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60화 (260/284)

제11권 10화

260

“으아아아악!”

이정기는 온 몸이 찢겨져나가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라돈과의 전투를 치렀다고 하지만, 그와 라돈이 떨어져 있는 거리는 그리 짧은 순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파앙!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야 가능한 속도.

인간이 결코 이겨낼 수 없는 속도여야만 한다.

파앙!

뇌전 속에 파묻혀 뇌전과 같이 움직이고 있는 이정기.

그의 힘은 이미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뎠다고 해도….

“으아아아!”

역시나 문제는 육체였다.

이건이 말했듯 힘에 걸맞는 육체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시간.

그 시간이 부족했던 이정기는 아직 육체를 완성시키지 못했고.

푸슈욱!

그저 나아가는 것만으로 온몸이 갈가리 찢기며 회복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버텨내야 한다.

[크아아아악-!]

머릿속에 바로 들어차는 비명의 주인.

라돈이 아까의 공격에 상처입은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녀석의 공격이 피할 수 없는 파괴라면, 또 알게 된 녀석의 다른 정보도 있었다.

[부서지지 않는 생명]

녀석은 불사다.

이정기가 찢어놓은 상처도 곧 회복될 거다.

그러니 늦기 전에.

두근!

저기 라돈의 심장 부근에서 뛰고 있는 황금빛과 접촉해야만 한다.

파앙!

다시 한 번 가속하는 이정기.

그리고 마침내.

치이이익!

갈라지고 찢긴 상처를 급히 회복하고 있는 라돈이 보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상처 속으로 몸을 던지려 했으나.

[크르르르르!]

라돈 또한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촤르르르!

집채만 한 비늘들을 곤두세우며 이정기를 향해 쏘아내는 라돈.

쏴아아아!

동시에 녀석은 회복에 더욱 집중해 상처를 빠르게 아물게 하고 있었다.

카카카캉!

이정기가 주먹을 쥐며 검붉은 뇌전으로 비늘들을 쳐냈고.

카캉!

온몸에 검붉은 뇌전을 뒤덮어 나머지 비늘들을 쳐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파괴]

라돈의 특성 탓에 피해를 줄이는 것만이 가능할 뿐.

“쿨럭!”

이정기는 둘러싼 마력막 속에 핏물을 토해냈다.

잠시간 흐릿해진 시야.

이정기는 찢긴 상처를 겨우 참아내며 손을 더 내뻗었다.

그러나.

턱!

“……!”

라돈은 이미 상처를 회복한 후였다.

들어갈 틈이 없었다.

동시에 다시금 비늘들을 세우는 라돈.

촉박한 시간 속 이정기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벼락으로 녀석을 뚫으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티시포네-!”

히드라의 맹독, 그리고 뷔앙의 맹독이 섞여 만들어진 최고의 독.

자신이 성장하며 파멸의 효과마저 지니게 된 그것을.

쿠루우우우우!

그대로 녀석의 동체에 때려 박았다.

돋아났던 비늘들이 이정기에게 달려들려던 찰나.

치이익!

티시포네는 그런 녀석의 비늘마저도 녹여내고 있었다.

다시 열린 통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팟!

이정기는 그대로 녀석의 몸 안에 제 몸을 집어넣었다.

화아아악!

황금빛으로 빛나는 녀석의 혈관이 마치 나무의 가지를 보는 듯했고.

‘찾았다!’

그 속에 빛나는 황금의 구는 마치 사과처럼 작으면서도 커다란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정기가 그것에 닿으려던 순간.

푸슉! 푸슉! 푸슉!

녀석의 혈관들이 움직여 이정기를 노려왔다.

온몸에 꽂혀버린 녀석의 혈관들.

“끄으윽!”

움직이려 해도 마치 족쇄처럼 이정기를 옭아매는 혈관들.

‘다… 왔는데….’

조금만 더 가면 닿을 수 있건만.

빠지지직!

뇌전으로 혈관을 태워도.

푸슉!

또다시 다른 황금빛의 혈관들이 움직여 이정기를 노려오고 있었다.

의식이 꺼져간다.

새로운 세계의 힘을 얻었지만, 그 육체는 아직 완성되지 못했기에.

“끄으으윽!”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움직임을 잃어간다.

하지만 그때.

-정기야!

언제 들어도 반가운 목소리와 함께.

촤아악!

이정기를 옭아매던 혈관들이 분쇄되어 사그라졌다.

순간.

찰나에 불과한 시간.

어차피 녀석은 곧 회복하여 다시 덤벼들 것이다.

이정기는 곧장 속도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푸욱! 푸욱! 푹!

혈관들의 움직임조차 보지 못할 할아버지가 그곳에 있었다.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혈관에 꿰뚫려 온몸에 구멍이 나면서도.

-가라!

주먹을 움켜쥔 채 이정기에게 소리치는 그.

이정기는 이빨을 꽉 물면서도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잘못되었어도, 선택이 틀렸어도 더 이상 고민하고 물러설 곳은 없다.

‘닿는다!’

그리고 갖는다.

그렇게.

타앗.

이정기가 황금의 사과와 마주친 순간이었다.

[시간 역행이 이루어집니다.]

온 세상이 얼룩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 * *

틱, 틱, 틱.

흘러가는 초침의 소리.

틱, 틱, 틱.

그건 마치 자장가처럼 이정기의 머릿속을 간질이고 있었다.

틱, 틱, 틱.

깨지 말라는 듯 더 깊은 잠에 빠지게 하는 소리.

번뜩!

그러나 이정기는 그 수마를 밀어낸 채 눈을 떴다.

“무슨… 일이….”

서서히 돌아오는 시야 속에서 천천히 벌어진 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관리자에 의해 포탈에 들어섰고, 왕의 시험을 치렀다.

결코,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라돈.

파괴도 불가능한 녀석은.

“……!”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시꺼먼 우주.

그 속에서 빛나는 지구.

저 멀리 빛나는 달.

“할아버지!”

그제야 이정기는 급히 이건이 떠올랐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내던졌고, 죽어가던 그의 모습.

이정기는 급히 시선을 돌리며 이건의 육체를 찾으려 했으나 그 또한 라돈처럼 보이지 않았다.

“안 돼…!”

할아버지를 잃을 순 없다.

마력을 통해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번뜩.

이정기의 시야 속에서 벼락이 내리쳤다.

목표를 찾은 것과 움직이는 것.

파앗!

그건 거의 동시에 이루어져 이정기는 어느새 생각한 그 장소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우웅.

이정기의 눈앞에 있는 칠흑색의 구.

그 속에 여러 색이 뒤섞여 구 안에서 와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

이정기는 멍한 얼굴로 그것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찾고자 한 것은 할아버지다.

그리고 벼락처럼 내리쳐 움직인 이곳에 있는 것은 칠흑색의 구였다.

그 속에 회전하는 소용돌이.

저건….

‘볼텍스.’

여러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꽈악.

할아버지.

이 칠흑의 구는 할아버지였다.

라돈과의 결전에서 상처 입은 할아버지.

“그런데 왜…?”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은 분명 저 칠흑의 구에서 생명 반응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이정기가 천천히 칠흑의 구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촤르르륵!

칠흑의 구는 수백 마리의 뱀처럼 변해 이정기의 팔에 휘감겼다.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칠흑의 구는 더 이상 구라 부를 수 없는 건틀렛의 형상이었다.

‘느껴져.’

건틀렛 속에서 분명한 할아버지의 기척이 느껴진다.

“돌아가신 게 아니야.”

아직 할아버지는 분명 살아있다.

죽음에 이를 정도의 부상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할아버지는 분명 살아남았다.

‘어떻게 되돌릴 수 있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

콰쾅!

또 한 번 벼락이 내리쳤다.

“되돌릴 수 있어.”

방법이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히 할아버지를 되돌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스윽.

고개를 돌려 지구를 내다 본 이정기.

하나둘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났다.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관리자.”

그를 만나는 일.

파앗!

지구를 내려다보던 이정기의 모습은 순식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 * *

크르르르!

수없이 몰려드는 늑대와 짐승들.

펄럭!

하늘 또한 녀석들에게 점령당해 새까맣기 그지없었다.

파르르.

떨려오는 숲은 결코 누군가를 구해줄 생각 따윈 없어 보였다.

오히려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한 괴물의 아가리로 보였다.

그 모든 것들의 속에서.

촤르르.

쇠사슬에 묶인 남자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수십, 수백, 수천,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동안 같은 것을 겪었지만 그것은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더 큰 고통을 주는 일이었다.

끝나지 않는 형벌.

그 속에서 남자는 아직도 공포에 떨며 다가올 고통을 기다리고 있었다.

타악.

거대한 늑대가 앞발을 내딛는 것으로 형벌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크르르!

늑대가 관리자를 덮쳤고, 그의 어깻죽지를 입에 문 채 고개를 흔들었다.

쫘아악!

강력하기 그지없는 육체이지만 이 쇠사슬은 티탄의 힘을 억제한다.

결국, 늑대의 이빨에 찍혀 선명한 자국을 남긴 채 덜렁거리는 어깨.

그렇게 나뒹구는 관리자를 노리는 것은.

쒜에엑!

독수리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생명이었다.

콰악!

독수리의 부리가 관리자의 가슴팍을 찍어 들어갈 때.

“크아아악!”

관리자는 비명을 내지르지 않겠다는 또 한 번의 맹세를 깨버려야만 했다.

살갗이 꿰뚫리고 뼈마디가 부서지며 심장이 쥐어뜯기는 느낌.

허나 더욱 두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언제나와 그렇듯 이제야 형벌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사아악.

쇠사슬에 억눌려져 있다고 하나 강인한 육체는 곧 회복될 것이며 녀석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노려올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이 영겁과 같은 시간 동안 지속될 것이다.

“흐….”

또 한 번 다른 맹세를 깼다.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맹세.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가!”

관리자는 대답 없는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인간들에게 불을 주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생명이 아니었던가!”

자신이 이러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 까닭에 대한 외침.

“벌레라고! 우리와 같이 생각하며! 고통을 느끼고! 슬퍼하며! 웃는 이들이다!”

관리자, 그가 원래 가지고 있던 역할은 감시자.

인간들을 살피며 그들의 변화를 감시하고, 그들의 생각을 감시하는 일이었다.

하릴없고, 쓸데없는 일이라 생각했건만 그 감시의 시간이 자신을 바꿔놓았다.

그들은 자신과 똑같은 자들이었다.

그저 갖지 못한 것이 있어 부족하고, 자신들보다 더욱 솔직한 것뿐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측은지심을 느꼈다는 것이 자신이 죄라면 죄였다.

‘나의 아이들.’

관리자는 인간을 자신의 아이라 생각했다.

그들이 슬퍼할 때 자신도 슬퍼했으며, 그들이 기뻐할 때 자신도 기뻐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최소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도를 주어야만 했다.

그것이 자신이 죄였다.

꽈악!

관리자는 곧이어 올 통증을 상상하며 두 눈을 감았다.

“…….”

그러나 느껴져야 할 고통은 없는 평온한 시간만이 흘러갔다.

오늘은 무언가 더 심한 것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아니, 매번 똑같을 수밖에 없는 형벌일진데.

그때 관리자가 서서히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온통 새까만 세상, 그리고 있어야 할 짐승들은 보이지 않은 채 너무도 거대해 보이는 사내가 서 있을 뿐이었다.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거대한 사내가 말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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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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