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권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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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이정기가 이룩해낸 것들은 불가능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들이었다.
아니 기적에 가깝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이었다.
일반적인 헌터들의 성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성장했던 이정기.
주먹 하나로 쓰러트리지 못하는 몬스터가 없었으며, 마치 몬스터 그 자체가 된 듯 몬스터를 이해하는 것은 덤이었다.
헌터가 되어 일 년도 되지 않아 상위 랭커들을 연달아 쓰러트린 이정기는.
‘뷔앙마저 쓰러트렸다.’
하지만 그런 것은 기적이라는 단어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한 이정기가 해낸 기적은.
‘비행.’
볼텍스의 힘을 이용해 비행했던 것과 같은 일들.
그러나.
“마, 맙소사.”
그 어떤 것도 지금만큼 놀라움을 선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촤아아-!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널따란 대양.
“바다가 갈라졌어!”
바다가 양방향으로 갈라져 벌거벗고 있었다.
훤히 드러나는 땅.
갈라진 바다는 마치 장벽에 부딪힌 듯 쉽사리 아물지 못하고 있었다.
쒜에에엑!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었다.
“이제…! 이제 어떻게 해!”
바다로 추락하지 않게 되었다 뿐, 이 속도로 저 땅에 추락한다면 아무리 제로 라인의 헌터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쒜에에엑-!
가속이 붙어 더욱더 날카로워진 바람 소리.
“내가 가른 것은….”
이정기가 다시 한 번 마력을 움직이며 말했다.
“바다뿐만이 아니야.”
파앙!
순식간에 회전하여 균형을 잡은 이정기, 그의 발밑에서 와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바다만 가른 것이 아니다.
비행을 방해하던 대기와 불순한 것들마저 전부 갈라버렸다.
비행의 능력을 되찾았고.
우웅!
대기에 마력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쾅!
충돌음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이정기가 만들어낸 마력장과 부딪힌 헌터들이 내는 충격음이었다.
볼텍스의 힘을 이용해 충격을 완화했다고 하지만 그들이 떨어져 내린 높이와 속도가 있는 만큼.
“커억!”
헌터들의 충격은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째에엥!
쉽게 만들어낸 마력장으로는 모든 충격을 완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깨져버린 마력장과 다시 추락하는 헌터들.
쾅!
충격음과.
째에엥!
깨지는 소리.
그것들이 수 번을 반복한 뒤에야.
“커억…. 커억….”
“제, 제기랄….”
“다시는….”
그들은 갈라진 바다의 바닥에 안착할 수 있었다.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야….”
충격은 크지만 버텨낸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타앗.
마치 깃털처럼 이정기가 바닥에 안착했다.
“젠장.”
* * *
촤아아-!
이정기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바다는 아직도 갈라져 있었다.
“볼텍스야.”
마치 그에 대한 답을 주듯 이정기가 목소리를 내었다.
와류를 만들어내 그 힘으로 모든 것을 분쇄한다면.
“반대로 와류를 만들어내 밀어내는 거야.”
이 방식은 이건의 볼텍스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할머니.’
최명희가 보여주었던 힘.
중력을 이용해 만들어내었던 볼텍스의 힘이었다.
모든 것을 파괴하려고만 하는 할아버지의 볼텍스와 달리 할머니의 것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특별한 형태였다.
그렇기에 파괴력은 할아버지의 것을 따라갈 수 없어도 응용력만큼은.
촤아아!
훨씬 앞서는 것이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겁니까?”
물론 그렇지는 않았다.
할머니의 볼텍스를 사용해보는 것도.
“바다를 가르는 게…?”
갈라진 바다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도 결코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이 안다면 깜짝 놀랄 만큼의 마력과 넥타가 빠져나가고 있지만.
‘지금의 나라면 가능해.’
이대로 몇 시간쯤은 버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몇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볼텍스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꿀꺽.
결과는 끔찍할 것이었다.
바다가 모두를 덮치고 흩어놓을 것이다.
파스스.
거기다 저 바다와 대기는 지구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올림포스.’
모든 것을 먹어치우던 올림포스의 대양처럼 힘을 흩어놓고 넥타를 방해한다.
아무리 최상위의 헌터이자 이정기의 훈련을 받았고 가디언의 힘마저 깨웠다고 한들.
‘나도 위험해.’
이 바다에 먹혔다간 자신도 위험했다.
“방법은?”
권신우의 목소리에 믿음이 가득했다.
지금껏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기적을 만들었던 이정기라면 또 무언가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생각해봐야지.”
“……응?”
들려온 이정기의 대답은 너무나 의외였다.
“나도 없어.”
이정기가 주먹을 천천히 내질렀다.
가벼운 움직임인 듯했지만.
촤아아아!
갈라졌던 바다에 동그란 구멍 같은 것이 크게 뚫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파스스.
바다는 자기에게 난 상처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구멍을 메꾸었다.
“볼텍스로 길을 뚫어 유지하려고 했는데, 바다를 가르는 것과 길을 만드는 차이는 커.”
볼텍스가 버티질 못한다.
한참을 뚫어 다시 볼텍스를 사용할 때까지 바다를 붙들어 주어야 하는데 결코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비행은요?”
이진석이 말했다.
이정기는 볼텍스의 힘으로 비행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차라리 날아서.
“안 됩니다.”
이정기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들려왔다.
“대기에도 바다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힘이 서려 있어요. 아까 비행에 실패했듯, 결국 대기도 갈라내야만 비행이 가능합니다.”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설마….”
최인해의 목소리였다.
“그냥 이대로 여기서 죽는 거야?”
그렇다면 남은 것은 바다가 자신들을 먹어치워 맞게 되는 죽음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 아닌가.
“방법을 생각해봐야지.”
“하지만….”
“뭐라도 방법은 있어. 없다면, 만들어내야지.”
이정기가 믿고 있는 것이 있었다.
‘여긴….’
헤르메스가 이곳이 어떤 곳일지 모를 리 없었다.
분명 그 반응과 표정은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도움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준비하겠습니다.’
헤르메스는 분명 도움을 요청한다 했다.
“얼마나 버틸 수….”
강민혁이 말하려던 때.
우웅.
저 하늘 높은 곳에서 공명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그것.
‘포탈.’
포탈이 열리는 소리였다.
“다행히 늦지 않게 지원이 왔네요.”
하늘 높은 곳, 헌터의 시야로도 겨우 보이는 점 하나.
그것이.
“어어어!”
점차 커져가며 추락하고 있었다.
완전히 똑같은 위치에 열렸던 포탈인 듯 이정기와 헌터들 위로 떨어지고 있는 그것.
저게 떨어져 내린다면 정말 두 말할 것 없이 모든 게 산산조각이 난다는 것을 확신하던 그때.
“꽉 잡으세요.”
이정기가 헌터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은 지금이라면….
“조금 멀미가 날 수도 있습니다.”
전부에게 잠시 동안 하늘을 날 기회를 줄 수 있었다.
* * *
“…….”
모두가 안정을 되찾았다.
더 이상 바다와 대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이게….”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어이가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허.”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상황.
당장 바다에 집어 삼켜져 죽음을 걱정했던 이들이 서 있는 곳은.
촤아아!
커다란 황금빛의 배 위였다.
-루이기에게 가져왔습니다.
열려진 포탈로 들려오는 목소리.
헤르메스와 아폴론의 것이었다.
-보셨던 태양 마차입니다.
루이기와 그 남매들이 타고 있었던 특별한 힘을 지닌 마차.
아폴론이 말하길 그것은 티탄이 가지고 있는 신기였으며, 루이기의 권능 그 자체라고 했다.
그렇기에 육체와 신기를 모두 잃어버린 티탄들 중에서도 루이기 삼 남매는 마차를 찾을 수 있었고 그것은.
촤아아!
배의 형태가 되어 이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일본의 다이오 길드, 사츠키가 커다란 마력 전함 레토를 가지고 있지만 포탈을 이용해 넘어올 수 없는 크기였다.
하지만 태양 마차라면 충분한 크기.
그리고 그 마차가 이렇게 거대한 배가 되어줄 수 있다면.
솨아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빠르게 바다를 가르는 황금색의 배.
모든 것을 흩어놓을 듯했던 바다의 억센 파도도 배를 건드릴 순 없었다.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꿀렁.
변화는 순식간이었다.
촤아아!
바다가 갈라진다.
하지만 이번엔 이정기가 한 것이 아니었다.
“꽉, 잡아!”
갑작스레 치기 시작한 파도가 해일이 되어 저 멀리서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그 크기를 키운 파도는.
“맙소사…!”
태양을 가리고 하늘을 가렸다.
저것에 집어 삼켜진다면 루이기의 황금배도 아무런 소용없을 것이 분명한 상황.
파앗.
이정기는 배의 바닥에 그대로 한쪽 다리를 꽂아 넣었다.
‘가른다.’
또 한 번 가를 것이다.
우우웅.
주먹에 모여드는 힘.
이정기의 주먹이 마치 발사되듯 앞을 향해 나아갔다.
파아앙!
대기를 찢어발기는 파공성과 함께 높다란 해일에 구멍이 숭 뚫렸다.
촤아아악!
모두를 먹어 삼킬 것 같았던 해일이 구멍 난 부분을 통해 배를 살려 보냈다.
파동은 어쩔 수 없어 배가 높이 떠올랐지만, 본디 태양 마차였다는 것을 기억하듯 배는 스스로 중심을 찾아 다시금 바다에 안착했다.
그러나.
“젠장….”
끝이 아니었다.
솨아! 솨아!
저 멀리 또 다른 파도들이 쉼 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마치 이성이 있는 살아있는 괴물이라도 된 것처럼 그것들은 타이탄의 몸집을 한 채 다시금 모두를 덮쳐오고 있었다.
‘다시….’
이정기가 볼텍스를 모았다.
아직 남아있는 힘이라면….
-그리고….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또 다른 한 명이 도움을 줬습니다.
“……?”
-김윤태에게 ‘그걸’ 주십시오.
그것?
-열쇠 말입니다.
“……!”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마조네에서 메두사의 진정한 힘을 꺼내겠다며 최고 전사들이 가져갔던 열쇠.
그것이 지금 이정기의 손에 있었다.
무엇이라고 했었지.
그래.
“김윤태! 받아!”
“뭘…!”
넵튜누스의 창이라고 했던 것 같았다.
김윤태가 급히 받아든 열쇠가 천천히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악!
그의 눈 또한 푸르게 일렁이는 순간이었다.
익숙한 기운.
“사츠키!”
아니 오케아노스의 힘이 열쇠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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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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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