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05화 (205/284)

제9권 5화

205

“여기 있는 모두 가디언이 되어주어야겠어.”

가디언.

그 단어에 이진석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티탄과 가디언, 마력과 넥타에 대해 이 자리에 있는 자들 중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그였다.

“저는 이미 가디언의 힘을 받은 것 아니었습니까?”

이진석은 이미 넥타의 힘을 얻어 혼돈의 세대가 되었다.

강민혁은 그런 이진석을 부러워하며 그 힘을 받고자 하고 있었고.

그러니 이진석이 의아한 얼굴로 질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릅니다.”

하지만 이정기는 단호했다.

“넥타를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가디언은 확실히 다릅니다.”

사실 이정기도 이제야 알게 된 것이긴 했다.

그 차이는 명백하다.

“넥타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이정기의 입이 열렸다.

“가디언뿐만이 아닙니다.”

“아…!”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한 이진석.

“티탄…!”

그랬다.

넥타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티탄과 가디언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이진석은 넥타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나 그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

“정체성이 확정되면, 더 큰 힘을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마치.

“전직 같은 거구나?”

최인해였다.

“왜 게임에서 그렇잖아.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새로운 직업으로 발전하는 거. 그 하나만으로 전력의 차이는 크게 나는 거잖아.”

“비슷해.”

확실히 최인해의 설명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티탄과 가디언 무엇이 되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극명했으니까.

‘원래라면 불가능해.’

애초부터 넥타를 다른 이가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올림포스에서 이정기와 이건이 넥타를 사용하기 위해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했었던가.

천재 중의 천재, 아니 격을 달리하는 이건조차 넥타를 사용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어야 했다.

넥타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이진석.’

그에게 넥타를 부여했고, 김윤태에게 넥타를 부여했다.

처음엔 그것이 자신과 가디언, 티탄과 동일하게 넥타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아니었어.’

그들은 제대로 된 넥타의 힘을 사용하는 게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가짜.

혹은 건전지를 이용한 충전형의 기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이정기에게서 넥타의 힘을 부여받아, 안에 깃든 넥타를 이용해 그 힘을 사용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 두 가지의 차이는 언젠가 극명히 날 것이다.

이정기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완전한 넥타의 사용.

티탄이나.

‘가디언.’

그 둘과 같은 힘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말했듯 이것은 불가능한 일.

그러나 이정기는 이들에게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줄 생각이었다.

‘약해져 사용하지 못했던 쥬피터 할아버지의 권능.’

헤파이스토스를 구하는 과정에서 성장해 완연한 레벨 7의 넥타를 소유한 이정기.

그에게.

‘권능.’

두 번째 권능의 힘이 깨어났기 때문이었다.

-레기온.

그것이야말로 이들을 가디언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었다.

* * *

넥타 레벨 7을 달성하며 이정기는 아기가 걸음마를 떼듯 당연하게 두 번째 권능에 대해 알게 되었다.

-레기온.

가디언 혹은 티탄을 만들 수 있는 힘.

많은 제약이 있음은 권능을 사용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쥬피터 할아버지가 올림포스의 진정한 왕이 될 수 있게 해주었던 능력이자, 가디언들이 쥬피터 할아버지를 크게 따랐던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기계를 찍어내듯 마구잡이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조건이 필요했고, 이정기의 희생도 필요했다.

그렇기에.

‘이들을 모았다.’

단순히 이정기와의 친분으로 모인 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에겐 가능성이 있었다.

다름 아닌.

‘넥타와의 친화성.’

자신과 함께 붙어 있으며 넥타에 수없이 노출된 그들.

그들은 그들 모르게 넥타에 친화력을 갖게 되었다.

그것이 가디언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

그리고 두 번째.

“……….”

연마가 필요했다.

헤파이스토스가 신기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과정과 고련이 필요하다 했다.

가디언을 만드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부탁일 뿐이야. 가디언이 되어달라 했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그 과정은….”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죽는 것만큼이나 괴로울 거야.”

이것은 그들에게 시련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또한, 이건이 그랬듯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

“하지 않겠다면 포기해도 좋아. 말했듯 이건 부탁이지 강요나 명령이 아니니까.”

침묵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난 할 건데?”

최인해의 목소리가 곧장 이어져 왔다.

그다음.

“할 거다.”

권신우.

“한다.”

안태민이었다.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강민혁까지.

방금 전 경고는 아예 듣지도 못한 것 같은 태도들이었다.

피식.

그다음 이진석이 작게 웃으며 이정기를 바라보곤 말했다.

“다들 길드장님께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입니다.”

모두가 이정기에게 은혜를 입었다.

누군가는 목숨을, 누군가에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누군가는 용서를.

그리고.

“그것뿐이 아닙니다. 어느 헌터가….”

헌터라는 존재.

“더 강해질 수 있다는데 주저하겠습니까? 목숨은 헌터라면 누구나 걸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성의 헌터라면 그 각오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헌터란 그런 것이다.

게이트가 사라진 지금, 사실상 헌터의 힘을 지녔다고 꼭 헌터가 될 필요는 없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헌터가 되어 더 큰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 또한 모르는 그들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헌터로서 활동하고 헌터로서 남아있는 이유는 하나.

‘힘.’

그 마약과 같은 것에 중독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정기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진석의 말 한마디로 그들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각오는 알았으니, 한시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스릉.

날카로운 소음.

그와 함께 모인 이들의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이정기가 작은 단검을 꺼내 들었을 뿐이었다.

마력을 사용하지도 넥타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구웅.

하지만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그들의 발을 묶었다.

“덤비세요.”

모두가 한 번 이상은 이정기와 겨뤄왔지만.

꿀꺽.

지금은 다르다.

지금껏 이정기와 몸을 섞은 것은 약속된 대련과도 같았던 것.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지금 이정기가 꺼내든 단검과 그의 몸, 얼굴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최선을 다해야 할 겁니다.”

진심이었다.

“아니면.”

파앗.

사라진 이정기의 신형.

그에 뒤늦게 그들은 제 무기들을 꺼내 들었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쾅!

* * *

올림포스에서 수많은 훈련을 통해 얻은 힘이었다.

이건 할아버지조차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포기했어야 하는 힘이었다.

이진석? 강민혁? 안태민?

이들이 지구의 헌터들 중 상위 소수점에 들 실력자들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들의 재능은 단언컨대.

‘할아버지의 발끝도 쫓아가지 못해.’

그런 그들이 넥타의 진정한 힘을 얻는 것은 적어도 할아버지가 투자했던 시간보다 길어야 한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쥬피터 할아버지는 약화되어 다른 권능을 사용하지 못했어.’

할아버지가 레기온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진작 넥타의 힘을 얻었겠지.’

하지만 이정기는 지금 레기온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권능은….’

확신에 가까운 추측이 있었다.

‘쥬피터 할아버지의 권능과도 달라.’

무언가 뒤섞여 있는 듯한 느낌.

그것 때문이었다.

쾅!

불가능에 가까운 미친 짓을 계획하고 실행한 이유는.

쾅!

둔탁한 충격음이 울려퍼질 때마다.

“커억!”

당연하다시피 누군가의 신음과 비명이 터졌다.

이정기는 대련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냥.’

이들을 몬스터라 생각하고 사냥을 하고 있었다.

이정기가 온 힘을 다했다면 이미 모두 죽었을 이들이었지만 이정기는 넥타를 제어한 채, 마력의 일부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쾅!

그래도 이들은 버티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이진석과 강민혁이 이를 악물고, 최인해와 권신우 안태민이 핏발 선 눈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쾅!

그렇게 그들이 얻어낸 것은 다음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게 스스로의 목숨을 부지하는 것뿐이었다.

이정기는 넥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들 진심이었다.

푸욱!

이번에 들려온 것은 충격음이 아닌 파육음이었다.

“……읍!”

이정기가 들고 있는 단검이 이진석의 뱃가죽을 뚫고 한 뼘이나 침입해 있었다.

부릅뜬 이진석의 눈이 고통을 짐작케 했다.

쉐에에엑!

그런 이진석을 구하고자 날아드는 강민혁의 화살.

그의 눈에도.

“…….”

공포와 비슷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방금 전 이진석의 배가 뚫리며 이들이 이정기의 진심을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이었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피.

이정기는 잠시 단검을 내리고 이진석을 향해 갔다.

그의 품속에서 나온 보랏빛으로 흔들리는 병.

한 병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최상급 포션이었다.

스윽.

그것이 이진석의 상처에 닿자 빠른 속도로 기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눈 깜빡한 찰나 이진석의 상처가 아물었다.

“더 할 수 있겠어요?”

“물론… 입니다.”

이진석의 각오가 느껴지는 목소리.

이정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나 이번에는….

컹.

벽에 걸려 있던 태도를 들었다.

“다시 가겠습니다. 지금부터 휴식은 없습니다. 방금처럼 부상을 입은 경우 포션으로 치료를 할 겁니다.”

“…….”

“일차 목표는….”

이정기의 신형이 사라졌다.

“누군가의 입에서 포기하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입니다.”

“……!”

그 말뜻은.

“젠장.”

쉬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사라진 이정기의 신형을 좇으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구우웅.

당황 속에서 조금은 억제하던 힘들.

모두는 숨겨둔 한 톨의 힘마저 꺼내 들어야만 했다.

쾅!

그렇게 이틀.

단 한숨도 자지 않고 무엇조차 먹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쉬겠습니다.”

마침내 이정기의 입에서 휴식이 선언되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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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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