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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187화 (187/284)

제8권 12화

187

‘코팅.’

볼텍스를 사용할 수 없는 다른 헌터들이 타이탄과 맞서며 생존율을 올릴 수 있도록 할아버지가 고안한 기술이었다.

최소의 힘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떻게든 효율을 뽑아낼 수 있게 만든 기술.

“원리는 간단합니다.”

이정기가 손을 내뻗어 마동철을 향했다.

“뭘 달라는 거냐?”

“아무거나요.”

턱.

마동철이 건넨 것은 못.

마치 이것으로도 보여줄 수 있냐는 마동철의 시험 같은 것이었다.

씨익.

이정기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그 못을 집어 들었다.

“무기에 마력장을 덧씌운다.”

“그건 상급 헌터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마동철의 질문에 이정기가 고개를 저었다.

“마력을 덧씌우는 게 아닙니다.”

할아버지도 그렇게 말했었다.

‘마력이 아니다.’

말하지 않았던가.

“마력장.”

“그게 그거….”

유시아가 말하려던 찰나.

“달라.”

마동철이 진중한 눈빛을 하곤 말했다.

“허. 그 인간 참.”

어이가 없다는 듯.

“이젠 하다하다… 대장장이의 기술마저 습득했구만.”

그리고 대단하다는 듯 말했다.

“대장장이의 기술?”

“대장장이 헌터도 아이템을 제작할 때 마력을 사용하지,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마력장이다. 마력은 마치 나무에 물이 스며들 듯, 스며들어 일체화하는 것이지만.”

대장질은 다르다.

“아이템 제작의 끝은 마력장을 덧씌워, 아이템에 성질을 변환시키는 것이야. 도구에서 아이템으로.”

“그러니까….”

유시아가 눈을 치켜떴다.

“순간적으로 아이템을 만든단 말이에요?”

“아니야. 마력이 깃들기만 한 도구에 코팅이란 것을 하면 그리되겠지만….”

조금 더 위의 개념.

“아이템에 또 한 번 코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

이미 코팅된 아이템은 또 다른 마력장을 견딜 수 없다.

애초에 그게 가능하다면 한계가 없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개념이 아니다.

‘아이템을 뛰어넘는 아이템.’

그것은.

“미친.”

지금껏 잠자코 듣고 있던 헤르메스의 목소리였다.

“순간적이지만 신기를 만들어낸단 말입니까?”

* * *

신기.

가디언과 티탄들의 무구이자 일반적인 마력의 보유자는 사용조차 할 수 없는 물건이 바로 그것이었다.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바로 그 신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인간이 측정된 최고 등급의 아이템인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

‘그것을 넘어서는 단계.’

물론 이건은 대장장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신기를 만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서였어!”

순간적으로 신기에 버금가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레전드 등급의 무구들이 엉망진창인가 했더니!”

아이템 또한 하나의 도구이기에 사용하면 할수록 닳고 그 내구도가 소모된다.

하지만 유니크 등급의 일부, 그 이상인 레전드 등급에서는 달랐다.

‘소모가 회복된다.’

즉 내구도를 자체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들이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정기가 마동철에게 수리를 맡겼던 올림포스 원정대의 무구들은 레전드 등급이 대부분이었는데 불구하고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것이 이상했으나 올림포스라는 곳의 특성을 생각하여 이해했던 마동철이었는데.

“그런 짓을 해대니 레전드 등급이라고 버틸 수가 있나!”

“그게 정확히 뭐기에요?”

“볼텍스를 왜 이건만이 사용할 수 있었는 줄 아나?”

유시아의 질문에 마동철이 흥분하며 말했다.

“그 힘이 너무 파괴적이라, 자기 파괴가 기본으로 깔려있기 때문이야.”

“자기 파괴?”

“방출하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양손을 모았다 크게 퍼트리는 마동철.

“펑! 터져버린다는 걸세.”

“아.”

“김대정이가 이건의 제자가 될 수 있던 것도 그 이유였지. 김대정은 육체에 한정해 세계 탑 클래스였어. 김대정의 능력 자체를 아는 것이 있나?”

유시아가 고개를 저었다.

김대정 협회장 그는 훌륭한 헌터이자 강력한 헌터였다.

“원래 김대정이는 잘난 거 하나 없는 그저 그런 헌터였어. 그러니 오랫동안 협회의 말단에 불과했고 협회의 골칫덩이였던 이건을 맡았던 게지.”

그러나 그 만남은 김대정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다.

“김대정이가 특화된 게 그저 내구도 하나뿐이어서 그랬지. 하지만 내구도에 관한 한 최상위권의 헌터, 그 이상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건은 그 재능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김대정이라면 그나마 볼텍스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거야. 김대정이는 이건에게 배운 볼텍스, 단 하나의 능력만으로 그 경지에 이른 걸세.”

단 한 가지의 기술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그것이 가능할 만큼 할아버지의 볼텍스가 대단하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김대정이도 볼텍스의 힘을 제대로 견딜 수 없었고, 결국 봉인했지. 뭐…, 그 능력을 열화시켜서 어떻게든 사용했던 모양이지만.”

마동철이 이정기를 보며 말했다.

“코팅이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겠군. 하지만 볼텍스처럼 헌터의 내구도를 깎아 먹는 게 아닌….”

끄덕.

“네. 맞습니다.”

마동철은 정답을 맞추었다.

“무구의 내구도를, 생명을 깎아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마력장을 덧씌워 그 안쪽의 마력을 폭발적으로 회전시키는 것.

그리하여 총알과 폭탄의 차이만큼이나 거대한 화력 차이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코팅. 이름은 별로긴 한데, 그 인간의 실력이니. 이해할 수 있어.”

코팅.

“괴물 같은 인간….”

마동철의 경악만큼이나.

“도대체 그의 재능과 강함은 어디서… 온 것인가.”

헤르메스도 충격에 빠져있었다.

이정기는 그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뭐 하루 이틀인가요.”

할아버지가 대단한 것은 남다른 일이 아니다.

“너 또한 마찬가지다.”

갑작스레 이정기를 보며 말하는 마동철.

그의 눈빛이 한층 진지했다.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조손지간인지. 으잇.”

피식.

마동철의 반응에 웃음을 흘린 것도 잠시.

“그래서 배워보시겠습니까?”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

대장장이, 복수에 찬 여인.

어찌 되었건 그 둘의 본질은 같다.

“물론이지.”

“물론이야.”

헌터.

강함을 추구하고, 강해지는 것이 목표인 이들이었다.

또한.

“저도… 배울 수 있겠습니까?”

헤르메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함께 다니긴 했지만, 제게 뭘 가르쳐주신 적은 없어서 말입니다.”

끄덕.

새로운 가디언을 찾아 나선 길.

그저 가디언을 찾는 것이 전부가 아닌 이들에겐 성장의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쿵.

물론 자신에게도.

* * *

“스읍.”

숨을 마시고.

“하.”

내쉰다.

그 작은 일련의 행위.

휘이이이이익!

하지만 그 작은 행위가 만들어낸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끼이이이이!

돌풍과 함께 여인이 우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퍼진다.

어찌 보면 고통에 신음하는 것도, 어찌 보면 왜 이제야 왔느냐 불평하는 것과 같은 울음소리.

“키히히.”

심호흡을 했던 금발의 여인이 작게 키득였다.

온몸에 차오르는 이 희열감.

이것이다!

이것이 그토록 기다리고 고대했던 고향의 향기다.

“이런 곳이 남아있을 줄이야.”

전부 부서져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했던 고향.

하지만 아직 한 줌의 고향은 남아있었다.

‘찾아.’

임무를 띠고 돌아온 이곳.

‘찾아야 한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왜 나한테 이딴 걸 시키는 거야?”

여인들의 울음소리가 불평 소리로 들렸듯, 금발의 여인 또한 불평을 토로했다.

“직접 할 것이지.”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안든다.

언제 자신이 누구의 명령을 들었던가?

들어야 한다 해도 그것이 가능한 건 자신의 왕밖에 없었다.

왕이 잠들어 있는 지금 자신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없어야 하지만.

“쳇.”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위대하신 나의 왕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면 감수할 수밖에.”

불평에 찌든 여인조차 불평을 삼킨다.

그것이 그들에게 왕이란 존재였다.

모든 것을 바치고, 모든 것을 이어받은 존재.

아버지이자 어머니, 연인이자 자식과도 같은 존재.

그런 존재를 위해서라면.

“히페리온 그 개자식의 명령이라도 따라줘야지.”

어쩔 수 없는 일.

“키히히.”

불평을 삼킨 금발의 여인.

영국의 시엘, 엘리자가 웃었다.

“스읍. 하.”

이 척박하고 기괴한 땅.

올림포스의 지하.

“이 개 같은 공기가 마음에 드는 날이 올 줄이야.”

타르타로스의 향기가 이토록 달콤할 줄이야.

한껏 심호흡을 했던 엘리자가 양 손을 뻗어 입을 벌렸다.

끼에에에에에!

다시금 여인의 울음소리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뒤흔들리기 시작한 대지.

쿵! 쿵! 쿵!

흔들리는 대지 속에서.

“너희도 다시 보니 반갑네.”

붉은 점들이 수도 없이 나타나고 있었다.

어느새 엘리자의 곁으로 모여든 그것들의 이름은 타이탄이었다.

고개를 치켜들어 타이탄들을 바라보던 엘리자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고 냉혹함이 감돌았다.

“고개 아파.”

작은 목소리.

“꿇어.”

쿠우우우우우웅!

그와 함께 대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비산했다.

하늘 높이 치솟아있던 붉은 달들이 어느새 땅으로 내려와 있었다.

티탄들의 위에 그들의 왕이 있듯.

“그래. 착하다.”

타이탄들의 왕은 바로 자신들이었다.

왕이라기보다 주인, 명령을 내리면 목숨을 바쳐야 하며 찢어 죽으라 하면 스스로를 찢어발겨야 하는 안타까운 생명들.

엘리자는 그것들을 보며 흡족한 듯 미소짓다 다시 얼굴을 구겼다.

‘엘리자, 아니….’

히페리온의 명령.

‘모모스.’

그것을 떠올린 것이었다.

‘아폴론이 배신했을 가능성이 있다. 녀석의 행동이 조금 이상해.’

‘왕의 파편을 가지고 있잖아?’

‘아폴론이다. 우리가 모르는 비장의 수 하나 정도는 있을 수도 있지. 그러니….’

씨익.

‘이정기 또한 우리의 꼭두각시가 아닐지 모른다.’

그렇다는 건.

“여기서 만날 수도 있다는 거지?”

지금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 이정기가 이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말.

그리고 만일 이정기와 이곳에서 조우한다면.

씨이이익-!

녀석의 가치는 완전히 사라지며, 자신이 제거해도 될 존재라는 것이었다.

‘위험할 수 있다. 이미 녀석의 힘은 예측을 벗어났을지 몰라.’

그것이 하나의 불만.

자신을 믿지 못하는 히페리온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자신에게 혹을 붙여 두었다.

“뭐….”

이정기에게 약점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이정기를 사냥할 수 있게 만들 함정.

엘리자의 눈이 앞을 향했다.

그곳엔 백발이지만 우아함을 느낄 수 있으며, 나이 있어 보이지만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자가 눈을 감은 채 서 있었다.

“안 그래? 쥬노? 아니….”

씨익.

“최명희.”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팩 스 | 02-6442-7919

홈페이지 | www.osmedia.kr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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