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46화 (246/284)
  • 제10권 21화

    246

    “너무 과했나…?”

    이건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렸다.

    “그….”

    이건의 눈이 이정기를 바라보며 떨리고 있었다.

    마치 부정을 바라는 듯한 눈빛이었으나.

    절레.

    이정기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는 수밖에 할 수가 없었다.

    ‘과했나?’

    이건의 물음.

    이정기의 대답은.

    “…과했어요.”

    이건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우지끈!

    들려오는 소음에 이건과 이정기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이곳에 들어와 관리자를 만나려던 것은 그와 협상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와의 전투는 예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화를 하려던 것뿐인데.”

    쿠쿠쿠!

    이건과 이정기가 바라보고 있는 곳.

    티탄의 육체가 이정기와 이건, 둘이 쏘아낸 볼텍스의 기운에 갈라져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드드드드!

    육중하고 거대한 몸뚱이가 비스듬하게 잘려 쓰러진다.

    “어떡하죠?”

    쿠우우웅!

    마침내 상체가 무너져 바닥에 떨어져 내린 티탄.

    “…….”

    “…….”

    이건과 이정기는 말없이 그 광경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대화를 위해 그를 제압해야 한다는 생각은 했으나 대화조차 못 할 상태로 만들려던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움직임조차 없는 티탄을 앞에 두고 이건과 이정기는 못 박힌 듯 땅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때.

    슈우우우우욱!

    귓가를 찢는 채찍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잘린 하체와 상체에서 쏟아져나오는 뱀과 같은 크기의 줄기들.

    “오호!”

    그것들은 서로 이어지고 결합하며, 떨어져 내린 상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 현상이 무엇인지 고민할 정도로 경험 적은 이건과 이정기가 아니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관리자라는 녀석이 이리 약할 리가 없지! 그래! 몸뚱이가 잘린 것 정도는 재생할 것이라 생각했지! 암 그렇고 말고!”

    신나 소리치는 이건을.

    “진짜죠…?”

    이정기가 물끄러미 바라봤다.

    “으흠.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냐. 그저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을.”

    참 대책 없는 모습의 이건이었지만, 이정기는 또다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알고 계셨을 테지.’

    가끔은 바보같이 보이는 할아버지였지만 전투와 감각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 이건이었다.

    무엇보다.

    ‘본능.’

    직감과 같은 것을 통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한다.

    즉흥적으로 움직여 행동했다고 하지만, 이건은 이런 상황을 아마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을 터였다.

    “잘 되었다.”

    이건이 재생하는 티탄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 재생을 한 후라면 그래도 힘이 빠질 터, 더 싸우지 않고 대화를 나눠볼 수는 있겠지.”

    이건의 말대로라면 최선의 결론.

    허술하면서도 언제나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할아버지다운 모습이었다.

    쿵!

    마침내 하나로 합쳐진 티탄의 하체와 상체.

    녀석은 아까의 상처까지 모두 회복한 채 완벽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전투가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채 그를 바라볼 때.

    파스스.

    들려선 안 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

    다시금 당황한 이건의 목소리.

    “이러면 안 되는데?”

    이건과 이정기가 바라보고 있는 티탄의 육체가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 * *

    “안 돼!”

    확실히.

    “안 된다고!”

    이건, 할아버지는 여기까지 예상하지는 못한 듯했다.

    하나로 합쳐져 완벽한 모습이라 생각했던 티탄의 육체가.

    파스슷!

    그대로 부숴져 흩날리고 있었다.

    마침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왜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스러지고 있는 티탄.

    문제는 만능이라 생각되는 할아버지도 파괴에 대한 재능만 있을 뿐, 회복시키는 재능은 없다는 것이었다.

    “뭐가 잘못된 거지?”

    이건이 당황하며 말했다.

    “재생에 너무 많은 힘을 썼나?”

    그래서 이겨내지 못한 채 부서지는 것일까?

    ‘아니.’

    할아버지의 본능은 짐승의 것과는 다른 높은 영역에 속한 것이었다.

    ‘네 본능은…, 무시할 수 없군.’

    쥬피터 할아버지조차 인정했던 이건의 본능.

    그런 할아버지가 실수했을 가능성은 낮디 낮은 일.

    그때.

    “아니에요.”

    이건이 보지 못한 것이 이정기의 눈에 보이고 있었다.

    “할아버지.”

    “왜?”

    “부서지는 게 아니에요.”

    이건과 이정기의 다른 부분.

    그것은.

    ‘왕의 자격.’

    이정기가 갖춘 자격이었다.

    비록 가진바 힘은 다를지언정, 갖추고 있는 자격은 이정기가 더 높다.

    그렇기에 볼 수 있다.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겁니다.”

    휘이이이이익!

    모래 바람이라 착각할 것이 사방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이건과 이정기의 시야마저 가리는 그것 속에서.

    쩔그럭.

    쇳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쩔그럭, 쩔그럭.

    조금 더 크게 들리는 소리.

    “과연, 그렇구나.”

    이건도 눈을 가라앉힌 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앗!

    사방의 시야를 가리던 모래바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두 개의 시선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 이상 하늘 높은 곳을 올려다볼 필요는 없었다.

    모래 바람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는 티탄이라고 생각하기에 너무 작은.

    “네가….”

    인간과 비슷한 크기였으니까.

    “관리자냐?”

    이건의 목소리.

    목소리가 향한 곳에 남자가 서 있었다.

    벌거벗은 육체, 그 위를 쇠사슬들이 감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특별해 보이는 쇠사슬.

    그제야 이정기는 할아버지보다 먼저 관리자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던 이유를 깨달았다.

    ‘자격 때문이 아니야.’

    왕의 자격 덕분에 넥타의 흐름에 더욱 민감한 것이라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었다.

    “저 쇠사슬에서….”

    관리자의 육체를 뒤덮고 있는 쇠사슬.

    거기서 느껴지는 기운.

    “쥬피터 할아버지의 벼락이 느껴져요.”

    쥬피터의 것이었다.

    -특별한 손님들이구나.

    관리자의 입이 움직이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디언도 티탄도 아닌 그 무엇에도 속하지 않았되.

    우웅.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들이라.

    공명과 같은 목소리가 우레처럼 머릿속에 내리쳤다.

    이정기와 이건이 그를 앞에 둔 채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린지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니다. 그게 네 본래의 육체인가?”

    이건의 질문.

    -둘 모두 내 것이다. 하지만 그 정신은 나누어져 있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내가 상대인 게 더 나을 거다.

    “대화를 하겠다는 거군.”

    끄덕.

    -무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지? 혼돈들이여.

    이건이 이정기를 바라봤다.

    ‘네가 하거라.’

    상황은 만들어졌다.

    이제부턴 이정기가 이야기하라며 뒤로 빠져주는 이건.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해 보거라.’

    모든 상황을 만들어주고, 가장 중요한 결과에 있어서는 이정기가 나서게 하는 것.

    그것이.

    끄덕.

    할아버지의 교육이었으니까.

    “당신이 누구인지는 대충 알고 있습니다. 혹시 당신이 인간들에게 헌터의 힘을 주신 게 맞습니까?”

    -헌터의 힘?

    관리자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쩔그럭.

    움직이는 쇠사슬.

    그리고 곧.

    -‘불’을 말하는 것이군.

    “불?”

    -인간이 말하길 마력이라 하던가. 정신과 육체의 에너지를 태워 만들어내는 불꽃을 말하는 것인가.

    불.

    -그렇다. 내가 주었다.

    “지구에 있는 인간들에게도 그 ‘불’을 나눠주신 겁니까.”-지구….

    쩔그럭.

    그의 행동은 특이했다.

    마치 쇠사슬에 기억을 저장해놓고 대화에 따라 쇠사슬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더듬는 것처럼 보였다.

    -가이아를 말하는 것이군.

    “…….”

    대화에 따라 이정기도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다만 지금은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나머지 대화는 추후에 이어져도 된다.

    -애시당초 가이아의 피조물은 불은 가진 채 태어났다. 난 그저 그 불을 지펴주었을 뿐.

    이 자였다.

    ‘이 자가 바로….’

    무력하게 올림포스와 티탄의 싸움에 휘말려 터전과 생명을 잃었어야 할 수많은 인간에게 기회를 준 자.

    지구와 헌터가 이르길.

    ‘신이 있으니 주었겠지.’

    그들이 추앙하는 신과 같은 존재에 가장 부합되는 자일 것이라고.

    “이유….”

    이정기는 말했다.

    “이유가 뭡니까?”

    인간에게 불을 주어 티탄과 가디언에게 공동의 적이 된 자.

    그렇기에 형벌을 받아 도망쳤건만, 또다시 그는 인간에게 불을 건네주었다.

    ‘불.’

    그것은 가능성.

    결코,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

    왜 그는 그런 것을.

    -내가 만들었으니까.

    “……!”

    -가이아의 피조물은 내가 만든 것이다.

    “네가….”

    잠자코 있던 이건이 입을 열 만한 이야기.

    “지구의 인간들을 만든 창조주라 말하는 것인가?”

    관리자의 말은 스스로가 인간의 창조주라 말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창조주… 그렇다면 그럴 수 있겠군. 허나 다르다.

    관리자,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가이아의 땅에서도 인간은 태어났을 것이다. 나는 다만, 불을 지핀 것과 마찬가지로 흐름을 앞당겼을 뿐이다.

    그때.

    쩔그럭.

    관리자의 쇠사슬이 흔들렸다.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느껴지는 순간.

    “이 던전을 폐쇄할 수도 있습니다. 왕의 시험을 받아야 합니다! 그 후에도 그 불은 꺼지지 않는 겁니까?”

    이정기는 급히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건….

    관리자의 목소리가 들리려던 순간.

    쩔그럭!

    지금까지와는 다른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쩔그럭! 쩔그럭!

    마치 갑주처럼 관리자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쇠사슬이 벗겨져 사방으로 치솟았다.

    동시에.

    우우우웅.

    사방에서 커다란 기운들이 동시에 느껴지고 있었다.

    “……!”

    이곳까지 오며 만나고 쓰러트렸던 몬스터들.

    녀석들이.

    -떠나라.

    되살아나 돌아오고 있었다.

    그 수는 아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쿵! 쿵!

    그 힘은 아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그 답은 시간의 역행이 멈출 때 주겠다.

    “시간의 역행…?”

    촤르르르르르!

    사방으로 치솟았던 쇠사슬들이 이건과 이정기를 노려오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건이 주먹으로 쇠사슬을 쳐내려던 것도 잠시.

    촤악!

    쇠사슬들은 관리자에게 그랬듯, 이건과 이정기를 감싸 옥죄어오고 있었다.

    시야마저 막아선 쇠사슬.

    그 틈 속에서 보이는 관리자의 모습.

    “……!”

    처절하기 그지없는 그 광경과.

    -끄…, 끄아아아아아악!

    그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질 때.

    [던전에서 추방당하셨습니다.]

    메티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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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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