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59화 (259/284)
  • 제11권 9화

    259

    검붉은 전류 속에 선 이정기.

    “아아….”

    온 몸을 장악하는 거대한 힘의 흐름이 자연스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차오르는 충만감은 온몸에 전율을 돋게 만들고 있었다.

    성장이 주는 충만감.

    마력이, 넥타가 주었던 충만감.

    그리고 지금 이정기가 느끼는 충만감은 또 다른 것.

    “지금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전능감.

    마력과 넥타가 균형을 이루며 온몸을 채워 넣은 충만감은 가히 전의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스스로를 잃을 것 같은 충만감.

    이정기는 그러한 눈을 뜬 채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전에 볼 수 없던 곳이 또 한 번 보이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글자의 나열.

    그것은 천천히 형태를 갖추어가며 이정기가 읽을 수 있는 것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라돈]

    선명한 한글.

    “저게 네 이름이군.”

    라돈이라는 이름을 시작으로 수없이 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입력되고 있었다.

    온몸을 채운 새로운 힘, 그리고 빠져나간 메티스.

    ‘아테나.’

    그러나 오히려 그녀가 메티스를 통해 부활하며 이정기는 왕의 힘을 또 하나 일깨웠다.

    신이라 불리는 존재였던 가디언과 티탄.

    그리고 그들의 왕이라면 당연히 가능해야 하는 일.

    ‘전지.’

    모든 것을 안다는 것.

    아직 왕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기에 완벽의 전지는 아닐지언정, 전지의 끄트머리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알게 된 녀석의 이름인 라돈과 녀석에 대한 정보.

    ‘이길 수 없다.’

    녀석은 애시당초 인간이든, 누구든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

    행성 그 자체.

    “지구….”

    지구라는 행성이 지닌 최후의 보루이자 존재.

    만일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다면, 그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행성 그 자체를 파멸시키는 것밖에는 없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겁을 먹은 게야?

    이정기의 그런 모습을 본 이건이 말했지만.

    스윽.

    이정기는 고개를 저었다.

    -해보겠습니다.

    이기지 못한다는 확신도 더 이상 자신에게 공포를 주진 못한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했었다.

    ‘소중한 것이 생긴다는 것은 약점이 생긴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그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스윽.

    이정기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쿠쿠쿠쿠!

    녀석도 자신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고개를 든 채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녀석을 향해 뻗은 두 손.

    녀석의 아가리가 자신을 향해 벌려져 있었다.

    쿠우웅.

    우주가 흔들릴듯한 진동과 함께.

    콰아아아아아아앙!

    시험이 시작되었다.

    * * *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라돈.

    그런 것과 싸운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에 가까운 것이었다.

    라돈에 비하자면 개미와도 비교할 수 없는 크기.

    아무리 물어뜯는다고 해도 녀석에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는 몸집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격.’

    격이 달라졌다.

    ‘세계.’

    사는 세계가 달라졌다.

    그것이 뜻하는 것은.

    ‘관념과 개념.’

    상식이 개변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비록 이정기가 쏘아낸 것이 한 줄기의 볼텍스일지라도.

    쿠쿠쿠쿵!

    그것이 저 거대한 라돈에게 일격을 먹일 수 있는 것으로 뒤바뀐다는 뜻이었다.

    뒤흔들리는 드래곤의 육체.

    그러나 이정기만 공격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크으윽!”

    녀석이 아가리로 쏘아낸 광선이 일직선으로 날아와 이정기의 어깻죽지를 꿰뚫었다.

    -괜찮으냐!

    보이지 않는 이건이 소리쳤다.

    그러나 이정기는 그에 대답할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한 손에 뽑아낸 벼락의 줄기.

    캉!

    라돈이 쏘아낸 광선을 겨우 막아내야 했으니까.

    찌르르르.

    분명 늦지 않은 타이밍으로 라돈의 공격을 쳐냈으나 그 여파가 쉬이 사라지지 않고 이정기를 괴롭혔다.

    벼락 줄기 속으로 타고 흘러들어온 파괴력.

    아까 전 머릿속에 입력되었던 라돈의 정보가 떠올랐다.

    [피할 수 없는 파괴]

    그것이 라돈의 능력.

    회피는 불가능, 맞받아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피해를 온전히 흘려버릴 수 없는 공격.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

    피해는 계속해서 중첩될 것이다.

    라돈과의 싸움은 오래 끌지 않고 빠르게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저 멀리 또다시 광선을 쏘아낼 준비를 하며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라돈을 향해 이정기는 양손을 모았다.

    볼텍스, 그리고 벼락.

    전에도 자주 쓰던 수법이었다.

    마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과 넥타로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을 뒤섞어 파괴력을 강화시키는 수법.

    그러나 지금과 그때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휘이잉!

    몰아치는 볼텍스 위에 벼락의 힘을 가세한다.

    전에는 이것이 서로 뒤섞여 반발하여 더 큰 파괴력을 내었다.

    하지만 지금.

    빠직, 빠지지지지직!

    온전히 하나로 뒤섞여 두 가지가 하나가 된다.

    벼락으로 몰아치는 볼텍스.

    벼락끼리 회전하며 서로 집어삼키고 그 몸집을 계속해 부풀린다.

    잠시 눈을 감은 이정기.

    ‘이제….’

    해야 할 것이 있다.

    번뜩!

    형체를 갖추는 일.

    힘이라는 것은, 그저 쏘아낸다고 전부가 아니다.

    그 형체를 갖추고 나 자신에게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

    그것으로 상대에게 공포를 주는 것.

    이정기가 떠올린 것은.

    ‘네메아.’

    화염의 사자.

    ‘히드라.’

    아홉목을 가졌던 물뱀.

    그리고.

    “라…돈.”

    지금 보고 있는 가장 강인한 생명체.

    그 모든 것을 조합한 순간.

    콰득!

    이정기의 팔에서 뒤틀리는 소음이 일었다.

    어느덧 형체를 갖춘 파괴의 힘이 당장이라도 자신을 놓으라 이정기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소원대로….’

    이정기가 인상을 찌푸린 채 양팔을 벌렸다.

    “해줄게.”

    쿠쾅.

    부숴지고 폭발하는 소리.

    그와 함께.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힘이 라돈을 향해 쏘아졌다.

    처음에 그것은 검붉은 사자로.

    곧이어 여러 갈래로 나뉘며 아홉 목을 가진 물뱀으로.

    이내 그것은 하나로 합쳐져.

    쩌어억-!

    아가리를 벌린 용이 되어 라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라돈 또한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인지 곧장 벌려놓았던 아가리에 새까만 구를 형성했다.

    이정기가 쏘아낸 것이 닿기 전.

    우웅.

    라돈의 입에서 공명음이 들렸다.

    쿠콰아아아아앙!

    곧이어 이정기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발사되어 솟구치는 검은 광선.

    쾅-!

    이 우주가 탄생했을 때 그러했다는 것처럼 거대한 폭발과 섬광이 칠흑 같은 우주를 빛내고 있었다.

    -정기야!

    반발력에 중심조차 잡지 못하던 이정기를 받아 안은 이건.

    둘은 폭발의 여파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한동안 멈출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우주를 빛내던 빛이 사라졌을 때.

    -……!

    이정기와 이건은 두눈을 치켜떴다.

    이정기의 눈에 보이는 광경은 결코 상처조차 입지 않을 것 같았던 라돈이 커다란 구멍을 낸 채 절규하고 있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이정기가 안겨있던 이건의 품을 벗어나며 다급히 소리쳤다.

    -다녀오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파앙!

    이정기의 신형이 우주를 박차고 라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 * *

    “…….”

    관리자는 눈을 감은 채.

    쿠쿠쿵!

    흔들리는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형벌이 다시 시작될 시간은 아니었다.

    이 커다란 진동은.

    “시작됐군.”

    왕의 시험의 여파일 것이다.

    이곳뿐만이 아닐 거다.

    저 바깥, 인간들이 사는 세상 또한 커다란 충격을 받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말해주지 않았던 진실.

    ‘만일 시험에 실패한다면.’

    겨우 실패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없을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가이아는 힘을 잃을 것이고, 지구는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다.

    말을 해줬어야 하지만 관리자, 프로메테우스는 결코 말하지 않았다.

    “흐름이다.”

    모든 것이 흐름이다.

    자신은 그 흐름에 몸을 내맡겼을 뿐이었다.

    아폴론과 아테나, 티탄들의 예언자.

    그들이 예언을 하며 운명을 점지하듯 관리자 또한 예언의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건과 이정기의 도움으로 형벌이 잠시나마 멈추었을 때.

    “모든 끝.”

    예언을 받았다.

    자신이 전에 받았던 예언과는 또 다른 결말.

    하지만 그것이 자신이 바라던 결말임을 알기에 관리자는 문을 열었다.

    이정기는 오해하고 있다.

    ‘왕의 시험.’

    지금 그가 받는 것이 올림포스의 왕.

    가디언들의 왕의 자격을 논하는 시험을 받는 것이라고.

    하지만.

    ‘틀렸다.’

    진실은 다르다.

    “이미 그는 가디언들의 왕이다.”

    과반수 이상의 가디언들이 그에게 충성을 바쳤을 때.

    그가 넥타의 레벨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그가 새로운 힘을 얻었을 때.

    ‘그는 이미 가디언들의 왕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디언들의 왕이었던 쥬피터가 내린 형벌을 멈출 수 없었다.

    지금 이정기가 받고 있는 시험은 가디언들의 왕이 되기 위한 시험이 아니었다.

    새로운 왕.

    “지구의 왕.”

    그 왕이 되기 위한 시험일지니.

    만일 이정기가 시험에 합격하여 결과를 내보인다면.

    “예언이 완성된다.”

    두 가지의 왕.

    둘 모두가 될 수 있는 존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존재.”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그런 것.

    하지만 알 수 있다.

    어느 예언 속에서도 똑같이 보였던 것.

    “그대는 실패할 것이다.”

    이정기는 이 시험을 결코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 * *

    “준비는 끝났나.”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남자, 주용이 짙게 가라앉은 눈으로 말했다.

    “세상에 도래한 혼돈이 극한에 이르렀다.”

    쿠쿠쿠!

    떨려오는 땅.

    쿠쿵!

    무너질듯한 하늘.

    번쩍!

    분명한 낮일진대, 하늘 저 너머에 커다란 빛줄기들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내리 떨어지는 별똥별들이 마치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듯했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요!

    온갖 매체에서는 지금 벌어지는 일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티탄들이 전쟁의 준비를 끝냈고, 티탄의 왕들이 육체를 되찾았다.

    ‘쾅!’

    주용의 머릿속에 폭발이 그려졌다.

    이제 남은 것은 충돌뿐.

    그리고 그 충돌로 모든 것이 끝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결말은 그것이 아니지.”

    그것은 주용이 바라는 결말이 아닌 바.

    그럼에도 주용이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은.

    고오오오!

    세상에 혼돈이 도래하여 그 혼돈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도달했다.”

    자신의 권능이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 역행.”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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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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