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권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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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제2 공격대인 호걸들과 안태민이 이끄는 공격팀은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몬스터가 가득한 던전, 또한 수많은 함정과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는 던전 속에서 이러한 행위는 극히 위험한 것으로 치부되었으나.
“크하하-!”
이성의 제2 공격대에게 던전의 난이도는 너무나 쉬운 편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야 유인이라는 목적하에 움직였던 그들.
하지만 목적이.
“사냥 시간이다-!”
사냥으로 바뀐 지금 그들의 움직임과 기세는 완전히 다른 어떤 것으로 변모해 있었다.
콰앙!
탱커진도, 서포터진도, 원거리 딜러진도.
콰앙!
그저 아무것도 상관없다는 듯 던전의 필드를 내달리며 모든 것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그들은 헌터이기 이전에 하나의 탱크라도 되는 것처럼 모든 것을 부수며 나아가고 있었다.
“죽여라!”
“부숴라!”
소리치며 그들의 존재감을 내비치는 그들.
억눌려 있던 것이 터져 나오듯.
“크하하-!”
그들은 진정 호랑이라도 된 듯 던전을 헤집으며 나아가고 있었다.
스윽.
그때 급작스레 멈춰선 현성호가 손을 들어 헌터들에게 멈추라 지시했다.
“마력의 향이다.”
그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이 마력의 향, 평범한 헌터라면 그저 적들이 실수로 남겨둔 흔적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성의 공대장 중 하나인 현성호라면.
“이것들이….”
그 진위를 파악할 능력이 되었다.
“역으로 우리를 유인하고 있군.”
이런 것은 그저 이동과 사냥의 흔적이 아니다.
누군가 일부러 남겨둔 것, 즉 유인을 위한 흔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일그러졌던 현성호의 얼굴에.
“크….”
조금씩.
“크하하하하-!”
웃음이 번져나갔다.
“얼마 만인가!”
오히려 자신이 사냥당하는 듯한 이 기분.
어느 순간, 포식자가 된 현성호는 그저 사냥하는 기분만을 느꼈을진대, 상대는 오히려 자신을 도발하며 오히려 자신을 사냥하려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신선한 감정에 웃음을 터트린 현성호는 한참이 지나서야 얼굴을 바꾸었다.
한층 더 진지해진 그의 얼굴.
“과연, 다르다는 건가.”
이정기.
자신도 바보가 아니기에 그의 소문이 그저 허풍으로 치부될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성혈.’
핏줄과 수많은 것들을 타고난 것들.
그렇기에 처음부터 왕으로 태어난 것들.
분명 그들은 강하기에 지배자라 부르기에 어울릴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뿐이라 생각한 것이 사실이었다.
경험 부족, 그리고 사냥감이 되어본 적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
하지만 과연.
“그의 손자이자, 그분의 자식이라는 건가.”
이정기는 무언가 다른 것 같았다.
부글부글.
피가 끓는다.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에, 죽어가던 사냥 본능이 깨어난다.
“주변을 수색한다.”
유인을 했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함정을 파기 마련.
그대로 당해주어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도 좋겠지만 상대가 사냥꾼으로 나섰다면, 자신 또한 노련한 사냥꾼으로 상대해주는 것이 옳았다.
“공대장님!”
과연.
“흔적이 있습니다.”
* * *
꿀꺽.
침을 삼키며 긴장한 이들.
바로 백두의 헌터들이었다.
백두도 나름대로 길드전을 치른 전력이 있는 데다, 몬스터가 아닌 인간을 상대로 하는 전투를 치러온 경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거물을 상대해본 적은 없었다.
이성이라는 거대한 이름.
그리고.
‘호걸의 공대장.’
백호 현성호.
이성의 공대장 하나하나가 전부 전설 같은 인물들이었다.
국내뿐만이 아닌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헌터들.
꿀꺽.
또한, 이성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기 위해 벌였던 수많은 일들을 겪은 입지전적인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성이 걸어온 길.
이성은 대한민국, 그것을 넘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수많은 길드전을 치러왔다.
게이트 공략권이나 던전 공략권을 놓고 싸우는 일도 다반사.
사소한 다툼이 커다랗게 번져 길드전까지 이어진 것도 다반사였다.
그렇기에 생츄어리라는 국제적 단체와 길드전이 치러진다고 했을 때도 이성은 긴장은커녕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임했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였다.
‘패배 전적은 한 손가락 안에 든다.’
이성이 지금껏 길드전에서 패배했던 것은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은 일.
즉.
꿀꺽.
그들은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만큼이나 인간을 상대하는데도 스페셜리스트라는 뜻이었다.
그에 반해 백두의 전적은 형편없었으며, 치러온 경험조차 부족한 상황.
그러나 딱 한 가지 다른 것은.
“최선을 다하세요.”
자신들의 리더가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그 리더는 과거 헌터라는 것이 존재치 않았을 때 상상처럼 존재하던 마력이 나타난 것처럼 자신들 전부를 성장시키는 새로운 마법을 부리고 있었다.
“후.”
침 삼키는 소리가 멈추었다.
더 이상 긴장에 몸을 굳히는 것보다 열을 올리고.
“함정으로 빠르게 접근 중입니다.”
전투에 대비해야 할 때.
서포트 계열의 헌터들이 미리 준비해둔 아이템과 스킬로 적들의 동태를 살피던 때.
“…….”
이정기는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의 싸움에서 자신이 끼는 것은 없다.
그저 지켜볼 뿐.
그러나 이정기에게는 모든 것이 보이고 있었다.
‘백두의 준비는 훌륭했다.’
적이 사냥꾼이라는 것을 알고, 그 심리를 이용해 몇 번은 꼬아놓은 함정을 설치하고 매복했다.
지금 백두의 헌터들은.
“좋았어…!”
자신들이 준비해둔 함정에 백호라는 커다란 호랑이가 걸려든 줄 알았겠지만.
콰아아아앙!
그건 오산이었다.
매복진 한쪽에서 터져 나온 폭발음.
콰앙! 쾅! 콰앙!
연이은 폭발들이 매복한 백두의 헌터들 바깥쪽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현성호는 백두의 준비를 알아차리고, 백두가 가장 안심한 틈을 타 습격한 것이었다.
“적습이다!”
매복했건만, 되레 당하는 백두.
“전투 돌입-!”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바로 전면전이 시작되어버렸다.
‘과연 이성의 공대장 중 하나라는 건가.’
그 자체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전투에 대한 경험치가 다르다.
백두의 헌터들은 언제 자신들의 계책이 파훼된 것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지만.
‘처음부터.’
이정기가 보기에 현성호는 일부러 남겨둔 마력의 잔향을 맡자마자 모든 것을 꿰뚫은 듯했다.
“안인회만 인물인 줄 알았는데.”
이성의 공대장이라면 과연 저 정도라는 것일까.
꺾여버린 기세.
준비한 것은 무엇 하나도 효용이 없었건만.
“으아아아!”
백두는 이성이라는 적에 맞서며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이정기는 미리 말했듯 전투에 나서지 않을 것.
그저.
“사냥 시간이다-!”
지켜볼 뿐.
백두도, 이성도.
스윽.
그저 이정기에겐 평가 대상일 뿐이었다.
* * *
“흡!”
현성호가 호흡을 정리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이게 정말….’
그의 두 주먹에 쉴 새 없이 나가떨어지는 백두의 헌터들.
그러나 현성호의 생각은 달랐다.
‘백두라고?’
믿을 수 없다.
“으아아아!”
이성에게, 이성에서 경력을 쌓아 공대장이 된 현성호에게 백두는 그저 사냥감이며 피식자일 뿐이었다.
대한민국을 상징한다며 짐짓 점잔을 떨지만, 그 실상은 길드장을 잃은 후 몰락해가는 길드일 뿐.
특히나 이따금 백두와 이성의 합동 훈련 따위에서 보았던 백두의 실력과 기세는 현성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이번 던전 입구에서 잠시 충돌했을 때도 마찬가지.
쉬이 비키지 않는 모습에 짐짓 놀란 것도 사실이었지만, 포식자인 자신들 앞에 겁을 먹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지금.
“물러서지 마!”
지금의 백두는 달랐다.
자신의 손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백두의 헌터들이야 당연하다고 하지만.
“크허!”
자신의 공격대이자 자신의 자랑이나 다름없는 호걸들이 어떤 전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호걸들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평소대로, 아니 평소보다 더 살기를 내뿜으며 백두를 압박하고 있었다.
헌데.
‘밀리지 않아.’
백두가 그저 그에 밀리지 않는 것뿐이었다.
기세?
‘다르다.’
분명 다르다.
하지만 진정 다른 것은 따로 있었다.
“어떻게….”
이들의 마력량과 힘, 스킬의 위력과 움직임이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호걸에 비해 모자란다고 하지만 이성의 공격팀에 크게 모자라는 실력은 아니었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이유라곤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오직 하나뿐.
‘이정기.’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거기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나 더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다.’
저 먼 곳, 전장의 맨 뒤편에서 서서 팔짱을 낀 채 전장을 보고 있는 이정기.
그가 아직 전장에 뛰어들지도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그저 싸움에 겁이나 도망치는 것이 아닌.
와락!
마치 어린아이의 싸움을 관망하듯 평가하는 듯한 모습이라는 것.
“크허어엉!”
현성호는 마치 호랑이처럼 울부짖었다.
그에 따라 끓어오르는 피와 마력.
그저 기세를 일으키기 위한 울부짖음이 아닌.
화르르륵!
그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비기를 켜기 위한 포효였다.
스킬.
‘백호.’
붉은빛의 마력이 수증기처럼 뿜어져 나와 사방을 잠식하고, 흰색과 붉은색이 뒤섞여 호랑이와 그 줄무늬를 연상케 하는 모습.
“크허헝!”
동시에 현성호의 육체 능력은 단기간, 두 배에 가까울 정도로 강화되었으며.
“크헝!”
그의 마력은 세 배 이상 되는 파괴력을 낼 수 있었다.
지금의 그를 보고 어느 누가 퍼스트 라인이라 할까.
그는 지금.
“언제까지 그곳에 서 있을 수 없을 거다!”
제로 라인의 영역에 들어서 있었다.
콰아앙!
두 주먹을 휘둘러 헌터들을 나뒹굴게 만들며 달려나가는 현성호.
백두의 헌터들이 아무리 이정기를 통한 버프를 획득했다고 하나 백호 상태가 된 현성호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사냥감 사이에 뛰어들어 헤집어놓는 포식자.
그리고 그런 포식자는 다시금 사냥감을 설정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정기.’
그를 향한 움직임.
쾅!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울리는 땅.
백두의 어느 헌터도, 호걸의 헌터들도 그의 앞길을 막거나 그 옆에 서지 않았다.
지금은 온전히 현성호의 영역.
그리고 그런 현성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41위.’
새로이 랭킹을 바꿔 쓴 이정기뿐일 것이라.
캉!
그렇게 생각했다.
“흡!”
포효를 멈추고 눈을 부릅뜬 현성호.
그의 몸이 잠시 동안이지만 땅에 못처럼 박힌 듯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
화르륵.
타오르는 남자.
“상대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지만….”
도깨비, 이진석이 서 있었다.
“쓰러트리겠습니다.”
이진석의 등 뒤로 붉은 도깨비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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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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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