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권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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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저택의 지하,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기운을 내뿜으며 이정기로서도 가늠이 안 서는 그곳.
“여긴….”
이건이 마침내 그 정체를 밝혀냈다.
“던전의 왕.”
“던전의 왕…?”
씨익.
이건이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이곳이 바로 던전의 시작점이자, 끝이다.”
“……!”
이건의 말에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올림포스!”
게이트의 시작점이자 끝.
게이트가 발생한 원인이기에 올림포스를 봉인하고 붕괴시키자 세상 모든 게이트가 사라졌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올림포스를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게이트의 왕.’
그렇다면 이건의 말처럼 이곳이 던전의 왕이라는 것은.
“이 던전을 클리어하면 세상 모든 던전이 끝난다는 말씀이에요?”
이곳이 올림포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정답.”
이건이 만족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눈은 가라앉은 채 던전을 바라봤다.
“그리고 또 있다.”
“또요?”
심각해 보이는 이건의 얼굴.
생각에 깊이 잠긴 듯한 모습.
이정기는 문득 이건의 뒤에 말이 나올 말이 겁났다.
“이곳을 클리어하면 던전만 끝나는 것이 아니야.”
“그럼 또…?”
이건이 이정기를 똑바로 본 채 말했다.
“헌터.”
“……!”
“이 던전이 모든 헌터의 힘이 나오는 창구다.”
“그런….”
오랫동안 의문이 있었다.
그건 이정기에게만 있는 의문이 아닌 세상의 헌터들, 아니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의문 중 하나였다.
‘헌터.’
그들은 왜 탄생했는가.
그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많은 종교인들은 헌터의 탄생이 지구의 존망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신이 내려주신 대전사의 힘이라고 했고.
많은 과학자들은 인류의 진화이자 잠재력의 폭발이라고도 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하나.
‘그 누구도 비밀을 밝혀낸 이들은 없었다.’
이정기 또한 마찬가지.
헌터들의 힘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적이 많았다.
처음에는 그들의 힘이 올림포스, 즉 가디언들이 가진 힘 넥타에서 기인된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마력과 넥타는 전혀 다른 것.’
마력이 넥타의 하위에 존재한다고 하나 그 본질만큼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즉, 헌터는 올림포스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그 비밀.
“이 던전이 클리어되면 헌터들 또한 힘을 잃을거다.”
그 답이 여기 있는 것이었다.
“…….”
놀라움에 쉬이 말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
“자세한 설명은.”
이정기의 뒤에서 기척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들이 설명할 거다.”
기척에 따라 뒤돌아선 이정기의 시선.
그곳에 아폴론, 헤르메스, 마동철의 육신을 빌린 헤파이스토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 * *
“거슬러 올라가면 올림포스의 시작부터입니다.”
유럽에 있어야 할 그는 이건의 부름에 헤르메스와 함께 이곳에 왔다.
지금 남은 가디언 중 가장 해박한 지식을 가진 자.
진실에 가장 근접한 자라 할 수 있었다.
“올림포스의 탄생, 그리고….”
아폴론이 말했다.
“지구의 탄생입니다.”
“지구의 탄생…?”
“지구가 왜 올림포스와 티탄의 전쟁에 영향받고, 이곳에 게이트에 열린 지 아십니까?”
들은 적 있다.
“지구를 무덤으로 삼으려고…, 티탄들의 감옥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지구를 새로운 무덤으로 만들려고 했다고요.”
“맞습니다. 왕이시여.”
정답.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그리고 질문했다.
‘왜.’
그에 대한 답은.
“지구가 올림포스와 유사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예?”
이정기는 아폴론의 말을 납득할 수 없었다.
올림포스, 그곳에서 이십여 년의 세월을 산 것이 이정기였다.
자신에게는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지만 올림포스는 사람들의 말마따나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극단적인 기후 환경, 드넓은 황무지.
그곳과 지구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원래부터 올림포스가 볼모의 땅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제가 말씀드리죠.”
마동철, 아니 헤파이스토스가 나섰다.
“올림포스의 정기가 상했기 때문입니다.”
“네 이름 말하는 거 아니다.”
이건의 농담에도 헤파이스토스는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제가 타르타로스의 설계자이자, 제작자라는 것은 아시겠죠.”
“알고 있어요.”
“그 타르타로스의 재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타르타로스, 그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곳이 티탄들을 가둔 감옥이자 끝없는 무저갱과 같은 곳.
또한, 그들을 묶을 수 있는 힘이 있었다는 것은 안다.
그런 힘이.
‘대가 없이 존재할 리 없지.’
가디언들을 멸망으로 이끈 티탄을 가둘 수 있는 감옥.
“타르타로스의 핵이 된 것은 올림포스의 일부, 올림포스의 근간이 되어주는 힘.”
헤파이스토스가 말했다.
“우라노스의 넥타입니다.”
“우라노스?”
“올림포스의 탄생시킨 태초의 티탄입니다.”
“………!”
“그리고 또 하나.”
헤파이스토스의 시선이 던전의 입구를 바라봤다.
“태초의 가디언, 가이아가 바로 지구를 만들어낸 장본입니다.”
이정기는 입을 열지 못했다.
“우리는 그 가이아의 넥타를 이용해 타르타로스를 보수하고, 올림포스를 회복시키려던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가이아의 넥타와 연결된 곳입니다.”
이건 저택의 지하, 숨겨진 저 던전이 바로 가이아의 넥타와 연결된 곳.
또한.
“가이아의 넥타를 이용해 인류가 헌터의 힘을 얻게 된 겁니다.”
헌터에 대한 비밀.
“티탄들의 배신자이자, 넥타의 관리자가 있습니다.”
넥타의 관리자.
“그의 이름은….”
이번에는 헤르메스가 나섰다.
“프로메테우스.”
* * *
올림포스와 타르타로스의 탄생.
그리고 지구의 탄생까지.
사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또 궁금하지도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할아버지는 저 던전을 저와 클리어할 생각이신 거죠?”
가이아의 넥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저 던전을 할아버지는 클리어할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그래.”
이건이 말했다.
“너와 나는 지금부터 저 던전에 들어갈 것이야.”
“…….”
“그리고 던전을 클리어할 거다. 단.”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인지 안다.
“그 관리자라는 녀석과 협상해야겠지.”
던전을 클리어하면, 모든 던전이 닫히고 헌터들이 힘을 잃는다.
전쟁에 앞서서 던전이 닫히는 것은 희소식이나.
‘헌터가 힘을 잃어선 안 된다.’
그러니 던전은 클리어하되 많은 것을 남겨두어야 한다.
그리고.
“던전을 지금 클리어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이정기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던전을 클리어하며 성장할 것은 자명한 사실.
하지만 그 또한.
‘시간.’
던전을 클리어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그러지 않았던가.
자신에게 시간이 부족하다고.
또, 저 던전은 그 올림포스와 비견되는 곳이었다.
던전을 클리어하는데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감히 예상치 못할 곳이었다.
‘왜 지금?’
그런 의문은 너무나 당연한 것.
“올림포스의 진정한 왕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의식이 있습니다.”
그 답은 아폴론이 내주었다.
“우라노스의 넥타에서 인정받는 것. 그것이 진정한 왕이 되기 위한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정기는 그 과정을 겪지 못했다.
편법으로 쥬피터의 육체를 받아 왕의 자격을 얻고, 자격을 각성시켰을 뿐.
‘진정한 왕.’
이정기는 왕으로서 각성한 것이 아니었다.
“올림포스는 없습니다. 더 이상 의식을 치룰 수 없고, 이대로라면….”
아폴론이 말했다.
“왕께선 계속 불완전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고된 시간이 지나고 계기가 있다면 각성하실 수 있겠지만….”
“그 방법이.”
이정기가 대신 답했다.
“여기 있다는 것이네요.”
“그렇습니다.”
올림포스의 근간이 된 우라노스의 넥타.
가디언의 왕은 그곳에서 인정받아 각성한다.
하지만 올림포스가 없는 지금.
“우라노스의 넥타와 비슷한 가이아의 넥타가 있는 이곳이라면.”
“진정한 왕으로 각성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것 때문이었다.
‘시간.’
할아버지는 시간을 단축하는 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진정한 왕으로 각성하는 것.
그렇게 되면.
‘격.’
에레보스에게 느꼈던 격의 차이를 좁힐 수 있게 된다.
씨익.
그때 이건이 웃으며 나섰다.
“시간이 걱정인 게야?”
“예. 할아버지.”
“그건 방법이 있다.”
이건은 헤르메스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티탄의 왕 중에 그런 녀석이 있다더구나.”
날카로운 눈빛.
“시간을 다스리는 녀석이 있다고.”
“……!”
“녀석을 찾는 중이다.”
시간을 다스린다고?
그런 것이….
‘가능하기만 한다면….’
그 활용은 끝이 없을 것이다.
“파악하고 있는 것도 있지.”
“그를 포섭하는 건가요?”
티탄의 왕.
“그럴 리가.”
이건은 말했다.
“죽여 빼앗을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너를 훈련해야겠지. 지금으로서는 그 싸움에 끼어들지도 못할 게다. 나조차도…, 힘들 수 있지.”
이건의 말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인사하지 않았더냐.”
이진석과 일행들에게 했던 인사.
이건은 이제 망설임 없이 바닥에 준비되어 있던 그의 가방을 들쳐멨다.
“가자꾸나.”
앞서나가는 그.
“다녀오십시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목적지는 한 곳밖에 없었다.
일렁.
저 일렁이는 던전의 입구.
가이아의 넥타를 향해.
* * *
“이번에는 그리 오래 있지 않을게야. 나가는 입구만큼은 확실히 준비해두었으니까.”
이건은 이미 던전에 들어왔던 경험이 있었고, 그 탈출구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또한, 그의 손목에 있는 팔찌.
저것이 이 던전의 출구를 가리키는 팔찌라 했다.
오랜 시간 할아버지는 이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했던 것이었다.
올림포스.
그곳의 경험 또한 이곳을 사냥하기 위한 준비과정.
“오랜만이구나. 이런 느낌은, 너와 나 둘이 이런 곳에 서 있는 것은 말이야.”
울창하게 뻗어 있는 숲.
그 속에서 이건은 서 있는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주먹을 쥐거라.”
가방을 내려놓고 자세를 잡는 이건.
“오랜만에 손주 놈 실력 좀 봐야겠다.”
고오오오오오!
순식간에 이건의 몸에서 폭풍과 같은 힘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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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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