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52화 (252/284)
  • 제11권 2화

    252

    이건과 이정기는 올림포스의 삶 속에서 쥬피터를 만났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알고 새로운 것을 배웠다.

    이정기는 그것이 올림포스를 빠져나가고 쥬피터를 계승하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어느 날, 이정기가 잠든 틈을 타 쥬피터와 이건이 겨루던 때였다.

    ‘알고 있겠지.’

    대뜸 말을 꺼내는 쥬피터.

    ‘정기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쥬피터는 모든 것을 알고 그렇기에 지켜보고 있던 것이었다.

    ‘둘이었다.’

    이건은 담담히 대답했다.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던 현상.

    미지는….

    ‘독.’

    그 어느 때 독이 되어 모든 것을 녹여낼지 모르는 위험한 것이었다.

    쥬피터라면 답을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이건은 쥬피터에게 답을 들을 계획이었다.

    허나 들려온 대답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셋이다.’

    둘이라 알고 있던 것이 아니다.

    ‘육은 인간, 혼은 가디언, 그리고 그 속에 티탄의 씨앗이 있다.’

    둘이 아닌 셋.

    인간임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건.

    그러나.

    ‘인간의 육이기에 지금껏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쥬피터의 답은 달랐다.

    이정기가 살아남은 이유가 인간이기에 가능했다는 것.

    올림포스의 특수성과 우연,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 탄생한 아이가 인간이기에 그 삶은 지속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정기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가디언의 힘을 계승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티탄의 씨앗을 억제하고 지워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쥬피터는 말했다.

    ‘만일 그 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된다면….’

    뒤이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경고였다.

    ‘너도 깨닫고 있겠지? 하나가 되어 버린 정기에게 무언가 숨겨진 것이 있다는 것을.’

    이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시절, 이정기가 기억도 못 하던 때.

    꽈악.

    이정기는 타이탄의 뱃속에 들어온 블랙 스네이크의 목을 졸라 죽였다.

    그건 결코 갓난아기에 불과한 이정기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거니와.

    ‘헤.’

    그리 순진한 표정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따금 드러나는 흉포성.

    ‘녀석은 잘못 생각하고 있지만.’

    또한, 이정기가 착각하는 것이 있었다.

    놀이라는 것.

    훈련을 놀이처럼 생각하고자 이정기에게 놀이의 형태로 몬스터 사냥을 하게 했다는 것.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이건이 놀이라는 이름으로 사냥을 하게 만든 것은.

    ‘그 흉포성을 잠재우기 위함이었다.’

    살육을 즐기는 것.

    그것을 방지코자 몬스터와 친구처럼 지내게 만든 것이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이건의 교육이 제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불안하군.’

    ‘불안하다.’

    이건은 언제 이정기가 그 흉포성을 끄집어낼지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의 손자.

    그가 인간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언제까지고 노력했으니까.

    ‘그 흉포성을 지워주겠다.’

    쥬피터는 말했다.

    ‘내 신체를 받는 날, 티탄의 정신은 소멸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건은 더욱더 쥬피터의 훈련을 이정기가 받도록 도왔었다.

    신체를 받는 날.

    ‘약속은 지켜졌다.’

    이정기에게 티탄의 정신은 사라졌다.

    그것도 모자라 이건은 미리 준비해두었다.

    ‘네 할미에게 가거라.’

    자신만큼이나 잔혹하고 흉폭하지만, 그건 모르는 이들이나 하는 소리다.

    실상은 그 누구보다 인간을 아끼고, 인간적이며 제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자.

    이성의 주인으로 수많은 이들을 관리하고 다독여야 하는 자.

    최명희에게 보내 더 더욱 인간성을 쌓고자 만들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네 놈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완전히 지워졌다고 생각한 잔재가 살아남은 것.

    “정말 네 놈이 내 손자라고 생각하느냐?”

    파르르.

    이건의 말을 듣는 이정기의 눈가가 떨리기 시작했다.

    “네 놈은 찌꺼기다.”

    “그만.”

    “이미 지워져 사라졌어야 할 찌꺼기. 그것이 정기가 티탄의 힘을 받아들이며 살아난 것에 불과하다. 네 놈이 정기라고? 어림 반 푼….”

    “그마아아아안-!”

    두 눈이 붉게 물든 채 짓쳐들어오는 이정기.

    꽈악.

    “네 놈은 내 손자가 아니야. 네 놈을 지우기 위해 끄집어낸 것이다.”

    이건의 주먹이 그런 이정기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콰앙!

    * * *

    우웅.

    사방에 퍼져나가는 힘.

    그 힘이 스쳐나감에 따라 이건은 잃었던 정신을 되찾았다.

    “하아….”

    거친 호흡.

    “얼마 만인가.”

    정신을 잃을 정도의 충격과 전투가 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결계는 성공적이군.’

    이만한 충격 속에서도 결계는 확실히 안정화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테스트 결과가 좋다는 생각을 마치기도 전.

    -크르르.

    짐승과 같은 울음소리를 향해 눈길을 던졌다.

    절로 찌푸려지는 인상.

    그곳엔.

    “괴물이 따로 없구나.”

    괴물처럼 변한 이정기가 서 있었다.

    하늘 위로 치켜선 머리칼은 거친 뱀과 같은 모습이었고.

    이정기의 피부는 뱀의 비늘과 같은 모습이었다.

    쩌억.

    줄줄줄.

    한쪽 손등에는 무언가의 아가리가 달린 듯 거친 이빨과 함께 침을 흘리고 있었고.

    뚝, 치이익.

    흘러내리는 땀과 핏방울이 바닥을 부식시키는 치명적인 독처럼 보였다.

    “…….”

    이정기였다.

    자신의 손자.

    그러나 지금은.

    ‘티탄.’

    정기의 깊숙한 곳에 아직까지도 잔존해 있던 티탄의 피와 정신이 각성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껏 이정기가 집어삼킨 괴물들의 특징이 이정기의 외형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었다.

    고오오.

    그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기파.

    “버리라고 했건만.”

    이건은 실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가득 채웠구나.”

    이정기가 쥬피터의 신체를 받으며 죽었던 티탄의 정신과 피.

    당연하게도 그에 담긴 힘마저 사라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정기는 지구에 와 자신보다 더디게 힘을 되찾을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이 지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완전히 깨어나버린 티탄의 피와 정신은 이정기를 집어삼킨 것으로 모자라 잃어버렸던 힘마저 돌려놓았다.

    지금의 이정기는.

    ‘넥타 레벨….’

    10.

    최고에 가까운 레벨이 되었음이리라.

    다만, 그것이 가디언의 레벨이 아니라는 점과.

    -크아아아아아!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이성이 없다는 것.

    고함을 내지른 이정기가 이건을 향해 오른 주먹을 뻗쳤다.

    더 이상 볼텍스나 벼락의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파아앙!

    그러나 공기를 찢어발기며, 아예 공간 자체를 가를만한 힘이 그 주먹에 서려 있었다.

    쩌억!

    다시 벌려지는 아가리.

    화륵!

    그 속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지는 것도 잠시.

    콰아아아앙!

    이건이 서 있는 곳에 그 주먹이 부딪혀 폭발을 일으켰다.

    파파파파팟!

    불꽃이 튀고, 그 불꽃에 닿는 모든 것이 녹아내린다.

    그 속에 이건의 잔해는 없었다.

    타앗!

    이미 몸을 돌려 피해내었기 때문.

    “하아.”

    지금의 이정기는 유탄발사기나 다름 없었다.

    한방이 이건을 부숴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그 후.

    치이익.

    그다음 후속타가 느렸다.

    물론 그것이 이건이 속한 세계의 속도였을 뿐이지.

    쾅!

    결코, 느리다는 것은 아니었다.

    연속적으로 짓쳐들어오는 공격.

    이건은 아슬아슬하게 공격들을 피해내고 있었다.

    주륵.

    스치기만 해도 날아가는 살갗에서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널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이 공격을 피해내며 말했다.

    “너 또한 내 손자임은 사실이다.”

    파슷!

    “그러나 너를 인정할 수는 없다.”

    우웅.

    “쥬피터가 그러더구나. 너는 그저 씨앗이라고.”

    씨앗.

    “누군가가 내 손자에게 심어둔 씨앗 말이야.”

    쿠쿠쿠쿠쿵!

    이건의 오른 주먹에 검은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러니 한순간이라도 내 손자라 생각했던 정으로….”

    이것이 지금 이건이 쓸 수 있는 최대의 화력.

    지금껏 연구하고 또 노력하며 만들어낸 힘.

    마력과 넥타의 중간 점.

    반발하는 두 가지 힘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힘.

    “내 손으로 끝내주마.”

    블랙 볼텍스.

    툭.

    그것이 이정기의 아가리 벌린 오른손과 부딪혀 형편없는 소리를 내었다.

    -크륵?

    괴물이 되어버린 이정기조차 의아할 정도의 파괴력.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주먹.

    그러나.

    -……!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 깨닫는 것은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 후였다.

    -크, 크아아아!

    오른팔이 없다.

    부딪혀 정신을 차린 순간, 이정기의 오른팔은 말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촤악!

    황급히 회복하려 했으나.

    툭.

    이건 또한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이번엔 블랙 볼텍스가 이정기의 왼 편에 적중했다.

    파슷!

    충격파도, 무엇도 없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진 양팔.

    -크아아아악!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며 이정기의 가슴이 꿈틀거렸다.

    콰득!

    갈비뼈를 부수고 나타난 것은 수많은 뱀들.

    그것들이 한 데 엉켜 이건의 머리에 부딪히려는 순간이었다.

    툭.

    또 한 번 작은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그로부터 찰나.

    투욱.

    이정기는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다.

    붉게 빛나던 이정기의 눈이 초점을 잃고 있었다.

    -나… 는….

    무언가를 말하려던 이정기.

    그러나.

    “그만. 편해지거라.”

    이건이 움직여 이정기의 눈을 가렸다.

    “…….”

    침묵만이 감돌았다.

    이정기의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쿵, 쿵.

    이건의 심장 소리만이 공간을 메웠다.

    ‘지금.’

    하지만 중요한 순간은 지금부터였다.

    이건이 하고자 한 것은 이정기를 죽여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이정기의 안에 남아있는 티탄의 씨앗을 제거하는 것뿐.

    그러나 이정기의 상태는 위독했고, 누가 뭐라 해도 죽은 듯 보였다.

    방법이 없었다면.

    ‘너를 내주어야 했겠지.’

    그것이 이정기를 살리는 것이라면 그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혹시 몰라 처치해둔 것이 있네.’

    쥬피터는 혹여 티탄의 씨앗이 다시 잠에서 깨어날 순간을 대비했다.

    그리하여.

    “네 차례다.”

    그에 대한 대비를 해두었다.

    툭, 투툭.

    이건의 배낭에서 떨어져나온 파편들.

    그것들은.

    “메티스.”

    전 세계에 흩어진 랭킹석의 잔해들이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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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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