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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248화 (248/284)
  • 제10권 23화

    248

    다른 이들이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과 이정기가 해야 할 일을 무엇일까.

    관리자를 만나는 일은 반쯤의 성공을 거두었고, 다시 가이아의 던전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정답은 간단했다.

    “훈련이다.”

    강해지는 일.

    세상은 이건의 선전포고로 인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이건과 이정기, 그들의 측근들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앞으로 벌어질 전쟁은 게이트 사태와 비교해도 그 위험도가 훨씬 높은 세상의 존망을 다투는 일이라고.

    또한, 그 일에 가장 중요한 것은.

    “너.”

    이정기.

    “네가 강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건이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아직도 내 힘으로 닿을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이건, 다시 만난 할아버지의 강함은 이미 이정기의 상식마저 넘어선 높은 곳에 있었다.

    에레보스를 쓰러트리고, 관리자와의 전투 때 이정기를 아득히 앞섰다.

    또한, 그의 움직임에는 미묘한 다름이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빠른, 감각마저 속일 정도의 속도.

    살아온 삶의 길이가 다르지만 넥타를 수련한 세월만큼은 같다.

    지구에 돌아와 힘을 잃고 나서의 기간도 같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이미 자신을 아득히 넘어섰다.

    어떻게?

    “마력이란 무엇이냐.”

    이건이 물었다.

    무슨 의미로 물어본 것일까.

    “인간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이능을 사용할 수 있는 원천입니다.”

    세계에 알려진, 또한 헌터들이 배우는 정론적인 이야기.

    “…….”

    이건은 이정기의 말에 대답 없이 서 있었다.

    정답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에너지입니다.”

    “에너지. 그렇다. 그리고?”

    아직 끝이 아니다.

    “온몸을 타고 흘러, 그 경로와 상상 기질 등을 종합하고 또한 그 힘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에너지입니다.”

    “그래. 그렇지.”

    아직도.

    “또.”

    원하는 것이 남아 있었다.

    “넥타에서 파생된 힘입니다.”

    씨익.

    마치 정답이라는 듯 이건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나갔다.

    그러나.

    “틀렸다.”

    이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정기의 상상과 다른 것이었다.

    “그것이 문제다.”

    “……?”

    “마력이 넥타에서 파생된 힘이라고, 넥타의 하위 호환적인 것이라고, 그리 생각했겠지?”

    “아니란 말씀입니까?”

    이정기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넥타.

    쥬피터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며 느꼈고, 지구에 와 다시 느꼈다.

    ‘넥타.’

    그것이야말로 원천이다.

    “그렇다면 넥타란 무엇이냐.”

    이건이 물었다.

    “넥타란….”

    마력과 달리 이정기의 입에선 무엇도 잘 나오지 않았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힘?’

    그건 마력의 설명에도 사용했지 않은가.

    넥타란….

    “넥타란….”

    이정기가 물었다.

    “무엇입니까?”

    자신은 넥타란 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다.”

    * * *

    이건과 이정기.

    둘은 같은 걸 경험했고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기에 작은 차이는 있을지언정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할아버지에게 들어온 천재라는 말.

    쥬피터 할아버지가 말했던 자신의 재능.

    그렇기에 더더욱 할아버지와 차이가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순간 자신의 그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나의 차이.’

    그것은.

    ‘시간.’

    힘을 얻고 살아온 시간.

    전장 속에서 뒹굴어온 시간.

    즉.

    ‘깊이.’

    깊이의 차이였다.

    “인간은 누구나 쉬이 생각한다. 우리가 먹는 물, 마시는 공기, 입고 있는 옷. 그것이 무엇인지 크게 생각지 않지.”

    고찰.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그 누구 하나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 낯선 이가 주어도 무방비하게 마시고. 언제나 다를 것 없는 곳을 거닐면 쉼 없이 호흡한다.”

    전장 속에서 살아온 삶.

    그런 삶은 이건에게 모든 것을 의심하고 탐구하도록 만들었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건에겐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물속에 독이 숨어 있을지, 마시는 공기에 독이 숨어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또한, 그것들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는다면….”

    이건은 말했다.

    “그걸 활용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최소한의 물로 생명을 연장하고, 호흡하는 법을 통해 더욱 빠르고 강력히 움직일 수도 있다.”

    무궁무진한 활용법.

    “마력도 같다.”

    이건은 헌터가 되어서도 그 기본을 잊지 않았다.

    “마력이란 무엇이냐? 또한 어떻게 움직이며, 왜 사용할 수 있는가.”

    그의 탐구는 끝이 없었다.

    “나는 그 끝에….”

    휘이잉.

    그의 주먹에 몰아치는 와류.

    그것이 주먹을 타고 팔뚝으로 어깨로 그의 온몸으로 소용돌이쳤다.

    “볼텍스를 얻었다.”

    탐구의 결과물.

    “가장 큰 파괴력을, 가장 큰 효율로 낼 수 있는 힘. 볼텍스가 집어먹는 마력이 막대하다지만, 다른 것으로 이만한 파괴력을 내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할 수 있다.”

    할아버지는 헌터가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스킬과는 궤가 다른 무언가를 창조하였다.

    그렇기에 할아버지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할아버지만의 것을 만들었으며.

    ‘사실 올림포스의 패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폴론의 말마따나 마력을 지닌 인간으로서는 결코 상대할 수 없는 넥타를 지닌 가디언들을 쓰러트릴 수 있게 되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할아버지의 재능.

    ‘탐구.’

    그리고.

    “넥타란 무엇인가.”

    할아버지는 새로이 얻은 힘에 대한 탐구 또한 멈추지 않았다.

    이정기가 그저 넥타를 다루는 법을 배울 때, 할아버지는 그 넥타가 무엇인지 본질부터 이해하려 들었다.

    그렇기에 할아버지는 자신보다 빨리 강해질 수 있었다.

    ‘겨우 그 정도냐?’

    타고난 재능, 그리고 천재성.

    이정기는 누구보다 빠르게 넥타를 익히고 쥬피터에게 인정받았지만 똑같이 처음부터 넥타를 익히는, 아니 자신보다 더 불편할 수밖에 없는 할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을 앞서갔다.

    그것이 탐구의 결과이자 할아버지의 재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 끝에 무엇이 있었습니까?”

    이정기는 물었다.

    마력의 끝에, 볼텍스가 있었듯 할아버지는 넥타의 끝에 무엇인가를 찾은 게 분명했다.

    그것으로 강해졌고, 그것으로 왕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에레보스를 패퇴시킬 수 있었다.

    그것.

    “없었다.”

    이건은 그런 것 따위 없다 말했다.

    “넥타를 탐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도 그 본질은 물론 끝도 찾지 못했다.”

    “그럼?”

    “그러니 방향을 틀었지.”

    할아버지의 머릿속엔 무엇이 들어있을까.

    수십여 년의 세월 간 쌓여온 지식과 노하우가 가득할 것이었다.

    그것은 또 다른 창조성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마력과 넥타, 그 두 가지의 비교에 나섰다.”

    “……!”

    “넥타의 밑에 마력이 있다고?”

    씨익.

    “관리자가 왜 그런 곳에서 형벌을 지닌다고 했었지?”

    “마력… 불을 인간에게 주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건이 말했다.

    “겨우 넥타의 하위 호환에 불과할 마력을 준 것으로 무슨 문제가 있다고 그만한 형벌을 받았을까.”

    과연 그런 의문이 들 법도 했다.

    “분란을 조장해서? 제가 본 인간들은 힘이 있으면 그 힘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마력이 없는 인간들이 만드는 분쟁과 마력이 있는 인간이 만드는 분쟁은 다를 테니까요.”

    “…….”

    “아니면.”

    이정기는 말했다.

    “할아버지와 같은 자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답이다.”

    이건의 눈동자가 타오르는 듯했다.

    “나같은 자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 누군가 마력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왜.

    “마력은 넥타의 하위 호환 따위가 아니니까. 마력은 또 다른 힘이다. 그것 아느냐?”

    킥, 할아버지는 그렇게 장난스레 웃는 듯했다.

    “가디언들이, 티탄들이….”

    뒤이어 나온 할아버지의 말은 이정기에게 이제껏 없던 충격을 안겨주는 말이었다.

    “마력을 사용할 수 없음을.”

    “…….!”

    “둘은 애초에 다른 힘이다. 그것이 아니고서야 가디언들이 마력을 사용할 수 없을 리 없지. 네 말대로 하위호환에 불과하다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확실… 확실한 겁니까?”

    이정기가 ᄄᅠᆯ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수십 번 확인했다. 네게 충성을 맹세한 가디언들에게, 내가 사로잡은 티탄들에게.”

    상식이 깨어지는 느낌.

    수많은 정보가 동시에 이정기의 머릿속에 주입되는 것 같았다.

    ‘가디언이 마력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그렇다면.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마치 이정기의 생각을 읽은 듯 이건이 말했다.

    “인간뿐이다.”

    “……!”

    “오직 인간만이 마력을 사용할 수 있어.”

    “그럴….”

    이정기는 급히 표정을 바꾸어 말했다.

    “그럴 리 없습니다. 저와 할아버지가 있지 않습니까?”

    “…….”

    “제게 가디언의 힘을 받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도 마력을 씁니다.”

    무언가 잘못 안 것 아닐까.

    “아직 넥타가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으니까.”

    “……!”

    “넥타가 한계에 도달하면 그들 또한 마력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신체를 얻고 넥타만을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

    이건은 쉬지 않고 말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 일게다. 내 넥타 레벨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

    이정기는 또다시 눈을 치켜떴다.

    과거, 이건을 이성 길드전에서 다시 만났을 때 메티스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었다.

    ‘레벨 5.’

    이미 순식간에 5레벨을 달성했던 할아버지.

    그러니 이만큼 강해진 지금이라면, 당연히 그 레벨이 극한에 이르렀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어보거라.”

    이건.

    “네 안에 자리 잡은 그 녀석한테 물어보면 알 것 아니더냐.”

    전에도 할아버지는 말하지 않았던 메티스를 알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 묻고 싶지만 지금 물어야 할 것은 따로 있었다.

    ‘메티스.’

    떨리는 마음을 집어삼키며 이정기가 물었다.

    ‘할아버지의 넥타 레벨이 어떻게 돼?’

    그리고 이어져 들려온 대답은.

    [레벨….]

    이정기를 더더욱 충격 속에 빠트리는 것이었다.

    [5입니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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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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