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55화 (255/284)
  • 제11권 5화

    255

    ‘육체를 조정하시고, 확인하시길.’

    자신처럼 새롭게 육체를 얻어낸 아테나가 자신에게 준 첫 번째 안내였다.

    그녀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정기는 변화한 스스로의 육체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두 번째.

    ‘가디언을 소집하실 때입니다.’

    가디언은 그 대부분이 올림포스에서 벗어나 티탄처럼 지구에 자리를 잡고 있다.

    개중에서는 헤르메스나 아폴론처럼 이미 이정기의 진형에 가담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직도 그 정체를 숨기고 숨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어떻게?’

    이정기는 그들을 어떻게 소집해야 하느냐, 라는 질문에.

    ‘명령을.’

    아테나는 그저 명령을 내리라고 할 뿐이었다.

    명령을 내리기 위해 해제된 결계.

    “결계는….”

    결계가 해제된 것을 확인한 마동철과 장인들이 달려왔을 때, 이건은 말했다.

    “성공이다.”

    “와아아아아-!”

    이건의 말에 눈시울까지 붉어진 그들.

    저들 하나하나가 어느 길드에서도 데려가려고 애를 쓰는 장인들이며, 국가 단위에서도 바라 마지않는 장인들이었다.

    사소히 만드는 물건 하나하나조차 모두 명품으로 치부되는 것들.

    그런 그들이 눈까지 붉혀가며 좋아하고 있는 것은 결계의 성공 여부나 난이도가 어떠했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반절의 성공이야.”

    이건의 말에 마동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수. 몇 번이나 결계가 흔들리던 것을 느꼈으니까.”

    “그것도 그것이지만.”

    이건은 말했다.

    “왜 아직도 결계의 해제 권한이 내게 있는 거냐?”

    “……? 그거야….”

    “권한은 없애라.”

    “……!”

    이건의 말에 마동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권한을 쥐고 있어야 할 것은 내가 아니야.”

    “그렇다면…?”

    “알잖냐. 내가 아니면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지.”

    “알겠수.”

    이건 또한 고개를 끄덕일 때 슬며시 아테나가 이건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둘만이 아는 무언가가 있음을, 하지만 이정기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동철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시엘 회의에서의 발표가 있었수.”

    스윽.

    시엘이라는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마동철을 향했다.

    “기존의 시엘 체계를 유지하되, 영웅의 자리를 만들어 열두 명의 헌터를 앉혔수.”

    “준비하던 걸 그대로 하는 건가? 하잘것없는 일이군.”

    최명희에게 이미 들었다.

    시엘 체계를 조금 바꾸고, 공석을 메꾸기로.

    그리고.

    ‘전부가 티탄일 거다.’

    그들은 티탄으로 이루어졌을 것임이 분명했다.

    “열두 명의 영웅 중 하나가 허큘리스요.”

    “……!”

    허큘리스.

    “정기를 앉혔다고?”

    “뭐 수작을 부리는 게 틀림없지 않겠수? 그리고 또 이성 회장님을 예정대로 시엘로 추대해 쥬노의 이름을 하사했소.”

    마동철의 말에 이건과 이정기의 얼굴이 굳었다.

    녀석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분열을 만들려는 거군.”

    그것이 정답일터였다.

    “나는 이제 외부인이나 다름없으니까.”

    올림포스에서 이십여 년이 넘는 세월을 살며 지구와 단절되었던 이건.

    그에 반해 오랜 세월 지구에 녹아들었고 시엘들의 몸을 빼앗아 기득권에 올랐다.

    그들의 마수는 세상 깊숙이 뻗어 있어 몇 개의 국가를 제외하곤 그들의 힘이 어디까지 미쳐 있는지 파악조차 힘들 정도였다.

    이건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진즉 사람들을 불러모아 선전포고 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다음 수순은 뻔하군.”

    드르륵.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핸드폰.

    마동철과 어떤 장인이 핸드폰을 열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한 얼굴.

    “시엘 회의에서 이건을 공공의 적이자, 인류의 배반자라 발표했습니다.”

    * * *

    녀석들은 선전포고를 알고 있었고, 이미 이건의 뜻에 동참하는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지 오래였다.

    그것만으로 궁지에 몰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티탄의 편에 서는 이들을 경계하고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명분.

    이건에게 세계를 지킨다는 명분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티탄들이 시엘의 이름으로 움직이며 명분이 흔들린 것이다.

    ‘시엘들은….’

    오히려 할아버지를 적이라 규명지은 것이었다.

    세계에 할아버지가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선전포고 때 분명 보았다.

    할아버지, 그리고 그 인연들에게서 입은 은혜를 잊지 않은 헌터들.

    그러나 동시에.

    ‘모두가 할아버지의 편인 것은 아니야.’

    이건은 두려움의 대상이기에 찾아온 이들도 있을 것이었다.

    시엘은 그 관계를 뒤흔든 것이었다.

    첫째, 너희가 따르겠다는 이건이 정말 세계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복수.”

    올림포스에 남아 아들 내외와 동료들을 잃었던 파괴자가 복수를 위해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것인가.

    시엘 회의, 아니 티탄들은 정답이 아닌 의문을 던져주었다.

    의문은 언제나 상상을 동반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외국의 헌터들 중 일부가 이탈했습니다.”

    분열로 이어질 것이었다.

    “멍청한 것들.”

    이건을 백퍼센트 신뢰할 수 없는 이들.

    그들에게 이건은 이십여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돌아온 망령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또한, 이십여 년을 게이트 속에서 지내온 이라면 미쳐버렸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명분.

    ‘인류를 위하는 것은 시엘 회의다.’

    시엘이 가지고 있는 이름값.

    티탄들이 쌓지 않았을지언정, 원래 가지고 있던 그 이름은 사람들에게 무구한 신뢰를 준다.

    인류의 영웅, 구원자.

    이건을 그렇게 부르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은 시엘들을 부르는 말이기도 했으니까.

    “예상은 했다만.”

    이건은 흔들리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예상보다 내 입지가 더 얕아진 모양이구나.”

    벌써 이탈하는 헌터들.

    시간이 지날수록 헌터들은 더욱 이탈하게 될 것이다.

    이건과 시엘의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며, 그들의 저울이 기운 곳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 이유에는 명분도 있지만.

    ‘이익.’

    그들의 이익 또한 포함되어 있으리라.

    대한민국과 인접국에 대한 이건의 영향력은 최명희와 합쳐져 지금도 절대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 거리가 먼 곳은 이미 시엘에 의해 장악되어 오히려 그들에게 반기를 드는 이들이 게릴라나 다름없는 형국이었으니까.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더욱 서둘러야겠구나.”

    더 많은 헌터들이 이탈하며 그릇된 길로 가기 전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저들은 이정기와 최명희까지 끌어들이며 진실로 인류의 편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었으니까.

    “가디언들을….”

    이정기가 아테나를 보며 말했다.

    “부르겠습니다.”

    우웅.

    이건 저택의 마당에 마력이 울고 있었다.

    사아아.

    자욱한 안개처럼 변해 흩어지는 마력들.

    그 중앙에 아테나가 서 있었다.

    두 눈을 감은 채 서 있는 아테나.

    이정기가 천천히 손을 뻗어 하늘 위로, 그에 이어 아테나를 향해 손을 내뻗는 순간이었다.

    웅!

    커다란 울림.

    솨아아아아!

    곧이어 아테나를 향해 빛기둥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찬란한 빛, 그 속에서.

    스윽.

    아테나가 천천히 빛을 등지고 걸어 나왔다.

    “…….”

    찬란한 갑주.

    황금빛으로 빛나는 창과 방패.

    그럼에도 아직 빛기둥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아테나, 전령의 책무를 다하여….

    울림처럼 퍼져나가는 아테나의 목소리.

    -지금 이 자리에 왕의 명에 따라 가디언을 소집한다.

    쿠웅!

    대지의 떨림.

    콰앙!

    다시 떨어져 내리는 빛기둥들.

    -가디언들은 의무를 이행하라.

    아테나의 목소리가 끝났을 때.

    스윽.

    “마침내 소집이군요.”

    헤르메스가.

    “왕을 배알 하나이다.”

    아폴론이.

    “내가 왜 여기에…?”

    주강태, 아레스가.

    “네가 부르는 거면 와야지.”

    유시아, 아르테미스가.

    어느새 그들이 빛기둥 속에서 나와 빛나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스윽.

    이정기와 이건의 뒤에서도 기척이 났다.

    “크흠. 다들 오랜만이군. 그래.”

    마동철, 헤파이스토스.

    “별로 좋지는 못한 기분이군.”

    이미 도착해있던 최명희, 쥬노가 나왔다.

    아테나, 헤르메스, 아폴론, 아레스, 아르테미스, 헤파이스토스, 쥬노.

    일곱의 가디언.

    아니.

    스윽.

    이정기를 포함한 여덟의 가디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부족하군.”

    그때 아폴론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지? 아테나. 메티스의 책무를 이어받은 너라면 이유를 알 수 있을 텐데.”

    아폴론의 질문에 아테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깨어나지 못한 이들이 있다.”

    아직 부활을 하지 못한 이들.

    “소집을 거부한 자들이 있다.”

    “감히….”

    “그리고.”

    아테나가 말을 이었다.

    “소멸해버린 존재들이 있다.”

    “……!”

    “올림포스의 파괴 때 소멸해버린 이들이다.”

    “그렇겠군.”

    아폴론이 어두운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디언들의 첫 소집.

    파앗.

    쏟아지던 빛기둥이 모습을 감추고, 거대한 결계가 형성되어 이곳을 지키는 듯했다.

    그들 사이에서.

    타앗.

    아테나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

    “올림포스의 새로운 왕을 배알하여 소집에 응했나이다.”

    첫 인사.

    탓.

    그에 맞추듯 하나 둘 한쪽 무릎을 꿇어 이정기를 향해 예를 취하기 시작했다.

    유시아도, 마동철도.

    하지만 최명희만큼은 그저 한 손을 올린 채 그녀의 가슴에 가져다 대는 것으로 인사를 다 했을 뿐이었다.

    충분하다.

    “왕이여.”

    아폴론, 그가 먼저 입을 열어 이정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명령을.”

    깨어나 이정기에게 충성을 맹세한 가디언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인 날.

    이정기는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깨어나지 못한 가디언들을 깨워야 합니다.”

    그들은 전력이 되어줄 것이다.

    “부름에 응하지 않은 가디언들을 데리고 와야 합니다.”

    그들은 전력이 되거나, 혹은 적의 전력이 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지키십시오.”

    전장이 되어버릴 이 땅을 끝까지 수호해야 한다.

    가디언.

    그들은 올림포스를 지키는 존재들이었기에 그렇게 불렸다.

    하지만 올림포스가 소멸한 지금, 그들이 지켜야 하는 것은 작게는 대한민국.

    넓게는.

    ‘세계.’

    전 세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정기의 명령이 끝나자.

    “의무를 이행하겠나이다.”

    가디언들이 하나둘 굽혔던 무릎을 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그래서. 몸은 좀 어떻느냐?”

    이건의 질문에 이정기가 감았던 눈을 떴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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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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