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59화 (159/284)

제7권 9화

159

다시 최인해를 봤을 때부터 느꼈던 이질적인 감각.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했던 이정기였다.

-나는 완전히 잊은 거지?

그러나 그 힘이 방출되고 드러났을 때.

-너희만 노력했니?

이정기는 최인해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헌터들과는 다른 무언가, 마력의 활용과 그 사용 방식이 헌터들이 사용하는 스킬과 괴리가 있다는 것.

그건 마치.

‘볼텍스.’

할아버지의 볼텍스처럼 어떤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는 기술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그 속에 숨겨진 작은 흔적을 이정기는 놓치지 않았다.

“넥타.”

최인해가 사용하는 힘은 분명 넥타가 아닌 마력이었고, 그녀의 안에 넥타라곤 한 줌도 깃들어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녀가 힘을 쓰는 방식만큼은 마력이 아닌 넥타를 사용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권능의 일종.

‘어떻게?’

저런 것은 홀로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넥타란 일반 헌터들에게 있어 완전히 다른 힘.

예를 들자면.

‘일반인이 마력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것.’

그 힘을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발휘될 리도 만무하다는 것이었다.

그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누구냐.”

최인해를 가르친 누군가가 있다는 뜻.

이정기의 의문이 깊어질 때.

[마법.]

메티스의 짧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입니다.]

마법?

마법이라면 사람들이 헌터의 특수한 스킬들을 부르는 말이기도 했다.

원거리 딜러들이 사용하는 폭발 스킬과 같은 것들을 통칭하는 말.

그러나 메티스가 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닌 듯했다.

[잊혀진 고대의 마법입니다.]

고대, 메티스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티탄.’

혹은 가디언이 그녀에게 개입했다는 것이었다.

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던 찰나.

“와아아아-!”

커다란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함성 소리가 울린 것은 이성 측이 아닌 백두에게서부터.

그리고.

털썩.

함성이 향하는 곳엔 힘겹게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이진석.

“크윽!”

그대로 쓰러져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현성호가 있었다.

이성의 백호, 그리고 백두의 도깨비의 싸움.

그 승자가 결정된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와아아아-!”

함성 소리가 울렸다.

“이거…, 난처하군.”

머리를 긁적이는 권신우.

“흥.”

기고만장한 얼굴로 콧방귀를 끼고 있는 최인해.

“…….”

그리고 붉고 검은 줄기에 휘감긴 채 담담히 패배를 받아들이고 있는 안태민이 있었다.

이정기의 힘으로 강화되었다고 하지만 승리보다는 패배를 예감했던 백두.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백두가 이성을 꺾었다.

아직 공대원들의 싸움은 그 결과가 나지 않았지만, 적장이라 할 수 있는 현성호와 안태민이 패배했다.

희열과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백두와 달리 당황을 숨길 수 없는 이성.

“…….”

그들이 멈칫할 때.

그때가 바로 자신이 나서야 할 차례였다.

쿠웅!

이정기가 발을 구르자,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웅크려 있던 이정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한 것이라고는 그저 이성의 헌터들이 가장 몰려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가 몇 번의 주먹을 휘두른 것이 전부.

그것만으로.

“와아아아아아아-!”

전투는 끝이 나 있었다.

* * *

이성과 백두의 길드전.

그 체급의 차이가 너무 크기에 길드전의 한 축인 백두조차도 승리보다는 패배에 더 많은 확신을 두던 상황.

더욱이 이성과의 길드전, 총력전이라는 말에 겁에 질려 던전에 들어오지 않은 백두의 헌터들이 절반을 넘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벌어진 이성과 백두의 첫 전투.

그 결과는 그들의 예상과는 너무 다른 것이었다.

“…….”

참담한 표정으로 제압당해 있는 이성의 헌터들.

“……!”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백두의 헌터들.

그들의 예상과 결과는 완전히 정 반대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무엇이….’

무엇이 잘못됐단 걸까.

현성호는 눈을 감은 채 전투를 되짚어 보았다.

적들의 함정을 파악했고, 그것을 역으로 기습했다.

기습은 성공적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결국.’

하나의 결론뿐이었다.

헌터의 시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하나의 진리.

‘강력한 헌터.’

그것이 전장을 좌우한다는 것.

이성 정도의 체급이 되면 제로 라인의 랭커 한두 명으로는 승산이 뒤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승리를 예상했건만.

“크윽.”

자신의 패배.

그리고.

“…….”

담담히 결과를 기다리는 듯한 안태민까지.

‘안태민.’

과거 이정기와 함께 한 팀에 있었으며, 그것이 의외의 일이었다는 것은 들었는데.

그때 함께했던 동료들과 맞붙었기에, 이정기 때문에 일부러 져준 것이 아닐까.

안태민은 현성호도 인정하는 루키 중 루키, 아니 루키의 타이틀을 이미 벗어난 헌터라고 생각했었다.

만일.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자신도 그 싸움을 보지 않았던가.

무엇을 해볼 새도 없이 당해버렸던 안태민의 패배는 그가 져준 것이 아님을 현성호는 알고 있었다.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그때 꿇어있는 현성호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어둠이 내려앉았다.

스윽.

고개를 들어 올려보는 현성호.

“선택권을 주겠습니다.”

장단 고저 없는 목소리, 거기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왠지.

피식.

위엄이 서려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드는 목소리기도 했다.

“무엇을?”

이정기, 저 건방지고 어린 성혈을 향해 현성호는 말했다.

“우리를 살릴지, 죽일지 말이냐?”

그런 것이라면 크게 코웃음 치고 맘대로 하라 이야기해줄 생각이었다.

뭐 다른 생각들도 들었지만, 이정기의 이어진 말은 현성호에게 너무나 의외의 것이었다.

“여기서 합류하시겠습니까?”

“……?”

“아니면 나중에 합류하시겠습니까?”

“합류?”

지금 이 애송이가 무슨 소리를.

“여기서 합류해 주안나의 뒤를 쫓을 거면 그 자리를 보전해드리고, 공대원들의 안전과 자리도 보전해드리겠습니다.”

“지금….”

“하지만 나중에 합류하셨을 땐, 다시 한 번 스스로를 증명하셔야 할 겁니다. 공대원들 또한 마찬가지고요.”

“무슨 미친 소리를….”

이정기.

“……!”

녀석의 진지한 눈빛에 현성호는 말문이 턱 막혔다.

지금 이정기가 하는 소리의 뜻은 간단했다.

‘이성.’

그 이름이 녀석의 발아래 깔릴 것은 확실하니, 지금 합류하여 이성을 차지하는 것을 돕던가.

‘스스로 이성을 차지했을 때, 패배자로서 합류하겠느냐고.’

기가 찬다.

“하.”

헛숨이 절로 나온다.

“설마, 이번 한 번의 승리로 이성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이 애송이는 이성을 몰라도 한참을 몰랐다.

“여기 있는 것들이 백두의 전력 아니냐?”

“맞습니다.”

이진석, 이정기, 그리고 이정기에게 합류한 녀석의 과거 팀원들.

나머지 백두의 헌터들은 분명 의외의 실력을 보였다 하나 그것뿐이었다.

“그렇다면 헛소리를 하는군.”

“…….”

“이성은 패배하지 않는다. 네가 이번 전투에서 이겼을지 모르지만, 다음 전투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현성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제1 공격대, 일검은 호걸과 다르다.”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사실이었다.

안인회의 공격대는 자신의 공격대와 그 성격을 달리한다.

자신들이 사냥에 있어 스폐셜리스트라면.

‘일검은 정점.’

그렇기에 일이다.

안인회도 안인회지만, 일검에 속한 헌터들도 쟁쟁하기 그지없다.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이진석 또한 일검 출신 아니던가.

혹여.

“기적이 일어나 제3 공격대와 제1 공격대를 패퇴시키고, 주안나까지 패배시켜 이 던전에서 승리한다고 한들.”

피식.

“그것이 전부일 거다.”

총력전이라는 말을 썼지만, 과연 던전에 들어온 이성의 전력이 전부일까?

전혀.

결단코 아니다.

이성의 전력은 겨우 이 정도가 아니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수많은 공격대와 공격팀, 그리고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헌터들과.

‘주형태.’

길드장, 그리고 그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세 명의 간부.

마지막으로 길드장 직속인 공격대의 상위 조직인 공략대까지.

그들이야말로 이성의 전력이라 할 수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그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

‘헛소리.’

그렇게 말하려 했다.

“…….”

이정기의 확고하고도 단단한 저 눈을 보지 않았다면.

“…….”

이정기의 눈에서 느껴지는 어떤 종류의 단단함은 현성호의 곧은 심지마저 흔드는 것이었다.

머리로는 결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저버릴 수 없다.

마치.

‘이건.’

자신이 동경해 마지않았던 그 남자처럼.

“나는….”

현성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직 네 실력을 보지 못했다.”

“…….”

“전장의 뒤에 서 있는 상관이라면 난 따를 수 없다.”

자신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현성호는 아직 잘 몰랐다.

“우리가 나중에 증명해야 한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너를 증명해라. 그렇다면 나도 네 말대로 선택하겠다.”

이성을 저버릴 생각 따윈 단 한 번도 없었건만.

혹여나 하는 기대감에 이런 말을 할 생각도 없었건만.

툭, 투둑.

현성호는 물론 호걸의 공대원들을 속박하던 제압구가 하나둘 풀리기 시작했다.

“……!”

곧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된 호걸의 헌터 전원.

“전부.”

이정기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덤비세요.”

“……?”

“혼자 상대해드리겠습니다.”

* * *

“……!”

빠르게 움직이던 안인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에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주안나가 아니었으니, 잠시 이동을 멈추고 안인회를 향해 말했다.

안인회가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은 가볍게 여길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였으니까.

“호걸과의….”

열리는 안인회의 입.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던전 내부이기에 제대로 연락을 취할 수단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동이나, 간단한 생사, 혹은 간단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는 아이템은 이성인 만큼 구비하고 있었는데 연락이 끊어졌다.

아니, 단순히 연락이 끊어진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템을….’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신호를 줄 수 있는 아이템.

‘파괴했다.’

그 아이템을 파괴했다.

‘설마….’

혹여 드는 생각.

현성호가 이성을 배신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안인회는 고개를 저었다.

현성호는 자신도 잘 안다.

그는 쉽게 이성을 저버릴 남자가 아니었다.

‘격렬한 전투로 파괴된 건가?’

그것이 아니라면.

‘호걸이 패배했을 수도 있겠군.’

이정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 거기다 이진석이 혼돈의 힘을 얻었으니 확실히 그 둘의 존재만으로 이성에 특별한 한 수가 있는 것이었다.

호걸이 패배했고, 이정기가 아이템을 파괴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현성호를 가장 잘 아는 안인회이기에, 그가 배신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그가 등을 돌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현성호, 그는 가장 강한 수컷을 쫓는 남자였으니까.

“아저씨.”

주안나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듯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어차피 곧 왕국에 도착해요.”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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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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