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권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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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회장이 된다.
“그 이후에 무엇을 하실 생각입니까.”
회장이 되고 나선…?
이정기가 이성의 회장이 되고 싶은 까닭은 간단했다.
이성을 손아귀에 넣고, 그들을 무릎 꿇리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성혈의 피를 묻히지 않은 채 그들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
이상적일 순 없어도 비정상적이지는 않은 가족의 형태를 갖추는 것.
그것이 이정기의 계획이라 할 수 있었다.
원래라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가족을 찾고 싶을 뿐입니다.”
이정기는 정훈에게는 속마음을 이야기해주었다.
“평범한 가족을 할머니께 안겨드리고 싶은 것뿐입니다.”
이성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가진 뒤 하고 싶은 일이라고는 고작 그것이 전부.
‘티탄과의 싸움.’
알 수 없는 전쟁과도 같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본디 이정기의 목적은 그것이었다.
“하하하.”
정훈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정말… 정말 그런 것이 목적이셨군요.”
정훈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감도는 것 같았다.
“아십니까?”
“……?”
“이정기 길드장님이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말입니다.”
정훈은 말했다.
“할아버님께선 세계 최강의 헌터이며,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세계의 역사에 길이 남을 헌터셨습니다.”
그리고.
“할머님께서는 이성의 회장이며 이성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제1 세력이자, 전 세계에까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길드입니다.”
“…….”
“또 본인이 가진 힘은 어떠십니까.”
이정기가 가진 힘.
정훈이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이정기는 특별했다.
그 누구보다 강력한 헌터가 될 수 있을 자질과 가능성, 재능.
그것만으로도 두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이정기는 어떠한가.
‘괴물.’
가히 괴물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으며 그 이하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 모든 것이.
‘이정기.’
단 한 명이 가진 것이었다.
비록.
“전 협회장님께서는 그것을 두려워하셨습니다.”
김대정, 그는 본인의 의지가 아닌 흉수에 의해 광기에 침식당했다.
하지만 광기는 무에서 태어나 김대정을 잠식한 것이 아니었다.
그 깊은 곳, 김대정이 가지고 있던 의문과 불안을 키워 김대정을 잠식시켰다.
“이정기라는 인간이 가진 힘이 워낙 대단하고 크기에, 한 인간의 선택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뀔까 두려워하셨습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일까?
김대정이 보기에 이정기는 어린아이였다.
그것도 외딴 세계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어린아이.
그런 아이가 전 세계를 터트릴 수 있을 정도의 핵폭탄을 손에 쥐고 있었다.
비록 그는 잘못된 선택을 해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지만.
“저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정훈은 협회장이 되기 전부터, 된 지금까지 김대정의 불안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헌터와 게이트의 등장 이후로 오랜 세월이 지나 세상은 안정을 되찾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 세월 동안 무력이란 것에 너무 노출되어 있었다.
무력을 쥔 자가 무엇을 해낼 수 있으며,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너무도 잘 알기에.
“그것이 이정기 길드장님의 목표라면….”
정훈은 마음먹었다.
“제가 전심전력을 다해 돕겠습니다.”
강자의 편에 서기로.
“전심전력으로 돕겠다는 건….”
이정기는 정훈의 목소리에서 진심과 각오를 느낄 수 있었다.
“예.”
확고한 대답.
“이성 회장님보다 이정기 길드장님의 말에 더 귀 기울이겠습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둘은 모르지 않았다.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저 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차피 칼은 이정기가 쥐고 있다.
‘나는.’
정훈은 그저 이정기의 옆에 서서 이정기를 도우며.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이정기의 안내자가 되어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협회장님의 복수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협회장이 된 정훈이 가장 먼저 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정보부장인 자신에게도 열람되지 않던 극비의 정보.
그곳에 김대정을 미치게 만들어 괴물로 변모시킨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정훈이 느꼈던 거대한 절망감.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으로는 닿을 수 없는 복수의 길이었다.
그러니.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금 강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어진 대답은.
“걱정 마세요.”
너무도 가벼웠다.
* * *
복잡하게 치러지는 일들, 이정기가 할 것은 딱히 없었다.
몇몇 인재를 얻고, 스스로 찾아온 이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꽤나 잠잠해졌네.”
자신에 대해 들끓던 여론은 꽤나 잠잠해졌다.
물론 아직도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야기와 누군가 손을 쓴 듯 이성의 길드장을 찾는 목소리는 들리고 있었다.
“바쁜 것 아니야?”
“내가 딱히 할 일이 없는걸. 뭐 전면에 나서서 사실을 밝힐 수도 없고 말이야.”
“그건 그렇지.”
타악.
내려놓는 찻잔.
지금 이정기는 백두 소속의 한 헌터와 독대하고 있었다.
‘이 싸움이 끝나면….’
약속했던 것.
“말해줘야겠어.”
최인해와 약속했던 것 때문이었다.
다시 만난 최인해는 정말 몰라보게 강해져 있었다.
권신우도 안태민도 말도 안 되는 성장을 보여주었지만 장담컨대 최인해 만큼은 아니었다.
둘 모두를 한 번에 제압했던 그 실력.
그리고 그것이 가능케 했던 이유.
‘고대의 마법.’
헌터들의 스킬과는 궤를 달리하는 능력이자 넥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종의 능력 때문이었다.
그런 것은 결코 재능으로 꽃피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물고기처럼 호흡할 수 있는가?
‘그런 문제.’
배운다고 할 수 없는, 누군가 새로운 장기를 만들고 그 활용법을 만들어주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특별하디 특별한 일.
‘최인해.’
또한, 그것이 최인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자신과 연관되어 있는 최인해였으니까.
“처음은 우연인 줄 알았어.”
최인해가 가라앉은 눈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친 듯이 던전을 공략하다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거든.”
“목소리?”
“적합자를 드디어 찾았구나.”
최인해가 몽롱한 눈으로 말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자가 나타났구나. 그런 소리.”
“…….”
“내가 미친 줄 알았어. 잠도 안 자고 던전에서 살았거든. 아니면 몬스터의 독에 중독됐다거나.”
헌터가 환각과 환청을 듣는 것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계속 반복되는 목소리가 점점 또렷해지더라?”
최인해가 천천히 손을 내뻗었다.
“던전 속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그때가 처음이었어.”
파앗!
최인해의 손에서 푸른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건 분명 마력이었지만, 마력과는 또 다른 성질을 가진 어떤 것이었다.
그렇다고 넥타도 아닌 것.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말이야.”
따스하다, 그러면서도 파괴적이다.
마력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저런 것은 알고 있다.
‘신세대.’
그들이 사용하는 특별한 마력.
다만, 그것들은 한 가지의 또렷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붉은 마력은 파괴를, 푸른 마력은 방어를, 보랏빛 마력은 흡수를, 금빛의 마력은 속도를.
그렇게 한 가지의 성질을 가지고 그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신세대의 마력이었다.
하지만 저건.
파앗!
색을 바꾸는 최인해의 빛.
화르륵!
그것이 마치 불꽃처럼 일었다.
성질을 바꾼다.
신세대의 마력은 결코 불가능한, 넥타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말해주었어. 나는 뭔가에 홀린 듯 그렇게 했고.”
그녀가 이번엔 양손을 내뻗었다.
스윽.
천천히 빛을 발하는 그녀.
그녀는 마치 허락을 구하는 듯했다.
끄덕.
이정기의 고개가 끄덕여지자.
파아아아아앗!
최인해의 양손에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맹한 빛이 터져나왔다.
방을 가득 메우고도 부족한 듯 꿈틀거리는 빛.
“……!”
그 빛은 마치 살아있는 듯 이정기를 감싸오기 시작했다.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우연이 아니었어.”
그 속에서 최인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분께서 널 만나고 싶어 하셔.”
그것이 신호였다.
화아아아악!
최인해의 눈과 코, 입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빛이 이정기를 감싸고 있는 빛과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쿵! 쿵!
마치 경고를 울리듯 뛰기 시작한 심장.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들려오는 목소리.
[내 이름은….]
메티스의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를 내는 주인이 다른 것 같았다.
[헤카테.]
쿵!
심장이 더욱 거세게 방망이질 치며 목소리가 이어져 들려왔다.
[티탄의 왕이다.]
* * *
“경하드립니다.”
아폴론의 목소리에 이정기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말투는 안 하기로 한 것 아니었나?”
불편한 말투.
그제야 아폴론이 웃으며 다시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선명한 한국어.
전에는 분명 이탈리아어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아마조네의 여왕을 얻으셨군요.”
지금 아폴론은 이정기의 호출에 유시아의 달의 이면을 이용해 한국에 도착해 있었다.
대강의 사정만을 설명했을 뿐이지만.
“아마조네의 허리띠는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아폴론은 말하지 않은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
“여왕의 허리띠는 선조, 과거의 힘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정기 님에게는 가장 잘 어울리는 물건이라 할 수 있겠네요.”
여왕의 허리띠.
아마조네의 여왕은 주안나가 되었지만 히폴리테는 이정기에게 빌려주었던 여왕의 허리띠를 회수하지 않았다.
주안나에겐 굳이 필요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으며.
‘약속일세.’
허리띠를 자신에게 줌으로써 동맹을 약속하고 호의를 보인 것이었다.
여왕의 허리띠는 딱히 이정기의 허리에 위치하고 있지 않았다.
촤륵.
팔찌의 형태로 필요할 때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조네의 일로 절 부르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정기의 반응을 보며 말을 꺼낸 아폴론.
이정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헤카테.”
“……!”
“그녀가 대체 누굽니까.”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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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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