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58화 (158/284)

제7권 8화

158

이성의 백호.

그리고 백두의 도깨비가 서로를 보며 거리를 가늠하고 있었다.

콰콰쾅!

쉴 새 없이 부딪히고 있는 양측 길드의 다른 헌터들과 다르게, 두 길드의 정상급이라 할 수 있는 백호 현성호와 도깨비 이진석은 조용히 숨을 죽이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자들이 보았을 때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역시 현성호….’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거리 밖의 싸움.

상위, 아니 최상위의 헌터들은 서로의 마력을 통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마력의 흐름을 알면 적이 공격을 할지, 공격을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위력으로 할지.

방어를 할지, 그 방어를 파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한 수, 한 수가 다른 헌터들과 비교할 수 없는 파괴력을 지닌 그들이기에 이 보이지 않는 수 싸움은.

치치칫!

그 무엇보다 치열하다 할 수 있었다.

이진석은 현성호를 마주하며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백두의 공대장들과 비교할 수 없어.’

백두에 몸을 담고 백두의 공대장들과 모두 대련을 해보았던 이진석.

백두이고 나름대로 공대장 라인은 강력하다 생각했지만.

‘이성은 이성이야.’

이성의 공대장들과 비교할 바는 못 되었다.

저 날카로운 눈으로 모든 것을 헤집는 듯한 느낌.

현성호가 쌓아 올린 경험치가 여실히 느껴지는 마력 발현.

꿀꺽.

현성호는 말 그대로 호랑이였다.

그리고 또한.

“……!”

현성호도 이진석을 보며 크게 놀라고 있었다.

이성의 공대장이기에, 이성에 몸담았던 이진석을 안다고 할 수 있었다.

‘이성의 도깨비.’

안인회의 밑에 있던 부 공대장 중 하나.

그 실력이 출중해 안인회가 아끼는 헌터 중 하나였으며, 회장님의 눈에까지 들었던 애송이.

곧이어.

‘가장 유력한 공대장 후보.’

고여버려 바뀌지 않는 현 이성의 공대장 체제에 유일하게 흠집을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는 것이 바로 이진석이었다.

그러나 현성호가 보았을 땐 그게 전부였다.

‘아직 여물지 않은 열매.’

경험이 더욱 쌓여 제대로 여물었을 때는 봐줄만 하겠지만 그 당시에 이진석은 현성호의 눈에까지 들 정도는 아니었다.

현성호가 눈여겨보는 것은 진짜 사냥꾼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이진석은 다르다.

“제법….”

입가에 웃음을 지은 채 목소리를 내는 현성호.

“사냥꾼다워졌군.”

그 말에 이진석도 미소를 보였다.

안인회도 안인회지만 현성호 또한 이진석이 존경하는 한 명의 헌터였으니까.

“날 쓰러트리겠다는 그 말, 지킬 수 있겠나?”

이어진 현성호의 말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팟!

마침내 그들의 수 싸움이 멈추었다.

서로를 가늠하는 것이 끝난 지금,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듯 서로를 향해 튀어 나간 둘.

이진석의 검붉은 검과.

구웅.

현성호의 건틀렛.

쿠우웅!

그 두 개가 부딪혀 굉음을 울리며 파장을 만들어냈다.

카카카카캉!

맞부딪힌 두 개의 병장기.

그 사이로 이진석과 현성호의 눈빛이 교차하고 있었다.

기나긴 수 싸움의 승자는.

“아직 날 쓰러트릴 정도는 못 되는군.”

현성호였다.

검의 정면에 박혀 있는 줄 알았던 건틀렛이 교묘히 빗나가 검면을 때리고 있었다.

드드드.

그 힘에 밀려나는 이진석.

그 사이로 현성호의 또 다른 주먹이 날아들고 있었다.

‘이것이….’

호랑이의 사냥.

“인정하겠습니다.”

수 싸움은 이진석은 패했다.

검을 빼내고 싶어도, 건틀렛에 담긴 거력이 그것을 막아내며 몸과 힘의 방향을 뒤틀고 있었다.

균형을 되찾을 새도 없이 저 다른 주먹이 자신의 안면을 강타할 것이다.

원래라면, 그렇게 패배했을 터.

원래라면.

“처음입니다.”

“……?”

“제가 받은 이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요.”

그때.

까드드득.

듣기 거북한 소리가 울리며.

파아아아앙!

이진석의 뒤로 파공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

이진석은 어느새 현성호의 뒤에 서 있었다.

상식과 인지를 벗어난 속도.

“안인회…, 공대장의 말이 사실이었군.”

현성호의 입에서 씁쓸하게 나오는 목소리와 함께.

주륵.

그의 입가에 핏물이 흘러내렸다.

수 싸움에서 패배한 이진석.

그러나 그것은 수 싸움일 뿐.

“혼돈의 힘을…, 가졌어….”

이진석에겐 이정기에게 받은 혼돈의 힘.

넥타가 있었다.

* * *

도깨비와 백호가 싸울 때.

또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대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치는 이진석과 현성호의 것처럼 오래가지 않았다.

부웅.

장신의 권신우만큼이나 커다란 태도가 공기를 가르며 움직이는 순간.

콰드득!

무언가 파열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권신우! 괜찮아?”

최인해의 다급한 목소리.

태도가 가른 것은 다름 아닌 권신우의 양팔이었다.

그리고 태도를 휘두른 자.

꿈틀.

안태민은 태도로 다시 자세를 잡으며 낮게 으르렁대듯 말했다.

“왜…, 안 피한 거냐.”

그들이 바로 이진석과 현성호처럼 대치하던 헌터들이었다.

한때 이성의 10팀에서 동료였던 그들, 이정기와 함께 던전을 공략하던 그들은.

“안태민!”

서로 검과 무구를 마주한 채 상대를 노리고 있었다.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태민의 목소리.

“너도 괴물이 됐구나.”

권신우가 가드로 올렸던 팔이 반쯤 갈라진 채로 말했다.

이정기와 떨어져 있는 동안 진화라는 말이 어울릴 성장을 한 권신우와 최인해.

하지만 안태민도 그 못지않은, 오히려 그 이상의 성장을 했다.

쩌릿.

태도에서 전달된 거력이 권신우의 온몸을 헤집고 있었다.

안태민은 모든 면에서 발전했다.

속도, 힘, 그리고 특유의 습관인 한 방에 집착하는 버릇도 버린 듯했다.

‘거리감.’

안태민은 태도의 공격 범위를 마치 자신의 영역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발을 디디면 태도의 공격을 받는다.

후속타를 노리고 싶어도.

쿠쿠쿵.

묘하게 느껴지는 마력의 흐름은 감히 그 영역에 발을 디뎌선 안 될 것처럼 생각되었다.

“괴물이 된 건….”

안태민의 목소리.

“나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그의 목소리가 향한 권신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 있었다.

“강한 자의 훈장을 얻는 것이니, 망설일 이유가 없지.”

거의 반쯤 갈라져 뼈가 드러났던 권신우의 팔.

그 팔이 빠르게 회복되어 아물어 있었다.

최인해가 힐을 사용했다거나, 포션을 복용한 것도 아니었다.

화아악.

몰아치는 금빛의 마력.

‘자연 치유.’

권신우의 회복은 일반인들이 까진 상처가 회복되는 것과 같은 자연 치유였다.

하지만 저만한 부상을 이렇게 빠르게 회복하는 속도는.

“금빛의 마력을 그런 식으로 활용한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

권신우가 가진 특수 마력, 금빛 마력 덕분이었다.

가속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 금빛 마력.

대개 헌터들은 그 효과를 스스로의 육체에 사용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빠르게 공격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권신우는 그 능력을 치유력에 몰아준 것이었다.

“후.”

어느새 완전히 회복된 권신우.

“나도 내 나름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이성을 떠난 것에 후회는 없는 거냐?”

안태민이 조금은 누그러진 태도로 말했다.

그러자.

“없다.”

권신우의 즉답이 들려왔다.

“강해지기 위해 이성으로 왔다.”

어떤 헌터가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그것이 권신우가 이성에 온 확고한 목적이라 할 수 있었다.

강해진다.

“그리고 더 강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하지만 그 이성보다 더 자신을 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당연히 바꿔 타야지.”

강함.

그에 대한 기준은 이제 권신우의 머릿속에 확고하게 박혀버렸다.

자신이 잠깐 몸담았던 이성의 다른 공격팀이나, 한두 개의 던전 공략을 함께 하며 보았던 이성의 공대장.

그들은 분명 예전의 자신이 보았다면 감탄을 마지않을 강자들이 맞았다.

그러나 변해버린 권신우에게 그들의 강함은 무언가 충족되지 않는 부족함만을 가져다주었다.

마치 문신처럼 뇌리 속에 각인되어버린 한 명의 헌터.

권신우의 강함은.

“이정기.”

그 이름 하나뿐이었으니까.

“안태민, 늦지 않았다.”

권신우가 안태민을 향해 말했다.

“새로이 시작해라. 지금도 충분히 강한 듯하지만 더 강해질 수 있다.”

“겨우…, 그 정도로 말이냐?”

화르륵.

오러 아머.

안태민의 모습이 점차 붉은 기운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성장한 권신우와 최인해 그들은 단기간에 랭커를 넘볼 수 있는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S급 헌터였던 안태민은.

화아아!

중위권을 넘어 상위권 랭커의 실력을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그러더군.”

“뭐라고?”

“이정기가 내건 조건 말이다.”

태도에 맺힌 붉은 기운을 다루며 안태민이 소리를 내었다.

“이성의 제1 공격대…, 그리고 우리 공격팀을 원한다고.”

“……!”

“날 쓰러트려라. 그리고 이 던전에서 백두가 이긴다면….”

살짝이었지만 분명 알 수 있었다.

안태민의 입가가 어떠한 기대감으로 웃고 있다는 것을.

“나는 물론 아버지마저 가질 수 있겠지.”

“그래. 그렇다면….”

권신우의 온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

안태민이 그러했듯 오러 아머가 발휘되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원래라면 사용할 수 없는 부족한 실력이었지만.

‘이 충족감.’

지금 그의 마력과 모든 신체는 이정기의 능력으로 강화된 상태.

“널 쓰러트려 주마.”

권신우가 움직이려던 그 순간.

“아주 나는 완전히 잊어버렸구나?”

최인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제야 무언가를 느낀 안태민이 당황하며 몸을 내빼려 했지만.

덜컥.

그의 온몸은 알 수 없는 투명한 줄기에 휘감겨져 있었다.

“니네만 노력했니?”

* * *

피식.

이정기는 저도 모르게 웃음 지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던 권신우와 최인해 그리고 안태민까지.

그들은 정말 괴물 같은 성장을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자신의 기준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가히 세기의 천재라 불리며 대한민국을 빛낼 루키들로 세상에 그 이름을 떨칠 정도였으니까.

‘금빛 마력의 속성.’

특수 마력이란 특별한 힘.

그 힘이 뻗어 나온 줄기가 넥타인 것을 알기에 이정기는 권신우가 닿은 영역이 어딘지를 알고 있었다.

권신우는 현성호와 비슷한 헌터였다.

본능에 충실하며, 강함에 집착하는 헌터.

하지만 이정기가 보는 그의 특별함은 조금 다른 곳에 있었다.

‘마력에 대한 감응력과 이해.’

그 능력이 안태민이나 최인해에 비해도 뛰어났다.

아니 그간 보았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도 몹시 뛰어난 수준이었다.

그 결과였다.

‘마력의 본질에 가까워졌어.’

권신우가 닿은 영역은 다른 이들이 닿은 것과 조금 다른 것이었다.

마력과 합일하는 방법, 그 자체를 깨달은 것이나 마찬가지.

그에 반해 안태민은.

‘아버지에게 제대로 배웠군.’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동경하며 그처럼 되고자 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멀리했던 아버지 안인회였다.

그러나 부족함을 깨달은 안태민은 생각을 바꾸었다.

스스로의 검술도 중요하겠지만, 완성된 검술을 배워야 하겠다고.

안인회에게 제대로 수련받은 듯, 잠시 보았던 안인회 특유의 검술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운 것만으로 두 단계, 그 이상 성장한 안태민.

하지만 무엇보다 이정기를 놀라게 한 것은….

“…….”

최인해였다.

‘누구냐.’

그를 가르친 것이.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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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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