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78화 (178/284)

제8권 3화

178

노려보는 둘의 시선.

이성의 육 공대장 김창섭과 백두의 김윤태.

“어디 한 번 겨뤄볼 테냐?”

김창섭의 목소리에 김윤태는.

피식.

입가를 말아 올렸다.

“창섭이 아저씨.”

“……!”

“많이 달라졌네? 옛날에 집에서 우리 윤태, 우리 윤태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김윤태의 말에 김창섭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이성의 공대장들 중 그 누구도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없었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성장하기까지의 시간은 필요한 법이었다.

과거 육 공격대의 그저 일개 공대원이었던 김창섭.

그는 당시 공대장을 따라 이성의 저택을 올 때면, 눈을 빛내며 성혈들을 찾아다녔다.

이미 다 커버려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를 내뿜는 2세대들이 아닌 3세대들.

‘윤태야 가지고 싶은 것 없니?’

김창섭은 그런 3세들의 눈에 들어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자였으니까.

‘나중에 아저씨 잊으면 안 된다?’

부끄러울 정도의 아양을 떨었던 김창섭.

“말을 가지고 싶다니까 아저씨가 네발로 기면서 타라고 했던 거 기억나세요?”

그때의 인연으로 김창섭은 몇 번의 위기를 이겨내고, 기회를 잡았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현재의 김창섭과 그때의 김창섭은 전혀 다른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정상이라 생각한 곳까지 기어 올라오는 과정은 더럽고 험난했으나 정상을 찍은 자는 그 과정을 전부 잊었으니까.

또한, 이성의 공대장이 그저 정치와 전략만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미 김창섭은 변했다.

그러나 그 과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씨익.

김윤태가 기억하는 김창섭의 과거.

그건.

“이 개자식이!”

김창섭의 역린이었다.

파앙!

과연 이성의 공대장답게 파공성과 함께 김창섭의 몸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그것도 상위의 헌터가 쏘아낸 화살처럼.

“다시는 그따위 소리를 지껄이지 못하게 교육을 시켜주마. 김윤태.”

어느새 김윤태의 눈앞에 나타나 날카롭게 벼려진 검에 마력을 실어 내리치고 있었다.

피식.

그때 김창섭의 눈에 다시금 김윤태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게 보였다.

쾅!

이어진 폭음.

동시에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나 연기처럼 사방의 시야를 가렸다.

파앗!

마력을 통해 연기를 걷어낸 김창섭.

그리고 드러난 광경은.

“……!”

“아저씨는 차라리 그때가 더 날카로웠어.”

김윤태가 한 손으로 도끼를 든 채, 김창섭의 검을 막아낸 광경이었다.

“……!”

외부에서 어떻든 내부에서 김윤태를 부르던 말이 무엇이던가.

‘가짜 헌터.’

김윤태의 S등급이라는 헌터 등급은 주영은이 이성의 힘으로 만들어낸 결과물.

김윤태는 결코 S등급에 해당하는 실력을 갖추지 못했으며, 오히려 그 하위의 등급의 헌터들에게조차 부족한 실력을 가지고 있기에 부르는 말이었다.

그런 김윤태였다.

“나는 지금이 더 날카롭고.”

불꽃이 치솟는 것만 같은 눈동자.

다부진 입매와 몸매.

김윤태는.

콰앙!

달라져 있었다.

“크윽!”

힘 겨루기에서 밀려난 김창섭이 두 눈을 부릅뜨며 신음을 흘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일본에서의 소문은 헛소문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도 듣긴 했던 김윤태의 소문.

그러나 워낙 허무맹랑하기에 거짓으로 치부했던 소문이었다.

그렇다면.

‘다이오의 일본 정벌도…?’

다이오가 일본의 상위 길드들을 비밀리에 먹어치우고 일본 제일의 길드가 되었다는 것도?

그 선봉에 김윤태가 있었으며 김윤태가.

‘제로 라인을 잡았다는 것도?’

그 전부가 사실이라고?

“과거의 일은 미안하게 됐어.”

김윤태의 목소리.

“아저씨한테 막대했던 걸 생각하면 당장 무릎이라도 꿇어야 맞겠지만.”

김윤태의 눈이 더욱 빛나고 있었다.

“이제는 내 목숨도 생각도 내 것이 아니라.”

도끼를 든 채 다가오는 김윤태.

김창섭은 순간이지만 겁에 질릴 뻔했다.

같은 헌터에게서 느껴지는 기세가 아니다.

이건 마치.

“피어…!”

상위의 보스 몬스터나 사용할 수 있다 알려진 특수의 능력 피어였다.

콰득.

김창섭이 입술을 짓씹었다.

그저 힘겨루기를 통해 물러서게 할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화륵!

제대로 한 판 붙어볼 생각이었다.

토벽이 생겨나 가로막았다 하지만 근처에 기자들과 협회의 직원들이 있는 상황.

김창섭도, 김윤태도 그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둘이 맞부딪혔을 때의 결과조차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

‘2차 길드전.’

그 둘은 그렇게 부딪히려 하고 있었다.

검과 도끼.

그 둘을 든 채 두 명의 전사가 서로를 향해 다가올 때.

우웅.

다시금 던전의 입구가 울렸다.

“……!”

“……!”

서로만을 쳐다보던 둘의 시선이 한순간에 같은 곳을 향해 꽂혀 들었다.

던전의 입구.

“그만.”

그곳에 괴물이 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잉, 지잉, 지잉.

그런 괴물의 뒤로 나타나는 사람들.

아니 전사들이 순식간에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정기…!”

* * *

마침내 던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정기와 백두의 헌터들이 대열을 갖추며 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몇 분이 되지 않았다.

김윤태와 김창섭이 부딪힐 듯한 그 순간 속에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백두의 헌터들.

“….….!”

그들의 모습은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이성과 백두의 헌터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착! 착! 착!

순식간에 전투 준비를 다 끝낸 그들.

아직도 눈에서 독기가 빠지지 않은 그들.

그들에게서 과거의 백두 헌터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잘 훈련된 병사, 아니 전사들의 모습이 바로 그들의 것이었다.

착!

당장이라도 명령만 내려진다면 죽음의 불꽃 속으로도 달려들 것만 같은 모습.

“저, 저게…, 백두라고?”

이성의 헌터들은 진심으로 놀라워하며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었고.

꿀꺽.

백두의 헌터들은 그제야 김윤태의 말이, 자신들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던전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저런 변화가 가능하다는 건가?

오랜 경력과 경험 속에서도 풋내를 벗지 못하던 백두의 헌터들은 어엿한 베테랑이 되어 저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

다시금 이성과 백두의 헌터들의 눈이 커졌다.

시간이 지나 완벽히 도열한 이정기와 헌터들.

그런 그들을 보며 한 가지 이상한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없다.’

더 이상 던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가 없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야 할 이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이냐!”

이정기를 향해 소리치는 김창섭.

뻔히 보이는 광경을 통해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머리로는 납득할 수 없었다.

“왜!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야!”

이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착! 착! 착!

백두의 헌터들이 그러했듯, 이성의 헌터들도 빠르게 김창섭의 뒤로 모여 도열하기 시작했다.

과연 최고의 길드라 불리는 말이 허언이 아닌 듯한 움직임으로 그들 또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또한, 오랜 경험을 통해 쌓인 그들의 판단력은.

고오오.

지금부터 벌어질 일을 직감한 듯 했다.

백두와 이정기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치렀던 것은.

‘총력전.’

목숨을 건 혈투였음이 분명하다.

승리는 백두.

하지만.

“전부….”

이성의 헌터 아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전부 죽인 것이냐?”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석상처럼 꼿꼿하던 이정기의 고개가 움직였다.

스윽.

움직이는 이정기의 팔.

움찔.

그것이 신호라 생각하여 김창섭이 몸을 움찔거렸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쒜에엑!

이정기의 손에서 날아든 무언가.

하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속도로 아무런 살기도 갖지 않는 것이었다.

콱!

그것은 그대로 김창섭의 앞에 박혀 들어가 빛을 내고 있었다.

“……!”

두말할 것 없다.

“이성 전원 전투 준비.”

주안나, 그녀가 목숨처럼 아끼는 그녀의 창이었다.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주안나 길드장 대리의 복수를 한다.”

과거에는 야비하며 권력을 탐할 줄밖에 몰랐던 김창섭이었지만 이성의 공대장이라는 자리는 김창섭을 근본부터 바꾸어놓았다.

이성의 이름은 무너져선 안 된다.

그리고 이성의 이름에 피가 묻었다면.

“책임은 내가 진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복수를 해야 한다.

길드전?

여긴 대한민국이다.

성혈?

그보다 이성이 우선이다.

그래야만 이성의 이름이 현재를 넘어 미래에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안다.

“그래. 해보자고.”

김윤태 또한 도끼를 들었고, 그의 뒤로 다이오의 헌터들.

“…….”

뒤늦게 후회를 하고 있는 백두의 헌터들이 모여들었다.

일촉즉발.

그리고 이곳에서 벌어질 일은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것임이 분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스윽.

이정기의 뒤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은…!”

그를 알아본 김창섭.

“현성호 공대장님!”

이성의 공대장이자 백호 현성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또 한 번 김창섭의 눈이 커졌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이.

“그건…, 안인회 공대장님의 검 아닙니까?”

안인회의 검이 들려 있었으니까.

차라리 저것 또한 이정기의 손에 들려 있었다면 모를까.

“김창섭 공대장.”

“예.”

“물러나게.”

“……!”

현성호의 뒤로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자들.

그들은 현성호가 이끄는 공대 호걸에 속한 헌터들이었다.

“이성은 깔끔하게 패배했네. 주안나 길드장 대리와 안인회 공대장님은…, 그 전투 속에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셨네.”

“그런!”

우려가, 의심이 현실이 되었다.

타오르는 김창섭의 눈.

“그렇다면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도 바보가 아니었다.

“복수를 해야겠습니다.”

현성호가 왜 저곳에 서 있는 걸까.

“못 들었는가? 길드전에서 패배한 것일세. 그 후의 보복은 이성의 방침인가?”

“묻겠습니다. 백호.”

더 이상 김창섭은 현성호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왜 거기 서 있는 겁니까?”

“원래라면 이성의 비밀 방침에 따라 복수를 행하는 게 맞겠지. 다만, 이번만큼은 다를걸세. 그리고 그게 내 답이네.”

현성호가 말했다.

“이것은 단순한 길드끼리의 길드전이 아니야.”

길드전의 패배로 인한 복수라면 이성은 행할 것이다.

그렇지만.

“승계가 시작된 것일세.”

그들이 건드릴 수 없는 싸움도 있는 법이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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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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