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권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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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을 선두로 이정기의 앞에 선 가디언들.
아폴론, 아테나, 마동철, 유시아는 물론이거니와….
“저들은?”
“넵튠이라 하오.”
처음 보는 가디언들 또한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있어야 할 가디언들 또한 보이지 않았다.
“헤르메스와 아레스는…?”
이건을 도왔었던 헤르메스, 그리고 주형태의 숨겨둔 아들이었던 주강태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죽었습니다.”
“……!”
가디언들은 죽지 않는다.
그 근원이 파괴되지 않는 한 회복하여….
“마신의 손에 소멸했습니다.”
하지만 아폴론은 그런 이정기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쐐기를 박았다.
소멸.
그리고 그 주인공은….
고오오.
이건이었다.
“아르테미스, 그렇게 분노하지 마시길. 아시지 않습니까.”
유영아의 동생이자, 이정기의 이모인 유시아가 이건을 향해 기운을 끓어 올리자 아테나가 말했다.
“저자는….”
이건을 향한 눈빛.
“마신이 아닙니다.”
“크윽.”
그녀 또한 알고 있다는 듯 기운을 거뒀으나 분노를 지우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유시아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이들이 할아버지를 적대하고 있다.
그나마 가디언들은 진실을 아는 듯 이 상황을 받아들이려 했으나 눈앞의 이건을 무시하기는 힘들어하는 듯했다.
“기분이 별로군.”
마침내 참고 있던 이건조차 한마디 거들었다.
“수십 년, 쓰레기 같은 소리들은 다 듣고 살았다지만 이 정도는 처음 본다. 전부… 이 시간대의 나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설명해.”
고오오.
이건에게서도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할아버지의 입장에서도 많이 참고 참은 것이었다.
처음부터 자신을 적대하던 그들.
그리고 언제나 세계의 안전을 위해 노력했던 할아버지가 멸망의 주범 취급을 받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아폴론이 입을 열었다.
“이진석에게 어디까지 들었습니까?”
“올림포스의 붕괴, 그리고 제가 세계를 규합해 하나의 단일 단체를 만든 것.”
“그 이유는 들으셨습니까?”
“멸망….”
이정기의 눈이 조심스레 이건을 향했다.
“할아버지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그리고 들려온 답.
“사실입니다. 올림포스의 붕괴, 하지만 그건 붕괴가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시간대의 세계는….”
아폴론이 말했다.
“올림포스와 합일되었습니다.”
* * *
올림포스와 지구의 합일.
사실 가디언들이 바라던 것은 그것이었다.
지구를 토대로 올림포스의 쇠한 정기를 회복하고 티탄을 가둘 감옥을 새로이 신설하는 것.
본래 시간대에서 그들의 목표는 이건과 시엘들에 의해 저지되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간대.
“마신은….”
할아버지이되, 할아버지가 아닌 자.
“올림포스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왕이 되었단 소리입니까?”
“아닙니다. 왕이여.”
아폴론이 말했다.
“가디언과 티탄의 왕…, 올림포스의 진정한 주인.”
“……!”
“우라노스의 넥타를 손에 얻었습니다.”
차원 그 자체의 힘.
이건은 가디언들을 해치우지 않고, 시엘들을 배반하여 홀로 행동하고선 우라노스의 넥타를 찾아 취했다.
그렇게 얻은 힘.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올림포스에서 기어 나온 자,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티탄들과 가디언들이 공통으로 했던 예언.
‘혼돈.’
혼돈에 대한 예언.
그리고 멸망에 대한 예언.
“그렇습니다.”
아테나였다.
“예언의 주인은 왕이 아니셨습니다.”
“…….”
“이건, 그가 바로 예언의 주인이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멸망.
그렇게 이건은 올림포스의 주인이 되어 올림포스를 지배하에 두었고, 그의 의지 아래 세상이 합일되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수많은 시엘들이, 가디언들이 희생당했다.
할아버지의 폭주로 가디언들과 시엘들은 손을 잡았고, 수십년에 걸친 전투를 반복해왔다.
그 사이.
‘내가 태어났다.’
다만 본래의 시간대와는 달랐다.
‘할아버지의 손이 아닌….’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세계의 시엘과 가디언들의 손에 의해 자랐다.
기나긴 전투 속, 결국 올림포스에서 두 세력은 공멸에 가까운 피해를 받았고 이건을 잠시 봉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 전투에서 수많은 이가 죽었으나 마침내 통로를 여는 데 성공했다.
그 통로로 먼저 시엘들이, 그리고 뒤이어 새로운 통로로.
“내가….”
“예. 왕께서 지구로 귀환하셨습니다.”
이정기가 지구에 올 수 있었다.
먼저 돌아와 세력을 키우던 시엘들은 당연히 이정기의 이야기에 수긍했다.
이미 그들을 통해 사실을 알고 있던 이성 또한 이정기에게 모든 것을 넘겼다.
그렇기에 이정기는 세계를 규합해 하나의 단일 세력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세계의 합일.”
올림포스와 지구의 합일.
올림포스의 것들이 지구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봉인된 이건.
‘그를 어디 봉인했겠는가.’
한 군데뿐이었다.
“타르타로스….”
타르타로스.
티탄들의 감옥.
“그는 그곳의 왕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모든 티탄들을 규합해 휘하에 두었다.
이건이 귀환한 그 날, 세계는 충돌했고.
‘나와… 할아버지가.’
두 조손이 충돌했다.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가디언, 지구 연합의 참패였다.
봉인되었던 이건, 그는 이미 올림포스의 진정한 왕이자 멸망, 마신이 되어 있었다.
원래도 최강이었던 그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더욱더 문제는.
“왕께선 시련을 이겨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정기는 진정한 왕이 되질 못 했다는 뜻이었다.
그날, 세계의 절반이 소실되었다.
인류의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세계 절반이 파괴되어 해수면이 높아졌다.
그래도 이정기는 끝까지 마신에게 대항했고, 마신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데 성공했으나….
“사망했다.”
죽었다.
끄덕.
“그리고 저희는 나머지 세력을 규합해 마신의 세력에 대항하는 중이었습니다.”
“…….”
“언젠가.”
아폴론, 그리고 아테나가 말했다.
“왕께서 귀환하신다는 예언만을 믿고.”
꽈악.
이정기가 주먹을 쥐었다.
최악의 시간대.
벌어진 일들은 최악이라는 말로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최악이었다.
‘주용.’
정말 그가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이었을까.
“할머님은…?”
“이성 회장은….”
아폴론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왕의 각성을 조금이라도 더 이끌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습니다.”
“크윽!”
모든 것이 거짓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들이 마신, 할아버지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과 같은 분노가 치솟았다.
그 대상.
“주용은! 그자는 어디있습니까!”
그가 바라던 시간대다.
그가 할머니를 죽게 내버려 두었다고?
말도 안 된다.
그를 잡아야 한다.
바로 잡아야 한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
“이성 회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퍼진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됐죠.”
“그럴… 리가.”
말도 안 된다.
“그는 크로노스입니다. 티탄이 어떻게 스스로 자멸했단 말입니까?”
“크로노스…! 그가 크로노스란 말입니까?”
몰랐다?
“그렇다면….”
가디언들의 표정이 속속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답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예언은 틀리지 않은 건가….”
“모든 것을 바로 잡을 수 있겠어…!”
희망.
“어디 있습니까? 당장 찾겠습니다.”
할아버지가 멸망을 일으킨 주범이고,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이 사라진 세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낸 장본인.
이정기는 한순간이라도 빨리 이 시간대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쿠쿠쿠쿵!
갑자기 흔들리는 대기.
이정기는 곧장 뒤를 돌아 두 주먹을 교차시켰다.
콰아아아앙!
핵폭탄이라도 떨어진 듯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을 때.
“걱정 마라. 내가 지켰으니.”
이정기의 뒤편에서 이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슷!
내뿜어지는 마력의 기운에 흩어지는 연기.
그 위에 이정기로서도 아찔해지는 기운의 주인이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할아….”
익숙한 얼굴.
아니.
“마신…!”
과거의 할아버지와 똑 닮아있는 그가 천천히 땅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 * *
쩌릿, 쩌릿.
가디언들의 왕의 힘, 그리고 라돈에게서 빼앗은 정수를 원천으로 이정기는 더 이상 자신이 밀릴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크로노스와 격전을 치르고 잡지 못했지만 그건 힘의 부족보다는 상성의 문제였고, 자신의 각성상태가 부족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지금 온몸을 저리게 만드는 이 느낌.
‘이것이….’
마신.
이 시간대의 할아버지의 기운이었다.
타앗.
마신이 땅에 내려온 순간.
꿀렁!
대지가 요동쳤다.
곧이어 뒤집히기 시작한 땅.
그 파편들을 막아내며 이정기는 꼿꼿이 서 있었다.
“불편한 기운이 느껴져 찾아왔건만.”
젊디젊은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렸다.
“네가 어찌 여기 있는 것이냐. 나의 사랑스러운 손자야.”
두 눈.
이건의 두 눈은 마치 칠흑과도 같았다.
검은 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듯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갈 듯한 두 눈.
온몸에서 퍼져나오는 패도적이고 압도적인 기운.
‘마신.’
왜 이 시간대에서 그가 마신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두 왕의 힘을 얻은 자신으로서도 쉬이 승산을 장담할 수 없는 기운.
아니.
‘동률… 그 이상.’
마신이라 불리는 이 시간대의 할아버지가 자신과 같거나 그 이상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꿀꺽.
자신이 올림포스의 왕이 되어 가이아의 넥타를 얻었고 그 결과 두 왕이 되었듯.
‘티탄과 우라노스.’
할아버지 또한 두 왕의 힘을 얻었으니까.
“그리고….”
씨익.
마신이 웃었다.
“저건 나인가?”
이건을 발견해 미소 짓는 그.
이정기를 제외한 모두는 감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게 마신의 기운에 얽매여 있었다.
“마침내 그날이 왔군. 가디언들이 기다리던 날 말이야.”
스윽.
자세를 바꾸는 이 시간대의 이건.
‘저 자세는…!’
이정기는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두 팔을 교차시키며 벼락의 힘을 이끌었다.
“세상이 멸망하는 날 말이야.”
콰아아아아아아아악!
볼텍스가 다시 한 번 이정기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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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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