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28화 (228/284)

제10권 3화

228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차분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당연하게도 시선은 목소리의 주인을 향했다.

“어떻게….”

주인배가 동공을 확장시키며 말했다.

이성 저택의 결계와 힘은 모두에게 균등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강력하면서 꼭 붙들어야 하는 두 존재.

이정기와 최명희를 향해 그 힘의 대부분이 쏠려 있었다.

더욱이 통제권마저 잃은 상황, 그들에게 쏟아지는 압박은 주인배의 예상을 아득히 넘었을 것인데 이정기는 아무런 압박조차 받지 않는 듯 말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이정기의 고개가 자연스레 돌아가 최명희를 바라봤다.

“흐음.”

그제야 주인배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정기뿐만이 아니었다.

최명희, 그녀 또한 자유로운 모습으로 턱을 괸 채 앉아 있었다.

“그건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다.”

지금껏 이성 저택에서 벌어지고 있던 일이 모두 하나의 촌극이라는 것처럼.

“네가 정하는 것이지.”

둘의 태도는 너무나 여유롭고 태연해 보였다.

“어떻느냐.”

침묵이 감돈다.

고개를 돌린 주인배의 눈에 들어온 것은.

파르르.

완전히 일그러진 얼굴로 떨고 있는 안희영이었다.

덜덜덜.

떨리는 그녀의 몸이 말해주고 있는 것은 간단했다.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좋겠느냐?”

저택의 결계가 이정기와 최명희를 향해서가 아닌 안희영과 헌터들을 향해 있다는 것.

그러고 보면 최명희는 폭발에 휩쓸렸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멀쩡한 모습이었다.

언제부터.

“저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스윽.

이정기의 시선이 주인배를 향했다.

그제야 주인배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시험받았구나.’

애초부터 어머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이 이성 저택의 결계에 손을 대었다는 것부터 자신이 벼랑 끝으로 몰리면 어떻게 행동할지도.

“내 집이다. 내 것이고. 내가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느냐?”

“어머니….”

“그래도.”

최명희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선을 넘진 않았구나.”

자신이 선을 넘는가를 판단하고 싶었던 것.

만일 자신이 선을 넘었다면?

꿀꺽.

자신은 아무것도 갖지 못했을 것이고, 이 자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와락.

불쾌했다.

“…….”

그러나 동시에 할 말을 잃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자신이었기에.

“선을 넘지 않았다고 하나, 다른 선은 이미 넘으셨습니다. 어찌 되었건….”

이정기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할머니께 칼을 들이민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래. 그렇지.”

“하지만….”

최명희가 이렇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

그것은.

“저 또한 선을 지키겠습니다.”

목숨을 잃을 뻔했던 주형태처럼, 주인배를 용서하라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이성은 제가 갖겠습니다.”

너무나 당당한 목소리에도 주인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먼저 경영하십시오. 병훈이 형, 안나, 윤태, 영은이 이모님과 함께 이성을 경영하십시오. 그 후….”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 말하는 이정기.

“지분을 나누겠습니다.”

“하.”

작은 숨을 토해내는 것.

주인배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무어라 대답을 하기 전.

쿠쿠쿠쿵!

저택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건방지긴….”

저택의 결계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그녀, 안희영의 목소리였다.

“우리가 이 정도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 같으냐?”

기이하게 찢어져 올라간 안희영의 입매가 그림자로 일렁거리고 있었다.

쿠쿠쿠쿵!

다시 한 번 저택이 흔들리고 있었고.

고오오.

저택 사방에서 거대한 기운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시작하자. 형제들.”

저택에 잠입한 티탄은 그녀 혼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 * *

콰아앙! 쾅! 콰쾅!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저택 이곳저곳에서 동시에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그 수가 적어도 다섯.

“티탄이 여섯.”

안희영을 포함해 저택에 침입한 티탄의 수가 여섯이나 된다는 것을 뜻했다.

씨익.

안희영은 웃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생각은 못 했겠지.”

저택의 폭발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결계 장치.’

저택을 보호하고 결계를 유지하는 장치들에서 일어나는 폭발.

당연하게도 안희영을 압박하는 결계의 힘이 약화되고 있었다.

“우리가 너희를 여기서 끝낼 거라고는 말이야.”

안희영의 굳었던 몸이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

“……!”

주인배가 다급히 검을 휘둘렀지만.

파스스.

그의 검이 어둠에 사로잡혀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걸 어쩌나.”

검을 집어삼킨 어둠이 안희영 또한 집어삼켰다.

“여기서 너희는 전부 죽을 것이다.”

폭증하는 안희영의 기운.

‘설마.’

이정기는 눈치챌 수 있었다.

“신체를…?”

티탄들에게 부족했던 것.

그것은 그들이 타르타로스를 탈출하며 영혼만이 빠져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강대한 힘의 원천이 되어주는 두 가지, 넥타는 빠져나왔으나 그 육체는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

헤파이스토스를 찾으러 갔을 때, 최명희는 그들의 육체를 일부 찾아낼 수 있었다.

찾아낸 최명희는 그것들을 모조리 파괴했으나.

‘만일 다른 공간을 통해 다른 육체들이 잠들어 있었다면?’

씨익.

티탄 중 육체를 찾은 이들이 있다는 소리였다.

구구구구구.

육체를 찾은 티탄.

이미 그것을 상대해본 적이 있었다.

모모스, 그녀는 결국 죽었으나.

‘그 수가…, 여섯.’

육체를 찾은 티탄이 여섯이라면.

콰악!

위험하다.

최명희의 힘이 변하고 있는 안희영을 옥죄었다.

당장이라도 짓눌려 터트릴 생각인 것처럼 안희영을 감싸는 어둠은 압축되듯 작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쿵.

어둠이 중력을 밀어낸다.

“시건방지구나.”

여지껏 앉아 있던 최명희가 몸을 일으켰다.

“여긴 내 집이다.”

최명희의 손이 안희영의 어둠을 향해 뻗어갔다.

“어딜 감히 내 집에서 소란이느냐.”

콰아악!

중력을 밀어냈던 어둠이 다시금 압축되기 시작했다.

“터져 죽거라.”

간단하고도 들어줄 수 없는 명령.

그러나.

콰아아아악!

어둠은 계속해서 압축되어가며 안희영을 짓누르고 있었다.

“으읍!”

어둠 속에서 믿을 수 없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무어라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분명했건만.

퍼어어엉!

어둠은 그렇게 완전히 압축되어 중력 속에 커다란 구가 되었을 뿐이었다.

어둠 속의 움직임은 없다.

이변을 느낀 걸까.

콰아앙!

멈추었던 폭발이 저택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집안 정리를 하기 전에.”

최명희가 가라앉은 눈으로 말했다.

“집안에 기어들어 온 쥐새끼들부터 정리해야겠구나.”

그녀의 시선이 엉망이 된 응접실을 훑었다.

“청소를 같이 하겠느냐.”

말해 뭐할까.

스윽.

온몸을 옥죄어오던 압박에서 벗어난 성혈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방심하지 말거라.”

육체를 가지게 된 티탄, 그들이 가진 능력을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의 성혈들 또한 과거의 성혈과는 달랐다.

* * *

콰앙!

이성 저택이 희대의 건축물이라고 이야기들 하는데 지금 저택은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었다.

콰앙!

티탄들이 만들어내는 폭발에 가구가 부서지고, 엉망이 될지언정.

쿠쿠쿵.

저택은 그저 흔들리기만을 반복하며 파괴되고 있지 않았다.

이 얼마나 대단한 내구력인가.

그 이유는 간단히 설명할 수 있었다.

‘저택은 할머니다.’

할머니와 연결되어 있는 저택.

그 내구력은 할머니가 쓰러지지 않는 이상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할머니가 사용할 수 있는 힘도 일부 제한되지만.

‘강해지셨어.’

할머니는 자신이 주형태와 일전을 준비하고 해결하던 그사이 더 강해진 듯했다.

미로처럼 변한 이성 저택.

이곳은.

‘요새.’

자신들에게는 요새.

‘감옥.’

적들에겐 감옥이 될 것이었다.

“김윤태, 주안나랑 이모님이랑 같이 움직여.”

김윤태의 얼굴에 잠시 감정이 스쳤다.

하지만.

“알겠어.”

김윤태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김윤태의 얼굴에 스쳤던 감정은 호승심과 같은 것들.

자신도 티탄 하나를 붙잡고 싸우고 싶었던 모양인데.

“아직은 부족해.”

지금의 김윤태는 육체를 되찾은 티탄 하나를 상대하기에 무리였다.

“명심할게. 그리고…, 강해질게.”

드드드드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이성 저택의 벽 한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길을 열고 길을 닫는다.

저곳을 따라가면 김윤태와 주안나들은 티탄 한 명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는?”

주안나가 물었다.

응접실에서 압축되어버린 안희영을 제외하고도 저택에 침입한 티탄은 다섯.

주안나와 김윤태, 주영은이 하나를 맡고, 최명희가 하나, 이정기가 하나를 맡으면 둘이 남는다.

“나머지는….”

그때 이정기의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할까요. 강민혁 공대장과 최인해 등과 함께 대기 중입니다.

이진석의 목소리.

“합류하세요.”

그들도 미리 준비했다는 듯 이성 저택에 들어와 있었다.

-누구와 말입니까?

“안인회 공대장. 그도 여기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한쪽은 처리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쪽은.

“주강태.”

이정기가 아직 쭈뼛거리고 있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

“예….”

“할 수 있겠어?”

주강태는 아직 정신을 완전히 차리고 있지 못한 모양이었다.

“익숙해져. 이게 네가 바라던 가족이니까.”

“…….”

“할 수 있겠느냐고.”

다시금 묻는 이정기의 질문에.

“할 수 있습니다.”

주강태가 답했다.

드드드드.

또 다시 길이 열렸고, 주강태가 호흡을 내뱉은 뒤 열린 벽을 향해 나아갔다.

“오늘이 끝나면 네가 생각하는 가족과 조금 더 가까워질 거야. 그니까 잘해.”

“명심하겠습니다.”

어느새 혼자 남은 이정기.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드드드드.

또 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

숨을 토해낸 이정기가 주먹을 쥐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느껴지는 기운.

‘아직 끝이 아니야.’

티탄이 준비한 것이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팩 스 | 02-6442-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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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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