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금기.

인간에게 불을 건넸다.

그 녀석은 불이 가진 진정한 위력을 모르는 듯했지만 태초의 왕인 닉스와 에레보스는 불이 가진 진정한 힘을 알고 있었다.

그건 그저 지배받는 힘이 아니었다.

‘저항하는 힘.’

아니 그보다 더 원초적인 것.

‘재료.’

세상의 탄생, 그 시초에 관한 이야기.

아무것도 없는 무, 그 속에 일렁이는 검은 빛이 갈라져 두 개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우라노스가, 또 하나는 가이아가 되었다.

그 둘은 각자가 태초의 힘을 나누어 가졌다.

하지만 그 본질은 결국 하나.

“혼돈.”

혼돈의 힘.

혼돈이기에 그 무엇도 될 수 있다.

최악의 파괴도, 창생도.

티탄의 왕들로선 결코 가질 수 없는 힘, 인간들 또한 넥타를 손에 쥐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겁이 나 그들에게서 불을 빼앗았다.

결국.

“인간과 가디언, 그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에 의해 다시 타오르는구나.”

닉스는 그 말과 함께.

파스슷.

소멸해갔다.

그 힘이 이정기의 벼락, 혼돈에 의해 먹혀들어 간 것.

에레보스 또한 다리부터 서서히 먼지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이 완성되었다는 것은….”

에레보스는 웃고 있었다.

“‘그것’이 등장한다는 뜻이기도 하지.”

일시적인 죽음이 아닌 완전한 소멸을 앞에 두고서도 웃고 있는 에레보스.

그의 눈은 마치.

“멸망의 혼돈.”

더한 공포 속에서 도망치는 듯한 얼굴이었다.

“가디언과 인간의 왕이여.”

에레보스가 얄팍한 웃음을 지은 채 그 목까지 먼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디 발버둥 쳐 보아라.”

그의 머리통의 절반이 사라졌고.

“도망칠 수 없는 멸망을 앞에 두고 말이다.”

눈을 감은 에레보스의 머리통마저 먼지로 화해 사라졌다.

이것이었다.

가디언들과 티탄이 끝없이 충돌했던 이유.

그러면서도 서로를 멸절시키지 않았던 이유.

‘법칙.’

균형의 법칙을 깨부수지 않기 위함.

또한, 인간들에게 불을 주지 않았던 이유이자, 하잘것없는 버러지임에도 불구하고 가디언과 티탄 모두 인간에게 관심을 주었던 이유.

그 또한 법칙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법칙, 균형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만일 무너지더라도 법칙 속에서 그 힘이 탄생하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결국 이 순간은 왔다.

이것을.

‘운명.’

운명이라 한다.

완전히 사라져버린 티탄의 왕들.

이정기가 손을 내뻗었다.

콰르르르릉!

뻗어나간 전류가 히페리온을 포함한 티탄의 잔당들을 휘감고.

파슷!

그대로 먼지로 변하게 만들었다.

검붉은 전류는 거기서 끝이 나지 않은채 계속 가지를 내뻗으며 뻗어가 이진석과 인간들이 싸우고 있는 전장에 도달하여 적들을 먹어치웠다.

인류의 역사와 보존을 걸었던 싸움.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는 싸움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하지만 그건.

쿠쿠쿠쿠쿠쿠쿠쿠!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이정기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알 수 있다.’

이제는 완전해진 자신이기에, 온전한 지식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왜 이건에게 그런 변화가 생긴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크로노스.

‘녀석은 예언을 실행시키려던 것.’

주용은 그저 이용당한 것.

자신도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이 거대한 법칙 속 어쩔 수 없는 흐름을 타 이 자리에 온 것이다.

쿠쿠쿠쿠쿠쿠!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건 저택.

“무슨 일이….”

최인해가 당황하며 목소리를 내었다.

“이쪽으로.”

아폴론과 아테나, 나머지 가디언들이 물러서며 최인해와 다른 이들을 불러들였다.

“지금부터는….”

아폴론이 다가온 최인해를 향해 말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

-그들의 말이 맞다.

최인해와 연결되어 있는 헤카테 또한 최인해를 향해 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진짜.

-세계, 지구뿐만이 아닌 온 차원의 운명을 결정지어야 하는 싸움.

파아아아앗-!

이건 저택에 암흑의 기둥이 치솟았다.

그 속에서.

스윽.

누군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젊디젊은, 전성기 때의….

“이건…!”

이건이.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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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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