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03화 (203/284)
  • 제9권 3화

    203

    지금껏 최명희가 했던 이정기에 대한 모든 시험은 이정기를 위한 것이었다.

    올림포스에서 나고 자란 이정기에게 타당한 판단력과 사고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행위들.

    그리고 이정기는.

    “네 스스로를 훌륭하게 증명해냈다.”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그것이었다.”

    최명희는 이정기가 돌아오기 전부터 이정기의 존재를 티탄의 예언자 아트로포스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혼돈의 세대들을 잡아내기 위해 만들어졌던 예언의 원본.

    ‘올림포스가 무너지고 혼돈이 기어 나오니, 그는 혼돈의 왕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혼돈의 왕에 대한 예언.

    그리고.

    ‘혼돈의 왕이 세계를 파멸시킬지니.’

    그 혼돈의 왕이 세계를 파멸시킨다는 이야기.

    무너진 올림포스에서 나온 어떤 존재라도 예언 속 존재가 될 수 있지만 아트로포스는 그것이 이정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주었다.

    최명희가 예언이라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헌터가, 마력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예언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기에 조용히 기다리며 지켜본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렇게 낸 결론은.

    “예언 따위에 휘둘릴 필요가 있을까? 스스로를 통제하고 올바른 판단만 내릴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정기는 이번에 스스로 증명했다.

    자기 통제를 잃고 폭주하는 상황에서도 혈연에 이끌려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를 절제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믿는 수밖에.’

    그 또한 가족이니까.

    “할머니….”

    이정기는 그 어느 순간보다 지금 최명희를 편히 불렀다.

    “좋아할 것 없다. 네 앞으로의 날은 더욱 고될 테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약속은 지켜야겠지.”

    최명희의 얼굴에 복잡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이성을 주마.”

    “……!”

    공식적인 확언.

    “허나, 내가 줄 수 있는 부분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

    일부분.

    하지만 이정기는 실망한 기색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이성의 주인이 최명희라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지만.

    ‘이미 이성의 지분 대부분은 이성 길드장님과 이성 부회장님을 비롯한 성혈들에게 다수 넘어가 있습니다.’

    이진석에게 들었던 이야기였다.

    ‘언제든 회장님이 나서면 이성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다른 성혈이 승계를 받는다면….’

    스스로 해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또한.

    “네 눈에 차지 않을지라도 녀석들 또한 내 핏줄들이다.”

    시험은 끝났다.

    이 순간 최명희의 공언으로 이정기는 이성의 공식적인 후계자가 되었다 한들.

    “내 손으로 쥐여준 것마저 빼앗을 순 없지. 지금 당장이라도 이성의 회장직에 널 앉힐 수 있겠지만….”

    “그건 진짜 이성의 주인이 아니겠죠.”

    “네가 바라는 것이 그런 회장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주마.”

    “아뇨. 제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던 다른 후계자들, 그들을 앞세운 파벌들까지.

    그것들이 존재하는 이상 진정한 이성의 주인이 될 수 없었다.

    “또한, 지금 당장 내가 움직이는 것도 무리가 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시엘들에게 내 복귀 사실을 숨겼다.”

    역시.

    “그들이 내 복귀를 알아차린다면 틀어진 것에 대해 알 테고, 그렇다면….”

    “전쟁이 시작되겠죠.”

    작게 끄덕여지는 최명희의 고개.

    이미 충분한 힘을 얻고, 이정기의 힘마저 본 그녀였지만.

    “그들은 강하다. 네 생각보다 더.”

    아직 그들과의 정면 충돌은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시간을 끌어주마.”

    전쟁의 시작 전.

    “그때까지 이성을 가져 보거라.”

    전쟁의 대비를 끝마쳐야 한다.

    할머니의 허락,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머지는.

    “제게 맡기세요.”

    스스로 해내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모든 것보다.

    꽈악.

    할머니가 이성을 자신에게 주겠다는 그 한 마디, 그 한마디가 이정기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 * *

    “크…. 크하하핫!”

    억눌리다 못해 광기가 드러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

    그와 반대편에 서 있는 남자는 무표정한 채 앉아있을 뿐이었다.

    “결국….”

    웃음을 터트린 남자의 억눌린 신음과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이름은.

    “어머니는 그 녀석에게 이성을 줄 생각인가?”

    주형태.

    모습을 감춘 이성의 길드장이었다.

    아직 복귀를 알리지 않은 최명희였지만 그녀가 이성 저택에 돌아왔다는 것을 모를 그들이 아니었다.

    이성을 갖기 위해 모든 자원과 정신을 이성에 쏟고 있었고, 긴 세월 이성을 차지하기 위해 정보력을 갖추었다.

    적어도 이성에서 벌어지는 일만큼은 세상 그 누구보다 먼저,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이 그들이었다.

    “주고 싶다고 줄 수 있는 이성이 아니다.”

    그 반대편, 주형태와 상반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 또한 성혈이었다.

    주인배, 이성의 부회장.

    “어머니의 마음대로 이성을 움직일 수 없게 그간 노력해왔어. 지분을 빼돌리는 데 성공했고, 지분을 쥐고 있는 이사들 중 상당수가 우리와 뜻을 함께한다.”

    “우리?”

    주형태가 비릿하게 웃었다.

    “형이겠지.”

    “중요한 건 어머니 혼자 무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야.”

    “과연 그럴까?”

    주형태의 비릿한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어머니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가 지분을 빼돌리고 있는걸?”

    “…….”

    “정말 이사들이 형 편일까?”

    “그런 건….”

    주인배가 입술을 짓씹으며 말했다.

    “상관없다.”

    자신도 안다.

    아직 이성은 최명희의 것이었다.

    부회장이라는 직함, 길드장이라는 직함, 그것들이 자신들의 것이지만 어머니가 준 것이나 다름없다.

    ‘성격상 쉽게 빼앗아 가진 않으시겠지만.’

    원한다면 언제고 빼앗을 수 있는 것이 최명희였다.

    “그 핏덩이가 우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이사회와 이성의 헌터들은 생각하지 않을 거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냉소적인 주형태의 목소리.

    “녀석은 이미 스스로를 몇 번이고 증명했어. 헌터의 힘? 말할 것도 없지. 영은이 그 년이 백두를 그 핏덩이 손에 넘겼어.”

    “…….”

    “백두가 제 것이고, 이탈리아가 녀석에게 무릎 꿇었다지?”

    이탈리아는 헌터 강국으로 헌터들의 왕국이나 다름없어진 곳이었다.

    그런 곳의 헌터들이 이정기에게 무릎 꿇고 이정기를 따른다.

    “어머니가 주신 것으로 이 자리에 앉아있는 우리, 그리고 저 혼자 모든 것을 해낸 핏덩이.”

    차라리 그게 끝이라면 좋겠다.

    “그 할아버지는 이건이지.”

    “…….”

    이건, 그 이름이 세계에 주는 영향.

    “자 이제 누가 더 이사들과 주주들에게 매력적인 존재지?”

    “그래서… 이대로 이성을 그 핏덩이에게 넘겨야 한다는 이야기냐?”

    “아니, 아니지.”

    주형태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이성은 이 씨의 것이 아니야.”

    바로.

    “주 씨의 것이지.”

    주형태의 얼굴에 탐욕과 아집, 집착이 나타났다.

    그 얼굴만큼은.

    “…….”

    주인배에게 소름 끼치게 할 정도로 선명한 것이었다.

    “우리의 최고 약점이 뭔지 알아? 핏줄이야. 핏줄. 완벽하지 않은 핏줄.”

    “그건….”

    “걱정 마. 내가….”

    씨익.

    이제 드러난 주형태의 웃음은.

    “주 씨를 완벽한 혈통으로 만들었거든.”

    광기였다.

    “그 핏덩이를 내가 제거해주지. 이성의 진짜 주인은 그 이후에 가리자고.”

    “진심이냐?”

    여러 의미가 뒤섞여 있는 주인배의 질문.

    “언제까지 이성에 이 씨가 존재하게 할 순 없잖아?”

    하지만 주형태는 진정 마음을 먹은 듯했다.

    “겁이 난다면 빠져도 좋아. 하지만 이걸 보고도 그럴 수 있을까?”

    저벅.

    주형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돌아가는 주형태와 주인배의 시선.

    오도도.

    주인배는 팔뚝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

    도대체 언제부터 있던 것일까.

    자신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은밀한 움직임.

    거기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나니.

    “처음 뵙겠습니다.”

    그 기운에 압도되는 것만 같았다.

    “작은아버지.”

    “……!”

    * * *

    며칠 뒤, 이성의 움직이기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었다.

    마치 길드전을 대비하는 듯 곳곳에 긴장감이 감도는 이성 길드.

    그들이 그토록 긴장하는 까닭은 한가지였다.

    -이성의 최고 전력들의 복귀.

    -오늘 귀국한 임철순 헌터.

    -드디어….

    이성에서 가장 강한 전력이라 말할 수 있는 그들.

    -공략대가 움직인다.

    이성의 공략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성의 수많은 헌터들, 그들은 용병과 같은 형태로 길드 내에서 일어나는 공략에 필요에 의해 참여하며 실력을 쌓는다.

    그렇게 실력을 쌓은 그들은 공격팀에 들어가 다시 한 번 경력을 쌓게 된다.

    그 이후 공격팀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으면 공격대에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이성의 공격대.

    일개 공격대가 가진 전력은 한 개의 길드에 맞먹는다고 알려진 것이 바로 이성이었다.

    강자 중의 강자, 한국이 아닌 세계에 내놓아도 꿇리지 않을 헌터들이 수천.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공격대장.’

    최고는 바로 공격대장들이었다.

    제로 라인, 혹은 퍼스트 라인.

    세계에서도 수위에 드는 열 명의 최고 헌터들.

    그것이 이성의 최고 전력이라 생각하는 이가 다수였지만.

    ‘틀렸다.’

    이성의 최고 전력은 그들이 아니다.

    주형태가 이성의 길드장이 된 후 창설된 새로운 집단.

    지금껏 없던 개념이자, 주형태 길드장의 모든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존재들.

    ‘공략대.’

    최고의 최고, 그 이상만을 모은 그들.

    적게는 백 명, 많게는 천 명 가까이 모인 공격대보다도 높은 평가와 실적을 자랑하는 그들은.

    ‘단 여섯 명.’

    겨우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그들이 공략하지 못한 던전은 존재치 않았고, 비공식적으로 일어난 길드전에 그들이 참전한다면 그 길드전은 며칠도 채 되지 않아 막을 내렸다.

    ‘전원 제로 라인.’

    그들이 마침내 긴 방랑을 마치고 하나둘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공략대의….

    겨우 여섯에 의한 이성의 긴장.

    -목표는?

    과연 그들의 목표가 무엇일지,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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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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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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