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04화 (204/284)
  • 제9권 4화

    204

    “공략대가 한국으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강민혁의 무거운 목소리였다.

    “빠르게 복귀한 그들이 헌터들을 모으고 있답니다.”

    사실상 현재 이성 길드장 주형태의 영향력은 현저히 낮아져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닌 숨겨둔 아이가 있다는 스캔들로 모습을 감춘 것도 모자라 길드장 대리를 맡았던 주안나는 백두와의 길드전에서 패배해 실종된 상태.

    거기다 주안나와 함께 사라진 이성의 제 일 공격대와 안인회의 존재로 인해 이성은 전례 없는 대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세간의 이야기일 뿐.’

    실상 이성은 전과 다를 바 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최명희가 이성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반증이자, 이성이 이 정도 일로 타격을 맞을 리는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안정화되어가고 있던 이성.

    공략대가 복귀해 헌터들을 모으고 있었다.

    주병훈의 공략대는 이성에서도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이들, 그들이 명령만 내리면 모여들 헌터들은 수두룩했다.

    “거기다….”

    강민혁은 조심스레 말했다.

    “주형태 길드장의 영향력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

    “공략대를 통해 명령을 내리고 있는 듯싶습니다.”

    자취를 감춘 주형태가 공략대원들을 이용해 이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대로는….”

    뒤이어 그가 무슨 말을 할지는 눈에 훤한 것이었다.

    “다시 전쟁이군요.”

    아마조네에서 겪었던 이성과의 길드전.

    그때와 비슷한 전쟁이 또 한 번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번은 전번과 다를 거다.

    적절히 물러섰던 전번과 달리 이번에 이성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거다.

    ‘주형태.’

    그리고 이정기.

    이성의 주인, 적어도 길드장 자리를 둔 채 일어날 싸움일 테니까.

    이번이야말로 진정한 전면전.

    원하는 것을 이룰 때까지 전번처럼 적절히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현성호 공대장의 파벌이 있습니다.”

    배를 갈아타 이정기에게 붙은 현성호.

    그는 아직 이성에 있었다.

    “파벌을 모아 이성에 반하는 세력을 만들고 있답니다.”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

    그저 사냥꾼이라 하기에 그가 가진 위치가 너무 높다.

    그의 사냥은 던전에서도 지구에서도 계속되는 것이었다.

    “철벽의 백철순 공대장도 완전한 합류의 뜻을 현성호 공대장에게 전했다는 듯합니다.”

    이성의 두 개 공대.

    그리고 안인회의 빈자리.

    그럼에도.

    “이성의 전력은 아직도 탄탄하군요.”

    “그렇습니다. 거기다 공략대가 더더욱 문제입니다. 세간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강민혁의 이어진 목소리.

    “공략대 전원이 혼돈의 세대라는 첩보가 있습니다. 이건 주병훈 밑에 있을 때 알아냈던 사실입니다.”

    혼돈의 세대.

    “…….”

    이정기가 눈을 감았다.

    쿵, 쿵.

    작게 울리는 심장이 무언가를 경고하는 듯했다.

    이번의 싸움은 전번과는 다를 것이라고.

    ‘알고 있어.’

    그러나 그 양상이 더욱더 다를 것이라고.

    특히나….

    “주형태 길드장이 숨겨두었다는 아들에 대한 정보는 더 없습니까?”

    혼돈의 세대.

    그리고 숨겨둔 아들.

    무언가 있다.

    “알아보겠습니다.”

    * * *

    어떤 전쟁이 될지 모른다.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될 수도, 죽는 이의 수가 몇이나 될지도 알 수 없었다.

    “후.”

    속이 답답한 것은 사실이었다.

    스스로가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 않았다.

    원한다면 이성과 홀로 전쟁을 치를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야.’

    이 전쟁은 그런 식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복수일 뿐이라면.

    사냥일 뿐이라면,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상속.’

    상속에 관한 것이었다.

    할머니의 것?

    아니, 아니다.

    ‘아버지.’

    어머니와 달리 그 얼굴조차 제대로 한 번 보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제야 스스로를 좀 살필 수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지구는 고향 땅이겠지만, 자신에게 이곳은 고향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고향은 올림포스였고 지구는 타향이었다.

    타향에 갑자기 떨어진 자신, 평생을 함께한 할아버지들도 곁에 없었다.

    그러니 많은 것을 잃고 놓치고 있었다.

    ‘가족.’

    가족에 대한 집착.

    정에 대한 집착이 있음은 인정해야 했다.

    적어도.

    ‘인간.’

    지구의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너무나 나약한 존재임과 동시에 그들의 속에 있는 시꺼먼 것들이 그들에게 정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니 할머니만큼은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라고,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얼굴이 어두워 보이십니다.’

    ‘힘들면 말해라. 드라이브라도 가지.’

    ‘쇼핑할래?’

    조금이라도 정을 붙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리고 이제야.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정 붙인 자들과 같은 사람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이성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할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질문.

    ‘길드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았다.

    할머니가 그런 질문을 한 이유는.

    “가족이라.”

    이성 또한 가족임을 알아차리라는 뜻 같았다.

    길드의 형태는 특별했다.

    마치 회사와 같지만, 그 속의 구성원들의 관계는 조금 달랐다.

    서로 등을 맡기고 목숨을 맡겨야 하는 동료이자 친구.

    그리고.

    ‘가족.’

    그들 또한 스스로를 가족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헌터들은 더 큰 돈, 더 큰 기회가 있음에도 쉬이 길드를 떠나지 않는다.

    이성은 그런 헌터들의 마음을 붙잡은 하나의 울타리였다.

    헌데.

    ‘이번 전투로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할지 몰라.’

    이번 전쟁에서 그들은 서로의 피를 보아야 할 터였다.

    과거 대한민국이 겪었던 뼈아픈 역사처럼 동족끼리 가족끼리 서로를 죽여야 하는 일이 벌어져야 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도 다름 아닌 자신이 아버지의 것을 상속받고 싶어 한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이게….’

    처음 느껴보는 감정.

    ‘죄책감인 걸까.’

    가슴을 쿡 찌르는 감정에 이정기가 안색을 찌푸렸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태어나서 할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것은 사냥해야 마땅한 것이었고, 그것들 또한 당연하게 할아버지와 나의 목숨을 노려왔다.

    그런 것들을 사냥하는데 죄책감? 그런 것 따위 느낄 수 없었다.

    지구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추악함.’

    인간의 추악함, 자신이 생각했던 가족과는 전혀 다른 모습들.

    이정기는 그들에게 죄책감을 느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생츄어리의 로베르트를 죽였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저.

    ‘사냥감.’

    이정기에겐 인간 또한 동등한 사냥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무언가 색다른 감정이 속에서 치고 올라왔다.

    -네가 그토록 숨기고 덮고 싶어 했던 너다.

    내면 세계에서 보았던 녀석.

    “후.”

    다시 한 번 숨을 토해낸 이정기.

    생각은 조금 정리되었다.

    동족상잔, 가족끼리 치르는 전쟁, 그로 인해 울고 웃는 사람들.

    이정기는.

    “전력부터 보강해야겠어.”

    새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이정기의 앞에 낯익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이진석, 강민혁.’

    언제나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보필하는 그들.

    원래는 주병훈의 사람이었던 강민혁도.

    꽈악.

    그 눈빛은 자신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세 명.

    ‘최인해, 권신우, 안태민.’

    이들은….

    ‘친구.’

    그렇게 부르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지구에 와 처음으로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었고,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들에겐 다른 이에게 보이는 욕망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뒷배?

    이건과 최명희?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들은 자신을 향해 손 내밀었다.

    물론 안태민은 다를지언정.

    피식.

    그는 또 다른 느낌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더 부르고 싶은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만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갑자기 불러낸 건….”

    최인해였다.

    갑작스러운 호출에 대강 예상을 한 듯한 얼굴이었다.

    바보들이 아니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고 있었고, 그 후의 상황마저 예상하고 있는 듯했다.

    “진짜 전쟁인 거지?”

    끄덕.

    이정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이제 곧이야.”

    “이성과 전쟁이라….”

    예상은 했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이기 힘든 표정이었다.

    “전이랑은 다르겠지.”

    최인해 또한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주안나와의 길드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일 것이라고.

    그리고 그때와 달리 더 많은 피가 대지를 적실 것이라고.

    “다를 거야.”

    “……….”

    침묵.

    “어쩔 수 없지.”

    또다시 최인해였다.

    “네 것이잖아?”

    “……?”

    “이성은 본래 이강 헌터가 주인으로 내정되어 있었어. 대한민국의 헌터, 아니 헌터라면 누구나 다 알걸? 그리고 너는… 그런 이강 헌터의 아들이잖아?”

    피식.

    “이성이 왕국이 아니고 이성 길드장이 왕이 아니라지만, 네겐 자격이 있잖아.”

    이미 몇 번이고 스스로를 증명한 이정기.

    백두가 그렇다.

    주영은과 김윤태가 주인이었던 백두는 빛을 잃고 썩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기가 주인이 된 지금 백두는 잃었던 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정기가 무엇을 해서가 아니었다.

    길드의 특수성.

    ‘강력한 헌터.’

    그들의 주인이 무엇이고 해낼 수 있는 강자라면, 그들은 그 강자를 뒤쫓으려 한다.

    잃어버렸던 호승심과 성장 욕구가 다시 눈을 뜬 것이었다.

    “할게.”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뭐라도 하겠다고. 약속했잖아. 튜토리얼 때, 네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겠다고. 지금까지 솔직히 제대로 된 도움을 준 적 없잖아?”

    “충분히 줬어.”

    “아니. 너희는?”

    최인해가 권신우와 안태민을 보며 말했다.

    “도움을 받기만 했지.”

    “……인정하긴 싫지만 그렇다.”

    그들 또한 최인해를 두둔했다.

    “그래서?”

    권신우.

    “우리가 뭘 해주면 되는 거지? 아직 우리는 부족해. 이성의 공략대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라면… 나 또한 인정하기 싫지만 불가능하다.”

    안다.

    그러니.

    “여기 있는 전원.”

    이정기가 입을 열었다.

    “가디언이 되어줘야겠어.”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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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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