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30화 (230/284)

제10권 5화

230

전투의 흔적이 여실한 방 안에 들어온 네 명의 불청객.

그들은 히프노스와 오네이로이처럼 헌터의 복장이 아닌 인간의 평상복을 하고 있었다.

분명한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는 그들.

하지만 그들의 정체는.

‘티탄.’

티탄들임이 분명했다.

사방위에서 포위하듯 이정기를 향해 선 그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운에.

꽈악.

이정기는 온몸이 옥죄어오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신체를 되찾은 티탄 넷의 힘이란 그런 것이었다.

만일 이 방에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면?

‘압박조차 견디지 못했을 정도야.’

몸이 넥타와 마력의 힘에 압사했을지도 모를 정도의 거대한 힘이었다.

그러나.

파앗!

이정기가 주먹을 쥐는 순간 이정기를 압박해오던 기운이 흩어졌다.

“너희 넷이….”

천천히 열리는 이정기의 입.

“전부?”

티탄 넷에게 둘러싸였다고는 믿을 수 없는 여유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과연, 히프노스와 오네이로이는 상대가 안 된 건가?”

“그 둘의 능력이라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가디언의들의 왕이자 쥬피터의 후계자라는 거군.”

그런 이정기의 태도에 잠시 놀라는 듯한 태도의 그들.

그러나.

“…….”

이정기는 남몰래 긴장을 삼키고 있었다.

티탄 넷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이 넷은 어떻게든 쓰러트릴 수 있다는 자신과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최명희의 통제권 아래 있는 이성 저택의 문을 열고, 그 방의 구조를 뒤바뀌며 이 넷이 들어왔다는 것은 이정기에게 다른 불안을 주는 것이었다.

‘할머니.’

할머니한테 변고가 생긴 것일까?

이정기는 조용히 넥타를 퍼트려 상황을 확인했다.

최명희 또한 자신의 넥타와 연결되어 있는 상태.

그렇게 확인한 최명희의 상태는 다행히 멀쩡하다 말할 수 있었다.

‘후.’

속으로 한숨을 쉬며 다시금 상황을 확인했다.

할머니가 괜찮다면 어떻게?

“너희 넷이 전부가 아니군.”

이정기의 말에.

씨익.

악의에 가득 찬 미소가 번져나갔다.

‘애초부터…, 이걸 노렸어.’

함정.

주인배가 반란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용해 함정을 판 것.

처음에는 응접실에서, 그리고 몇 명의 티탄을 투입하여 전력을 분산시킨다.

녀석들도 한자리에 모여있는 자신들을 상대하는 것에 큰 출혈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디언의 왕이 인간들에게 짙은 호의를 가지고 있다지?”

이미 자신에 대한 파악을 어느 정도 했다는 것.

“가디언의 왕, 그대의 말이 맞다. 우리가 전부가 아니지.”

씨익.

웃음을 맺은 채 그들이 말했다.

“네가 거둔 수하들에게도 둘, 셋의 티탄들이 갔다.”

역시나, 지금 다른 이들 또한 더욱 힘든 싸움을 하고 있음이 명백해졌다.

‘조바심.’

녀석들은 자신이 다른 이들에 대한 걱정으로 조바심을 내며, 그런 자신을 몰아붙일 계획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자신이 늦는다면.

‘죽는다.’

분명 죽는 이들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고 조바심에 사로잡혀 상대하기에 티탄 넷은 예상 이상의 강자들이었다.

아까부터 느껴지던 불안감이 이것이었나?

무언가 더 준비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차라리….”

고오오!

“이게 전부면 좋겠군.”

불안감이 느껴졌던 정체가 겨우 이 정도로라면 괜찮다.

저들의 생각보다.

파지지지짓!

자신은 더 빠르게 녀석들을 처리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타앗!

땅을 박차 움직인 이정기가 어느새 티탄 하나의 앞에 서 있었다.

그대로 내뻗어지는 주먹.

그에 적중당한 대상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

이정기는 일말의 불안감과 조바심을 지울 수 없었다.

씨익.

그 순간에도 웃고 있는 녀석의 표정.

‘무언가….’

더 있다.

* * *

무언가 더 남아있을 것이란 불안감.

자신이 정을 준 자들이 다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

가족이.

‘할머니.’

할머니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조바심과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하나.

“괴….”

티탄들이 착각한 것이 있었다.

“괴물…!”

쾅!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오히려 이정기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것이 패착이었다.

걱정과 불안은 오히려 이정기에게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어린 시절 생겨났던 일말의 죄책감과 생의 소중함을 알기에 약간이나마 망설였던 이정기.

쾅!

불안과 긴장은 망설임을 지우고 이정기의 폭력만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빨리 끝내야 돼.’

힘의 배분 따위는 생각지 않았다.

벼락과 볼텍스, 그 두 가지의 힘.

콰콰콰콰쾅!

네메아의 힘.

화르르륵!

마지막으로.

치이이이이이익-!

“끄, 끄으으으아아아아악!”

절대의 맹독 티시포네.

히드라와 뷔앙을 통해 얻은 힘이자 사실상 이정기가 가진 가장 잔혹한 힘이라 할 수 있었다.

오로지 상대를 죽이는 것과 고통을 주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능력.

치열하고 가열찬 전투와는 관계없는 한순간으로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능력.

그렇기에 최대한 활용을 자제했던 그 능력마저 이정기는 끄집어냈다.

“하아.”

거친 숨을 한 번 쉬며 이정기가 다시 전열을 보고 있었다.

넷의 티탄.

그중 둘은 이미 쓰러져 있었고.

“제… 제발…!”

그중 하나는 티시포네에 당해 산 채로 몸이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마지막 한 명 또한.

“허억, 허억….”

상처 입고 지친 모습으로 이정기를 노려보는 것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제, 젠장….”

저들이 예상치 못한 일이기도 했다.

이정기는 전사로 키워졌고, 스스로도 전사라 생각했다.

일대일의 대결에서는 온 힘을 다해 맞붙어주지만, 이렇게 다수 그것도 비겁한 수를 쓴다면.

“후.”

자신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이정기를 제대로 노릴 것이라면 한 명씩 이정기에게 덤벼 차륜전으로 체력과 힘을 빼앗아 쓰러트리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나았을 터였다.

전사로서 이정기가 상대할 수 있도록.

“죽…여…줘….”

지독한 고통 따위는 느낄 일이 없도록.

그러나.

“…….”

이정기의 눈은 아직도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지막 한 명을 쓰러트리면 이들 전부가 전투 불능이 된다.

그 후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 합류해 한 명씩 구해내면 된다.

그러나….

“뭘….”

이정기는 아직도 일말의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뭘 숨기고 있는 거냐.”

무언가 더 있다.

그건 이제 의심이 아닌 확신이 되어 이정기를 괴롭히고 있었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감이라는 것.

수많은 전투와 훈련 속에서 쌓아온 위기본능이 계속해서 이정기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이제껏 이 정도의 위기본능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어릴 적, 훈련을 마치고 할아버지한테 한 번.

‘진심으로 상대해주마.’

그때와 비슷한 위기본능이었다.

무엇이….

“뭐가 더 남았냔 말이야!”

이정기가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마지막으로 서 있는 티탄을 향해 발을 박차는 순간이었다.

또다.

씨익.

녀석의 입에 미소가 번지는 것이.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우리의 희생으로….”

녀석은 지금껏 열지 않았던 입을 열고 있었다.

“네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기에 너무나 담담한 목소리.

그럼에도 이정기는 주먹을 멈추지 않았다.

퍼억-!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파육음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스르륵.

그대로 무너져내리는 상대의 육체.

벽에 튀어 오른 피와 무너져내린 녀석의 육체에서 핏물이 흘러 웅덩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아….”

끝난 전투로 호흡을 가다듬는 이 순간에도….

꽈악.

위기본능은 아직까지 이정기를 괴롭히고 있었다.

아니 지금보다 더 경종을 울리며 더 큰 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이정기가 이제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할 녀석의 몸뚱아리를 보았다.

마지막 순간 녀석이 꺼낸 말로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녀석을 쓰러트리는 순간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꽈악.

후회는 하지 않았다.

적을 앞에 두고 더 큰 위기를 걱정하며 집중하지 못하는 것보다 빠르게 쓰러트리는 것이 옳다고 배웠다.

만일 그것이 잘못된 선택으로 더 큰 위기가 닥친다고 한들.

번뜩.

그마저 쓰러트리면 된다.

이정기의 눈이 더없이 사납게 빛나던 그 순간.

쿠쿠쿠쿵!

저택이 크게 뒤흔들렸다.

“……!”

티탄들이 저택 곳곳에서 폭발을 만들어내던 것과는 또 다르다.

쿠쿠쿠쿠쿵!

전투의 여파 따위도 아니었다.

사아아아-!

저택 전체가 울부짖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대비하듯 온 힘을 쥐어짜 방어 태세에 올인하는 것이었다.

저택에 내장된 수천, 수만의 마력석들이 폭발하듯 힘을 내고 있었고.

우우우우웅!

할머니의 힘이 그에 공명하며 흩어진 마력들을 한데 모아 방어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대체….

쿠쿠쿠쿠쿠쿠쿠쿵!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는 찰나.

쾅!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 * *

“큭, 크윽.”

티탄과의 전투에서도 큰 부상을 입지 않았던 이정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쪽 팔을 부여잡고.

비틀.

겨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런 이정기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투두두둑!

잔해.

대 이건 전을 염두에 두고 세계 최고 수준의 내구력과 방어를 구축한 이성 저택이.

“……!”

무너져 있었다.

“무슨….”

그 힘의 폭발과 붕괴의 여파로 입은 부상은 신경쓸 수도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아…!”

다른 이들이 멀쩡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서둘러야…, 해.”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휘청.

머리는 어지러웠다.

그럼에도 몸을 움직여서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했다.

무언가를 책망하거나 후회할 시간도 없었다.

터벅.

힘없는 발걸음을 내디디며.

사아아.

넥타를 흩뿌려 동료들과 가족들을 찾아야만 했다.

퍼져나가는 넥타 이정기의 눈과, 손이 되어 사방 모든 것을 보고 더듬고 있었다.

그렇기에.

턱.

이정기는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오소소.

온 몸에 돋아나는 소름.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위기본능이 결코 뒤를 돌지 말라 소리치고 있었다.

그래도.

스윽.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곳에 서 있는 한 사람.

그는.

“네가 가디언의 새로운 왕이구나.”

항거할 수 없는 어둠이었다.

“나는 에레보스라고 한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팩 스 | 02-6442-7919

홈페이지 | www.osmedia.kr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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