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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213화 (213/284)

제9권 13화

213

쿵!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굉음.

지지지지직-!

그 진동이 바닥을 타고 이 먼 곳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

‘잘해주고 있구나.’

이진석은 놀라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충격과 진동이 무엇인지 안다.

‘김윤태.’

그가 정말 해내주고 있는 것이었다.

결코,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김윤태는 시간을 끄는 것을 넘어서.

크어어어!

상대를 몰아붙이고 있는 듯했다.

‘내가 김윤태를 걱정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헌터의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일이 벌어지고 어제와 오늘의 동료가 다르다고 했던가.

이성의 독소라고 생각했던 김윤태를 응원하며 그의 의지에 감명받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할 줄은 몰랐다.

끄덕.

김윤태에 대한 걱정은 접어둔다.

자신들은.

타아앗!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너무나 빨리 사라져 앞서나가 버린 이정기의 뒤를 쫓는 것.

그렇게 이정기를 따라가 이정기에게 일말의 도움이라도 주는 것이 바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더 빨리!’

이미 이정기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진석은 속도를 더 높이며 일행들 또한 그 속도에 맞추기 시작했다.

쒜에엑!

마치 하늘에서 추락할 때와 같은 바람 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대기를 찢어발기고 공간을 짓이기며 나아가는 것과 같은 속도였다.

과거, 아니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몇 주 전만 해도 이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을 해내는 것.

이정기가 하던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이걸 무어라 표현할까.

완전히 새로운 세계?

어쩌면.

‘진화.’

인간이 헌터로, 헌터에서 또 무언가로 진화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감각이 달라져 조금 괴로울 수 있습니다.’

이정기가 했던 경고가 무엇인지 이제는 알겠다.

하지만.

“감사합니다.”

이진석은 오히려 이정기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

또 하나의 세계.

더 위의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

타앗!

이진석이 그토록 원하던 것에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가디언이 되어 묶인 충성심이 아닌 진정한 충성심.

이진석의 눈이 빛날 때.

“………!”

이진석과 일행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와우….”

감탄사가 절로 나올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마치 운석이라도 충돌한 듯한 거대한 구멍.

누구 한 것인지는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정기.’

그가 빠르게 나아가면서도 뒤따라올 이들을 위해 배려한 것이었다.

그 뜻은 간단한 것이었다.

저 구멍의 가운데.

“미쳤네. 정말.”

적들이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아까 그 거인 같은 녀석도 그렇고, 공략 대원이라는 것들은 바퀴벌레들이야?”

아직 살아있는 생명 반응이 느껴졌다.

쉬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 어느 정도 회복을 마치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것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최상위 몬스터급의 재생력이야. 아마 저들이 받아들인 힘이 그런 종류겠지.”

“그러나저러나.”

최인해.

“넷이야.”

느껴지는 기운을 알아차리며 그녀가 말했다.

저 구멍 속 느껴지는 생명 반응은 넷.

해안가와 달리 다른 부대원들의 기척은 따로 없었다.

아니 있었다 한들 이정기의 공격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이정기의 공격 속에서 살아남은 넷.

“공략 대원들이군.”

저런 생명력과 느껴지는 힘이 공략 대원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넷이라니.’

공략 대원들의 수는 총 여섯.

하나는 해안가에, 나머지 넷이 여기 있었다.

앞에 하나가 더 있을 테니.

“……….”

이진석은 또 한 번 결정해야만 했다.

그때였다.

“가세요.”

어떻게 들으면 장난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목소리, 최인해였다.

“저랑 태민이….”

그리고 강민혁을 향하는 눈.

“셋이 해 볼게요.”

“그런….”

상대는 공략 대원 셋이다.

해안가에서 보았고 이정기가 말했듯 그들의 전력은 가디언에 가까울 수준이었다.

하지만 일행 중 가디언에 이른 힘을 가진 것은 이진석과 최인해 둘 뿐.

수가 맞질 않았다.

그럴진대 자신마저 빠지면.

‘가디언 하나, 최상위 헌터 둘이서 공략 대원을 상대해야 한다.’

가능….

“알겠습니다.”

할 것이다.

다른 이도 아닌 최인해가 남는다면….

“그럼 서두르세요. 저것들….”

가디언의 힘을 일깨우지 못한 안태민과 강민혁이라도.

“이제 움직이려는 것 같으니까요.”

일 인분은 할 것이다.

* * *

구멍 속에서 공략 대원들이 움직이기 전 이진석이 먼저 움직였다.

파르르.

화살을 잰 강민혁의 손이 떨려오고 있었다.

화살이 아닌 창과 같은 크기.

강민혁은 구멍 속에서 저들이 움직이기 전 끝장을 보려는 듯했다.

당연히 옳은 선택이고, 그것이 최소한의 힘으로 최고의 결과를 만드는 일이긴 했다.

콰앙!

화살이 쏘아지자 곧 폭음이 들렸다.

거대한 창과 같은 화살이 대기를 찢어버리며 퍼트리는 소음이었다.

귀청이 떨어져 나가고 충격에 지반이 뒤집힐 것 같은 위력.

가디언의 힘을 얻지 못했다고 한들 강민혁이 얻어낸 힘이었다.

쾅!

화살은 다시 한 번 구멍 속 깊은 곳에 틀어박혀 폭발을 만들었다.

아직 끝은 아니었다.

쿠쾅! 쿠쾅! 쾅!

세 번은 연이어 터져 나오는 폭발.

마동철, 아니 마동철과 헤파이스토스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새로운 화살의 위력과 강민혁의 성장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파르르.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강민혁은 다시 한 번 화살을 장전했다.

“괜찮겠어요?”

최인해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저 화살은 쉽게 쓸 수 있는 화살이 아니었다.

훈련을 통해 성장한 강민혁이라고 한들 엄청난 반동을 견뎌야만 하기에 그 속이 진탕될 것이다.

“어차피….”

화살을 재어 힘을 모은 채 강민혁이 말했다.

“내가 화살을 쏠 기회는 많지 않을 거다.”

강력한 적들.

가디언의 힘을 얻은 이진석을 보며 깨달았다.

‘다른 세계.’

새로운 힘을 얻은 것이 아닌 그들은 진화를 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그들은 다른 세계의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반인이 헌터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듯, 헌터가 가디언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궁수에게 있어 치명적인 약점.’

아무리 강력한 화살을 쏘아내면 무얼 하나.

맞추질 못하는 화살 따위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다.

강민혁은 지금만이 자신이 화살을 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불끈.

더 이상 팔을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할 일을 하려는 것이었다.

다시금 장전된 화살.

최인해는 직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

이번 전투에서 강민혁이 화살을 쏠 수 있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그렇게.

쾅!

대기를 터트리는 소리와 함께 강민혁의 화살이 발사되었다.

방금 전 강민혁의 화살에 충격을 받았을 테니 피하지는.

“……!”

최인해가 눈을 부릅떴다.

떨려 움직이지 못한 채 한쪽 무릎을 꿇고 휴식하는 강민혁.

그그그극!

그의 앞으로 울창한 나무 한 그루가 크게 자라난 순간이었다.

쾅!

눈앞에서 폭발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커다랗게 자라났던 나무가.

우지끈!

순식간에 부서져 쓰러지고 있었다.

나무의 중간에 선명히 드러난 손톱자국.

그 너머로.

“크르르릉.”

짐승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익숙한 모습이 어떤 몬스터를 떠오르게 했다.

“웨어울프…?”

혼잣말을 끝마칠 시간도 없이.

“크헝!”

늑대는 최인해의 앞에서 손톱을 휘갈기고 있었다.

* * *

캉!

울려 퍼지는 쇳소리.

“괜찮아?”

안태민이 다급히 소리치며 태도를 휘둘렀다.

캉!

번쩍이는 빛들 속에서.

“하아….”

최인해가 거친 숨을 쉬었다.

아뿔싸.

실수였다.

이정기의 공격에 빈사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뒤이은 강민혁의 공격에 충격을 입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새끼들….”

최인해가 이를 갈며 말했다.

“애초부터 우리가 목적이었어!”

아니었다.

빈사 상태가 되었던 것은 맞았지만 그 기이할 정도의 재생력으로 회복을 했고 강민혁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뒤이어 강민혁의 큰 공격이 잇따른다는 것을 알자 그제야 움직인 것이다.

사냥감의 힘이 빠졌을 때, 방심했을 때를 노리는 방식.

“임철순!”

누구의 방식인지 안다.

공략 대원 중 유명한 이.

황철용이 만일 이성에 들어오지 않고 주형태를 만나지 않았다면 에키드나가 되어 수많은 헌터의 피를 뿌렸을 것이라 예상되었다면 임철순은 달랐다.

‘에키드나 사냥꾼.’

에키드나만을 집중적으로 사냥하며 그 가치를 올린 장본인.

진정한 사냥꾼 중 한 명이 바로 그였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었다.

“안태민! 뒤!”

임철순은 혼자 다니지 않는다는 것.

그에게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그의 동생 임휘순.

서걱!

그 또한 임철순과 함께 에키드나를 사냥하며 짐승과 같은 본능을 가진 사냥꾼으로 유명했다.

“크윽!”

등을 크게 베인 안태민.

그가 빠른 속도로 몸을 회전시키며.

카캉!

동시에 두 개의 손톱을 막아내었다.

카카카카캉!

안태민의 태도와 임철순, 임휘순 형제의 손톱이 맞물리며 불꽃놀이와 같은 불꽃을 토해내고 있었다.

씨익.

태도와 부딪힌 손톱의 주인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다.

“그러게.”

“왜….”

일란성 쌍둥이라지만 목소리마저 같은 둘.

“주인을 바꿨어?”

“주인을 바꿨어?”

이성의 제 일 공격대장이었던 안인회의 아들인 안태민.

당연하게도 주형태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공략 대원들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언젠가.

“너도….”

“우리와 같은 힘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카앙!

태도가 밀려나며 불꽃이 토해졌다.

촤아아악!

안태민의 앞섬이 크게 베어지며 피가 흩뿌려지는 순간이었다.

아직 잊어선 안 되는 것.

구멍 속에서 느껴졌던 생명 반응은.

‘넷.’

즉.

스릉.

“움직이지 마라.”

두 개의 생명 반응이 더 있단 소리였고.

푸욱!

모습을 숨긴 두 사냥꾼이 노릴 것은 최인해와 강민혁일 것이라는 것이었다.

최인해의 목에 드리워진 칼날.

“제기랄.”

그리고.

“크윽!”

이미 검에 꿰뚫린 강민혁.

“네 젠장 할 화살에 아파 뒤지는 줄 알았잖아?”

화살을 쐈던 강민혁에 대한 보복인 듯싶었다.

“왜 안 죽이지?”

최인해가 도끼눈을 뜬 채 으르렁댔다.

“듣자 하니 이정기가 그래도 제법 챙기는 자들이라며? 뭐 혹시 알아? 사로잡아가면 녀석이 벌벌 떨 수도 있잖아.”

씨익.

상황은.

“얌전히 따라와. 그럼 그렇게 아프게는 죽이지 않을 테니까.”

최악이라 말할 수 있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팩 스 | 02-6442-7919

홈페이지 | www.osmedia.kr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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