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권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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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회와 안태민.
둘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안인회를 보고 나서 든 것이긴 했다.
‘무언가 있다.’
안인회에게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느낌.
꽈악.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을 때 느꼈던 그 감각.
‘안인회라는 녀석이 있다.’
할아버지조차 기억할 정도로 대단한 헌터인 그는 이정기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주안나를, 아니 이성을 생각하는 충정과 그 진중한 태도는 더더욱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그들을 원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이성의 기둥.’
안인회가 가지는 특수성.
이성을 대표하는 검성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검성라는 타이틀.
이정기가 갖고 싶은 것은 그것이었다.
이성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이성의 기둥이 백두로 움직였다는 사실.
이성의 이름을 바로 얻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백두가 이성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진실.
또한.
‘주안나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이성의 이름을 넘기는 것은 아무리 길드장 대리라고 한들 주안나 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1 공격대와 제1 공격팀을 바라는 것은?
‘안인회와 안태민만 수락한다면….’
가능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수치.
그렇기에 이정기는 제안한 것이었다.
저들이 제안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
사아.
이정기는 짙게 깔린 어둠 속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 블락이 일어난 던전의 앞에 서 있었다.
“후우.”
“죽겠군.”
“정말 길드전이라도 벌어지는 건가?”
들려오는 목소리들.
백두의 길드원들이 서서 던전을 지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승산이 있을까?”
“모르지….”
“근데 모른다는 것조차 대단한 것 아니야? 상대는 그 이성이잖아.”
하지만 그들은 바로 지근거리에 있는 이정기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만월.’
은신에 있어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기술.
이정기는 만월에 몸을 숨긴 채 던전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7년 전.’
주안나는 그때 이 던전을 공략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던전에 대한 집착.
안태민은 가장 중요한 정보를 일부러 이정기에게 던져준 것이었다.
7년 전, 주안나.
‘분기점.’
그 시기는 주안나의 삶에 있어 가장 큰 분기점이나 다름없는 시기.
그녀가.
“혼돈의 세대가 된 날.”
즉.
‘넥타를 얻은 날.’
이곳은 특별 관리 던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특별한 것이기도 하다.
‘특별 관리 던전, 던전 게이트는 공략이 끝날 시 소멸한다.’
특별 관리 던전은 지속형 던전이 아닌 단발성 던전.
넥타를 이양한 던전은 완전히 소멸해 파괴되어 버린다.
하지만 지금 그 던전이 이정기의 눈앞에 멀쩡히 존재한다.
주안나가 넥타를 얻었음에도 파괴되지 않는 던전, 거기다 주안나의 집착과 주안나의 성장.
‘이 던전에….’
그 비밀이 있다.
파지짓.
이제는 더욱 잘 다루게 된 벼락, 그 벼락의 전류가 던전의 입구를 통해 스며들어 가기 시작했다.
화악.
확장되는 동공.
그 속으로 수많은 정보가 이정기에게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원래라면 복잡한 아이템과 도구, 혹은 특별한 헌터들의 도움을 통해야만 할 수 있는 던전 분석이 벼락의 한 줄기로 가능한 것이었다.
‘던전의 마력량, 출몰하는 몬스터…, 보스 몬스터와 던전의 구조….’
오히려 그 효과는 현존하는 그 어떤 것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것.
그리고.
화악!
이정기의 동공이 다시 한 번 확장되었다.
지금 이정기가 알고 싶은 것은 던전의 단순한 정보가 아니었다.
던전 속에 감추어두었던 비밀.
[숨겨진 왕국.]
들려오는 메티스의 목소리.
[아마조네를 발견하셨습니다.]
찾았다.
* * *
“기어코 그 개자식이…!”
콰앙!
주안나가 화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리쳤다.
그에 터져 나오는 기파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강력하지만 조절하지 못하는 힘.
파르르.
주안나의 손끝이 떨려오고 있었다.
“뭐? 제1 공격대와 제1 공격팀을 달라고?”
주안나도 바보가 아니었다.
이정기가 원하는 것이 진짜 이성의 이름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이성의 이름을 자신이 줄 수 없다는 것도, 그렇기에.
‘이성의 기둥을 뽑아가려는 거야.’
이정기는 이성의 기둥 하나를 가져가고 싶어 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할머니가 견제의 의미로 데려온 가짜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이라는 이름과 올림포스, 이강과 유영아의 이름은 다시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건의 등장과 함께 그 정체가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지만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거슬리는 존재 하나.
혹은 이건의 피가 섞이지도 않았을지 모르는 할머니의 숨겨진 손자.
그 정도.
‘아니었어.’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된 것은 녀석이 진짜 중의 진짜라는 사실.
말도 안 되는 성장과 업적을 쌓아가며 과거의 그와 비교되고 있다는 사실.
콰앙!
그에 비해 지금 자신의 상황은 초라하기 그지없다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아버지.”
무엇이 이성이고 성혈이냔 말이다.
이성의 아버지 주형태의 것이고, 그의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조차.
‘할머니.’
할머니의 말에는 꼼짝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언젠가 노력하면 이것이 자신의 것이 되리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동생?”
개 같은 소리.
언제나 자신에게 만족 못 하던 아버지인 만큼 충분히 그럴만한 위인이었다.
‘내가 부족하다며 그 개 같은 지옥에 내던졌던 사람이니까.’
그러니.
“하아.”
마지막 기회였다.
빌어먹을 아버지가 그 동생이라는 개자식을 이성에 데려오는 순간, 후계자는 바뀔 거다.
‘나보다 강해.’
자신이 쌓아 올린 인맥을 통해 겨우 얻어낸 정보는 이정기보다 더 개자식인 그 녀석이 후계자가 되기에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는 것.
그러니 빌어먹을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에 자신이 이성을 장악할 힘을 얻어야 한다.
그걸 위해선.
‘던전에 다시 들어가야 해.’
아직 마지막 인정을 받지 못했다.
“내가….”
파르르.
떨리는 손을 부여잡은 채 주안나가 말했다.
“여왕만 될 수 있다면.”
그곳의 여왕만 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뒤바뀔 것이다.
저 개 같은 이정기도, 개 같은 아버지도, 더욱 개 같은 동생이 생길 것이란 것도 자신이 전부 치워버릴 수 있다.
‘힘.’
언제나 그랬듯 헌터의 세계에선 힘이 가장 중요하기에.
그렇기에.
“아저씨.”
주안나가 안인회를 바라봤다.
고민에 잠긴 듯 눈 감고 있는 그가 눈을 뜨고 주안나를 바라봤다.
“어차피 지지 않을 싸움이야. 아저씨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미안한데. 아저씨는 이해해줄 수 있죠?”
결국, 선택을 결정한 주안나.
“아가씨의 뜻이 그렇다면.”
안인회는 일어나.
빠각.
제 검을 바닥에 꽂아 넣으며, 중세의 기사처럼 말했다.
“따르겠습니다.”
“좋아요. 하지만 걱정 마요. 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인 만큼, 우리도 똑바로 제안할 거니까.”
길드전, 그것이 치러지는 전장은….
“던전 안에서 길드전을 치르자고.”
* * *
이정기의 제안을 주안나가 받아들였고, 주안나는 추가 조건을 제시했다.
‘지금 사건이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어.’
철저한 통제 속에 가려지고 있는 지금의 사태.
‘협회도 제 구실을 못 하는 상황에, 협회를 통해 길드전을 치른다면 시간이 소요되겠지?’
잊어선 안 된다.
지금 던전엔 강민혁과 이 공격대가 갇혀 있다는 사실을.
정보를 통제하며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 지금의 사태.
주안나는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길드전의 방식은 총력전, 그리고 치르는 장소는….’
블락이 일어난 던전, 그 속에서 치르자는 이야기.
강민혁을 구출할 시간을 주겠다, 그리고 이 공격대와 합류해 제대로 한 판 붙어보자는 것이었다.
오히려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이지만 사정을 아는 이정기에겐 웃기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수 번 넘게 공략한 던전에 대해 정보를 훤히 알고 있는 이성과 이제 막 던전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있는 백두가 공정한 싸움을 할 수 있을까?
주안나도 그것을 걱정한 듯 이정기가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좋다.
마침내 원하던 답이 돌아왔다.
“아주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스스로에 대한 과신으로 지옥에 몸을 던지는 꼴이라고, 주안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안인회가 말하길 이정기가 숨겨둔 힘이 있다고 했던가?
어디 보여보라지.
화아아악!
숨겨둔 것이 있는 건 녀석만이 아니니까.
“던전 입장-!”
비켜선 백두에 의해 개방된 문.
그 속으로 이성의 길드원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처억! 척! 척!
이성의 제1 공격대를 시작으로, 2 공격대, 3 공격대, 그리고 세 개의 공격팀까지.
총 오백에 가까운 이성의 헌터들이 던전 안으로 입장하는 것은 가히 소름이 돋는 광경이었다.
하나하나가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 최고의 헌터들.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헌터들.
그리고 그들 중 백이 넘어가는 헌터들이 전부 랭커라는 사실은.
“흡….”
숨조차 쉬지 못할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씨익.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은 채 던전에 입장하는 주안나가 이정기가 서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기다릴게.”
먼저 이성이 입장하기에 시작부터 습격을 당할 수도 있다.
계약을 통해 그런 비겁한 짓은 하지 못하게 못 박았다지만 이성이 많은 것을 건만큼 얼마든지 상황은 뒤바뀔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막대한 전력 차이에, 선수를 빼앗기기까지 했으니 백두의 사기는 당연히 최악.
어느새 전부 입장한 이성을 뒤로 하고 던전의 입구는 크게 일렁이고 있었다.
꿀꺽.
대부분이 그런 생각이었다.
‘지옥문.’
저길 넘어서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그들의 눈에 참담한 자신들의 시체가 보이는 것만 같은 환상.
그리고.
터벅.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발소리는 하나에서 두 개, 세 개에서 네 개, 빠른 속도로 늘고 있었다.
맨 앞.
“…….”
이정기.
그 옆에 이진석과 공대장들.
“저 사람들은….”
이번에 합류한 최인해와 권신우.
뿌득, 뿌득.
그들이 몸을 풀며 이정기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기대되는걸.”
그들은 백두의 수많은 헌터들과 상반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공포와 절망으로 뒤섞인 얼굴이 아닌, 기대감과 흥분이 뒤섞여 있는 얼굴들.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 이성을 상대하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얼굴들이었다.
어느새 던전 입구에 선 이정기와 백두의 간부들.
그들을 뒤로 한 채 이정기가 나지막이 말했다.
“간부들이 먼저 입장할 거다.”
이정기의 목소리에 따라 숨 막히는 침묵이 감돌았다.
“너희들의 등을 떠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
“들어오기 싫다면 오지 않아도 좋다.”
이정기의 말이 한 마디, 한 마디 흐를 때마다 수많은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전에도 했었던 것 같은 말.
“이번 던전을 함께 치른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거다.”
처억.
뒤돌아선 이정기.
그의 뒤로 다시금 발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진석이 공대장으로 있는 백두의 제1 공격대가 전원 이정기의 뒤에 도열한 것.
그리고.
“던전-!”
이진석의 목소리가 쩌렁거리며 사방을 울렸다.
“입장.”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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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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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