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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155화 (155/284)
  • 제7권 5화

    155

    먼저 던전에 입장한 이성, 주안나는 차근히 병력을 이끌고 있었다.

    ‘당장 습격해서 죽여버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던전에서 치러지는 이런 길드전의 경우, 과거 그런 일들이 자주 발생했다.

    선 입장한 길드가 대기하여 후 입장한 길드를 습격해 전력을 최대한도로 깎아놓는 것.

    협회가 심판으로 존재한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중재자도 없는 상황.

    꿀꺽.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주안나는 참아냈다.

    ‘바보가 아니야.’

    이정기는 바보가 아니다.

    자신이 그런 짓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이미 예상할 터, 거기다 보여주었던 자신감은.

    ‘오히려 그런 상황을 바라고 있을 수도 있어.’

    그러니 습격은 포기한다.

    “계약대로 던전 입구에서 최대한 물러난다.”

    어린 시절부터 이성의 헌터로 활약했던 주안나, 그녀는 자연스럽게 헌터들을 통솔하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척! 척! 척!

    또한, 이성의 헌터들은 군말 없이 그녀의 말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길드장님.”

    안인회와 공대장들이 다가와 말했다.

    지금은 사석이 아닌 공석, 거기다 병력을 통솔하는 처지인 만큼 그녀의 신분을 자각시켜 주는 말이었다.

    “미리 짜두었던 작전대로 움직인다.”

    주안나는 눈을 깔고 사방을 훑으며 말했다.

    미리 세워두었던 작전.

    ‘무조건 승리하는 방법.’

    이 던전은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던전의 지형, 출몰하는 몬스터, 몬스터들의 리젠 시간이나 숨어 있는 기믹과 같은 것들.

    하지만 어설프게 그따위 것들을 이용할 생각은 없다.

    ‘제대로…, 정면으로 꺾어주겠어.’

    철저히 부순다.

    그것이 자신이 배운 이성의 정신.

    그렇기에 세워둔 작전은.

    “3 공격대는 공격팀 하나를 이끌고 강민혁의 백두 2 공격대를 수색한다.”

    먼저 들어와 조난당한 저들의 병력을 찾아내 합류를 막는 것.

    그리고 찾아낸다면.

    “발견 즉시 치워버려.”

    정리해야 한다.

    이번 길드전은 제대로 된 중재자도 없는 길드전.

    거기 더해 총력전.

    즉.

    ‘어떤 규칙도 없다.’

    상대도 그것을 알고 있고, 자신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이성의 3 공격대장, 백철순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길드장.”

    군더더기 없는 태도와 행동.

    주안나의 다음 지시가 떨어졌다.

    “2 공격대는 여기.”

    미리 제작해둔 지도를 펼쳐 손가락을 짚는 주안나.

    “여기서부터 이쪽으로, 지형이 험준하고 기믹이 많은 길이야. 이쪽으로 이동하면서 백두와 소규모 교전만 해.”

    목적은.

    “유인해서 정신을 분산시키는 거야.”

    저들의 유인.

    그리고 경고도 잊지 않았다.

    “절대 전면전은 안 돼.”

    원래라면 공격대 하나 선에서 백두를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머릿속에 자꾸만 거슬리는 존재.

    ‘이정기.’

    그리고 이진석을 생각하면 겨우 공격대 하나로 승리를 점치기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안나의 눈이 시퍼런 빛을 토해내며 말을 이었다.

    “전면전이 펼쳐진다면, 최선을 다해서 죽이고 죽어. 한 명이라도 더.”

    비정하기 그지없는 명령.

    그에 이 공격대장 현성호가 잠시 당황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전은 전쟁이나 다름없는 것, 길드장의 명령은 절대적이며 그 말을 어길 시 어떤 처벌도 감수해야 한다.

    공격대장의 자리까지 오른 엘리트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안인회가 이끄는 일 공격대와 하나의 공격팀.

    “우리는….”

    사실 두 개의 공격대는 미끼나 다름없었으며, 그들의 임무가 승패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주안나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그리고 일 공격대는….”

    자신과 일 공격대.

    “왕국으로 간다.”

    자신들은 이 던전에 숨겨진 장소 ‘왕국’으로 향할 것이다.

    자신이 혼돈의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장소이자, 그 짧은 시간 제로 라인의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아니.’

    그 이상의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곳.

    그리고 또 한 가지.

    “여왕님께선 아버지와 달리 날 진정한 후계자로 생각하시니까.”

    그런 여왕의 마지막 진전을 받아, 여왕의 자리를 계승한다면.

    쿵! 쿵! 쿵!

    꼴 보기 싫은 이정기도, 빌어먹을 아버지도, 그 아버지가 데려올 최악의 개자식도.

    “전부 갈아마셔 줄게.”

    이성이 뿔뿔이 흩어져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절반….”

    권신우가 어이없다는 듯 당황을 숨기지 못한 채 말했다.

    “삼 분의 일도 안 되는군.”

    그것은 게이트에 진입한 백두 길드원들의 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무리 기다려보아도.

    우웅.

    던전의 입구는 구슬프게 울며 아무도 입장을 받아주지 않고 있었다.

    겨우 삼 분의 일, 아니 그조차도 안 되어 보이는 수.

    이성과의 전쟁을 받아들여 이정기의 편에 서겠다 결심한 이들의 수였다.

    “당연한 일이지.”

    최인해가 권신우를 보며 말했다.

    “상대가 다름 아닌 이성이야.”

    세계권에서 노는 길드, 아니 세계권에서도 상위에 포진되어 있는 것이 그들이었다.

    아무리 이성의 총 전력이 모두 모인 것은 아니라고 하나, 세 개의 공격대와 공격팀.

    그리고.

    ‘안인회.’

    대한민국에서 전설로 불리는 헌터가 적이라면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총력전인 만큼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싸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압박감은 일반 헌터들에게 있어 생각보다 커다란 것이었다.

    “숫자는….”

    이진석.

    “이성보다 조금 모자란 정도입니다.”

    전력이 아닌 병력의 수.

    겨우 세 개의 공격대가 갖춰질 정도의 숫자.

    이진석은 실망과 함께 얼굴을 제대로 들고 있지 못했다.

    “일 공대장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런 이진석을 향한 이정기의 목소리.

    “1 공대장은 제가 원하는 것은 해냈으니까요.”

    참여하지 않은 헌터들, 그러나 1 공격대만큼은 전원이 참가했다.

    그들은 죽음의 위협을 겁내지 않았으며 이정기를 위해서라면 인간을 상대로도 무기를 들 수 있는 자들.

    그런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정기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오히려 생각보다 더 많은 숫자가 들어왔네요.”

    그것만큼은 진심이었다.

    이성이란 이름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전에 던전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았다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인식하는 것은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일.

    그렇기에 백두에서도 최상위의 헌터들이 합류했지만 하위의 헌터들은 내뺀 것이다.

    이정기의 실력에 기대를 걸었다고 한들.

    ‘나는 하나, 이성은….’

    겨우 한 명의 헌터가 전황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터.

    거기다 백두가 우여곡절 끝에 총력전에서 이긴다 해도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남아있는 이성의 전력과 주형태.’

    그들이 살아남은 백두를 내버려 둘 것인가?

    그러니 일반적인 상식으로 던전 안에 들어온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이정기를 믿고 목숨마저 내맡기는 이들.

    그것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건.

    “모두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겁니다.”

    이들이 자신이 챙겨야 할 자들이었다.

    이정기의 치하에도 굳어있는 표정들.

    “길드장님.”

    이진석과 공대장들은 마치 안인회와 공대장이 그러했듯 이정기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다만 안인회와는 작전을 나누었던 주안나와 달리 이정기는 그 누구에게도 작전을 나누지 않았다.

    보안이 이유였다고 생각해 침묵을 지켰던 그들.

    이정기는 그들의 질문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처음 들어오는 던전.

    ‘주안나는 모든 것을 꿰뚫고 있을 거다.’

    주안나가 이곳에서 힘을 얻었다면 던전은 주안나의 놀이터나 다름없을 것이다.

    당연히 백두는 치명적일 만큼 불리한 상황.

    그러나 그것은 이정기에게 해당하는 일이 아니었다.

    화아아악!

    이정기에게서 뿜어지는 붉은 마력에 바람이 일고, 헌터들이 뒷걸음질 쳤다.

    “……!”

    전에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엄청난 마력.

    가히 소름이 온몸에 돋아날 만한 마력량도 마력량이었지만.

    파앗!

    그것이 한순간에 사라져 이정기의 안으로 갈무리되는 것은 또 한 번의 충격이었다.

    “미친….”

    “강해진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권신우와 최인해.

    “이 정도일 줄이야….”

    경악하고 있는 윤하민까지.

    이정기는 눈을 뜨며 말했다.

    “세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

    지금 이정기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고 있는지 아는 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 공격대와 2 공격대, 3 공격대가 각자 공격팀을 이끌고 방향을 나뉘었네요.”

    “설마….”

    “2 공격대는 지근거리에서 저희를 살피는 듯 하고….”

    “던전을….”

    “3 공격대가 조난당한 이 공격대를 수색하는 듯합니다.”

    “전부 살피신 겁니까?”

    그런 것이 가능하던가?

    과학과 헌터에 대한 연구와 발전으로 비슷한 것이 가능하다 하나 그건 일부분일 뿐이었다.

    애시당초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던전 공략의 난이도는 몇 단계나 내려간다.

    이정기는 그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저희도 병력을 나누실 겁니까?”

    “그건 위험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희는 이성에 비빌 수 있는 전력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정기가 던져준 정보로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공대장들.

    “2 공격대부터 구할 겁니다.”

    당연한 일.

    ‘내 사람이야.’

    자신의 것이 되었다면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찾아내셨습니까?”

    이진석의 말에.

    끄덕.

    이정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끄으응.”

    지독한 고통 속에 강민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기억나는 것이라곤.

    “크윽.”

    온통 핏빛으로 칠해져 있던 세상뿐이었다.

    블락이 일어나 던전에 갇힌 그들은 안전지대를 찾아 나서던 도중 몬스터 떼의 습격을 받았고, 몬스터는 끝도 없이 몰려들어 지독한 싸움을 해야만 했다.

    퍼스트 라인의 강민혁이었지만 수천이 넘는 몬스터들을 거의 홀로 상대해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천으로 끝이었다면 차라리 다행이었건만.

    ‘그것들은….’

    뒤이어 등장한 몬스터들은 소유 던전임에도 정보에 없던 것들이었다.

    자신의 화살마저 튕겨내는 괴물들.

    그 괴물들을 겨우 죽여내며.

    “큭!”

    자신들 또한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아야만 했다.

    시체 더미 속에 숨어 있던 자신과 공대원들.

    그리고 핏빛.

    헌데.

    “여긴?”

    이곳은 그런 핏빛도, 시체도 없다.

    그리고 던전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깨끗한 주변과 침대와 가구들까지 비치되어 있었다.

    ‘구조?’

    아니, 아니다.

    강민혁은 기세를 죽이고 마력을 끓어올렸다.

    눈에 보이는 가구들.

    그것들은.

    ‘대체 여긴….’

    지구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식의 것들이었다.

    야만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자연 그 자체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모습들.

    “깨어나셨나요?”

    “……!”

    아무리 급히 마력을 끓어 올렸다지만 퍼스트 라인인 자신.

    강민혁은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조심스레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엘… 프?”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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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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