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39화 (239/284)

제10권 14화

239

“이건…!”

이정기는 입이 떡 벌어진 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따악!

이건은 그런 이정기의 뒤통수를 때렸다.

“어디 버르장머리로 할애비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게야?”

“그게 아니잖아요….”

씨익.

웃고 있는 이건.

“그래. 그렇게 얼굴 좀 피고 살아라. 지구에 와 제대로 웃지도 않았다지?”

“…….”

“사내놈이 낯가리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뭐야.”

이건은 말을 마치고 이정기가 보고 있는 것을 같이 보았다.

이건 저택.

그 지하에는.

“세계에서 모은 거다.”

가히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장비들이 벌레처럼 끓고 있었다.

그것뿐이라면 이정기는 그리 놀라지 않을 것이었다.

재물?

장비?

그런 것은 자신에게 하등 쓸모도 없는 것들.

그러나 이정기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력석….”

온 벽에 가득하고,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마력석들이었다.

몬스터를 사냥하고 얻을 수 있는 마력석.

과거 게이트가 존재하던 시기에는 마력석의 순도가 높기로 유명했는데, 게이트가 사라지고 던전만이 존재하는 지금 현존하는 마력석의 질은 과거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이곳에 있는 것은 전부.

“구시대의 것이다.”

“당연하죠.”

할아버지가 올림포스에 들어간 이후 이곳을 관리하는 이가 없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당연히 올림포스가 봉인된 후에나 제대로 활성화된 던전의 마력석이 존재할 리 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게이트의 마력석이 던전의 것과 다른 점이 있었다.

“게이트의 마력석은….”

씨익.

“오래 묵을수록 그 효과를 더하지.”

던전의 마력석은 일회용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충전이 불가능하고, 정해진 양의 마력 밖에는 보유하지 못한다.

그러나 게이트의 마력석은?

‘다르다.’

시간이 지나며 진화한다.

마력을 머금고, 그 마력을 몸집으로 삼아 더 큰 마력을 보유한다.

“마법진.”

그걸 위한 마법진이 방 전체에 그려져 있었다.

오랜 세월 저 마력석들을 더 크고 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마법진.

그리고.

“아이템들은 전부…?”

“그래. 마력석에 흡수시킬 마력들인 셈이지.”

맙소사.

지금 세상에 풀린다면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보물들이 단순히 마력석의 먹이가 되어 있었다.

부?

재산?

이성의 재산이 헤아릴 수 없다고 했던가.

이정기는 생각했다.

‘이것만 보아선….’

할아버지가 더 부자라고.

그도 그럴 것이 게이트 시대의 마력석은 이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어 그 가치가 희소하기 그지없었다.

또한, 일회용이라 불리는 던전의 마력석보다는 아니지만, 게이트 마력석도 한계 이상의 마력을 보유, 소모하면 파괴되긴 했다.

지금 세계에 남아있는 게이트 마력석, 그것도 이 정도로 순도 높고 커다란 것이 있다면.

꿀꺽.

돈에 대한 감각이 없는 이정기조차 놀랄 정도였다.

거기다 저것들은 수십 년, 장비들의 마력을 먹고 몸집을 키웠다.

“놀랐느냐?”

“조금요. 이런 것들을 준비하셨을지 몰랐어요.”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만일 그렇지 못해도 도움이 될 테니까.”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저택의 크기만큼이나 넓은 지하실.

마력석과 장비로 가득 찬 방을 지나자 또 다른 계단이 나타났다.

“따라오거라.”

터벅.

계단을 밟자 느껴지는.

파아앙!

거대한 마력 파장.

무언가 잠자고 있는 것이 깨어났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리고 또한.

“이건….”

할아버지가 이곳에 무엇을 준비했는지도.

따악!

“이 녀석이 그래도 또 할아버지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구나.”

그렇게 말한 이건이 활짝 웃으며 일렁이는 공간에 손을 맞댔다.

“던전….”

이곳에 던전이 있었다.

* * *

“뭡니까…, 여긴?”

던전이 풍겨내는 기운조차 다르다.

할아버지가 던전의 입구와 손이 맞닿자 마치 던전은 깨어난 듯 울부짖고 있었다.

이런 것은 처음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던전 그 자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느껴지는 기운은 충격 그 자체였다.

거대하다.

감히 던전을 가늠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한국에 이런 던전이, 아니 세계에 이런 던전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단언컨대.

‘최악의 던전.’

이곳은 던전 중 올림포스나 다를 바 없는 곳일 터였다.

“대체….”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올림포스가 무엇이냐.”

이건은 냅다 이정기에게 질문을 던졌다.

“올림포스.”

말할 수 있는 것은 많았지만 할아버지가 어떤 대답을 바라고 질문한 것인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이정기를 대신해 이건이 답했다.

“게이트의 발생지다.”

발생지.

“게이트라는 것이 올림포스에서 떨어져나온 조각들에 불과했던 것이지. 그러니 올림포스가 봉인되자 게이트가 닫혔고 말이야.”

이정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 던전은 무얼까.”

이건의 사뭇 진지한 눈빛에 이정기는 이채를 띠었다.

“영특한 너니 알 것이야.”

“…….”

“올림포스의 위치가 특정되기 한참 전에 찾아놓았던 곳이야. 그리고 그곳에 집을 세웠지. 왜?”

이건이 말했다.

“아무도 던전을 클리어할 수 없었으니까. 나마저도.”

클리어되지 않는 던전.

“던전이 가진 힘이 너무 방대하고, 위험했다. 또한, 그 정체조차 알 수 없었지. 그러니….”

“할아버지가 그걸 틀어막았군요.”

이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택을 세우고, 수만의 마법진으로 방어를 구축했다. 결계 또한 마찬가지지. 그 망할 여편네가 그걸 배껴다가 제 저택에 만든 것뿐이야.”

이성 저택 또한 이건의 저택이 원조란 이야기였다.

이정기가 일렁이는 던전의 입구를 바라봤다.

“할아버지가 클리어에 실패했다고요?”

“죽을 뻔했었지.”

“지금은요?”

씨익.

말없이 웃는 이건.

그때였다.

“…….”

이정기의 감각에 걸려든 이상 현상.

“누가…, 왔나 봐요.”

결계 바깥, 사람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왔나보군.”

* * *

“형님. 오랜만이요.”

“넌 꼴이 그게 뭐냐?”

마주잡은 손, 반가움이 물씬 풍겼다.

“전에는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디.”

이정기에게도 익숙한 남자.

“마동철 장인님이 왜?”

마동철이었다.

“내가 불렀다.”

가볍게 답하는 이건.

손님은 마동철뿐만이 아니었다.

“예전에 저한테 배웠다고 하기는 뭐하고, 조언이나 좀 듣던 애들 싹 다 모아 왔수.”

수십은 되어 보이는 헌터들.

그들의 기세가 결코 범상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또 한 가지 특별한 것은 그들의 옷차림과 느껴지는 특유의 마력이었다.

전투 헌터가 아니다.

‘장인.’

전부가 장인 헌터들.

대장장이뿐만이 아닌, 장인의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수많은 헌터들.

“여편네가 보내주디?”

생각해보면 마동철은 분명 이성에 속해있었다.

“예. 다 데리고 가랍니다.”

“참.”

모여든 장인들.

그들은 하나하나 이건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태모라고 합니다. 마동철 장인님의 제자로….”

“누가 제자래?”

“조언 듣고 실력 향상됐으면 제자 아닙니까? 하여튼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태모라 소개한 장인이 이건을 향해 허리를 꼿꼿이 펴고 말했다.

“감사했습니다.”

“감사?”

“저, 로그 길드에 있었습니다.”

“로그라면…, 아 기억나네.”

이건이 말했다.

“그 건축 헌터들 죄 다 잡아가 멀쩡한 빌딩 부수는 테러했던 놈들 아니야?”

“맞습니다. 빠져나갈 수 없는 늪에서 구해주신 것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뭘, 죽을 놈들이 죽은 거지.”

“태모, 그만해. 저는 최박입니다.”

다른 장인들 또한 하나둘 나서 스스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가 스스로를 마동철의 제자이자.

“감사합니다.”

이건에게 구함 받은 이들이라고 했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아까 전, 카페에 향했을 때 번화가로 가던 것과는 전혀 다른 광경.

그들은 이건을 어려워하면서도 반가워하고 또 고마워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인사들을 해. 앞으로 죽는 것보다 힘들 텐데.”

이건의 말에.

“장인이 되어서 이런 일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택 건설에 참여했었던 김필수라고 합니다.”

그들은 모두 자부심 넘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그때 자신들을 구해주어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얼굴.

또한, 그 보은을 할 수 있다는 얼굴이었다.

“들어가서 짐 풀고 쉬도록 해. 방이야 지천에 깔려있으니 아무거나 잡고.”

“당장 시작해도 좋은데요. 형님.”

마동철이 말했지만.

“쉬어.”

이건은 단호히 답했다.

언제나 완고한 마동철이었건만.

“알겠수.”

이건의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그의 말을 따를 뿐이었다.

장인들이 저택으로 들어가고, 이정기는 이건에게 저들을 부른 이유를 물으려 했다.

단순히 저택 보수 공사 따위로 모일 이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또 오는군.”

아직 손님은 끝나지 않았다.

* * *

“알이티 길드장 오찬수라고….”

“알아. 임마.”

스스로를 소개하던 남자가 이건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기이한 광경.

‘알이티 길드라면….’

대한민국 십대 길드에 들지는 못해도, 30위 권에 드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다.

수백의 헌터들을 데리고 있으며 오랫동안 길드를 유지하고 성장시켜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것도.

오찬수라는 자는 그런 곳의 길드장이었다.

헌데.

“들어가서 방 잡고 쉬어.”

“알겠습니다!”

이건의 앞에서는 이제 막 군대에 입대한 훈련병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찬수 뿐만이 아니었다.

“칠성 길드….”

“구르마 길드….”

“안개꽃 길드….”

수많은 길드의 길드장들이 손님이 되어 이건 저택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 또한 공통점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건을 향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손님은 끝이 아니었다.

자신과도 연이 있는 십대 길드의 네 길드장.

“…….”

대체 무엇 때문에 할아버지는 이들을 부른 걸까.

또 이들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

이정기로서도 도저히 추측할 수 없는 상황.

“정신 차려라. 손님 안 끝났다.”

“예?”

“할애비 손님 말고.”

이건이 말했다.

“네 아비와 어미의 손님들이다.”

이건 저택을 향한 차량 행렬은 아직도 끝이 날 줄 모르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들이 오는 걸까.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팩 스 | 02-6442-7919

홈페이지 | www.osmedia.kr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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