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85화 (185/284)

제8권 10화

185

어두운 세상 속에 붉은 점이 두 개 떠 있었다.

문제는 그 붉은 점이 너무나 커다랗다는 것과 너무나 높은 곳에 떠 있다는 것이었다.

경험 없는 헌터라면 저것이 무엇인지 감조차 잡지 못할 테지만.

“마, 맙소사.”

과거 최고의 헌터와 최고의 길드, 최고의 파티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은 마동철은 직감할 수 있었다.

“저게… 눈이라고?”

저 두 개의 붉은 점, 아니 붉은 달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몬스터의 눈이라는 것을.

수많은 경험 속에서 수많은 몬스터들을 만났다.

그중 그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몬스터들을 만난 경험도 양손에 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저것은 상정 외다.

“타이탄.”

그 크기에서부터 숨이 턱 막혀온다.

“타이탄이라면…?”

이정기의 말에 마동철의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세간에는 정보가 통제되어 루머처럼 떠돌며, 그날의 사진과 정보는 이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말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서만 이야기되고 있는 것.

“김대정 협회장이 변했다던…?”

김대정 협회장의 마지막, 협회에서 나타났다는 그 괴물에 관한 이야기였다.

“예. 맞습니다.”

“말도 안 돼!”

마동철이 소리쳤다.

정보가 통제되어 제대로 된 진실을 모르고 있는 이가 태반이라지만 마동철은 그렇지 않았다.

이성에서도 특별히 관리되는 존재였으며, 아직도 그의 영향력은 대한민국 전반, 아니 세계에 뻗쳐 있었다.

그날의 진실을 명확히 알며, 사진조차 본 적 있었다.

“그건 훨씬 작았다! 그리고….”

이렇게 위압적이지 않았다.

“그곳은 올림포스가 아니었으니까.”

헤르메스.

“우리도, 티탄들도 그렇듯 원래의 생태와 환경에서만 제 힘을 사용할 수 있다. 타이탄들 또한 마찬가지지.”

대강 사정을 알고 있는 마동철.

“또한, 오랜 시간 올림포스에 서식하여 올림포스의 마력을 먹은 녀석들과 잠시 변화한 것이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약간의 조소마저 어려있는 헤르메스의 말에도 마동철은 경악한 얼굴로 붉은 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것이 진짜다.”

끄덕.

이정기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올림포스의 최고 포식자.

그 무엇이든 분쇄하며, 대지조차 갈라버리는 타이탄들.

그리고.

화륵.

부모님의 최후에 일조한 박멸해야만 하는 벌레들.

그때였다.

“어, 어!”

마동철이 다급히 소리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변화한 공기, 불어오는 바람.

쿠쿠쿠쿠쿵!

마치 벼락이 치듯 거대한 굉음이 울리고 있었다.

그림자가 걷어지고, 용암이 치솟는다.

“지, 지금!”

타이탄의 팔이 움직이고 있는 것, 우리들을 탐색하던 녀석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것은 유시아였다.

타이탄을 처음 보는 유시아였기에 당황하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였으나, 그녀는 마동철과 달리 매 순간 생사를 가르며 싸워온 전사였다.

휘익.

어느새 꺼내진 달의 활에 푸른 달빛이 머금어져 있었다.

유시아가 손가락을 튕긴 순간.

파아앙!

유성이 활에서 발사되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꿰뚫고 파괴할 것만 같은 달빛의 유성우.

그것과 타이탄의 팔이 부딪힌 순간.

콰앙!

폭발이 일었다.

시뿌연 연기가 사방을 가렸고, 순간 바람마저 멎은 정적이 일었다.

“해, 해치웠나?”

겁에 질린 마동철의 목소리.

“헌터들에게 그 소리는….”

그때 헤르메스가 한 발자국 나서 지팡이를 들며 말했다.

“금기라 하던데, 역시 맞는 말이군.”

부우우우웅!

멈추었던 바람이 돌풍이 되어 일며 연기를 지우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타이탄의 팔이 이정기들을 분쇄하고 짓누르기 위해 쏟아지고 있었다.

휘이잉!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바람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 *

텅!

무엇이든 분쇄하여 짓눌러버릴 것 같은 타이탄의 주먹이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둔탁한 소음을 울렸다.

쿠오오오오!

이제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이 타이탄의 비명임을 모두가 직감하고 있을 때.

“타이탄을 얕봐선 안 돼.”

헤르메스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녀석들의 힘은 티탄과 동등하다. 이지가 없고, 전투 본능만이 남아있을 뿐.”

쿠우우우! 텅!

“녀석들이 가진 힘만큼은 티탄과 동등하며, 가디언을 상회할 때도 있지. 적어도 올림포스에서는.”

타이탄의 주먹질이 계속되고 있지만 역시나 헤르메스가 만들어낸 방벽에 부딪혀 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타이탄들은 일반 몬스터와 같다고 생각하면 안 돼.”

헤르메스의 충고와 같은 교육은 계속되었다.

타이탄이 하나 발견된 이상 이곳에서 또 다른 타이탄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시아와 마동철에게 타이탄을 상대하는 방법을 주지시키는 것 같았다.

“일반적인 방법이라면….”

휘잉!

바람과 함께 헤르메스의 방벽이 사라진 순간.

피이이익!

날카로운 소음이 울려 퍼졌다.

지팡이 끝에서 발사되어 날아간 바람의 칼날.

그 위력은 가히 대단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지만.

터엉!

마치 타이탄의 주먹이 방벽에 막혔던 것처럼 타이탄의 몸에 부닥쳐 그대로 소멸되어 버렸다.

“타이탄에게 상처하나 입힐 수조차 없다.”

방금 헤르메스의 공격은 온전히 마력만으로 이루어졌던 것.

다시 한 번.

툭.

헤르메스가 바닥을 지팡이로 짚으며 바람을 쏘아냈다.

아까보다 더 약한 위력의 바람.

그러나.

서걱!

쿠오오오오오!

그 효과만큼은 확실히 타이탄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넥타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만 타이탄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지.”

헤르메스가 지팡이를 천천히 휘둘렀다.

“물론 마력으로도 타이탄에게 상처를 입히는 방법은 있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방법이야.”

헤르메스는 확신하는 듯했다.

“물로 사람을 죽일 수 있겠나?”

가능할 수 있다.

엄청난 고압의 물줄기라면 사람을 그대로 찢어버릴 테니까.

하지만 그만한 고압의 물줄기를 아무런 장비 없이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제대로 된 장비와, 그것을 받쳐줄 힘이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마력만으로 타이탄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불가능해. 그러니 마동철, 그대는 물러서 있고 아르테미스만이 나서는 것이 나은 일이지.”

휘잉! 휘잉! 휘이익!

그 사이에도 발사되고 있는 헤르메스의 바람.

서걱! 서걱! 서거걱!

그에 따라 타이탄의 힘줄이 끊기고, 근육이 끊기며 급소에 구멍이 나고 있었다.

“타이탄에게 제대로 상처만 입힐 수 있다면 상대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야. 아무리 티탄의 힘을 가지고 가디언의 힘을 상회할 수 있다지만….”

쿠우웅!

“그래 봐야 이지를 상실한 몬스터. 녀석들의 행동 패턴은 정형화되어 있으며 저 커다란 몸집만큼이나 움직임이 느리니까.”

헤르메스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가진 힘이 너무나 대단하기에 정형화된 행동 패턴도 위협적이며.

쿠웅!

저 커다란 몸집과 커다란 힘에서 나오는 움직임은 피하고 막을 수 있는 것의 종류가 아니라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보게. 꽤 쉽지 않나?”

어느새 하늘 높이 치솟아 있던 두 개의 붉은 달이 사라져 있었다.

쿠쿠쿠쿠쿠쿵!

그 대신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진동과 함께 하늘이 무너지는 굉음이 울렸다.

결코, 쓰러트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타이탄이 쓰러진 것.

“……맙소사.”

“그렇게 놀란 건가?”

헤르메스가 뭐 이런 정도로 놀라냐는 말투로 마동철과 유시아를 향해 말했다.

“말했지만 티탄들의 병졸로 취급되고 있는 타이탄들은 가디언들에게 유희거리나 다름없는 존재지. 뭐 그 수가 많다면 골치 아프겠지만 말이야.”

“그거는 못 배웠소?”

갑작스러운 마동철의 말.

“응?”

“그따위 말 또한….”

마동철의 손가락이 헤르메스의 뒤편을 가리키고 있었다.

천천히 돌아가는 헤르메스의 시선.

“헌터들에게 금기란 것을.”

“……!”

그곳에는 또 다른 붉은 달이 떠 있었다.

두 개, 네 개, 여섯 개.

아니.

“맙소사.”

가히 수십 개는 될 법한 붉은 달이.

* * *

“제기랄! 도망쳐야 해!”

헤르메스는 자신만만하던 아까와 달리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타이탄들이 이 정도 숫자나 모여 있을 줄이야!”

적어도 열은 되어 보이는 타이탄들.

“대체, 어디로 도망친단 말이오?”

마동철은 그런 헤르메스를 향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타이탄이었다.

아까 타이탄의 주먹이 쏘아질 땐, 마치 기차가 자신들을 향해 쏘아져 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가.

그런 타이탄이 열은 넘는다.

즉.

“도망칠 곳이 없소.”

사방이 가로막혀 타이탄의 벽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뭐, 아까처럼 한두 마리만 쓰러트리면 길이 열릴 것 같소.”

“그게 말이 쉽지!”

헤르메스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타이탄들은 다수일 때 가장 위험해! 이지를 상실하고,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녀석들이지만…!”

부우우웅!

“녀석들이 모이면 그 지성과 행동이 모두 달라진다고! 거기다 녀석들은 공명할 수 있어!”

“공명?”

“그 힘이 증폭된다는 말이야!”

헤르메스는 진심으로 당황한 듯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티탄과 비슷하며 가디언을 상회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타이탄들.

그런 녀석들의 유일한 약점이 사라지는 순간.

부우우우우우웅!

녀석들은 티탄 수 명이 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니까.

가디언들이 셋 이상이라면 문제 될 게 없었지만, 아직 유시아는 제대로 힘을 다루는 것이 아직 미숙했고 마동철은 넥타조차 없었다.

하나 믿는 것이라면.

스윽.

이정기.

‘안 돼.’

그러나 이정기 하나로 타개할 수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왕의 자격을 일깨웠고, 각성했다 한들 아직 이정기는 진정한 왕의 힘을 찾지 못했다.

그런 지금이라면 저 수의 타이탄들을 해치울 수 없다.

“포탈을 열겠다!”

“괜찮은 거요?”

“괜찮을 리가. 제대로 된 좌표 설정을 할 수 없으니 어디에 떨어질지 몰라! 그래도 여기서 곤죽이 되는 것보다는 낫겠지!”

진심이 분명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터엉!

둔탁한 소음이 지축을 울렸다.

‘타이탄?’

아니, 타이탄이 아니다.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겁니까?”

이정기.

어느새 사자갑주를 입은 이정기가 한 발자국을 나선 것.

부우웅!

그리고 그런 이정기를 두려워하듯 사방에서 타이탄들의 주먹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저는….”

이정기의 눈이 붉게 물든 순간이었다.

“여기서 나고 자랐습니다.”

콰아앙!

유시아가 화살을 쏘았을 때와는 또 다른 폭발이 일었다.

“가디언들은 타이탄들과 전투가 그리 많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투둑, 투두두둑.

갑작스레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아니.

“마, 맙소사.”

타이탄들의 피육이 비와 우박이 되어 쏟아지고 있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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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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