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62화 (262/284)

제11권 12화

262

파스스스.

세상이 무너지는 소음.

그 속에서 이정기는 그 어느때보다 더 깊은 충만감을 느끼고 있었다.

관리자의 육체를 뒤덮은 쇠사슬.

그건….

“쥬피터 할아버지의 신기.”

쥬피터 할아버지의 권능이자, 일부, 그리고 그의 무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신기를 되찾아 완벽한 힘을 계승한 이정기.

“하아.”

이정기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파스스스.

무너지고 부서지는 소음.

팟!

그것이 어느샌가 한 번에 멈추었다.

사방에 즐비하던 수호자의 시체가 사라졌다.

남아있는 것은 새파란 숲.

그 숲이 멀찌감치서부터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이정기의 앞에 더 이상 관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관리자를 찾아야 한다.’

이정기가 관리자를 찾아야 했던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서 헌터의 힘이 나오기 때문에 던전을 공략한 이후 헌터들이 힘을 잃을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두 왕이여.]

이정기의 머릿속에 예전, 메티스가 그러했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왕이 관리자의 권한을 넘겨받았습니다. 두 왕께서 원하신다면….]

이정기는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손을 내뻗었다.

촤르르.

손목에 감긴 쇠사슬이 늘어지며 청명한 소음을 냈다.

[걱정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옵니다.]

차라라.

쇠사슬이 흔들리자 던전의 붕괴가 멈추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었다.

‘던전의 초기화를 막았다.’

던전은 공략 후 초기화된다.

그 과정 속 세상 모든 던전이 소멸할 것이며, 헌터들이 힘을 잃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정기는 던전의 초기화를 막았다.

‘이제….’

목소리가 들린다.

[두 왕께서 원하실 때 원하는 것을 행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할아버지가 우려했던 모든 것은 멈추었다.

이정기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났다.

지금 해야 할 것은.

파앗!

던전에서 나가는 것.

서 있던 이정기의 신형이 푸른 빛에 물들기 시작했다.

온전한 왕의 힘을 계승한 이정기.

그렇기에 그는.

탓.

공간마저 뛰어넘을 힘을 얻었다.

* * *

사방에서 느껴지는 짙은 마력의 향.

스륵, 스륵.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인기척.

-크르르.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한참 먼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여긴….”

눈을 뜬 이정기는 곧장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바라던 것은 던전에서 나가는 것.

그렇게 나온 곳은.

“게이트?”

어딘가의 게이트였다.

“아직 익숙지 않아선가?”

당연히 던전을 나오면 이건 저택에 도착할 줄 알았다.

하지만 공간을 뛰어넘는 능력의 숙련도가 부족한 탓인지 영 다른 곳으로 와 버린 듯 했다.

‘아는 게 있나?’

이정기는 이제 쇠사슬, 벼락과 함께 잠시 동안 자신의 일부가 된 관리자에게 말을 걸었다.

[권능은 사용자의 소망에 반응합니다.]

관리자는 친절히 이야기해주었다.

[두 왕께서 바란 것이 그 저택에 도착하는 게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저택이 목적지가 아니라고?”

관리자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건만.

사박.

사방에서 기척들이 느껴져 입을 다물었다.

“꽤 수준 높은 게이트네.”

게이트에서 느껴지는 마력, 몬스터로 추정되는 것들의 전력.

그 모든 것을 종합해본 결과 게이트의 수준은 꽤 높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물론.

꽈악.

그것이 이정기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봐야 게이트는 S등급의 수준.

SS등급의 수호자들을 한 손으로 쳐부수던 자신이 겁내야 할 것은 전혀 없었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내뻗으려던 이정기는.

“……!”

잠시 주먹을 내렸다.

또 다른 기척들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있어.”

몬스터의 기척과 함께 천천히 인간의 기척 또한 느껴지고 있었다.

곧이어 그 둘은.

카앙!

충돌을 일으키며 전투를 시작하고 있었다.

멀리 볼 필요도 없었다.

사아아.

느껴지는 마력이 그들의 모습을 이정기의 머릿속에 그려내고 있었다.

‘파티.’

여섯은 넘어 보이는 헌터들.

그리고 그들과 싸우는 몬스터들.

“……?”

이정기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헌터들의 움직임은 재빠르고 정확했다.

하지만 파티로서의 움직임은 엉성한 부분이 많은 듯 보였다.

‘왜?’

헌터들의 던전 사냥, 게이트 사냥은 오래전부터 체계화되어 최적의 전략과 전술들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저들이 보여주는 움직임과 사냥법은 체계화되어 있는 방법과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효율적인 움직임과 명령들.

그럼에도.

서걱-!

오히려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개개인의 전투 실력만큼은 발군이라는 생각.

그것이 이정기에게 위화감을 줄 때.

‘시간 역행.’

이정기는 그 위화감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깨달았다.

시간이 역행되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체계화되어 고착화되기 전이 분명했다.

“시간이 얼마나 역행되었는지 알 수 있는 기회야.”

이정기는 조금 더 두고 볼 생각이었지만 천천히 발을 떼기 시작했다.

파앗!

그의 신형이 사라졌을 때.

“파이어 스트라이크!”

어느새 이정기는 전투의 열기로 가득한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정신 똑바로 차려!”

“알겠다고!”

치열한 전투의 현장.

헌터들이 날이 잔뜩 서 있는 채로 소리치며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캉! 카아앙! 캉!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움직임.

하지만 그들은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어찌해야 할지를 아는 듯했다.

“조심하랬지.”

검을 든 검사가 스태프를 쥔 헌터를 노리던 몬스터의 목을 내리치며 말했다.

“너나!”

콰앙!

“조심해.”

검사의 뒤를 노리던 몬스터가 폭죽처럼 터져나갔다.

전투는 그렇게 지속되고 있었다.

“시간을 벌어야 해!”

그들의 목표는 몬스터의 섬멸도 있지만 가장 큰 목표는 버티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보스에게 향하는 길을 알아 올 때까지 버티는 것.

“그거 하나 못하면…!”

카앙!

“그 사람을 볼 면목이 없잖아!”

서걱!

헌터들은 치열했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몬스터들이 하나둘 제거되고 있었다.

헌터들의 승리가 눈앞에 보이던 상황.

“티, 팀장….”

어느 헌터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장 속에 퍼져나갔다.

“제기랄.”

긴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

스윽, 스윽, 스윽.

들려오는 기척들.

“함정이었나?”

끝이 보여야 할 몬스터의 대열이 오히려 더 크게 늘어나 있었다.

완전히 포위당한 상황.

“젠장.”

“버틸 수 있겠어?”

“오 분 정도?”

오 분.

그러나 그 오 분 동안 헌터들의 피해는 가히 말로 표현하기 힘들 수준일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버티자.”

헌터들은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공대장이랑 부공대장이 곧 올 거야.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조금만 참아!”

“으아아아아악!”

그렇게 다시 시작된 전투.

카앙! 캉! 카아앙!

최고의 헌터들이라 불리는 것과 같게 헌터들은 최선을 다해 버티며 동료들을 지키고 있었다.

서걱!

상처는 늘고.

주르륵.

핏물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죽는 헌터는 없었다.

“하아. 하아.”

일 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시간.

“크윽!”

포션도 다 떨어진 상황에 부상은 가중되어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고 있었다.

“길을 열게요.”

스태프를 쥐고 있던 헌터가 조심스레 말하며 나섰다.

“큰 거 한 방 갈길 테니까. 도망쳐요.”

“뭐라는 거야?”

“다 죽자고요? 공대장이 그걸 바라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예.”

스태프를 쥔 헌터는 완전히 마음을 먹은 것처럼 말했다.

“제가 희생할게요. 그러니까 도망쳐요.”

“개소리하지마!”

“그럼 팀장이 할 거예요?”

팀장이 입술을 꽉 물었다.

자신이 희생하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딜러인 자신이 이들에게 길을 열어줄 만한 기술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몬스터들의 관심을 끌어봐야 그 수는 한정적일 터, 결국….

“공대장 생각 좀 해요. 우리가 전멸당하면 그 사람이 얼마나 슬퍼하겠어요.”

“제기랄!”

“그러니까….”

크게 휘두르는 스태프.

그 속에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길을 열게요.”

헌터들이 눈짓을 교환했다.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결국 할 수밖에 없다.

“다시 돌아오마. 조금만 버텨!”

“찾지 마요. 파이어 스트라이크!”

스태프에서 거대한 불덩이 쏘아져 하늘 위로 향했다.

콰아앙!

폭죽처럼 터져버린 불꽃은.

“파이어 레인.”

불꽃의 비가 되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

불꽃의 비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대열을 이탈하는 몬스터들.

길은 열렸다.

이제 헌터들이 약속대로 도망치기만 하면 되는 상황.

꽈악.

그러나 자리를 이탈하는 헌터는 없었다.

“널 버리고 가겠냐?”

결국.

“제일 멍청한 선택을 했네요. 팀장.”

“동료를 도망치고 떠나는 헌터는….”

검사는 웃으며 말했다.

“도깨비라 불릴 자격이 없지. 도망치고 싶은 사람은 도망쳐라!”

그렇게 소리친 검사가 몬스터들의 대열에 뛰어들 참이었다.

콰앙!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가 몬스터의 중앙에 직격했다.

파스스스.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린 몬스터들.

“……!”

“……!”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헌터들은 못이 박힌 듯 그대로 멈춰 섰다.

“무슨…?”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온몸을 짓누르는 힘이 그들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었다.

느껴본 적 없는 절망감.

“끄, 끄으윽.”

그래도 팀장은 안간힘을 다해 저항하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자신들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본 것은.

“사람…?”

하늘 위에 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파앗.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콰아아앙!

눈앞의 몬스터들이 마치 먼지처럼 사라져버렸다.

먼지.

더 말할 것도, 덜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이 전부였다.

결코, 밀어낼 수 없을 것 같았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버렸다.

그 앞에.

“다, 당신은….”

등을 보인 남자가 있었다.

커다란 키.

그러나 그 나이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또, 게이트 속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술한 모습이었으며 게이트를 철저히 관리하여 입장한 헌터들을 알고 있을진대 저런 자는 존재치 않았다.

“누구십니까…?”

최대한 조심스레 입을 여는 팀장.

그런 그를 향해 남자가 뒤돌아서며 말했다.

“이진석 씨. 맞습니까?”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팩 스 | 02-6442-7919

홈페이지 | www.osmedia.kr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 위 책은 (주)타임비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발행자와 저자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 전자책과 내용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 복제/전제하거나 배포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최강의 손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