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45화 (245/284)

제10권 20화

245

-그어어어어어!

-구워어어어어어!

-끼에에에엑!

불타오르는 숲 속 이곳저곳에서 몬스터들의 포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 속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

“움직이려나 봅니다.”

아마도 관리자라는 녀석이 직접 움직이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애시당초 이정기와 이건은 이것을 노렸다.

이곳이 올림포스와 비슷한 데다, 과거 던전 공략을 시도했던 이건의 말대로라면 이 던전은 광활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거대한 하나의 세계였다.

이곳에서….

‘관리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야.’

부족했던 시간.

아직 그 시간을 다루는 티탄조차 찾지 못한 상황에서 몇 날 며칠 관리자만 찾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

‘던전을 엉망으로 파괴하여 관리자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게 한다.’

그러기 위해 이정기와 이건은 모든 것을 지워버릴 생각으로 겨뤘던 것이었다.

“겨우 첫 번째 방식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실망이야.”

이건의 목소리.

아직 준비한 것이 많은데 벌써 관리자가 움직이는 것이 불만인 듯했다.

하지만 그 모습에 이정기는 웃어 보였다.

“알고 계셨잖아요. 이게 먹힐 거라는 거.”

말없이 웃는 이건.

확실히 이건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아폴론에게 미리 들었던 관리자의 성향.

그건.

‘티탄들의 배신자입니다.’

관리자, 프로메테우스가 왜 티탄들을 배신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별종입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배신자.

‘그는 인간을 위해 티탄을 배신했습니다.’

올림포스에서 가디언조차 신경 쓰지 않는 인간들을 위해 티탄을 배신했다고 했다.

가디언들의 희롱거리가 되고, 너무나 무력하게 티탄의 먹잇감이 되는 인간들.

그들에게.

‘마력을 주었다.’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 때문에 티탄에게도, 가디언에게도 버림받은 존재.

“그런 존재라면….”

이건이 말했다.

“던전이 이렇게 엉망이 되는데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무언가를 구원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특징.

그들은 결코 주변에서 벌어지는 피해를 두고 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런 곳에 있는 거겠지.’

상처받는 것들을 직접적으로 보지 않아도 되는 곳.

그는 아마도 스스로를 이곳에 가둔 것일 것이다.

-그워어어어어어!

다시 들려오는 포효 소리.

“몬스터들이 움직인다.”

후퇴하듯 움직이는 녀석들.

“길 안내를 해줄 생각인 것 같군.”

파앗!

이건이 먼저 밟고 있던 가지를 박차며 나아갔다.

* * *

-그워어어어!

사방에서 들려오는 몬스터의 포효 소리.

-아우우우우!

땅에서는 집채만 한 크기의 늑대들이 무리를 이뤄 쫓아오고 있었고.

사스스슥.

고목들의 가지와 잎사귀는 은밀히 자신들을 노려오고 있었으며.

휘익! 휘익!

창공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일으키는 새들은 이건과 이정기가 보일 틈만을 노리고 있었다.

탓! 타타탓!

이건과 이정기는 그런 곳을 나아가고 있었다.

저 몬스터 하나하나를 따지면.

‘SS급.’

타이탄과 같은 등급의 몬스터.

하나만으로도 재앙이라 불리며, 저들을 토벌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목숨이 스러져야 할 존재들이었다.

허나.

“귀찮은 것들.”

이 둘에게만은 아니었다.

우웅.

이건의 주먹에 휘몰아치는 기운.

수많은 이들이 따라 하고 배우고 싶던 그것.

그러나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오리지널.

“볼텍스.”

폭풍이 이건의 주먹에서부터 몰아치기 시작했다.

우웅!

작은 공명음.

그리고 이어진 것은.

쿠콰콰콰콰콰쾅!

처절할 만큼의 파괴였다.

늑대의 울음소리가 멎고, 가지들과 잎사귀는 감히 덤벼오지 못했다.

하늘에선.

투두두둑.

피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타앗!

또다시 따라붙는다 해도 결과는 같다.

“할아버지. 저희는 관리자와 협상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맞다.”

“그런데….”

이정기도 난감한 얼굴을 지우지 못한 채 말했다.

“이렇게 다 때려 부숴도 되는 건지….”

이정기조차 따라갈 수 없는 폭력성.

“녀석도 때려 부숴주면 되지. 매 앞에 장사 없다. 그게 바로 나 이건의 협상이야.”

“…….”

피식.

앞서나가던 이건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걱정 마라. 이것들 좀 부쉈다고 녀석이 크게 적대하지는 않을 테니까.”

“이유는요?”

“이것들은 타이탄과 달라, 생명이되 생명이 없는 것들이야.”

이건의 말에 그제야 이정기 또한 무언가를 눈치챈 듯했다.

“인형들이다.”

부서지면 다시 만들면 되는 인형.

“하지만….”

이정기는 다시 질문하려 했다.

인형들.

언제고 부서지면 다시 만들면 되는 일회용품.

그렇다면 왜?

‘왜 움직였을까.’

자신들이 아무리 이것들을 파괴해도 그저 가만히 있으면 되는 문제였다.

그러나 이정기는 이건에게 묻지 않고 답을 찾았다.

“관리자가 중요시하는 게 몬스터들이 아니군요.”

“그래 맞다.”

관리자는.

“우리가 싫은 게다.”

“……?”

“파괴행위는 무언가를 파괴하는 게 중요했던 게 아니야.”

탓!

“그저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보여준 것뿐이다.”

“……!”

이정기는 그제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을 위하고, 구원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관리자….”

또한.

“티탄의 배신자이자, 가디언과도 사이가 좋지 않죠.”

그는 철저한 외톨이이자, 그의 이상과 가디언과 티탄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히려 녀석은 우리를 여기서 없애 버리고 싶은 거다.”

“우리의 존재가 인류에게 위협이 될 거라 생각할 테니까요.”

끄덕.

이쯤 되니.

“오히려 궁금하네요.”

관리자란 녀석이 더 궁금해지고 있었다.

녀석은 함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위해 자신들을 끌어들이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었다.

그 대가가 목숨일지도 모르는 상황.

‘스스로의 목숨보다 다른 가치를 우선하는 것.’

그것이….

“티탄이라니.”

티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싸아아!

빠르게 지나가는 주변 광경.

녀석도 이제 인형으로는 결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더 이상 추격을 해오지 않았다.

팟!

발로 볼텍스를 사용해 급가속한 이건, 그가 멈춰 섰고.

팟!

이정기 또한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멈춰섰다.

“도착….”

“했구나.”

그들의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 * *

거대한 그림자.

이건과 이정기는 습관처럼 위를 올려다보았다.

역시나.

“티탄.”

그 앞에 있는 것은 티탄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것도 완벽한 신체와 완벽한 넥타를 가지고 있는 티탄.

구우웅.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압박감이 쇳덩이처럼 이건과 이정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구….

천둥이 울리는 듯한 커다란 목소리.

-구면이구나.

하늘위, 시뻘건 두 개의 달이 이건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었다.

“네 녀석과 만난 적이 있던가?”

-직접적으로는 없지. 허나 과거, 네가 이곳에 와 수호자들을 쓰러트린 것을 본 적 있다.

“수호자? 그 녀석들을 수호자라 부르나 보지?”

부웅.

고갯짓에 이는 바람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렇다. 헌데.

녀석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이제는 인간이 아니구나.

“…….”

쿠쿠쿠쿠쿠쿵!

공기가 찢기며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이정기가 움직이려 했으나.

스윽.

이건이 고갯짓을 하며 그런 이정기를 말렸다.

티탄들, 아니 타이탄들이 자주 애용하는 수법.

그저.

쿠우우웅!

힘으로 내려찍는 것.

하늘에 떠 있는 커다란 대지가 내려앉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가까워지고 있는 대지.

그것은 마치 인간이 파리를 짓눌러 죽이듯, 느릿하면서도 강력한 움직임이었다.

덜덜.

풍압에 온몸이 굳어, 제대로 움직이지조차 않는 상황.

“볼텍스.”

이건은 떨어져 내리는 대지를 향해 한 주먹을 내뻗었다.

휘이이이이이익!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관리자가 내리찍는 주먹과 이건이 올려치는 볼텍스가 마주하며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결과는.

쿵.

떨어져 내리던 대지가 멈춰 섰다.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진 거지?

녀석이 물었다.

-티탄에게 잡아먹히지도, 가디언에게 잡아먹히지도 않았구나. 헌데 그 모든 것을 능가하는 힘을 지니고 있어. 이건 마치….

다시금 녀석이 움직인다.

-왕….

이번에는 또 달랐다.

녀석의 움직임뿐만이 아닌, 주변의 공기와 마력, 넥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얼마나 거셌는지.

쿠쿠쿵!

이정기의 가슴 속이 떨어 울릴 정도였다.

“아무래도 지금은 대화할 생각이 없나 보군.”

이건의 말.

-먼저….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

-자격을 증명하라.

화륵!

하늘에서 불의 벼락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 * *

타앗! 타앗!

이정기와 이건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후.”

짧은 호흡으로 긴장을 몰아내고, 전투에 몰입했다.

적은 강대하다.

짓누르는 기운 타이탄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강인한 육체.

떠오르는 것은.

‘에레보스.’

녀석을 마주했을 때와 같은 감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정기는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자신이 성장했다는 사실도 있지만.

‘난 혼자가 아니야.’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그 누구도 아닌.

끄덕.

할아버지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단언컨대 맹세할 수 있다.

파앗!

할아버지와 함께라면.

휘이이이익!

자신은 무적이라고.

양손에 솟구치는 볼텍스의 힘.

자신과 반대편에서도 거대한 힘이 소용돌이치며 모여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

관리자 녀석의 당황까지 함께 느껴진 것이 한순간.

이정기는 저 멀리 떨어진 할아버지와 고갯짓으로 합을 맞추었다.

그리고.

우우웅!

서서히 주먹을 내뻗기 시작했다.

떨어져 내리는 불의 벼락과, 그 사이로 파고드는 티탄의 두 주먹과 발길질.

이정기는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 웃어보였다.

할아버지와 함께 합을 맞춘 것.

그때를 떠올리며.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세상 모든 것을 찢어발길 듯한 폭풍이 티탄의 양옆에서 티탄을 노리며 달려들었다.

파아아앗!

티탄이 손짓으로 그 힘을 억제하려 했으나.

콰직!

결국, 볼텍스가 티탄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갔다.

그것으로 모자라 더더욱 깊이 들어가는 볼텍스의 힘.

“음….”

저쪽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과했나…?”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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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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