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권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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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5입니다.]
메티스가 알려온 할아버지의 넥타 레벨.
“……!”
이정기는 믿을 수 없는 커다란 충격에 두 눈을 치켜떴다.
에레보스를 패퇴시키고, 그 누구도 적수가 없을 것 같았던 할아버지였다.
당연히 할아버지는 넥타의 궁극에 도달했다고 생각했건만.
‘5.’
오히려 할아버지의 넥타 레벨은 거의 자신의 절반 수준에밖에 미치지 않았다.
“어떻게.”
이정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껏 가져온 상식들이 이건과 만나 지금의 대화에 전부 깨부숴지고 있었다.
마력이 넥타의 하위호환에 해당하는 힘이라고 생각했던 상식.
그렇기에 가디언이나 티탄들이 마력을 무리 없이 다룰 것이라 생각했던 상식.
마지막으로.
“어떻게 가능한 거에요? 할아버지?”
넥타를 지닌 존재는 넥타 레벨의 성장으로만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상식.
그 모든 것이 깨져버렸다.
“인간이니까.”
그것이 이건의 답이었다.
“내가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티탄과 가디언들이 깔보고 무시하는 인간.
그리고 결코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할아버지가 스스로의 강함이 자신이 인간인 덕분이라고 말했다.
“마력과 넥타, 그 두가지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존재는 내 얄팍한 지식으로 인간밖에 없다.”
할아버지의 비밀.
“넥타는 마력을 지배한다.”
그건 자신도 느꼈던 것.
하지만 그렇다면 하위호환이 아니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위배된다.
“그러나 마력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 궁극의 영역에 닿는 순간….”
파아아앗!
“마력은 넥타를 잡아먹는다.”
할아버지에게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자신을 감싸 안았다.
본능적으로 발동된 넥타가 할아버지의 마력을 밀어내려 했지만….
“……!”
할아버지의 마력은 야금야금 자신의 넥타를 분해하고 있었다.
“관리자가 티탄과 가디언에게 동시에 버림받았다 했지.”
할아버지는 그 속에서 유유히 말했다.
“인간에게 ‘불’을 건네주었다는 이유로, 겨우 그 이유가 인간의 분란을 조장했기 때문에? 인간을 그들과 동등하다 여기지 않으며 가축 따위로 보는 그들이?”
씨익.
“틀렸다!”
우레와 같은 고함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불’이다.”
뜻을 알기 힘든 단어는 세상에 많다.
그러나 때때로 그 뜻이 아주 직관적인 경우 또한 많았다.
불.
“넥타를 태우는 힘, 넥타를 집어삼킬 가능성. 가디언과 티탄들이 봉인해두어 결코 사용하지 못하게끔 한 힘이다. 그것이! 마력이다.”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찬란히 빛났다.
이정기는 그런 할아버지에게 맞서듯 말했다.
“하지만.”
다르다.
“이 힘은 단순한 마력이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마력의 궁극?
물론 할아버지는 그 영역에 닿았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도 바보가 아니며, 두 힘의 거의 끝에 도달한 존재였다.
한계치를 넘어서 그 끝에 도달했다고 느껴지는 힘이 아니다.
할아버지의 힘은 마력도, 넥타도 아닌 무언가.
“말하지 않았느냐.”
씨익.
할아버지의 웃음이 더욱 진해졌다.
“내가 인간이기에 가능하다고.”
인간.
“이 힘은.”
할아버지의 양 손에 각기 다른 힘이 피어났다.
마력, 그리고 넥타.
할아버지는 천천히 두 손을 맞잡아가고 있었다.
파짓! 파지짓!
마치 벼락을 꺼내들었을 때와 같은 소음이 울려 퍼질 때.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파앗!
두 힘이 뒤섞여 회전하고 있었다.
* * *
여지껏 자신은 넥타와 마력을 잘 합일시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네메아의 힘과 볼텍스.
벼락과 볼텍스.
넥타로 이루어진 힘과 볼텍스를 합일시켜, 위력을 증폭시켜 사용했었다.
그 또한 힘겨운 일이었기에, 이정기는 그 두 가지의 힘을 충분히 잘 합일시켜 위력을 증폭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념의 차이다.”
아니었다.
자신은 그저 서로 다른 힘을 반발시켜 약간의 위력을 더 한 것뿐.
진정한 의미의 합일과는 거리가 먼 것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넥타든, 마력이든 공통점이 있다.”
할아버지의 교육은 계속되고 있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성질을 뒤바꾸고, 지배된다는 것.”
이해 가는 말이었다.
스킬, 권능.
그것은 각인된 무언가였지만 결국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발동하는 힘이었다.
“그렇기에 그 힘들이 가지고 있다면, 네 생각에 따라 그 성질을 뒤바꾼다.”
할아버지는 또한 말했다.
“네가 몬스터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던 것은, 네가 그 어떤 편견과 상식도 가지고 있지 않았되, 태어나면서부터 넥타와 마력 두 가지의 힘을 가질 자격이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두 가지의 힘이 가진 모든 성질을 사용할 수 있던 게지.”
생각해본 적 있는 일이었고, 쥬피터 할아버지도 자세히 대답해주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건은 답을 찾아내었다.
“하지만 네게 상식도, 편견도 생겨났다.”
두 할아버지의 가르침.
마력에 정통한 할아버지.
그리고 넥타의 왕인 쥬피터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가르침 속에서 이정기는 어느새 고정관념을 갖게 되었다.
“네 머릿속엔 마력이 넥타의 완전한 하위의 힘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그렇기에 너는 두 힘을 합일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정기가 답했다.
“그것이 완전한 합일이 아니었군요.”
“그렇다.”
이건의 답.
“그저 두 가지를 섞어 반발시킨다면 위력을 증폭될지언정, 두 힘에 숨겨져 있는 속성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개념, 사실은 마력이 넥타의 하위호환의 힘이 아닌 완전한 별개의 힘이라고, 또한 마력에 더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파지짓!
“이 힘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마력도, 넥타도 아닌 힘.
동시에 그 두 가지인 힘.
궁극.
마력이 1로 1의 위력을 내고, 넥타가 1로 10의 위력을 낸다.
하지만 이 궁극은.
‘1로써 100의 위력을 낸다.’
그렇기에 할아버지는 넥타 레벨이 상승하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성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에레보스를 패퇴시킬 수 있던 것이었다.
“제가.”
이정기가 말했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미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수많은 힌트와 가르침을 주었으니까.
허나 그 과정에는 지난한 시간이 들 것이다.
할아버지의 교육 방식에, 자신의 신념과 의지에 위배 된다 해도 이정기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식을 물어본다.
끄덕.
할아버지 또한 이정기의 마음을 알아들은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만의 방식이 있을 거다.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내가 이 힘을 갖게 된 것과 같은 방식을 보여야겠지.”
마침내 이건이 답을 주었다.
“넥타를 버려라. 네 넥타는 이미 너무 높이 올라가 있어. 네 의지든, 생각이든 관계없이 넥타가 마력을 잡아먹고 있다. 그러니 그 둘의 균형을 맞추거라.”
* * *
여지껏 이정기가 지내온 삶과 행동들은 무언가를 쌓는 것에 치중되어 있었다.
경험을 쌓아 축적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더 나은 전투를 벌인다.
전투만이 아닌 삶에서도 같았다.
다음번엔 더욱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궁극.’
어떠한 부정함도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경험을 축적시키고 그것을 버리지 않은 채 갖고 있었다.
다른 것에도 마찬가지였다.
‘마력.’
힘을 잃었던 자신.
그렇기에 마력을 다시 쌓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했다.
서둘러 마력을 되찾아 쌓고, 필요할 때 그 힘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넥타.’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레 성장하며 레벨을 올려가는 넥타.
그것과 따라 이정기는 마치 엘리베이터를 타듯 순식간에 강해져 갔다.
그것에 도취되어 넥타가 쌓여나갔다.
‘단 한 번도.’
그것을 버려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애시당초.
“어떻게 버리는 거야…?”
버린다는 개념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그것까지 할아버지에게 물어봤지만.
‘내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넥타가 내 몸에 쌓이는 것을 막아내었을 뿐이지 버리지 못했다.’
할아버지도 가지 않은 길이었다.
‘오로지 네게 달려 있다. 할 수 있다. 너라면.’
혼자 해내야 하는 일.
생각해보면 그랬다.
“내가 혼자 해본 적이 없구나.”
어릴때부터 언제나 자신의 성장엔 누군가 있었다.
이건 할아버지, 쥬피터 할아버지.
지구에 와서는 그저 원래 쌓았던 힘을 되찾을 뿐이었으며.
‘생각해보면….’
그때 또한 혼자가 아니었다.
‘메티스.’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
대충 짐작하고 있는 그녀가 자신을 도왔다.
스스로 해내고 성장하는 것?
‘없었다.’
이번이 처음.
꿀꺽.
그러니 왜인지 모르게 긴장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허나 할아버지의 말이 기억났다.
‘힘은 지배하는 것이고, 너는 그 힘을 지배하는 자다.’
생각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그러니.
‘할 수 있어.’
믿음.
그것을 가진 채 시작했다.
눈을 감고 넥타를 버리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어떻게 버릴 수 있을 까.
꽈쾅!
벼락을 사용해 넥타를 소모해보았다.
당연하게도 빠져나가는 넥타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하지만.
‘회복되고 있어.’
그건 넥타를 사용하는 것이지 버리는게 아니었다.
넥타의 총량이 존재하고, 그 총량을 사용한다 해도 다시금 총량을 향해 회복된다.
‘그릇.’
넥타는 그릇에 담긴 물이나 다름 없었다.
그릇에 넘치게 물을 따를 수는 없지만, 그릇 안의 물을 사용하면 다시 그릇이 채워진다.
‘어떻게.’
고민은 깊어져갔다.
하루.
이틀.
삼일.
무언가에 빠져 이토록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여 본 적이 없었다.
이건의 저택 지하 훈련장에 가만히 앉아 하루하루를 보냈다.
식사 또한 하지 않았다.
‘버린다.’
무언가를 버려야 하는 지금, 무언가를 채워넣을 이유가 없었다.
음식과 물을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었고, 그것이 정신을 더욱 또렷하게 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주일.’
그동안 이정기는 훈련장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말이 있었는지, 훈련장에는 그 누구 하나 발을 디디지 않았다.
‘이주일.’
이 주일의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이정기는 그 어떠한 답을 찾지 못했다.
몸은 말라 갔고, 정신은 더욱 또렷해졌다.
수많은 방법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그리고.
‘삼 주.’
마침내 변화가 생겼다.
“이제야 날 찾아오네?”
녀석을 만났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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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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