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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215화 (215/284)
  • 제9권 15화

    215

    서걱!

    안태민의 태도가 휘둘러지며 임휘순의 몸이 두 동강이 나는 듯한 환상이 보였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통증마저 느끼지 못하는 임휘순의 모습이 안태민의 일격을 환상이라 생각게 한 것이었다.

    촤아아-!

    그러나 곧이어 흩뿌려지는 피.

    와락!

    일그러지는 임휘순의 얼굴이 증명했다.

    “……!”

    안태민 스스로조차 놀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빠른 공격으로 임휘순의 몸을 베어냈다는 사실이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최인해가 가디언으로 진화하여 권능을 깨닫고 그녀의 능력을 시험해 보았다.

    당연히 그 대상은 자신들이었고, 이미 최인해의 권능에 의해 폭증한 힘을 느껴보았다.

    그때의 쾌감, 그때의 고양감이 아직도 아른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힘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올림포스.’

    올림포스의 특별함이 더욱 증폭시킨 최인해의 권능은.

    파르르.

    스스로가 감당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변화였다.

    이 힘이라면.

    ‘할 수 있다.’

    가디언의 힘을 일깨우지 못한 자신이지만, 저 괴물 같은 공략 대원의 힘에 대항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닿을 수 있다.’

    가디언의 힘을 깨닫지는 못했지만, 손에 잡힐 것만 같았던 다음 단계에 자신이 이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들었다.

    “이것들이-!”

    임휘순이 상처를 부여잡고 소리쳤다.

    포포포포.

    태도에 거의 다 갈라졌던 배의 상처에 기포가 끓기 시작했다.

    재생력 하면 상위 등급의 몬스터와도 비슷하다는 트롤들의 괴물 같은 재생능력처럼.

    사악.

    임휘순의 상처는 어느 순간 재생되어 있었다.

    그것만으로 끝이라면 차라리 다행일진대.

    구궁!

    변화는 이제 시작이었다.

    최인해가 힘을 아껴두고 남겨두었듯.

    “전력을 다해주지.”

    저들 또한 아직 보이지 않은 힘을 숨겨두고 있는 것이었다.

    끄그극.

    그들의 몸에서부터 일어나는 변화와 기괴한 소음이 인간 본연의 감정을 자극하며 불쾌감과 거북함을 동시에 주었다.

    그리고 순간 느껴진 감정은 분명.

    ‘공포.’

    공포였다.

    이것과 익숙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과거, 안태민의 아버지인 안인회조차 고전을 면치 못했던 최상위 보스몬스터를 함께 사냥했을 때 받았던 느낌.

    아니 그보다 더 가까웠던 시일.

    ‘튜토리얼.’

    이성의 튜토리얼에서 느끼고 보았던 적 있었다.

    다름 아닌.

    “이정기….”

    이정기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시험에서 보아주었던 능력.

    “피어.”

    본연의 공포를 자극하여 사냥감을 위축시키는 그 능력이었다.

    어느새 공략대원들의 형태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

    임휘순과 임철순은 거대한 늑대와 같은 모습으로 또 다른 이들도 그에 걸맞은 괴물과 같은 모습으로 최인해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우리가 가지려던 힘이 무엇인지….”

    임철순이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보여주마.”

    크허헝!

    늑대의 울음소리와 함께 공세가 시작되었다.

    * * *

    카캉!

    아까와 같이 일방적인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공략 대원 넷과 최인해 강민혁, 안태민은 치열하게 맞부딪히고 있었다.

    공격과 방어, 또다시 공격과 방어.

    공방이 계속되며 서로가 서로를 꿰뚫고 막아내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하나 차이가 있다면.

    크허헝!

    공략 대원들은 방어보다는 공세에 모든 것을 건 듯 끊임없이 최인해들을 압박해오고 있었다.

    일격, 일격이 치명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쾅!

    그 여파에 갈가리 찢겨나가는 것들.

    그러나 최인해들은 묵묵히 서 공격을 방어하는 것으로 모자라.

    쒜엑!

    오히려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그것이 차이였다.

    공격에 치중되어 있어 밸런스가 무너져 있는 것이 공략 대원들의 전투였다면 최인해와 안태민, 강민혁은.

    ‘공격대.’

    그 세 명으로 이루어진 공격대와 같은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최인해의 권능으로 강화된 안태민이 가장 앞 열에 서 묵묵히 공격을 받아내며 근접 딜러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고.

    쒜엑-!

    두 발의 화살로 지쳤던 강민혁이 최인해의 권능으로 회복해 뒷열에서 화살로 안태민이 받는 공격을 견제하며.

    쾅!

    동시에 저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원거리 딜러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속박!”

    최인해는 서포트 계열 헌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고 있었다.

    아군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것뿐 아니라 적들의 발을 묶고 약화시키는 디버퍼의 역할도 함께 해주는 완벽한 공격대의 형국이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약점도 있는 법이었다.

    몬스터를 상대할 때야 공격대의 전투 방식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고 하지만.

    씨익.

    저들은 몬스터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언정 인간이었다.

    그것도 공격대로서 수많은 공략을 해내어 공격대가 할 수 없는 것조차 해내는 공략 대원들.

    그런 그들에게 공격대의 약점은 눈에 훤히 보이는 것이었다.

    ‘가장 단단한 앞 열.’

    그곳을 공격해선 뚫기 힘들다.

    원거리 딜러의 견제와 서포트 헌터의 서포팅을 받는 근접 딜러는 장판파의 장비나 다름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니.

    ‘뒤부터.’

    뒤부터 무너트리면 된다.

    앞만 보며 인간에 대한 분노와 살육의 본능만 남아있는 몬스터들은 거의 대부분 그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혀 고통스럽게 하는 인간을 향한 공격본능을 표출하는데, 이성이 남아있는 자신들이라면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아도 된다.

    ‘최인해.’

    그녀만 무너트리면 된다.

    그렇다면 디버프도, 서포팅도 해결될 것이고.

    ‘저 힘.’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안태민과 강민혁의 변화마저 끝이 나리라.

    불가능하지는 않은 일이었다.

    “……!”

    안태민이 무언가를 느끼고 급히 태도를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서걱!

    또다시 섬뜩한 절삭음이 들렸지만 아쉽게도 태도는 하나, 안태민 또한 한 명이었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공격한다 해도 상대할 수 있는 수는 한정적.

    촤아아!

    피를 흩뿌리는 임철순이 급히 상처를 재생시키면서도 뛰기 시작했다.

    늑대의 형상을 한 것처럼 그의 속도 또한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른 상태였다.

    쒜엑!

    이번에는 거리를 좁힌 임철순을 향한 화살 세례가 쏘아졌다.

    강민혁 또한 다급했는지 한두 발씩을 쏘던 지금까지와 달리 한 번에 열 발에 가까운 화살을 폭격에 가깝게 쏟아냈다.

    퍼퍼퍼퍼퍼퍽!

    피할 수 있는 화살은 피해냈지만 감수해야 할 화살들이 임철순의 몸에 틀어박혔다.

    그사이 다른 공략 대원이 안태민의 발을 묶었고, 나머지 또한 거리를 좁히며 사냥감을 사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콰앙!

    뿔이 하나 달린 괴물과 같은 모습을 한 공략 대원의 검이 강민혁의 가슴께에 적중했다.

    “커억!”

    그대로 꿰뚫리진 않았지만 피를 토하며 크게 튕겨져 나가는 강민혁.

    그 순간이었다.

    ‘지금!’

    최인해에게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안태민이 뒤를 돌려 했지만 그랬다간 임휘순의 손톱이 안태민의 목덜미를 정확히 가를 것이다.

    막아설 것은 아무것도 없다.

    씨익.

    이제 공략 대원들에게 남은 것은 힘없는 서포트 헌터 하나뿐이었다.

    분명 전에 이상한 힘으로 임휘순의 손톱을 부쉈던 최인해였지만, 온 힘을 개방한 지금의 자신들에게까지 통할 힘은 아니었다.

    거기다.

    “이런 힘에 한계가 없을 리 없지.”

    힘을 폭증시키고, 자신들과 비등하게 겨룰 수 있는 힘을 주는 능력.

    그에 대한 약점이 없을 리 없다.

    수많은 전투 경험을 치른 공략 대원으로 생각건대.

    “약점은 분명하지.”

    다른 이들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스스로에겐 제약이 걸린다는 것이다.

    아까 전이야 안태민과 강민혁이 움직이기 전이라고 하나, 지금 그들이 움직이며 최인해는 분명 후방으로 빠졌다.

    만일 최인해가 계속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녀 또한 앞에 서서 직접 자신들을 상대했으면 더 빨리 결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끝이다.”

    잡았다.

    “너는 찢어 죽이도록 하지. 이정기에게 틈을 보이는 것은 네 갈가리 찢긴 시체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어느새 최인해의 온몸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거대한 늑대인간의 모습을 한 임철순이 최인해의 바로 앞에 서서 그 징그러운 손톱을 드리운 것이었다.

    천천히 들어 올려지는 최인해의 고개.

    “끝까지 건방진 얼굴이야.”

    임철순의 손톱을 움직이며 말했다.

    “그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꼭 봐야겠어.”

    이제 곧 자신의 말마따나 최인해는 공포와 절망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릴 것이다.

    지금껏 아무리 굳세 보였던 자들도 죽음의 공포와 찢기는 고통 속에서는 모두 똑같지 않았던가.

    그럴….

    ‘텐데.’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는 표정.

    임철순의 손톱이 최인해의 몸을 감싸는 줄기의 갑주를 꿰뚫고 야들한 속살에 닿을 때였다.

    “결국.”

    최인해의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진 채,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입에서 터져 나오는 육성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것.

    -이렇게 되는군.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또다시 그 감정이다.

    이 힘을 얻고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

    ‘공포.’

    더 큰 피어가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 * *

    “후.”

    서 있는 이정기의 주변에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얼마나 달려왔는지 알 수도 없다.

    중간에 보이는 것은 모조리 부쉈다.

    그것만이 최대한 빠르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며.

    ‘이진석, 강민혁, 권신우…, 김윤태.’

    함께 온 이들이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안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아직 가디언의 힘을 완전히 깨닫지도 못했고 깨달은 이진석의 힘은 불안정하기 그지없다.

    김윤태에게 숨겨둔 힘이 있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그럼에도.

    ‘강하다.’

    공략대원들의 힘은 예상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이곳까지 오며 느낄 수 있었다.

    “후.”

    숨을 고르며 다시 이정기가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곧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금세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그리고.

    ‘걱정할 필욘 없겠지.’

    일말의 불안감마저 떨어낼 수 있다.

    다른 이가 아닌.

    ‘최인해.’

    그녀를 믿을 수 있으니까.

    다만 하나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잘 제어해.’

    그녀가 가진 힘을 잘 제어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녀가 깨달은 것.

    그건 단순한 가디언의 권능만이 아니었다.

    단언컨대.

    스윽.

    지금 그녀의 힘은 어쩌면 얼마 전 자신과도 겨룰 수 있을 정도일 테니까.

    우웅.

    저 멀리 거대한 파장이 섬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결국, 최인해가 그 힘을 꺼내든 듯싶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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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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