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38화 (238/284)
  • 제10권 13화

    238

    이성 호텔 펜트하우스.

    하루 숙박료가 수천만 원을 호가하고 일반인들은 예약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다.

    각국의 정상들이나 그에 준하는 귀빈만이 머무를 수 있는 곳.

    또한, 그렇다고 해도 이성의 허락이 있어야 머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스슥, 슥.

    그곳에 최명희는 평소처럼 앉아 서류를 매만지고 있었다.

    이성 저택이 무너져내려 잠시 임시 거처로 정한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었다.

    슥.

    무미건조한 얼굴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류를 보던 최명희.

    똑똑.

    노크 소리에.

    “들어와.”

    최명희가 말했다.

    슬쩍 열린 문으로 얼핏 봐서 서른 명은 될 것 같은 헌터들이 중무장을 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쯧. 쓸데없이.”

    최명희의 말에.

    “저희가 있어 봐야 회장님께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압니다.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고 지키려는 시도조차 못 한 채 내팽개쳐지는 것은 싫습니다.”

    박윤태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맘대로 해. 그래서, 용건은.”

    박윤태가 최명희에게 다가와 서류 더미를 건네주며 말했다.

    “협회로부터의 요청사항들입니다.”

    “협회?”

    최명희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이성과 협회, 그 둘 사이는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과거부터도 그랬고 지금도 같다.

    정훈이 협회장이 되었지만, 그 또한 김대정 밑에 있던 자였던 만큼 이성과의 관계는 두텁다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협회 측에서 이성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잦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으나.

    “지금?”

    최명희의 눈이 사납게 가라앉았다.

    이성 저택이 무너지고, 이성 내부에 분열이 일어난 상황.

    물론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경황이 없는 중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협회 측에서 이성을 이빨 빠진 호랑이로 생각하는가?

    ‘아니야.’

    협회장이 다름 아닌 정훈이다.

    김대정의 후계자.

    그것이 아니더라도 협회의 고위측에는 이성에 대해 자세히 알고 또 이건에 대해 아는 자들이 대다수였다.

    “그래서였군.”

    그제야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최명희가 서류 더미를 받아들였다.

    형식적이지만 예의 바른 문장.

    그리고 본문을 보면.

    “협회 측이… 전쟁이라도 준비하는 걸까요?”

    수십개 의 물자를 요구한다는 이야기가 적혀져 있었다.

    “하지만 협회가 원하는 것들은…, 말도 안 되는 것들입니다. 전쟁을 대비한다 해도 세계 전쟁을 펼치지 않는 이상 필요 없는 것들이고.”

    박윤태는 이미 요구사항을 읽었기에, 그에 따른 의견을 냈다.

    “그게 아니면.”

    “아니면?”

    “종말 속에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벙커를 만들려는 게 아닌지…, 사실 이해가 안 됩니다.”

    박윤태가 말했다.

    “아무리 협회라 한들 이런 요구사항을 보내온 적은 처음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물자 요구인 데다, 이 요구사항을 받아들인다면….”

    “이성이 가진 비축의 절반 이상을 줘야 되겠군.”

    “그렇습니다. 회장님.”

    말도 안 되는 요구.

    “저택이 무너져 이성의 위상을 잊고 새로운 협회장이 이성을 길들이려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화가 났는지 박윤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럴 리가. 새 협회장은 이성이 어떤 것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거기다 새로운 이성의 주인이 될 녀석과도 긴밀한 사이지.”

    “허나 그렇다면 왜?”

    “진짜 필요한 것이겠지.”

    간단한 대답이었다.

    “죄송합니다.”

    박윤태는 아직도 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요구대로 들어주도록 해.”

    하지만 뒤이은 최명희의 대답에 박윤태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예? 이성의 비축분 절반입니다.”

    “들어줘.”

    잠시 우물거리는 박윤태.

    하지만 곧.

    “알겠습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협회의 요구가 아니다.”

    나가려는 박윤태를 향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약간의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이건의 요구지.”

    “……!”

    놀란 듯 멈춰 섰던 박윤태가 방을 나섰다.

    ‘이건.’

    박윤태의 말대로 협회, 아니 이건이 요구한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또한, 그런 물자가 필요한 이유조차 쉬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박윤태가 능력이 없는 게 아니다.

    이건을 자세히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것뿐이다.

    아니.

    “이해하지 않으려 하는 게 좋을 거다. 그 인간은.”

    피식.

    작게 웃은 최명희가 다시 서류 더미에 파묻혔다.

    * * *

    “여긴…?”

    이정기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사방을 둘러보았다.

    “대한민국 3대 금지 중 한 곳이지.”

    장난스러운 이건의 목소리.

    “금지…?”

    결코, 가선 안 되는 곳.

    발을 디디면 큰일이 나는 곳을 금지라 한다.

    “첫 번째 금지는 제주도. 게이트에 의해 마력이 짙게 깔려 일반인은 물론 헌터조차 쉬이 발을 디딜 수도 없는 곳이다.”

    들어본 적 있었다.

    제주도가 죽음의 땅이 되었다고.

    저 먼 곳, 동남 아시아의 필리핀처럼 섬이라는 특성 탓에 초기 게이트를 제압할 수 없었고 그 결과가 바로 땅의 황폐화라고 들었다.

    “하지만 그곳은 이제 제법 정화가 끝났잖아요?”

    그러나 필리핀과 달리 제주도는 제법 마력의 정화가 끝나 이제는 허가만 받는다면 일반인도 발 디딜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래. 하지만 나머지 두 곳은 지금도 완전한 금지이지.”

    피식.

    왜인지 어딘지 알 것 같았다.

    “이성 저택.”

    “정답이다.”

    최명희가 있는 곳.

    허락받지 않은 외인은 감히 발 디뎌서는 안 되는 곳이 바로 그곳이었으니까.

    “그럼 마지막 하나, 아니 여기는요?”

    이정기가 처음 두 눈을 동그랗게 떴던 까닭.

    ‘이런 곳이 또 있었구나.’

    대한민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대 저택.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세련된 현대미도 느껴지는 특이한 곳이었다.

    이정기는 이런 곳을 하나 더 알고 있었다.

    ‘이성 저택.’

    두 번째 금지라 말한 이성 저택.

    그곳이 이곳과 바로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그렇기에 이정기는 세 번째 금지이자 지금 서 있는 이곳 또한 어디인지 알 것만 같았다.

    “설마….”

    “그 설마가 맞을 거다.”

    씨익.

    “할아버지의 집이군요.”

    이건 저택.

    “정답이야.”

    이곳이 바로 할아버지의 집인 것이었다.

    “여기는 바로 절대 금지다! 허가는 내게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발 디디면 안 되지. 왜냐면….”

    이건이 작은 돌멩이 하나를 집어 저택을 향해 던졌다.

    쒜에엑!

    분명 손톱 크기도 안 되는 돌멩이였지만, 이건이 던지자 대포와 파괴력을 지닌 채 저택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최소한 폭발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 상황.

    파스슷!

    돌멩이는 그대로 갈려 나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이성 저택과 달리 여기는 발 디디면 그대로 죽거든.”

    “…….”

    “그래서 몰랐을 거야. 협회 측에서는 애초에 내 집을 발표하지 않고 철저히 은폐했으니까. 여기는 아마 특급 던전쯤으로 분류되어 협회 최상층만 존재를 알고 있을 거다.”

    참 할아버지답다고 해야 할까.

    이정기는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의미로 저택을 바라봤다.

    ‘할아버지의 집.’

    올림포스에 가기 전 할아버지의 유일한 안식처.

    지구에 온 지 꽤나 시간이 흘렀건만 이제야 할아버지의 집을 볼 수 있었다.

    “너를 지구로 데려와 여기에 데려다 놓을까 했지만, 그보다는 그 할망구 옆에 붙어있는 게 나을 거라 판단했다.”

    “그렇겠죠.”

    “그리고.”

    이건이 말했다.

    “여기를 열 수 있는 방법을 나도 까먹었었거든. 그때 데려와 봐야 우리 둘 다 저택의 방어진에 호되게 당했을 거다.”

    이건이 천천히 걸어 나갔다.

    “방법은 찾으신 거에요?”

    이정기의 물음.

    “아니?”

    이건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답하며 손을 내뻗었다.

    “방법을 왜 찾아? 그때는 우리가 약화된 상태였고, 지금은….”

    우우우우웅!

    보이지 않는 결계가 크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결계와 맞닿아 있는 이건의 손.

    그곳에 마력이 솟구치는 순간.

    쩌엉!

    결계가 그대로 터져나가 버렸다.

    “부수면 되지.”

    “…….”

    “들어가자.”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가 들어간 저택.

    결계 탓에 분명 수십 년은 방치되었을 터인데, 저택은 생각 이상으로 깨끗했다.

    비밀은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우웅.

    사방에서 느껴지는 마력들.

    이성 저택처럼 이곳 또한 족히 수억에서 수천억을 호가하는 마법 장비들이 저택을 관리하고 보호하고 있는 것이었다.

    ‘당연한 건가.’

    자신이 지구에 와 놀랐던 것이 또 있었다.

    이성 저택.

    이성.

    ‘할머니.’

    최명희가 쌓아 올린 부가 대한민국 전체를 사고도 남을 정도라는 것.

    할머니의 재산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거대했고, 그 누구도 쉬이 할머니의 전 재산을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정기는 그것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똑같을 겁니다.’

    이진석이 해주었던 말.

    ‘이건, 길드장님의 할아버님은 홀로 이성과 맞먹는 부를 쌓으셨으니까요.’

    이건의 재산 또한 그 정도일 것이라는 이야기.

    ‘세계를 구하신 분입니다. 그전에는 광인처럼 게이트를 처치하고 다니시던 분이셨고요. 그분은 폭군이나 마왕, 악마 따위로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이진석이 말하던 때의 표정이 떠올랐다.

    ‘동시에 모든 국가, 모든 길드, 모든 헌터, 아니 모든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뵙고 싶어 하던 분이셨습니다. 국가는 이건의 존재만으로 안전을 보장받고, 헌터는 동경하며 길드는 속하게 하고 싶어 했죠. 일반인들은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감사했습니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부가 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거기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쌓아 올린 재산 또한 제대로 쓴 적이 없다고 했다.

    마찬가지다.

    ‘세월이 지난 지금, 할아버님의 재산은 이성과 같이 헤아릴 수 없을 겁니다. 이건 헌터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에도 감히 누구 하나 그 재산을 노릴 생각은 못 했으니까요.’

    그런 할아버지의 부가 지금 이 자리에 드러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아무것도…, 없는데요?”

    커다란 저택엔 휑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

    할아버지의 저택이 아니었다면 도둑이라도 들어 훔쳐 갔다고 생각했겠지만, 돌멩이를 가루로 만드는 결계를 본 이상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따라와 봐.”

    이건이 이정기를 데리고 지하 깊숙한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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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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