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89화 (189/284)
  • 제8권 14화

    189

    ‘설마.’

    아닐 것이다.

    여기서 그 기운이 느껴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타앗.

    벼락으로 불꽃의 거인들을 통구이로 만들어버린 이정기가 바닥에 내려앉았다.

    “쥬피터의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있으셨군요.”

    안 그래도 벼락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던 이정기를 보며 걱정스러웠던 헤르메스였다.

    이정기가 왕의 자격을 계승 받았다고 하나, 왕의 자격과.

    ‘왕의 힘.’

    그 두 가지는 다른 것이었다.

    한 가지를 이어받았다고 해도 다른 한 가지를 받지 못했다면 완벽한 왕은 아닌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헤르메스는 남아있던 한 줌의 걱정마저 지울 수 있었다.

    쩌르르르!

    아직까지 사방에 퍼져나가 있는 벼락의 줄기가 이정기가 모든 것을 온전히 이어받았음을 증명한 셈이었으니까.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헤르메스는 그제야 뒤늦게 이정기의 표정이 어둡다는 것을 깨닫고 물었다.

    “…….”

    고민에 잠긴 듯 말이 없는 이정기.

    천천히 이정기의 입이 열렸다.

    “나머지와 다른 두 개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두 개의 기운?”

    딱히 특별할 것은 없던 것 같았는데.

    포옹.

    지팡이로 바닥을 내려치자 퍼져나가는 파문.

    헤르메스의 넥타가 감지를 시작한 것이었다.

    “하나는 이질적인, 그리고 하나는 익숙한 기운이었습니다.”

    이정기의 말에 헤르메스는 답하지 않은 채 더욱 집중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자신들이 찾으러 온 것은 새로운 가디언, 올림포스의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

    헤파이스토스의 중요성은 가디언들에게도 당연하지만 티탄들에게도 중요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타르타로스의 건설자.’

    티탄들의 감옥을 건설한 것이 헤파이스토스인 만큼 오히려 가디언보다 티탄들에게 더 중요한 존재가 그였다.

    어디선가 이곳의 존재가, 헤파이스토스의 존재가 노출되었다면.

    ‘티탄.’

    그들 또한 이곳에 헤파이스토스를 찾으러 왔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었다.

    포옹.

    헤르메스의 파문이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전.

    쿠웅!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었다.

    쿵! 쿵! 쿵!

    울려 퍼지는 발소리.

    이제는 마동철과 유시아도 제법 익숙해진 타이탄의 발소리들이었다.

    “특별한 것은 못 느끼겠는데.”

    마동철.

    “지쳤을 텐데 내가 상대하고 있을게.”

    유시아도.

    둘 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익숙해진 기분으로 타이탄을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헤르메스와 이정기의 사정은 달랐다.

    굳은 얼굴을 한 채 타이탄들을 보고 있는 이정기.

    포옹.

    파문을 회수하며 지팡이를 들고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헤르메스.

    “왕께서 느끼신 것이 맞는 듯합니다.”

    사방을 포위하듯 다가오는 타이탄들.

    하지만 여느 때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었다.

    “……!”

    뒤늦게 유시아도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이지가 없이 본능과 파괴만을 일삼는 타이탄들.

    하지만 녀석들이 다수가 되어 협력할 때는 공명하여 그 지능이 올라간다.

    이정기는 지금껏 그런 타이탄들의 특성을 활용해왔다.

    압도적인 힘으로 타이탄들을 사냥하면.

    ‘두려움을 느낀 타이탄은 공명하여 그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미친 듯 달려드는 것이 아닌 살기 위해 도망치게 되는 것.

    도망치는 타이탄들을 사냥하는 것은 달려드는 타이탄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고 편안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방금 전 이정기의 벼락에 당해 쓰러졌던 타이탄들의 시체를 밟으며.

    쿵!

    새로운 타이탄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껏 행동하던 녀석들의 패턴이 달라졌다는 것.

    무엇보다.

    “본능과 공명을 억제하고 있는 것.”

    그 뜻은 한 가지다.

    “지휘관이 나타났습니다.”

    타이탄들의 지휘관, 그런 존재는 하나뿐이다.

    “티탄입니다.”

    * * *

    콰앙! 쾅! 파지짓!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코팅을 연습하는 유시아와 헤르메스를 주로 벌어지던 전투.

    그런 둘을 서포팅하기 위해 뒤에서 마동철이 받쳐주던 전투.

    사냥보다는 연습이 목적이기에 천천히 나아가던 그들이.

    타타탓!

    지금은 쫓기듯 속도를 내며 달려나가고 있었다.

    쾅!

    유시아는 끊임없이 화살을 재어 쏘았다.

    “허억…! 허억…!”

    마동철은 속도를 맞추기 위해 골렘에 올라탔음에도 지쳐하고 있었고.

    “……큽!”

    헤르메스는 쉬지 않고 지팡이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정기는.

    쿠콰콰콰쾅!

    사자 갑주를 입은 채 한 마리의 사자가 되어 질주하고 있었다.

    이 모든 변화는 단 한 가지 때문이었다.

    ‘티탄.’

    녀석들의 지휘관이 나타났다.

    가장 우려하던 상황.

    지구에서야 티탄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인간의 육체에 맞추어 질이 떨어져 버린 넥타를 회복하는데 온 신경을 쓰고 있는 그들.

    하지만 이곳에선 다르다.

    ‘타르타로스.’

    감옥의 파편, 티탄들이 가히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갇혀 지내왔던 곳의 일부인 셈.

    이곳에선 오히려 가디언보다 티탄이 더욱 유리하다.

    특히나.

    ‘티탄의 전력이 몇 배는 상승할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서둘러야 합니다!”

    타이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티탄은 곧 타이탄들의 지휘관으로서 녀석들이 보내온 정보를 알아차릴 것이고.

    “저희가 이곳에 있다는게 밝혀질 겁니다!”

    지금 자신들의 존재도 들킬 것이다.

    문제는.

    “헤파이스토스를 먼저 찾게 두어선 안 됩니다!”

    위기감을 느낀 티탄이 발 빠르게 움직여 헤파이스토스를 먼저 찾는 것.

    그것 때문에 헤르메스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타이탄들의 정보를 끊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었다.

    계속해서 타이탄들의 죽음을 숨길 수 없기에, 타이탄이 죽었다는 사실만으로 티탄은 불안함을 느낄 수 있을 터.

    “서둘….”

    더욱 더! 최대한 빨리 서둘러야 한다.

    지구의 인간들이 올림포스가 나타나고 지옥문이 열렸다며 절망했다고 했던가?

    ‘아니!’

    그런 것이 지옥문이 아니다.

    티탄이 헤파이스토스를 먼저 찾아 얻어낸다면, 그래서 얻어낸 열쇠를 이용한다면.

    ‘진짜 지옥문이 열린다.’

    이건이 겨우 틀어막고 있는 문을 제외하고, 또 다른 문이 열리는 셈.

    화륵!

    소리치려던 헤르메스의 앞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졌다.

    불꽃의 타이탄?

    그것이 아니었다.

    화륵.

    타오르고 있는 그것.

    “이모님 활 집어넣으세요.”

    이정기, 그가 타오르는 마력 속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자 갈기는 더욱 길어져 금빛을 띠고 있었고, 그의 갑옷은 마치 히드라의 거죽처럼 두꺼운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오른손에 빛나는 화염과 왼손에 모든 것을 죽일 것 같은 초록 색깔의 빛까지.

    “지금부턴….”

    이정기가 발걸음을 내디디며 말을 이었다.

    “따라오기만 하세요.”

    파아아아아아앙!

    이정기의 목소리와 신형이 사라짐과 동시에 얼굴이 짓이겨질 정도의 풍압이 일행을 덮쳤다.

    바람 탓에 흐려졌던 시야를 되찾았을 때.

    화르륵.

    타오르는 길이 일행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 * *

    쿵! 쿵! 쿵!

    심장의 울림이 멈추지 않는다.

    쿠어어어어어!

    올림포스 때보다 더 위협적이고 강력해진 타이탄들.

    녀석들이 몰려들어 위험해진 상황 때문이 아니었다.

    ‘헤파이스토스를 먼저 찾아낸다면…!’

    또한, 헤르메스가 걱정하고 경고하는 상황, 이곳에 들어온 티탄이 헤파이스토스를 먼저 찾아 열쇠를 얻는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쿵! 쿵! 쿵!

    계속해서 뛰는 심장은 티탄과 함께 느껴졌던 하나의 기운 때문.

    그리고.

    화아아악!

    멈출 줄 모르고 확장되는 감각 때문이었다.

    유시아들에게 코팅을 연습시켰던 것처럼 이정기 또한 연습하고 있었다.

    넥타의 레벨 상승으로 급격하게 확장되었던 감각에 익숙해지고자 조금씩 그 감각의 제어를 풀어놓았었다.

    그러나 서둘러야 하는 지금.

    쿵!

    그 감각의 제어 전체를 놓았다.

    그 대가로 얻은 힘.

    쿠콰콰콰콰쾅!

    그 힘은 가히 올림포스에서보다 더 강력해졌다고 하지만.

    지끈!

    그에 동반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멈출 줄 모르고 뛰는 심장, 지끈거리는 머리.

    휘청.

    어지러이 흔들리는 시야.

    코끝을 간질이는 불쾌감 가득한 냄새들.

    피부로 느껴지는 끈적한 마력과 불길한 마력들.

    ‘정말이지….’

    미칠 것만 같았다.

    이런 느낌은 단언컨대 처음이었다.

    콰콰콰쾅!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싶은 느낌.

    번뜩!

    아군이라고, 이모님이라고, 계속해서 되뇌지 않으면….

    쾅!

    일행들에게 마저 주먹질할 만큼의 분노.

    이정기는 그 모든 것을 억누른 채 오직 눈앞만을 보고 있었다.

    “제 앞으로 오지… 마세요.”

    보이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다면, 일행을 보지 않으면 된다.

    그저 앞만 보며, 앞의 모든 것들을 부수어가며 나아간다.

    “더 이상….”

    뒤에서 흐릿하게 들려오는 헤르메스의 목소리.

    “티탄의 눈을 속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보고 말하는 것일까.

    세상이 온통 핏빛에다 불꽃투성이인데, 이 사이로 무언가 보이는 것일까.

    “이미 티탄은 저희의 존재를 눈치챘을 겁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목소리.

    콰콰쾅!

    그것과 상관없이 이정기는 나아가고 있었다.

    “왕께서 처치한 타이탄의 수가 백을 넘었습니다.”

    백? 그 정도나?

    아니.

    ‘그것밖에?’

    헤르메스의 목소리가 끊겼다 다시 들려왔다.

    “왕이….”

    흐릿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무어라 말했는지 다시 묻고 싶었지만.

    화륵.

    눈앞에 치솟는 불길이 멈출 줄을 몰랐다.

    “왕….”

    다시금 들려오는 목소리.

    “왕이시여!”

    그 목소리에 이정기는 와락 짜증이 일었다.

    겨우 참고 있었건만 고개를 돌려야 할까.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목소리.

    “정기야!”

    유시아의 목소리에 이정기는 조금이나마 불길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정기야! 정신 차려!”

    정신을 차리라고?

    왜?

    콰콰쾅!

    그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수면 그만이건만, 무슨 정신을.

    “정기야!”

    다시금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정기는 마침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치솟았던 불길이 가라앉고 붉었던 시야가 돌아왔다.

    이정기의 앞에서.

    “아쉽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끝낼 수 있었는데.”

    낯선 얼굴이 웃고 있었다.

    누구.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

    서거걱!

    자신의 몸이 베어지는 소리와 함께.

    “큽!”

    격통이 이어졌다.

    “이렇게는 처음 만나나? 올림포스의 왕? 아니….”

    씨익.

    “이정기.”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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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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