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67화 (267/284)

제11권 17화

267

-강이의 아들이겠구나.

이정기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있지도 않은 손자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믿어주는 최명희.

-뭘 그리 놀라지? 네 생김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

확실히 이성이란 거대한 기업과 길드를 이끄는 수장이라는 것일까.

재빠른 상황판단과 통찰력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믿으시는 겁니까?

-믿지 않을 이유가 있나?

최명희가 말했다.

-이성 길드 하우스에 침입할 수 있는 존재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몇이 되지 않는다. 거기다 네가 가진 이 기운.

지금의 이정기는 힘을 갈무리한 채 최소한의 기운만이 몸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준 낮은 헌터가 보자면 겨우 랭커의 끝자락에 발 딛고 있을 정도로 보이는 상황.

최명희는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보고 있었다.

-결코 본 적 없는 기운이다. 이런 힘을 가진 존재를 내가 몰랐을 리 없지.

“……….”

-그래서 여기 온 이유가 무엇이지?

그 짧은 사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정기의 방문에 이유가 있음을 말하는 최명희.

-할머님이 위험합니다.

끄덕.

-누군가 할머니를 노리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할머니라 그리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군.

최명희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누가 날 노리고 있다는 게 더 듣기 힘든 이야기로군. 뭘 해주면 되지?

최명희가 무서운 눈빛으로 이정기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든지 협조하도록 하지.”

“……!”

갑작스러운 최명희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이성의 길드원들.

“지금부터 회장에서 움직이는 자들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 처벌의 기준은 감히 나.”

최명희가 뒤 돌아 길드원들을 향해 말했다.

“최명희를 노린 죄다.”

“……!”

더욱 더 놀라는 길드원들.

하지만 아직 놀랄 것은 하나 더 남아있었다.

“추우우웅-!”

독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최명희의 명령에 당연한 이야기를 듣듯 받아들이듯 명령을 따르며 고개를 숙이는 길드원들.

-어디.

최명희가 다시 이정기를 보며 말했다.

“해보고 싶은 대로 해 보거라.”

* * *

이정기는 시간이라는 힘이 가진 기운의 단편적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겨우 흔적에 불과한 것이라.

스윽.

확실히 시간의 힘을 쓰는 그 녀석, 크로노스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녀석의 힘은 넥타와 마력도 존재하겠지만 시간이라는 것이 더욱 컸다.

시간이라는 힘이….

‘녀석의 기운을 덮고 숨겨주었다.’

그렇기에 이정기는 곧장 녀석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분명 이곳에 있다.’

공간 이동을 하며 시간의 냄새를 맡았다.

녀석은 이 사이에 숨어 모습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은신?’

아니다.

분명….

“이 자리에 있는 분들 중 서로가 모르는 자가 있습니까?”

모습을 드러낸 채 기운만을 숨기고 있는 것일 거다.

‘하와이안 셔츠.’

녀석이 입고 있던 옷.

그리고 보았던 녀석의 얼굴.

이정기가 알고 있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한국인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를 노렸던 것.’

또한.

‘할머니를 노리는 것.’

녀석은….

‘이성과 관계있다.’

자신이 아닌 이성 그 자체에 관심이 있어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 거다.

“없다.”

최명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회의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얼굴을 알고 있고, 이들은 이성과 함께 해온 형제이자 가족들이다.”

“그렇다면….”

이정기는 이미 수십 번, 회의장에 있는 이들의 얼굴을 살폈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남자는 어디에도 없었고, 그 얼굴을 지닌 남자도 없었다.

‘얼굴은 어차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

자신이 보았던 것이 가짜이든, 지금의 얼굴이 가짜이든 얼굴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거다.

“이 중에 분명 최명희 길드장님을 노리는 자가 숨어있습니다. 그걸 확인하고 싶은데요.”

“음.”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최명희.

그녀가 뒤를 돌아 길드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길드장님께서 확인하실 방법이 따로 있으십니까? 그게 아니라면….”

과격한 방법을 쓰는 수밖에.

“의미 없는 일이다.”

최명희가 단호히 말했다.

“너를 제외하곤 모두 절차를 거쳐 이 자리에 있는 것이지. 분명한 우리의 길드원들이다. 그러니 만약 네 말대로 나를 노리는 자가 있다면….”

사납게 빛나는 눈동자.

“누군가 나를 배신한 것이 분명하다. 그건 어떤 방법으로도 확인할 수 없는 것.”

최명희는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쓸데없는 배려 따윈 필요 없다. 원하는 모든 것을 해라. 그리고….”

그 사나운 눈동자는 지금의 이정기마저 기를 누를 정도였다.

“나를 감히 노린 녀석을 찾거라.”

역시 할머니답다는 생각.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이정기가 앞에 섰다.

사실 지금까지의 일련의 행위는 전부 녀석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게 하기 위함.

그리고, 할머니의 면을 세워주기 위함이었다.

이제부턴 다르다.

사아아.

이정기에게서 뻗어 나오는 마력.

“흐읍!”

“커억!”

“무, 무슨 짓을…!”

그에 짓눌린 헌터들이 목을 부여잡고 신음하기 시작했다.

“크어억!”

“길…드…장…님!”

어느새 힘은 회장 전체를 집어삼켜 모든 헌터들을 통제권 안에 두었다.

압력에 의해 서서히 죽어가는 헌터들이 온 힘을 다해 최명희를 부르짖고 있었다.

그러나 최명희는.

“…….”

아무 말 없이 서 그 광경을 볼 뿐이었다.

‘진작 이렇게 해야 했어.’

서서히 모두의 숨통을 조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녀석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미 녀석의 몸 안 깊숙이 자신의 기운이 침투하여 녀석을 드러낼 것이 분명했다.

털썩.

쓰러져가는 헌터들.

그러다 문득 이정기는 궁금증이 일었다.

-괜찮으신 겁니까?

언제나 할머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과거의 할머니는 처음이니 궁금했다.

도대체 할머니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날 노리는 녀석이 있다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너는 그런 녀석을 좇아 과거로 왔고.

끄덕.

-내가 당한다면 너에게도 피해가 생긴다는 것 아니냐?

“……!”

-또한, 그로 인해 내 자식들이 피해를 받을 수도, 우리의 이성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지.

미래의 일.

그것을 위해.

-지금의 희생은 감수해야겠지.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버린 자들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버렸다.

-안전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가족을 저버렸고, 스스로를 내버렸다. 그렇게 가지려 했던 미래인데 지금의 문제로 망가트릴 수는 없지.

오직 하나.

‘미래.’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들.

-찾아라. 필요하다면….

최명희는 말했다.

-나를 죽여도 좋다.

최명희는 지금 그녀를 노리는 존재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 그리고 이성의 수많은 헌터들의 궁극적인 목표.

올바른 미래를 노리는 적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내버리는 것이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현재의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누누이 들었던 할머니의 그리고 이성의….

‘신념.’

이제 알 것은 알았다.

그리고.

파앗!

이정기는 회장 전체에 풀어놓았던 힘을 일점에 집중했다.

“커억!”

비명을 내지르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사내.

“그대였군.”

최명희는 짐작했다는 듯 처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자가 누구입니까.”

이제야 정체를 알 수 있다는 생각에 묻는 이정기.

그리고 들려온 대답은.

“주용, 나의 남편이지.”

이정기의 의심 중 하나를 해결해주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대답뿐이 아니었으니.

투캉!

날아든 창과 같은 것이 이정기의 손과 맞부딪혀 튕겨 나갔다.

“끝까지….”

헐떡이던 사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크게 일그러진 미남자가 이정기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를 방해하는구나.”

* * *

주용.

그였다.

“크로노스.”

티탄의 왕 중 하나이자, 올림포스 전체를 두렵게 만들었던 힘.

시간을 가진 존재.

그렇기에 모든 퍼즐은 맞아떨어졌다.

‘주용은 나를 원하는 게야.’

시간 역행 전에도 주인배와 주형태를 이용해 이성을 노려왔던 그.

할머니는 그의 목적이 할머니라고 말했었다.

그러니.

‘아버지 어머니.’

녀석은 자신의 부모님을 노렸고.

‘할머니.’

또 무언가를 위해 지금의 시간대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끝이야.”

이정기는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녀석을 향해 다가갔다.

“네가 무얼 계획하고 있든, 이제 의미 없어.”

주용은.

“지금 내 손에 잡혀 죽을 테니까.”

그렇게 말한 이정기는 잠시 최명희의 눈치를 살폈다.

어찌 되었건 주용은 지금 할머니의 남편.

그리고.

‘불쌍한 자다.’

할머니는 분명 주용에게 어느 정도의 마음이 있어 보였었다.

하지만.

“내 눈치 볼 것 없다.”

최명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쌓아 올린 미래를 노리는 적이다. 그것만 생각하도록. 그리고.”

최명희가 쥐었던 주먹을 펴며 말했다.

“내 도움이 필요한가?”

원한다면 직접 나서겠다는 모습까지.

“아닙니다.”

이정기 또한 그녀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의 일은 과거의 그녀가 낄 수도, 끼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앞서나간 시간, 미래의 자들끼리 해결해야 될 일이었다.

스륵.

이정기의 신형이 그림자에 녹듯 사라졌다.

파앗!

나타난 이정기는.

꽈아아악!

다시금 주용의 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고통을 주며 고문하고 싶었다.

그러나 장소도, 상황도 좋지 않았다.

빠각!

그렇기에 녀석을 죽이는 것.

그것에 집중했다.

부서진 목의 소리,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는 녀석의 신형.

하지만.

스으윽.

녀석의 신형은 다시금 먼지처럼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화아악!

뒤에서 익숙한 시간의 기운이 느껴졌다.

일전의 빛기둥!

그리고 녀석이 노리는 것은.

파앗!

할머니일 것이다.

이정기가 순식간에 이동해 최명희를 붙잡고 땅을 굴렀다.

과연, 그곳에 내리쳐진 빛기둥이 최명희를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순서를 잘못 생각했었나 보군.”

그 뒤에 멀쩡히 선 주용이 말했다.

“먼저 이건부터 찾았어야 했나?”

그런 그의 모습이.

스르르.

재처럼 변해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곧이어 완벽한 형체를 갖췄을 때.

“감히-!”

이정기는 분노를 터트리며 녀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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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 스 | 02-6442-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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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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