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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264화 (264/284)

제11권 14화

264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몬스터들을 일도양단하는 이강.

섬광이란 이명의 그는 이름처럼 빛과 같은 속도로 몬스터의 사이를 누비며.

“크아아아!”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이강의 움직임에 온 신경을 다 쓰며 이강을 쫓았고, 그런 움직임은 어느새 몬스터들의 기이한 행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묘한 움직임.

이강의 움직임은 마치 그림을 그리는 듯했다.

‘몬스터들이 형태를 지니며 서 있어.’

빠른 움직임을 쫓다 보니 만들어진 형상.

그 위로.

“얼어붙어라!”

유영아의 정령 마법이 떨어져 내렸다.

채채채채채챙!

그림을 그리듯 서 있던 몬스터의 행렬 그 자체가 얼어붙었다.

몬스터들은 마력에 대한 저항력이 저마다 있으며, 강력한 몬스터들일수록 그 저항력과 반발력은 수준급 이상이라 말할 수 있었다.

헌데 그런 몬스터들을 한 번에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해….”

막대한 마력, 그리고 세밀한 조정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나도 아닌 다수, 그것도 복잡한 그림을 그리듯 서 있는 몬스터들을 얼리는 능력.

그것이….

‘유영아.’

어머니의 힘이었다.

이정기는 특석에 앉은 관람객처럼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더….’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를 잠식하고 있었다.

지구에서 어린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놀이공원에 간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자신에게는 없는 기억.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이정기에겐 그런 순간이었다.

서걱!

몬스터들이 있던 곳은 자신에게 놀이터.

째에엥!

몬스터들은 놀이기구.

그것이 어릴 적 자신의 인식이었으니.

“후우!”

이곳이 놀이공원과 다를 것이 없었으며, 비록 저들은 모를지언정 자신에게는 이것이 부모가 자신을 놀아주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남들이 들었다면 비웃을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또 하나.

“…….”

지금 이정기는 아주 특이하고도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보호받는 느낌.’

평생을 느껴본 적 없는 감정.

“대충 정리가 끝났습니다.”

가슴 따뜻해지는 포근함.

“어디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이강도, 유영아도 모르지 않았다.

그들은 이정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했기에 팀원들에게서 떼어놓아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을 손님이라 생각하며 진심으로 보호하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

이정기는 잠시 눈을 감았다.

‘깨야 할 꿈이야.’

안다.

수십 수백 번 생각했다.

그럼에도.

‘깨고 싶지 않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 시간이 지속되기를.

“덕분에 괜찮습니다.”

이제 이정기는 이 시간을 즐기고자 했다.

* * *

“그렇게 빠른 움직임은 처음 봤습니다.”

이정기는 첫 번째 전투 이후 제법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과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또한 이렇게 만나게 된 부모님에 대해 너무나 조심스러웠기에 그랬었다.

그러나 첫 전투 이후 이정기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이 시간을….’

조금만 더, 그리고 제대로 즐기자고.

비록 이들에게 자신은 아들이 아닌 경계해야 할 헌터라고 하지만 이들과의 시간을 조금만 더 소중히 여기자고.

그리고.

‘이 게이트까지만.’

게이트의 공략 때까지만 그렇게 하자고.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시간.

그토록 갖고 싶었던 시간이었다.

“몬스터입니다!”

자신도 이 정도의 보상은 받아도 되지 않겠냐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달려드는 수많은 몬스터들.

이정기는 녀석들이 결코 밉지 않았다.

“…….”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정기가 나서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강은 모를까, 어머니인 유영아는 어느새 자신을 더더욱 경계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으니까.

타앗!

전투가 오래가면 이정기도 움직였다.

퍼엉!

힘 조절을 해가며 적당히 몬스터들을 상대해나갔다.

탁!

이따금 이강과 등을 맞대며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이기도 했다.

“괜찮으십니까?”

이강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저는 괜찮습니다. 더 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정기 또한 그를 걱정하며 말했다.

씨익.

그렇게 이강과 이정기는 서로 웃으며.

서걱! 퍼엉!

몬스터들을 헤집으며 나갔다.

잠시 주어진 휴식시간.

이강은 음식을 꺼내 이정기에게 주며 말했다.

“드시죠.”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이정기는 혹시나 이강이 부담스러워할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음.”

잠시 고민하는 듯한 이강.

하지만 그는 곧 그의 특유의 미소와 함께 답했다.

“그럴까?”

역시나 사람 좋음이 느껴지는 모습.

이정기도 그 모습에 마주 웃었다.

“정기를 보면 자꾸 이상한 게 떠오른다.”

“어떤…?”

“아버지.”

이강이 멋쩍게 웃었다.

“자주 보지도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단 말이지.”

“……!”

이강의 말에 이정기는 순간 당황을 들킬 뻔했다.

‘뭘 보여주지 않았는데?’

일부러 움직임을 숨겼다.

짧고 간결하게, 그저 힘만 강한 헌터처럼 행동했을 텐데.

“아아. 오해하지마. 그냥 분위기? 그런게 닮았다는 거니까.”

“…….”

“몬스터를 대하는 태도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 말이야. 영아는 안 그래?”

이강의 말에 유영아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님의 모습도….”

말을 아끼던 유영아가 입을 열자.

“커억!”

이정기는 복부를 꿰뚫린 것처럼 숨을 토해냈다.

“신기한 인연이야. 이름도 그렇고.”

“……….”

“정기. 어머니가 얘기했었지?”

“……!”

이정기가 그 순간 눈을 크게 치켜떴다.

“아버지처럼 망나니로 살지 말라고, 내 이름을 그렇게 짓고 싶었다고 하신 적이 있었거든.”

그럼….

‘할아버지가 그렇게 지었던 이유가 할머니 때문이었구나.’

이건이 자신의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했는데, 사실 그 이름이 최명희에게서 온 것이었다.

“뭔가….”

유영아도 이제는 조금 편해진 것인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나랑? 신기하네.”

이강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영아, 당신이랑 조금 닮은게 아닌가 했거든.”

“켁, 케엑.”

“그래서 그런가? 경계해야 마땅할 사람인데, 경계심이 들지가 않네.”

이정기는 무어라 말도 제대로 못 한 채 입에 꾸역꾸역 음식을 집어넣고 있었다.

“소속은 있어? 그럴 리 없으려나? 그랬다면 내가 모르지 않을 테니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강은 계속해서 말했다.

“만약 정기만 괜찮다면 우리 길드에 몸을 의탁하는 건 어때? 어머니나 아버지도 널 보면 왠지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야? 그냥 혹시 필요한 게 있다면 얼마든지 기대도 좋다는 것이지.”

이정기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을 그렇게 부르고 싶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사실 이 시간 자체도 자신의 욕심이라는 것을 안다.

되돌려진 시간.

‘만약… 아주 만약의 가능성이 있어. 내가 무언가 행동한다면… 미래가 바뀔 수도.’

지금의 사소한 사건이 훗날 어떤 영향을 줄는지 모른다.

그것이 아버지 어머니의 미래에 악영향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응?”

이정기는 참지 못했다.

“언젠가 두 분이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는 두 분을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갑자기?”

뜬금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런.”

“할아버지의 손에 자랐죠.”

이강과 유영아가 말을 아꼈다.

“제 부모님의 이야기는 언제나 절 자랑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희생을 아끼지 않고, 만일 살아계셨다면 그 무엇보다 저를 아껴주셨을 거라고.”

“분명 그러셨을 거야.”

“두 분이 그런 부모님이 되실 겁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하하, 정말 그럴까? 아직 이렇게나 부족한데? 영아야 워낙 완벽하지만.”

“당신이라면 잘 할거예요.”

아이의 이야기가 나와서일까, 유영아의 반응이 한층 더 풀려 있었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래서 입을 열려던 때.

스윽.

이정기가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아직 느끼지 못한 이강과 유영아.

그러나 이정기는 느낄 수 있었다.

‘감히.’

강렬한 기운이 이곳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그리고.

‘방해하다니.’

이 달콤한 시간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스 몬스터인 것 같습니다.”

“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듯 의아하게 말하는 그들.

하지만 그들 또한 이내 느낄 수 있었다.

“대단한걸?”

이정기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다시 전투를 준비하는 그들.

그러나 그들은 지난 전투 속에 몹시 지쳐 있었다.

자신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모를까, 거의 대부분의 전투를 이강과 유영아가 치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다 생각보다 더 강해 보이는 보스 몬스터의 기운.

이정기는.

“이번에는 제가 하겠습니다.”

더 이상 욕심을 부릴 수 없었다.

자칫했다간 그들이 부상을 입을 수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물러서 계세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강이 더욱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그런 몬스터가 아니야. 보스 몬스터야.”

보스 몬스터.

“이미 한 번 마주쳤었어. 녀석은 혼자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며 말해오는 목소리였다.

쿵! 쿵! 쿵!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고 있었다.

이정기는 말없이 주먹을 쥔 채 뒤돌아섰다.

“괜찮습니다.”

“위험해.”

유영아 또한 이정기를 걱정하며 말했다.

“아직 우리도 싸울 수 있어.”

스스로의 상태를 아는 듯 말하는 모습.

그럼에도 이정기는 대답하지 않은 채.

쿵!

다가오는 발소리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구우우.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보스 몬스터.

과연 이강과 유영아가 애를 먹고, 이성의 공격대가 후퇴할 만했다.

‘기억 나.’

그제야 이정기는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부모님에 대해 찾아보았던 정보.

‘이강 길드장님과 게이트 공략을 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이진석에게도 들었던 이야기.

어머니가 부상을 크게 입었고, 아버지 또한 부상을 피하지 못했던 게이트.

이성 공격대 사상 가장 큰 사망자를 냈던 길드.

그러나….

‘어차피 바뀌었어.’

과거는 바뀌었다.

자신이 이 자리에 선 순간.

쿠오오오오!

아버지 어머니가 부상을 입는 일 따윈 없다.

어느새 주먹에 서린 칠흑의 기운.

“그 힘은…!”

이강이 무언가를 눈치채기도 전.

쿠콰콰콰콰콰쾅!

보스 몬스터는 일격에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팩 스 | 02-6442-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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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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