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66화 (266/284)
  • 제11권 16화

    266

    “하아.”

    숨이 턱 막혀왔다.

    “흐아아아아!”

    토해내고 싶은 것이 울음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아, 하아.”

    숨이 가빠오고, 온몸이 저렸다.

    몸 밑바닥에서부터 무언가 끓어올라 머리끝까지 채우는 듯한 느낌.

    그것이 온몸을 뜨겁게 하며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감정은 화산처럼 폭발하는 분노였다.

    손에 잡혀 있는 녀석의 목을 꺾어버렸음에도 그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아!”

    이성이 마비되는 순간에도 떠오르는 수십 가지의 생각.

    너무나 쉽게 녀석에게 끝을 주었다는 생각.

    ‘왜!’

    진작 부르지 않았을까.

    왜 이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을까.

    왜 두 부모님이 그런 일을 당해야만 했을까.

    머리는 점차 뜨거워지고 심장은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런 이정기를 멈춘 것은 다름 아닌.

    “이건의 핏줄이어선가, 아니면 가디언의 왕이 되었기 때문인가?”

    장난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파스스슷.

    이정기의 눈앞에서 목이 꺾여진 하와이안 셔츠의 남자가 가루로 변하더니 다시 합쳐져 원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정말이지 괴물 같은 힘이야. 시간조차 어찌할 수 없다는 건가?”

    이정기는 그 순간.

    피식.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버렸다.

    “다행이다.”

    “다행?”

    “널 그대로 죽인 줄 알고 얼마나 원통했는지 알아?”

    진심이었다.

    “왜 부모님을 죽였느냐, 시간을 왜 돌렸느냐, 이따위 것은 묻지 않을게.”

    이정기는 양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녀석을 향해 말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네가 목숨을 구걸하게 만들 거야. 죽이지 않고 끝까지 고통스럽게 해줄 거야. 감히….”

    쿠쿠쿠쿠쿠쿠!

    사방의 공기가 변화하며 녀석의 빛기둥을 밀어냈다.

    “내 눈앞에서 내 부모님을 죽인 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으니까.”

    이번에는 그러지 않겠다 다짐했다.

    결코, 한 번에 녀석을 처치하지 않겠다고.

    내가 생각하는 모든 방법으로 녀석을 고통 속에서 표류하게 만들 것이다.

    콰악!

    생각과 동시에 이정기는 녀석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이번에는.

    빠각!

    녀석의 목이 아닌 팔을 부러트렸다.

    찡그려지는 녀석의 얼굴.

    이정기는 다시금 더욱 진한 미소를 띠었다.

    그냥 부러트린 것이 아니다, 녀석의 구조 그 자체를, 마력과 넥타의 연결 자체를 끊어놓았다.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야.”

    치이이익-!

    녀석의 부러진 팔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분해한 구조 속에 화염을 집어넣었다.

    속에서부터 타오르는 열기가 녀석의 팔을 타고 온몸으로 흐를 것이다.

    “쉽게 죽이지 않을 거야.”

    “미… 친.”

    마침내 녀석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났다.

    그 순간.

    파슷! 파스스슷!

    다시금 녀석은 사라지고, 다시금 나타나 이정기의 앞에 서 있었다.

    “마지막 발악쯤은 얼마든지 받아주지. 기다려라! 곧 네 놈은 그 존재 자체가 지워질 테니.”

    이정기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녀석.

    이정기는 그럼에도 미소 지었다.

    “이 정도면 알 것은 다 알았어.”

    지금 알고 싶은 것은 복잡한 것 따위가 아니다.

    녀석은 살고 싶어한다.

    그리고.

    ‘고통을 느낀다.’

    그 두 가지면 충분하다.

    끝없이 시간을 거슬러 재생한다?

    씨익.

    그렇다면 끝까지 그 시간 속에서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파아아아아!

    다시금 하늘에서 빛기둥이 내리쳤다.

    나아가려는 이정기를 쇠사슬처럼 묶어내는 빛기둥.

    “또 보지.”

    그 빛과 함께 녀석이 사라졌고.

    파스스슷.

    이정기의 육신 또한 먼지가 되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끝에도.

    씨익.

    이정기는 분노를 숨긴 채 웃어 보였다.

    * * *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알 것 같았다.

    ‘시간 역행.’

    또다시 시간이 되감겨진 것이었다.

    변화는 또 있었다.

    “느껴져.”

    눈을 뜨기 전 감각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를 집어삼켰던 그 시간의 빛기둥, 그 기운이 조금이나마 느껴진 것이었다.

    겪지 못한 힘이기에 알 수 없었던 것이.

    ‘왕.’

    왕의 힘을 가지게 된 지금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후우.”

    머리도 조금은 식었다.

    시간이 돌려졌다는 것은 어머니, 아버지가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녀석에 대한 분노로 묻어두었던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왜?”

    녀석은 말했다.

    ‘네 존재가 지워질 거다.’

    만일 동일한 시간 축의 일이 미래로 이어져 지금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다면 녀석이 한 말이 이해가 된다.

    어머니 아버지를 만났던 시점은 분명 자신이 태어나기 전.

    헌데 녀석의 손에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나는 태어나지 못했어.’

    자신의 존재는 녀석의 말대로 지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멀쩡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렇다면 녀석은 무엇을 위해 어머니 아버지를 노렸으며, 또 한 번 시간을 되감은 것일까.

    고민을 해도 쉬이 답이 나올 순 없었다.

    ‘아는게 부족해.’

    자신이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관리자.’

    관리자에게 도움을 청해보려 해도 마찬가지.

    “시간이… 감겨있어.”

    왼팔에 채워진 쇠사슬에 시간의 기운이 감겨있었다.

    아마 관리자 또한 시간 역행의 영향을 받아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나는 영향을 받지 않는 건가?”

    아닐 거다.

    그렇다면 내 존재가 지워진다는 헛소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향이 적은 거다.’

    왕이기에.

    또.

    ‘두 왕.’

    관리자의 말에 의해 자신이 일반적이지 않기에 녀석의 시간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머리가 식었다고 분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잡는다.’

    그리고 고통을 준다.

    그 다짐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다.

    녀석을 찾는다.

    “이제 제법 힘에 익숙해지고 있어.”

    두 왕이 되어 힘에 대해 익숙해지기도 전 벌어진 일에 정신이 없었지만, 한 번 힘을 폭발시키며 사용했기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이정기는 곧장 머릿속에 녀석의 얼굴을 떠올렸다.

    ‘찾는다.’

    그리고.

    ‘잡는다.’

    오직 그 두 가지 생각만을 머릿속에 가득 담자.

    우르르르… 쾅!

    천둥과 벼락이 내리쳤다.

    눈을 뜬 이정기는.

    “웬 놈이냐.”

    수많은 헌터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 * *

    쥬피터 할아버지의 힘.

    왕의 힘.

    그리고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신기, 관리자를 옭아매던 속박, 벼락.

    그것으로 이정기는.

    ‘공간이동.’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그 조건도 깨달을 수 있었다.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곳은 내가 가보았던 장소 혹은….’

    내가 겪어본 기운이 있는 곳.

    이정기가 떠올린 것은 녀석.

    가증스럽게도 자신의 앞에서 부모님을 스러지게 만든 크로노스의 기운이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움직여 나타난 곳.

    채채채채채챙!

    수십 개의 병장기 소리가 동시에 울리며 폭발적인 마력이 자신을 노려오고 있었다.

    수백 명은 되어 보이는 헌터의 집단이 자신을 둘러싸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들의 행색을 보니 확실해졌다.

    ‘과거야.’

    아버지 어머니를 만났던 그 시간보다 더욱 과거의 시대.

    헌터들이 입고 있는 복장, 그리고 무구의 상태와 전체적인 헌터들의 수준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정기의 관심을 끄는 것이 있었다.

    사아아.

    가라앉아 밀려오는 기운.

    그들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헌터라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들이 어느 한 집단에 속해 있으며 가슴에 그 집단의 표식이 있다는 것.

    “음.”

    “웬 놈이냐 물었다!”

    이정기는 그 표식을 보며 묘한 것을 느꼈다.

    낯익은 위화감.

    그리고.

    “어떻게 이성의 길드 하우스에 침입한 거냐!”

    그 표식이 과거 이성이 쓰던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이제야 상황을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지금과 다른 과거의 이성 길드 하우스.

    그곳에서 헌터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고, 자신이 그들 사이에 갑작스레 나타난 것임이 분명했다.

    회의를 하던 중이니 당연히 최고의 기밀과 보안을 유지하고 있었을 터, 그곳에 나타난 자신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안인회 공대장…!”

    안인회 공대장을 포함한 이성의 공대장 중 몇몇이 젊은 얼굴로 그 곳에 서 있다는 것을.

    그렇다는 건 이곳에 그녀가 있다는 것이었다.

    “비켜서라. 네놈들의 상대가 아니다.”

    “길드장님!”

    쩔그럭, 쩔그럭.

    구두 소리가 아니다.

    전장을 휘젓는 군인의 군홧발 소리.

    그리고 그 소리를 내는 주인은.

    처어억!

    갈라진 홍해 속을 거닐 듯 헌터 사이를 거닐어 이정기의 앞에 섰다.

    “그대는 누구지?”

    순간 이정기는 말문이 막혔다.

    영상을 통해서 보았고 이야기도 충분히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성의 길드장이자 주인, 최명희라고 한다.”

    실제로 보게 된 할머니의 젊은 모습은 가히 여신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기다란 흑단 같은 머리칼 그 속에서 빛나는 두 눈동자는 진부하지만 하늘에서 빼다 박은 보석,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네 할머니랑 왜 결혼했냐고?’

    할아버지 또한 누누이 말했었다.

    ‘뭐 이유야 많지. 하지만 말이다.’

    그때 미소를 지으며 말했던 할아버지의 말.

    ‘이뻤거든. 말이 안 나올 정도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제대로 깨달은 것 같다.

    아름다움이라는 말 그 자체.

    “그대가 예사롭지 않은 존재임은 안다. 하지만.”

    그런 여자가 살기를 내뿜는 순간.

    “이곳은 이성, 그리고 나는 죽음을 불사하며 길드원들을 지킬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전쟁의 여신이 되었다.

    “스스로를 밝히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것, 양해해주길 바란다.”

    그런 최명희를 향해.

    “저는….”

    이정기는 입을 열었다.

    -당신의 손자입니다.

    머릿속을 향한 목소리.

    최명희의 눈동자가 일순 흔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과연 그녀는 이성이라는 기업과 길드를 이끌고 여제라는 칭호를 이어받은 자다웠다.

    -인배의 아들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임에도 그녀는 받아들이고 되물었다.

    -아니겠군.

    그녀의 눈이 다시금 평온을 찾으며 물었다.

    -강이의 아들이겠구나.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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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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