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82화 (182/284)

제8권 7화

182

그 날 최인해와의 만남에서 들려왔던 목소리.

그건 이정기도 몇 번 들어봤던 특수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였다.

심장의 고동을 빠르게 하고, 이지를 마비시키는 특별한 목소리.

‘정기야.’

언젠가 한 번 보여주었던 쥬피터 할아버지의 것과 비슷한 목소리였다.

-내 이름은 헤카테.

목소리는 스스로를 헤카테라 소개했으며.

-티탄의 왕이다.

스스로를 티탄의 왕 중 하나라 소개했다.

티탄의 왕.

지금껏 잠들어 있는 데다 그 위치를 찾을 수 없으며.

‘꼭 죽여야만 하는 적.’

자신처럼 왕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티탄.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모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시 치부되는 존재가 바로 그들이었다.

그런 티탄의 왕 중 하나가 자신에게 접촉했다.

“헤카테…!”

그리고.

“티탄의 왕이자, 마법의 여왕입니다….”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아폴론.

이정기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헤카테가 자신에게 접촉해 비친 뜻은 간단했다.

“망명을 원하고 있습니다.”

“……!”

“저와 손을 잡고 싶다고 하더군요.”

“정말, 정말입니까?”

끄덕.

“정확히 무어라 했습니까?”

이정기는 그때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말했다.

“구해달라 했습니다.”

“구해달라고…?”

“자신을 구해달라고, 돕겠다고 그리 말했습니다.”

“더….”

더 한 말은 없냐는 아폴론.

이정기는 이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헤카테가 내비친 뜻은 그것이 전부였다.

구해달라는 말과 돕겠다는 말만을 남긴 채.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방에서 울부짖는 비명이 들렸었다.

그리고 헤카테의 목소리 또한 끝이 났다.

이정기는 다시금 헤카테와 접촉하려 했지만.

‘하아, 하아….’

헤카테와 이정기를 연결시킨 것만으로 최인해는 기절 직전에 달해있었다.

“후우.”

아폴론이 정신을 차린 듯했다.

“헤카테는 말했던 대로 티탄들의 왕 중 하나이자, 마법의 여왕입니다.”

“왜 그녀가 구해달라 하며, 돕겠다고 하는 겁니까? 티탄의 왕들은 전부 적인 것 아닙니까?”

티탄들의 목적은 이 세상의 파괴, 그리고 그들의 세상을 새로이 건국하는 것이었다.

티탄의 왕들은 그런 티탄들의 목적에 앞장 서줄 선봉대장이자 지휘관들.

그런 존재가 왜 자신에게.

“헤카테는 조금 다릅니다.”

아폴론이 말했다.

“과거, 올림포스와 티탄의 전쟁이 있었습니다.”

자신도 잘 모르는 이야기, 하지만 대강의 이야기는 들었다.

쥬피터 할아버지와 같은 가디언들, 그리고 티탄들.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승리한 것은 올림포스였습니다.”

올림포스가 승리를 쟁취했다.

“근소한 차이였습니다. 저희들의 왕이었던 쥬피터께서도 강하셨지만, 티탄들 또한 만만치 않은 상대였으니까요. 그리고 만일….”

아폴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올림포스가 패배했을지 모릅니다.”

“헤카테 말입니까?”

끄덕.

“그녀가 티탄들을 배신하고 가디언들의 편에 서 주었습니다.”

두 가지.

‘헤카테는 티탄들의 왕이지만 티탄들의 배신자. 그리고.’

올림포스가 패배했을 뻔할 정도로 티탄들은 강하다는 사실.

“헤카테는 구해내야 합니다. 그녀는 티탄의 왕입니다. 가디언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으며, 그녀 자체로도 큰 전력이 될 겁니다. 또…!”

아폴론이 말했다.

“티탄들이 헤카테를 먼저 찾아낸다면 그보다 위험한 일이 없습니다!”

* * *

마법의 여왕 헤카테.

그녀의 배신이야말로 티탄들의 패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티탄들의 왕이자, 고대 마법의 정점이였던 헤카테의 능력은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것이었고 그런 헤카테의 배신으로.

‘티탄들은 마법을 잃었습니다.’

티탄들은 그들이 자랑하던 마법을 잃었다.

그런데 만일 헤카테가 티탄들의 손에 넘어간다면?

‘그들은 마법을 되찾을 겁니다.’

티탄들은 잃어버렸던 힘을 되찾는다고 했다.

약화된 그들은 본래의 힘을 어느 정도 찾을 것이며, 더욱 상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또한.

‘새로운 왕이 탄생할 겁니다.’

왕의 죽음으로, 그 힘은 후대로 이어진다.

새로운 왕.

독자적인 가치관과 전쟁의 시대를 겪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왕.

그런 존재가 적이 되어 탄생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체계가 유지되지 않을 겁니다.’

지금 티탄들이 잠잠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아직 힘을 온전히 되찾지 못한 데다, 그들의 편이 되어줄 동족들이 깨어나지 않았다.

거기다 그들의 왕까지 잠들어 있는 상태.

‘할아버지.’

그런 녀석들을 할아버지가 강제로 더욱 밀어 넣고 있는 것이었다.

서로 간에 잃을 것이 많기에, 고민하며 자중하는 것.

그 속에서 무슨 짓을 하든 바깥으로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 현 체계였다.

하지만 새로운 왕이 태어난다면.

‘전쟁입니다.’

다른 것은 생각할 것도 없다.

바로 전쟁이 시작된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고향이라 말하기 힘든 이 땅은 황폐해질 것이며, 조금은 소중히 여기기 시작한 이들이 죽어갈 것이다.

남은 것이 없는 땅.

그리우면서도 외로운 곳.

‘지구는 올림포스와 다를 바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헤카테를 구출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나도 국한된 정보.

헤카테가 어디 있는지, 왜 구해달라 신호를 보내는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아폴론은 그것을 맡겨달라 했다.

그리고 또한 말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으십니다.’

아폴론이 말해준 것이 있었다.

자신이 아마조네에 있는 동안 아폴론이 보았다던 새로운 예언.

아직 티탄들이 눈치채고 있지 못한 지금 꼭 움직여 구출해야 하는 또 다른 존재.

-가디언을 찾았습니다.

새로운 가디언에 대한 정보였다.

“…….”

이정기는 아폴론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쿵, 쿵, 쿵.

심장이 뛴다.

넥타의 레벨이 오르며 왕의 자격을 각성한 자신.

올림포스에서의 힘을 되찾은 자신은 더 이상 누구에게도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히폴리테.’

스러져가는 아마조네의 여왕 히폴리테가 가진 힘은 대단했으며.

쿵!

헤카테의 목소리는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아직도 위가 있다.

자신은 무적이 아니다.

할아버지를 따라잡지도 못했다.

쿵!

그러니 심장이 뛴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이 아닌.

씨익.

흥분이었다.

“더….”

더욱더.

“올라갈 곳이 있었어.”

* * *

현재 이정기의 넥타 레벨은 6.

원래는 각성 후 크게 변동이 없던 레벨이었지만 히폴리테의 허리띠를 얻고 난 후 멈추었던 성장이 다시 이루어졌다.

겨우 넥타 레벨이 하나 오른 것일 뿐이지만.

화악!

이정기의 세상은 다시 한 번 확장되었다.

아마조네에서 이정기가 직접 움직이는 것을 최대한 자제했던 것도, 던전에서 복귀 후 충돌을 피한 것도 이것이 이유였다.

쿵! 쿵! 쿵!

심장 뛰는 소리.

꿀렁, 꿀렁.

몸에서 혈류가 흐르는 소리와 느낌마저 선명하다.

꾸욱.

억누른다고 억누르고 있지만, 이정기의 감각은 아예 새로운 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었다.

“후우.”

호흡을 정리하며 감각을 억누른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쥐어짜고, 쉴 새 없이 두근대는 머리통을 두드린다.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그런 이정기를 향해 다가온 유시아가 말했다.

아폴론과 함께 대한민국에 돌아왔던 유시아, 그녀는 이탈리아로 돌아간 아폴론과 달리 한국에서 이정기의 곁에 잠시 남아있었다.

“그냥 좀 어지러워서요.”

“너가 어지러우면…, 큰일 아니야?”

그렇게 말해놓고 웃는 유시아.

그녀의 얼굴이 한층 더 좋아 보였다.

“정말….”

이정기에게 들었던 이야기.

“다시 언니를 만날 수 있는 거지?”

유영아의 정령이 윤하민에게 깃들어 있고, 훗날 윤하민이 더욱 성장하면 유영아를 실체화시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에요.”

유시아의 반응에 이정기가 웃으며 말하자.

덥석!

유시아는 이정기를 덥석 안아버렸다.

“고마워. 정말로….”

물기 젖은 목소리.

“그때 잠시 언니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제대로 전하고 싶었던 것들을 못 전했어. 하지만 이제는 다시 이야기하고 볼 수도 있다는 거잖아.”

끄덕.

“고마워. 정말로. 언니가…, 남자 복은 있나 봐. 남편도, 아들도.”

안았던 이정기를 놓고 뒤로 물러선 유시아.

그녀의 얼굴에 굳은 결의가 보였다.

‘잘 됐어.’

삶의 의지를 잃었던 그녀였다.

그저 자기 파괴 행위를 앞두고 있을 뿐인 흔들리는 위험한 영혼.

그것이 그녀의 상황이었다.

그녀의 머리를 침식했던 광기.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폴론의 짓이었으나 그에게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유시아를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면 결국 유시아는 스스로를 파괴했을 것이라고, 그것을 막기 위해선 그녀에게 새로운 힘을 주고 그로 인한 광기를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고.

‘그래야만 다시 만나실 수 있었을 겁니다.’

이정기와 유시아가 재회할 수 있고, 유시아가 유영아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피식.

그 모든 것이 예언을 통해 행동한 것이라고 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보기 좋아요. 이모님.”

결과는 좋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유시아는 삶의 의지를 되찾고, 나아가야 할 목적을 되찾았다.

그것으로.

‘이모님의 생존 확률은 더 높아진다.’

앞으로의 싸움에서 그녀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네 덕분이지.”

그리고.

살랑.

작은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왔나 보네.”

작게 이는 바람 속에 느껴지는 강맹한 기운.

수많은 결계와 아이템들로 보호받고 있는 이곳에서 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존재.

휘이잉.

마력이 마치 회오리처럼 소용돌이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앗!

마력의 소용돌이가 한순간에 흩어진 순간.

“새로운 육체로서는 처음 만나는군. 아르테미스.”

“하. 아폴론도 그렇고….”

새로이 나타난 존재를 보며 유시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진짜 적응 안 되는 감각이네.”

그녀의 눈에 들어차 있는 존재.

“오랜만입니다.”

그가 이정기를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가디언의 왕이시여.”

헤르메스, 그의 등장이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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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 스 | 02-6442-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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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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