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63화 (163/284)

제7권 13화

163

아마존의 최고 전사 보르예.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이정기는 이채를 띠었다.

‘과연.’

최고의 전사라는 명칭이 허언은 아니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힘, 그건 분명 높은 레벨의 넥타였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넥타 자체의 수준은 높지만, 그것이 그녀의 힘 같지는 않아.’

보르예의 힘이 온전히 그녀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

이정기가 그녀를 보며 이채를 띠었듯.

“과연….”

그녀 또한 이정기를 보며 이채를 띠고 있었다.

지켜는 보았지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

이정기와 같은 존재에겐 지금처럼 가까이 접근한 것만으로 자신이 읽히기에 조심했건만.

“알아차린 것인가.”

벌써 이정기는 자신의 힘, 아니 아마조네스의 힘을 알아차렸다.

“우리의 힘은 여왕에게 빌린 것. 여왕이야말로 아마조네스의 힘의 원천이다.”

그런 것이었나.

왕의 자격이 가진 힘.

‘왕의 군단.’

자신의 휘하 헌터들을 강화시키는 것처럼 아마조네의 여왕 히폴리테의 넥타에도 그러한 공능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의 넥타가 왕의 넥타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넥타가 가진 특별한 힘.

“그렇기에 여왕은 아마조네스들에게 절대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절대적인 군주.

그렇다면.

“최고 전사들이 반란을 일으키려는 이유가 납득이 가는군.”

자신들에게 절대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여왕이 그녀들도 아닌 외부인.

그녀들의 생사여탈권을 쥐는 것이나 다름없는 자리에 지금껏 보지도 못한 존재가 선다?

그것을 납득할 수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너 때문이다.’

외부인에게 후계 자격을 준 이유를 히폴리테가 말하길 자신 때문이라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더 물었지만 제대로 답해주지 않았던 그녀.

“하지만 그대와의 만남으로 나는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말을 잇는 보르예.

“그대야말로 최종 전장의 승리자임이 분명하다.”

“최종 전장?”

“여왕께서 말씀하시길 후일 세상의 운명을 결정짓는 전투가 일어날 것이라 하였다.”

“…….”

“그리고 그 전투의 결과를 좌우할 것이….”

스윽.

올라가 이정기를 가리키는 손가락.

“바로 그대일 것이라고.”

최종 전장과 승패.

“그렇기에 여왕께선 우리의 운명을 그대에게 맡기고자 한 것이다. 주안나, 그대의 핏줄.”

주안나를 후계로 결정한 것도 자신의 핏줄이기 때문.

“그러나 그대가 직접 이곳에 온바, 그대가 선택한 자에게 후계 위를 내려도 되겠으나 아마조네스의 여왕은 그리 쉽게 될 수 없는 것. 당연히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제야 대강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이 모든 것.

‘누군가의 예언.’

히폴리테는 어떤 예언을 들은 것이 분명했다.

후일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는데 자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그때 아마조네스가 멸망하지 않으려 자신에게 그들의 운명을 맡긴다는 것.

그리고.

‘주안나.’

자신이 올림포스에서 나오기도 전, 주안나를 선택해 후계로 점찍은 것은 바로 자신 때문이며 그것이 가능하려면 그녀가 미래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누가?’

또 어떤 이가 그녀에게 예언을 준 것일까.

세계에 퍼진 예언.

‘멸망의 혼돈.’

혼돈이 세상을 멸망시키리라는 것, 아폴론에게 듣기로 그것은 아폴론이 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티탄들에게도 예언자가 있다고 했는데.

‘티탄의 예언자는 아폴론에 의해 잠들었다.’

누군가, 다른 예언자가 있다.

그건 차후의 문제.

“최고 전사들의 힘은 강력하다. 여왕은 약화되었지만, 그녀가 존재함으로써 우리의 힘은 건재하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최고 전사들이 너를 노리는 함정을 준비했다. 나는 그대가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

죽는다, 라.

“자신들을 과대평가하는 것 아닙니까?”

“과대평가는 그대가 하는 것일지 모르지. 어찌 되었건 나는 그대를 돕겠….”

“필요 없습니다.”

이어진 이정기의 말에.

“……!”

“……!”

보르예도 강민혁도 두 눈을 치켜떴다.

눈앞에 드리워진 함정, 우군이 되어 주겠다고 말하는 데도 거절하는 것은 상식 밖의 선택이었다.

“왜…? 설마 정말로 그대가 최고 전사들의 함정을 파훼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건가?”

“물론입니다.”

“자신감이 과하군.”

“하지 못하더라도 해내야죠.”

“……?”

의아해하는 보르예와 달리.

“…….”

강민혁은 무언가 떠올린 듯 짙게 눈을 감았다.

강민혁이 보르예를 이정기의 앞에 데려다 놓은 까닭.

그건 스스로의 필요성과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것을 바란 것은 이정기.

“저 또한 증명하겠습니다.”

증명은 남들에게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스스로를 증명하거라.’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너 자신에게도.’

증명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는 것.

“그저 지켜보기만 하세요.”

“과연, 여왕께서 선택한 남자로군.”

보르예 또한 깊게 감명한 듯한 얼굴이었으나.

“하지만….”

그녀에겐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 했다.

“최고 전사들이 주안나와 접촉했다.”

“…….”

* * *

던전에서 벌어진 이성과 백두의 길드전은 총력전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방식이 바뀌었다.

‘레이드 전.’

누가 먼저 지정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느냐.

“……….”

백두의 입장에서는 이성과 죽음을 놓고 다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잘된 일처럼 들릴 수 있겠으나, 곧이어 각각의 길드장의 입에서 나온 몬스터의 이름에 이성과 백두 모두 사색이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블랙 메두사 퀸.’

메두사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사냥 난이도를 자랑하는 데다, 블랙 메두사라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몬스터였다.

헌데, 그 상위의 몬스터라니.

패배를 모르던 이성도.

꿀꺽.

이정기로 인해 새로운 성장을 맛본 백두도.

꿀꺽.

둘 모두 전혀 다른 싸움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커다란 나무 앞에 선 그들.

“이번 레이드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주안나가 잔존해 있는 이성을 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보상을 받게 될 거다.”

백두, 현성호가 서 있는 쪽을 향해 이를 갈며 말했다.

“블랙 메두사 퀸이라는 존재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

구궁.

그녀의 발이 움푹 땅을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진 순간.

쿠와아아앙!

그녀에게서 믿을 수 없는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경험많은 이성의 헌터로서도 전율이 느껴지는 순간.

이것이 주안나가 숨겨둔 힘의 일부였다.

아마조네스의 여왕, 히폴리테가 주는 시험을 치르며 얻은 힘.

외부인이지만 또 한 명의 아마조네스로 인정받아 얻은 힘.

아마조네의 최고 전사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후계의 힘.’

지금 자신의 랭킹을 따진다면, 시엘급.

훗날을 대비하여 숨겨두었던 힘이었지만.

“내가 블랙 메두사 퀸을 쓰러트려주겠다.”

“와아아아-!”

지금, 어쩌면 이성의 왕좌만큼이나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해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파앗!

마력의 수발이 자유로운 듯 뿜어냈던 마력을 단숨에 회수한 주안나.

그리고 모두의 시선은.

“…….”

이정기에게로 향했다.

주안나가 연설을 통해 사기를 끓어 올렸듯, 백두의 헌터들은 자신들의 공포를 이정기가 몰아내 주기를 바랐다.

또한, 이성은 이정기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하는 듯했다.

그리고 이어진 이정기의 말은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언제나와 같다.”

백두가 무슨 싸움을 했는가.

이정기가 길드장이 되어 지금 이 자리까지 남아있는 헌터들은 결코 승리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싸움 속에서 성장했다.

비록 그 기간도 경험도 짧다지만.

“승리하고.”

그들에게 깊게 박혀있는 것이 있었다.

“취할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

이성과 비교해도 부족할 것 없는 함성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가벼운 말이었기에, 이성의 헌터들은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콰득.

주안나는 어금니를 짓씹으며 이정기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스륵.

여섯 명의 아마조네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우웅.

그녀들에게서 은연중에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모든 것을 압박하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대들의 안내를 맡게 된 아마조네의 최고 전사다.”

그녀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와.

우웅.

양손을 커다란 나무에 갖다 댔다.

쿠우우웅!

저 땅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리기 시작한 진동.

나무에는 곧 일렁이는 게이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모두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꿀렁.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게이트.

꿀렁.

그것은 곧 칠흑으로 물들어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블랙 게이트….”

저것이다.

저것이 바로 블랙 메두사를 토해내 세계를 공포에 빠지게 했던 최악의 게이트.

세계에 단 세 번만이 열렸던 게이트가 지금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준비된 전사들은.”

최고 전사들이 먼저 앞장서서, 검은 문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입장하라.”

시작.

정말로 왕좌의 시험이 시작된 것이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흥.”

주안나였다.

* * *

쿠구구궁!

수천의 인간들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며 보이는 것들을 쳐부수는 모습.

그것들을 보고 있는 최고 전사들은 안색을 찌푸렸다.

“역시나.”

그들의 표정에 깃든 것은 짙은 혐오감.

“저들에게 아마조네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그녀들에게 저 인간들은 그저 자격도 없는 주제에 왕위를 노리는 찬탈자들.

“죽어 마땅한 존재들이다.”

주안나까지야 어쩔 수 없었다지만, 이정기는 정말 아니었다.

다른 이도 아닌.

‘쥬피터.’

그의 후계.

결코, 인정하려야 인정할 수 없었다.

세계의 멸망이든, 아니든 쥬피터의 후계에게 아마조네의 운명을 맡길 수 없는 노릇.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맡는다.”

그것이 그녀들의 계획이었다.

“라예르.”

최고 전사들의 수장, 라예르를 부르는 목소리.

“주안나는 뭐라 했지?”

그녀가 주안나와 접선해, 손을 내밀었었다.

다른 인간들이면 모를까, 주안나는 그녀들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

어찌 되었건 왕좌의 시험을 지금까지 치러온 정식 후계자였으니까.

“주안나는….”

라예르가 앞서 나가는 이성의 공격대를 보며 말했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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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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