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80화 (180/284)

제8권 5화

180

협회장 김대정의 충격적인 죽음 이후로 한동안 협회는 새로운 협회장을 뽑기 위해 골머리를 썩이었다.

선거를 통해 협회장을 뽑았지만, 김대정이 계속해서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어떤 정치적인 영향이 있건 김대정이 그만한 능력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증거였다.

협회의 일만을 처리해야 하는 자리가 아닌 협회장이라는 위치.

길드 간, 헌터 간, 국가 간의 이해를 조율하고, 그 선택으로 수많은 목숨마저 쓰러트릴 수 있는 막강한 위치.

당연히 협회장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많았으며, 경쟁은 치열했다.

‘정훈 정보부장이 협회장 후보로 입후보했답니다.’

정훈이 그런 협회장 자리를 노린다는 이야기까지는 들었다.

김대정의 충실한 심복이자, 제자나 다름없던 그를 포섭하려던 이들이 좌절할만한 소식.

그러나.

‘차라리 잘 되었다는 반응들입니다.’

자신이 갖지 못한다면 경쟁자 또한 갖지 못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이들은 정훈의 선택을 반겼다.

그랬던 까닭은 정훈이 협회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협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 그것은 대통령 선거처럼 모든 국민이 갖는 권리가 아니었다.

‘오직 헌터에게만 주어지는 권리.’

그것도.

‘자격이 있는 길드장들과 협회 인원들, 협회의 상층부.’

소수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이었으니까.

언젠가 협회장의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물밑으로 손을 쓰던 기존의 후보자들, 그리고 김대정의 죽음으로 떠밀리듯 협회장 후보로 나온 정훈.

누가 봐도 뻔한 싸움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결과는.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협회장님.”

정훈이 협회장이 되었다.

예상을 뒤집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리고 밝혀진 진실.

‘김대정 협회장, 그는 이미 정훈 정보부장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있었다.’

김대정에게 변고가 생긴다면 정훈에게 그 자리를 잇게 하려고.

이미 많은 길드장들이 그런 김대정의 선택에 협력했고, 마지막 순간 정훈을 지지한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전부….”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는 정훈.

“이성 회장님 덕분입니다.”

그의 말마따나 이성 회장, 최명희의 영향이 컸다.

지금은 한국에조차 없고, 새로운 시엘에 등극하는 과정 탓에 한국의 정세에 크게 관여조차 하고 있지 않은 그녀였지만.

‘이미 손을 써두셨다고 했지.’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눈앞의 정훈.

그가 협회장이 되었다.

그렇기에 정훈은 협회장이 되었으나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정기는 그런 정훈을 향해 다시 물었다.

“제가 다 죽였을 것 같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시는 눈치던데요.”

“그러리라 생각했습니다.”

정훈이 마침내 대답했다.

“이정기 길드장님의 내면에 짙은 야수성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는 정말로 그런 상황을 예상한 듯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화, 파괴에 대한 본능.”

정보부장이라는 자리.

많은 이들이 취합한 정보의 등급을 나누고 어떤 것이 효용이 있는지 또 신경 써야 하는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사람을 보는 눈과 사람을 가리는 눈이었다.

그 능력에 있어서는 인정받을 정도로 뛰어났던 정훈은 이정기를 처음 봤을 때부터, 주욱 그렇게 느껴왔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정기의 가라앉은 저 두 눈.

누군가는 저기서 고요한 호수를 보았겠지만.

“더 큰 무언가가 안에서 꿈틀대는 것 같군요.”

정훈은 더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요동치는 파도, 거대한 대양.

그 속에 치솟고 있는 불길.

“하지만.”

정훈이 조금씩 여유를 되찾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억누를 수 있게 되신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됐습니다.”

주안나와 이성의 공대원, 안인회.

“그들을 죽이지 않았음을 확인했으니 됐습니다.”

이정기는 그들을 무참히 살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정기를 다시 만나 확인한다면 하고자 했던 말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이성의 회장이 되실 겁니까?”

이정기의 목적.

아직, 이정기가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훈은 계속 물었다.

“회장이 되어 무엇을 하실 겁니까.”

협회장이 된 정훈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이었다.

“이성의 성혈들은 안고 가실 겁니까? 지금 대한민국의 체제를 그대로 가져가실 겁니까?”

새파랗게 젊은 이정기와 나눌 대화는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보부장이었던 정훈은.

“대답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가 정훈의 인생에, 대한민국의 앞날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 * *

“안인회 공대장이 배신했을 가능성은 일 할이 채 되지 않고.”

조용한 보고의 목소리.

“주안나 아가씨께서 그 힘을 획득했을 가능성도 일 할이 되지 않습니다.”

차분하게 이어지는 보고.

“……주안나 아가씨와 안인회 공대장을 포함해 이성 공격대가 전멸했을 가능성은….”

무거워진 목소리가 이어졌다.

“팔 할입니다.”

그에 보고를 듣던 이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그 정도라고?”

주안나, 안인회, 이성 공대.

모두 남자가 잘 아는 전력이다.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더 깊은 곳까지 알고 있는 것이 그였다.

헌데.

‘전멸.’

그들을 전멸시켰을 가능성이 팔 할.

“이탈리아에서 밝혀졌던 이정기의 능력은 이미 상식을 벗어났습니다. 시엘급, 그 이상입니다.”

“시엘이라면.”

“구세대가 아닌 현세대의 시엘.”

시엘은 그대로였지만, 아는 자들은 안다.

그들의 본질이 바뀌었다고.

“티탄들을 넘어선 듯합니다.”

“허.”

인간이 아닌 그 괴물들을 넘어서는 힘이라니.

“오히려 티탄들이 이정기에게 손을 뻗은 정황마저 포착되었습니다. 적으로 두는 것보다 아군으로 두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라니.

꿈틀.

인간을 벗어나 초월자라는 말이 어울릴 힘을 가진 존재들이 적으로 두기에 두려워하는 존재라니.

꿈틀.

또다.

“또……!”

또 그 피다.

자신이 갖고자 무슨 노력을 해도 가질 수 없는 힘.

하지만 그 피는 그 무엇조차 해낼 수 있었다.

‘이씨 성.’

이씨 성의 피.

이건의 피.

“이강…, 형님.”

이강, 이제는 없어진 자신의 형이 이은 그 피다.

주형태.

그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이성이 무엇이고 성혈이 무엇인지, 힘이란 무엇인지 헌터란 무엇인지.

‘세상이란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때.’

이 세상은 그저 거대한 힘에 굴복하여 굴러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주형태는 진심으로 희열을 느꼈다.

밑바닥에 있는 하수인이 아닌 꼭대기의 제왕의 피를 타고 태어났다.

제왕의 힘을 가졌으며, 세상이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자들이 자신의 명령을 받는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머리가 조금 더 자랐을 때.

‘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왕의 피를 타고 난 것은 맞다.

하지만 반쪽짜리, 여제의 피를 타고났다.

나머지 반쪽은 세상의 황제나 다름없는 자의 피가 아닌.

‘주씨 성.’

반푼 짜리 머저리의 피를 타고났다.

주인공은, 제왕은 따로 있었다.

‘이강.’

완벽의 혈통을 가진 존재.

이씨 성을 지녔으며, 여제의 피 또한 타고난 존재.

과연 피의 힘은 진하고 대단해 이강의 헌터로서의 능력은 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형태야.’

성씨가 다른 동생이지만, 친동생처럼 자신을 대해주었던 형.

물론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었다.

제왕은 아니지만 황자쯤은 되는 자신의 인생.

무엇보다.

‘형님이라면.’

이강이라면 납득할 수 있었다.

자신 같은 반의 반 푼짜리가 아닌 오히려 완벽을 타고난 완성체인 형님이라면 제왕의 자리를 양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기에 이성에 들어가 이강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면 무얼 하나.

진심인 것은 자신뿐이었는데.

“푸.”

형님은 처음부터 제왕의 자리 따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러니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내버린 채 지옥이라 불리는 올림포스로 향한 것은 그렇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푸하하하!”

자신이 그토록 갖고 싶었던 모든 것은 제왕으로 태어난 이강에게 그저 한 줌의 모래보다 더 가치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목숨을 걸 정도로 애를 썼던 모든 것이 이강에게는 그저 유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날 주형태의 세상은 깨져버렸다.

아니, 주형태를 구속하던 철창이 무너져버렸다.

‘제왕.’

숨겨두었던 야망이, 눌러두었던 욕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성을 갖는다.

세상의 황제가 된다.

하지만 역시나 같은 것이 문제였다.

‘피.’

반 푼짜리의 자신의 피로는 무엇조차 할 수 없다.

그 반 푼짜리도 제대로 되지 못해 또 다른 형인 주인배에 비해 부족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눈길을 돌렸다.

‘자식.’

당대가 아니라 후대.

자신의 피를 바꿀 수 없다면 후세의 피를 바꾸기로.

고르고 고른 핏줄.

그러나.

‘망할 것.’

여자는 자신을 속였다.

완벽에 가깝다 여겼던 피는 그저 자신의 피를 잇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할 뿐이었고, 막상 그 실체는 자신이 하찮게도 여기지 않는 쓰레기 같은 피였을 뿐이었다.

“주안나 아가씨는….”

“실패작 따위 관심 없다.”

“길드장님.”

“진즉 폐기처분 돼야 했던 것이야. 그 효용이 남아있다고 판단했을 뿐이지 제깟 것에게 진짜 제왕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을까.”

버러지 같은 피.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나가 봐.”

홀로 남은 것 같은 주형태의 눈앞에 작은 빛이 솟구치고 있었다.

“크…. 크흐흐흐.”

저것이다.

저것이 바로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완성체다.

완벽의 피!

제왕의 자질을 제대로 갖춘 존재!

“그래도 이정기 그 녀석이 내 운신의 폭을 자유로이 해주었어.”

이정기로 인해 들끓는 여론, 이성은 그들을 이끌 본래의 제후를 찾을 것이다.

바로 자신.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자신이 다시금 전면에 나서도 된다.

그것도.

“어서…, 어서 깨어나거라.”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완성품과 함께.

“어서 깨어나 세상을 갖거라.”

빛나는 황금의 빛, 그 속에 한 청년이 눈을 감고 있었다.

“나의 아들아.”

최강의 피.

자신의 아들.

그리고 자신에게 제왕의 자리를 안겨줄 완성품이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팩 스 | 02-6442-7919

홈페이지 | www.osmedia.kr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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