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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227화 (227/284)

제10권 2화

227

순식간에 주인배의 뒤에서 내리치는 검광.

캉!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주인배의 몸에서 터져 나온 것이 아닌 병장기끼리 맞부딪혀 나는 울림이었다.

“큭!”

주인배가 적의 기습을 막아낸 것.

하지만 그 과정에 피해가 있는지 울컥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고오오.

주인배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마력이 한층 더 짙어졌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주인배가 이성의 부회장이기에 그가 단순한 기업인이자 경영인이라고 착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쾅!

성혈이었다.

모든 성혈은 헌터.

그리고 주인배는.

‘제로 라인.’

세계에서 백여 명으로 꼽을 수 있는 헌터 중 하나라는 사실이었다.

쾌속하게 나아가는 검이 주인배를 기습한 안희영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쾌검이었으나.

그그그극.

안희영은 웃으며 그 검을 맞이하고 있었다.

“반항이 드센데?”

주인배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에 겁을 집어먹거나 기절할 이들이 대다수였겠으나 안희영은 웃고 있으며 여유로웠다.

오히려.

쿠쿠쿠.

더 큰 기세가 안희영에게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

그 기운은 결코 주인배의 아래가 아니었으며.

“이 힘은….”

일반적인 헌터와도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혼돈의 세대.’

그들을 모르는 주인배가 아니었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안희영이 그저 그런 혼돈의 세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이상.

“티탄…이었군.”

주인배가 티탄을 모르고 있다면 부회장이라는 타이틀은 물론 성혈이라는 타이틀마저 내버려야 했다.

“언제….”

그렇기에 항상 대비했을 터.

허나 지금 그가 준비해온 것들이 모조리 티탄에 의해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허망함과 패배감.

고오오오!

분노가 짙게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반역을 일으킨 주인배가 외려 할머니와 자신들을 지키고 있는 형국이라니.

하지만.

번뜩.

주인배는 아직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성을 차지하기 위해 수십 년간 싸워온 그였으니 이성에 필요한 것이 단순한 경영인이 아니었음을 알 것이다.

헌터로서의 능력을 갈고닦았고, 제로라인에 이르렀다.

그 이후 티탄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투캉!

그에 대한 대비도 했을 것이다.

강대한 세력을 갖게 된다는 것은 그것을 지킬 수도 있어야 하는 일.

주인배는….

“아직이다!”

그에 대한 대비를 해왔다.

순식간에 온몸을 둘러싼 갑주가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저것이….

‘마도학의 산물.’

이성 기술의 집약체나 다름없는 것이리라.

고오오.

지금 이 순간에도 주인배의 기운이 증폭되고 있었다.

단언컨대 저 힘이야말로 주인배가 어느 순간을 대비해 숨겨두었던 비장의 한 수가 분명해 보였다.

온몸에 촘촘히 박혀 있는 마력석은 모두 최상등품으로 이루어져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었고.

지직, 지지직.

그 마력석들은 갑주에 촘촘히 박혀 서로가 공명하고 있었다.

최상등품의 마력석들이 공명한 힘은.

화르륵!

그대로 주인배에게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이름일까.

당장 떠오르는 것은.

‘마갑.’

그것이었다.

헌터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사용조차 못 하겠지만 헌터로 각성한 자라면.

그 등급이 최하위, F등급일지라도 단숨에 최상위 랭커의 힘을 가지게 될만한 물건이었다.

레전드 등급?

어쩌면.

‘그 이상.’

저것은 지금의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신기나 다름없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호오.”

안희영, 아니 그녀의 몸을 차지한 티탄도 그것을 감지했는지 흥미로운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하아.”

마갑에 둘러싸인 주인배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자신의 힘이 아닌 것에 의지하고 있으니 당연히 체력적 소모가 커다랄 것이었다.

그러니.

타앗!

주인배는 곧장 움직이는 것을 택했다.

원래도 쾌속한 것으로는 최고라 칭해지는 주인배였다.

그런 주인배가 마갑의 힘까지 얻었으니.

서걱!

그 속도는 가히 빛과 같은 것이라 말할 수 있었다.

서걱!

좁은 응접실에 파육음이 울려 퍼졌다.

서걱!

몇 번 더 파육음이 울렸을 때.

파하아아악!

풍압이 응접실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후.”

숨을 한 번 고를 시간.

주인배는 수십 번 안희영을 공격했고, 안희영은 그 속도에 맞추어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주르륵.

안희영의 살갗에 난 상처들뿐이었다.

깊게 나지 않았지만 수십여 개.

그 상처의 깊이는 제각각이었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주인배였다.

“…….”

마갑의 힘이다.

이 힘을 왜 준비했을까.

최악의, 최악을 가정한 것이었다.

언젠가 최고의 적을 상대해야 한다는 가정을 한 채 주인배가 택한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최명희.’

할머니를 염두에 두었을 힘이었고.

‘이건.’

할아버지를 염두에 두고 만든 주인배의 최종 수였다.

그러나 그 결과가.

“끝?”

겨우 이것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닌 안희영.

그녀의 몸에 잘게 난 수십여 개의 상처.

“그럴 수가….”

그것이 이성의 최고 기술의 집약이자 주인배의 집착의 결과.

“그럼….”

결과에 충격을 받은 주인배가 잠시 멈추었을 때.

“내 차례야.”

안희영의 신형에서 폭발적인 힘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고 짙은 기운.

“……!”

이정기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이정기의 생각을 확인하듯.

“모로스…!”

주강태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강태의 것이 아닐 거다, 녀석의 입을 빌린.

“파멸의 힘이다!”

아레스의 것일 거다.

구웅!

응접실에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충격이 일어났다.

파스스.

쉽게 부서지지 않던 집기들이 가루로, 응접실의 벽이 가루로 화해가고 있었다.

“크….”

그 중심에 있는 자.

“크아아아악!”

주인배라고 다를 것 없었다.

오히려 그 힘에 직격당해 온몸으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주인배가 세월을 다해 모든 것을 갈아 넣었을 마갑도.

끼끼끼끼끼끼끽!

괴이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이것이.

“커어억!”

현실이었다.

마력, 그 위의 힘 넥타.

넥타를 지닌 티탄과 가디언.

그들은 결코 인간으로서 상대할 수 없는 존재.

그것이 가능하다면 희대의 영웅일 것이며 세기의 천재뿐이라고.

“아….”

이성 저택에 짓눌리던 주병훈.

“아버지-!”

그가 중력의 고리를 끊어내고 소리쳤다.

의외의 장면이었다.

부고 소식을 들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웃을 것이 바로 이 성혈들의 관계라 생각했다.

무시하고 경멸하고 비난하고 견제하고.

그것이 이들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만! 그만하십시오!”

그러나 주병훈의 모습은 그런 게 아니었다.

시뻘게진 눈으로 주인배를 향해 끝없이 소리치고 있었다.

“저택의 제어를 푸십시오! 어차피 끝났습니다! 더는 안 됩니다!”

주병훈이 저토록 소리치는 것은 스스로의 목숨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큭, 크으으으윽!”

제 아버지.

주인배의 고통을 보지 못하겠다는 듯 소리치고 있는 것이었다.

“아직!”

“제발…!”

두 부자의 핏발 선 눈.

“설마 아직도 제어권을 이 녀석이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안희영이 파멸의 기운을 거두며 말했다.

“저택의 제어권은 이미 녀석에게 없어.”

“그럴 리가… 없다.”

“내가 티탄인 줄은 알았고?”

명백한 비웃음과 조롱.

주인배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이제야 안 것 같았다.

“내가….”

“그래. 네가 머저리지.”

안희영이 조소를 맺은 채 말했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했겠지? 강하다고, 할 수 있다고. 큭…, 크흐흐. 인간들은 원래 그러더라고.”

“…….”

“나는 이런 게 좋더라고. 스스로 자멸하며 후회하고 울부짖는 거 말이야.”

안희영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에 불안함을 느꼈으나 이미 늦었다.

“더 큰 파멸이 내게 희열이지.”

딸깍.

무언가 달라지는 소리가 났다.

안희영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쿵.

밖에서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저택의 힘이 잠시 약화된 것.

안희영의 말대로 저택의 통제권은 이미 주인배의 손을 떠나 안희영에게 있는 듯했다.

그런 안희영이 한 것은.

“아, 안 돼!”

바깥의 수하들, 저택의 호위들.

제어하고 통제하던 그들의 통제를 풀어버린 것이었다.

그다음 순서는 간단했다.

쿠쿠쿠쿵!

밖에서 급박하게 들려오는 수십 개의 발소리들.

쾅!

문이 부서질 듯 열렸고.

“회장님!”

“부회장님!”

박윤태를 포함한 이성의 헌터들과 주인배가 키우고 가꿔낸 또 다른 헌터들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그들 또한 일류 헌터.

단박에 상황을 알아차리고 병장기를 든 채 급히 몸을 움직였다.

“안 돼!”

그리고 그것은 주인배가 결코 원치 않는 상황이었다.

달려드는 헌터들.

그들을 보며 안희영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너 때문에 죽는 거야.”

“하아…. 하아….”

주인배가 얼굴에 묻은 핏물을 닦아내며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가 자랑하던 마갑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부서졌고, 그의 팔 한짝 또한 부서진 마갑처럼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단 제법이었어.”

덕분이었다.

주인배가 목숨을 걸고 달려든 덕분에 아직 응접실에서 자폭한 이들을 제외하곤 죽은 이가 없었다.

다만 당연한 대가인 것처럼 주인배가 죽어가고 있었다.

또 하나.

“자 그럼 이제 이렇게 하자. 이정기, 최명희는 죽일게. 나머지는 살려주고. 네 아들놈이나 네 부하들도 살려줄게. 그러면 어떻게 할래?”

달콤한 유혹처럼 들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닥….”

파멸이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쳐라….”

주인배가 눈을 감았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까지 왔을까 생각해보았다.

‘나는….’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뭘 원해 어미의 등을 치고, 조카놈들과 아들까지 구속했을까.

이성.

그 과실이 그토록 달콤해 보였던 것일까.

아니.

피식.

별걸 원한 것은 아니었다.

‘나도….’

나도.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그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후회는 언제 해도 늦다.

지금은.

스윽.

“호오. 더 해보겠다고?”

그저 자신이 망가트린 것을 수습할 시간인 듯 했다.

수습될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거라.’

어릴 때 들었던 그 목소리가 떠올랐다.

“언제까지.”

그때였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이 급박한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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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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