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권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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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쿠쿵!
이성 저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에 없던 변고에 모두의 눈이 커졌을 때.
씨익.
주인배만이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슨…!”
주안나가 급히 주인배를 보며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지만.
“컥!”
그녀는 더 말을 잇지 못한 채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꽈악.
온몸을 옥죄어오는 거대한 압박감.
그것을 느끼고 있는 것은 주안나뿐만이 아니었다.
김윤태, 주영은, 주병훈.
그들은 몸까지 떨어대며 반항하고 있었지만 온몸은 이미 거대한 기운에 옥죄여 입조차 열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정기와 최명희, 그리고 주강태까지.
꾸욱.
그들 또한 다를 바 없었다.
다른 이와 같은 떨림은 없다 한들, 움직일 수 없는 듯 무거운 눈빛으로 주인배를 보고 있었다.
“크….”
주인배의 입에서 억눌린 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흐흐….”
주인배의 표정은 무어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복잡하고 또 안쓰러운 얼굴.
그럼에도 한켠에는 후련함이 담겨져 있었다.
“어머니는 항상 그렇습니다.”
“…….”
“꼭 제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왜! 대체 왜….”
웃고 있지만 마치 우는 것 같다.
“저희를 이렇게 벼랑 끝까지 밀어 넣으시는 겁니까….”
대답을 바라지 않았다는 듯 주인배가 일어서며 말했다.
“어머니의 자식은 이강 형님뿐이었습니까? 저희는 어머니의 피조차 잇지 못했습니까? 왜… 왜….”
주인배의 목소리에도 아무도 답하는 이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주인배는 이날을 대비하며 가히 수십 년간 준비해왔으니까.
주인배가 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언젠가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의 날이 온다면, 그 선택이 이루어지는 곳은 바로 이곳.
‘이성 저택.’
그렇다면 다른 것들에 집중하기보다는 하나, 이곳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
이성 저택을 오가며, 이성의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이용하여, 수십 년간 이성 저택의 보수와 관리를 맡았다.
이미 저택을 오고 가는 수많은 인부들이 주인배의 사람이었으며 저택의 관리와 강화 등을 맡는 곳이 바로.
‘이성 시큐리티.’
주인배의 수족과 다름없는 곳이었다.
이성 길드의 모든 것, 아니 이성의 모든 것. 아니, 아니!
대한민국, 세계의 모든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이 저택을 저들의 감옥으로 만들고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것이었다.
이성 저택의 보안은 세계 최고 수준, 최명희를 지키기 위한 명목으로 모든 기술이 집약되어 있었다.
무엇으로부터?
여제라 불리우는 최명희를 대체 무엇으로부터 보호하고자 저택에 이러한 보안을 준비했을까.
답은 하나였다.
“어머니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건.
그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바로 이곳, 이성 저택이었다.
또한.
“크흐…, 크하하!”
그런 이성 저택이 엄청난 방어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수천 개의 마력석으로, 마법진과 특별한 아이템으로 이성 저택을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최명희는 또 한 가지의 방법을 생각해내었다.
“움직이지 못하시겠지요.”
바로 최고의 방어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능력.
“어머니와 이성 저택이 하나나 다름없으니까요.”
최명희의 힘이 바로 이성 저택과 이어져 있었다.
주인배가 한 것은 그 힘을 최명희가 마음대로 못하도록 저택의 통제권을 가지고, 외려 그 힘을 이용해 자신을 제외한 이들을 구속한 것뿐이었다.
“저도 크게 욕심은 없었습니다.”
촤악.
양복 재킷이 답답한지 풀어헤치며 주인배가 말했다.
“이강 형님은 저 또한 존경하던 분이었고, 그런 형님의 아들인 이정기 또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주인배의 눈이 이정기를 향했을 때, 이정기는 알 수 있었다.
주인배의 두 눈에 가득한 것은 분노.
하지만 그 분노는.
‘나를 향해 있지 않다.’
오직 최명희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길드로 만족하셨어야죠. 저 아무것도 모르는 핏덩이에게 이성 전체를 주신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쾅!
“겨우 전문경영인 노릇이나 하라는 겁니까? 저도 아들입니다! 어머니의 핏줄이요!”
주인배의 분노는 주형태의 것과는 결이 달랐다.
그리고.
“인배야.”
“허.”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던 최명희의 입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 순간에도 표정 변화조차 없는 최명희.
“이성 길드와 이성을 따로 둔다? 그랬다면 네가 순순히 정기를 도울까.”
“이 지경에도 그따위 말을 하십니까?”
“너는…, 이성의 문을 더욱 걸어 잠그고, 혹여 훗날 정기가 이성을 노릴까 안간힘을 써 막아내려 할 것이다.”
“……….”
분열.
“하나 된 힘이 아니라면, 그것이 이성이더냐?”
“어머니.”
주인배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이성을 분열시킨 것은! 저희를 분열시킨 것은 어머니입니다.”
쿠쿠쿠쿠쿵!
다시 한 번 시작된 저택의 진동.
저벅, 저벅, 저벅.
바깥에서 수많은 발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어쩔 것이냐.”
최명희가 물었다.
“우리를 평생 저택 안에 가둬둘 심산이냐? 네가 이성 전체를 장악하고 그 주인이 될 때까지?”
확실히 묶어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주인배를 향해 최명희가 말했다.
“평생이라뇨.”
처처척!
이성 시큐리티의 헌터들이 응접실 안을 가득 메웠다.
고르고 고른 정예들이 분명하다고는 하나, 그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예상 이상으로 강대했다.
저택의 보안시스템이 그들을 강화시켜 주는 것과….
‘역시.’
어떤 개입이 있었음이 분명해 보였다.
“이성의 주인이 될 때까지만입니다. 이성 사업체들에 대한 지분 정리만 끝나면…, 그때까지면 됩니다. 길드는 어머님이 바라셨던 대로 이정기의 것이 될 겁니다.”
흔들리는 주인배의 눈을 최명희가 바라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
‘진심.’
주인배가 진정 그렇게 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
‘이건.’
이정기를 과하게 건드렸다간 그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인배야.”
“더 할 말이 남아있으십니까?”
주인배의 말에 최명희가 잠시 눈을 감았다.
“결국 네 성급함이 화를 부르는구나.”
“그게 무슨….”
그때.
쾅!
최명희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게 무슨….!”
최명희가 한 것은 분명 아니다.
시큐리티 직원, 헌터 하나가 최명희에게 달려들어 스스로를 폭사시킨 것.
뒤늦게 주인배가 바라본 시큐리티 직원들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 * *
“뭐 하는 짓들이야!”
주인배가 고함을 지르며 마력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이성 시큐리티는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고른 정예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이번에 내린 명령은 하나.
‘감시.’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응접실의 모두를 감시하라는 것뿐이었다.
헌데.
쾅!
시큐리티 직원들이 최명희와 이정기를 향해 몸을 내던지고 있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상황.
쿠쿠쿵!
응접실이 폭발에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고의 보안과 강도로 만들어졌기에 폭발에도 무너지지 않았지만 응접실의 집기들은 모두 터져나갔고.
사아아.
폭연이 응접실 전체를 메우고 있었다.
“그만!”
주인배가 다시 소리친다 한들.
콰콰쾅!
눈이 붉게 물든 그들이 멈출 리 없었다.
폭발의 힘은 모두 최명희와 이정기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아…, 아….!”
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지?
분명 모든 준비는 완벽했을 텐데….
왜?
왜 헌터들이 통제를 벗어났단 말인가.
“수고했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주인배가 눈을 부릅떴다.
“이렇게 한 자리에 모아둔 것으로 모자라, 구속까지 완벽하게 해 놓을 줄이야. 꽤나 쓸모 있었던걸?”
아는 목소리다.
“너는…!”
몇 년 전, 새로 뽑았던 직원.
이름은 안희영이라고 했었다.
헌터로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두각을 나타내었고, 다른 이들이 채가기 전 자신이 직접 뽑아 키운 헌터였다.
그 성장세가 무섭게 빠른 데다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태도에 총애하고 또 지켜보던 그 직원.
씨익.
그녀가 붉게 물든 눈으로 주인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런 큰 공을 세웠으니 상을 줘야겠지. 갖고 싶은 게 있어?”
“너는…, 누구냐.”
“이성은 네 것이야. 이성 전체, 길드까지도.”
“아니….”
주인배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야!”
자신은 누군가와 거래하여 이런 일을 벌인 것이 아니었다.
“부정할 것 없어. 네가 거절하더라도….”
씨익.
붉게 물든 눈으로 야릇한 미소를 짓는 그녀.
“여기 전원이 죽으면 주인은 너 밖에 될 수 없을 테니까.”
“아니야!”
이건 아니었다.
자신은.
‘나는….’
이들의 죽음을 바란 적이 없었다.
주병훈이 김윤태를 이용해 이정기의 목숨을 노렸다는 소식에 주인배는 주병훈에게 따로 징계를 내렸다.
주형태가 전면 대결을 벌이고 주강태를 이용해 이정기를 노렸다고 했을 때.
‘전달하거라.’
주병훈을 이용해 그 소식을 전달해 대비케 했다.
주인배 또한 수십 년간 많은 준비를 했다지만 그건 핏줄의 목숨을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것을 갖지 못하게 되었을 때.
또 자신이 갖게 될 이성이 굳건하길 바라며 그림을 짜놓은 것뿐이었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두려움이 되었고, 또 음험함으로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단언컨대….’
주인배는 친지의 목숨까지 빼앗을 생각은 없었다.
그들의 죽음이 어떤 것인지 주인배는 이미 처절하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형님.’
이강.
그가 존경하고 바라던 자.
그의 죽음.
그리고.
‘여보.’
자신의 아내가 이성을 노리던 자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이후, 그들에 대한 복수를 꿈꿔왔다고 하지만 친지의 목숨만큼은 노리지 않겠다 맹세했다.
채엥!
주인배가 검을 뽑아 들었다.
“이건 아니야.”
자신이 바라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
이 상황은 결코 자신이 원하던 길이 아니었다.
“이성을 주겠다니까? 왜?”
그런 주인배를 보며 이해가 안된다는 얼굴의 안하영.
“됐어. 그럼….”
스윽.
그녀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잠깐 기절하고 있어. 너는 활용가치가 있거든. 이성을 움직이는 꼭두각시 하나쯤은 필요할 테니까.”
“……!”
들려오는 목소리는 주인배의 바로 뒤.
그 뒤에서.
스릉.
섬뜩한 기운이 주인배를 향해 내려치고 있었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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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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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